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
아크 더 레전드-81화(81/875)
[81] SPACE 2 새로운 목표 (3)“이건 뭐랄까…….”
아크가 터덜터덜 걸어나오며 한숨을 불어냈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서바이버 코팅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사냥터에서 몇 날 며칠을 철야로 뛰어다니며 경험치를 100만쯤 얻어도, 별 100만 짜리 스킬을 얻어도 페어리가 있는 곳까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갤럭시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존! 그래서 선택한 서바이버 코팅이다.
“일단 보너스 스텟은 나쁘지 않아.”
아크가 캐릭터 정보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보통 신체코팅을 받을 때 주어지는 보너스 스텟은 65~75. 그러나 아크가 받은 보너스 스텟의 합계는 85. 마틴 후작에게 받은 IC카드는 이든이 침을 튀기며 말한 것처럼 일반 IC카드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3세대 기술이 적용된 한정품이라 그런지 보너스 스텟이 10~20가량 많았지만…….
“하필이면 왜 많고 많은 스텟 가운데 운에 20이나 박히는 거야?”
물론 운도 일단은 스텟이라 하는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겁나 많았다.
-운: 운은 캐릭터의 행동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스텟입니다. 운은 치명타 발생 확률, 회피 확률에 영향을 미치고, NPC에게 퀘스트 보상을 받을 때도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또한 더 좋은 전리품을 얻을 확률도 올라갑니다.
이게 일반적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운의 역할이었다.
설핏 보면 엄청 좋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운과 관련된 모든 것은 확률. 다시 말해 모든 게 잘 되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고, 라는 말고 같은 의미였다. 그리고 설사 뭔가 잘 풀린다고 해도 그게 운 수치 덕분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는 것이다.
그딴 스텟에 귀한 포인트가 20이나 박혔다.
버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가 찜찜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짓는 것은 스텟 탓이 아니었다.
“대체 뭐냐고? 이 스킬들은?”
서바이버 코팅과 동시에 익힌 세 가지 스킬.
결박의 검과 마인드 실드, 스텔스…… 일단 효과만 보면 꽤 쓸만해 보였다.
불과 2~3초지만 적을 잠시 경직시키는 공격기술, 근거리 공격의 페널티도 없는 실드를 만들어내는 방어기술, 은신처럼 투명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 이동기술. 아크가 원했던 것처럼 모두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데 요긴하게 쓰이는 기술들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문제는 그 효과가 고정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유저의 집중력에 따라 효과가 변하는 스킬.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결박의 검은 그냥 데미지가 50%감소하는 공격기술이고, 마인드 실드는 고작 내구력 50짜리 방어막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스텔스는 까딱하면 적지 한복판에서 풀리게 될 위험까지 있었다.
“뭐 하나 안심하고 쓸 수 있는 기술이 없잖아? 젠장, 하나 같이 위기 상황에 쓰는 기술인데 안심할 수 없으면 어쩌란 거야? 복불복이냐?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처음 스킬 정보창을 봤을 때는 어이가 없었다.
때문에 울컥한 마음에 신체코팅을 취소해버리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레벨 100이전이라면 받은 신체코팅을 취소하고 다른 코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체코팅을 취소하는데도 돈이 든다. 그리고 다시 신체코팅을 받기 위해 IC카드를 구입하는데도 돈이 든다. 그러나 그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신체코팅 취소의 페널티였다.
이미 결합된 외계종족의 DNA를 강제로 분리하면 육체에 상당한 부담이 작용해 스텟이 깎여나가는 것이다. 그런 짓을 돈까지 써가며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크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 스킬 설명이 무지하게 찜찜하지만 실제로 써본 것도 아니잖아. 변수가 많지만 일단 제대로 발동시키면 효과 자체는 나쁘지 않아. 아니, 서바이버라는 이름처럼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빠져나올 수 있는 스킬들이다. 쓰기 힘들 것 같다고 써보지도 않고 버리기는 아까워. 뭐든 요령이 있는 법. 쓰기 힘들면 잘 쓸 수 있는 요령을 몸에 익히면 돼. 그래, 일단 써보자. 써보지도 않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달았다.
당장이라도 도시 밖으로 뛰어나가 전투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아크는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적어도 앞으로…….
딱—!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걸을 때였다.
갑자기 이마로 아찔한 통증이 전해지며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휘청거리며 이마를 잡고 물러나자 맞은 편에 같은 동작을 취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스킬 정보창을 뒤적거리며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사람과 부딪혀버린 것이다.
“아우! 죄송합니다. 제가 한 눈을 팔다가…… 어?”
상황을 파악한 아크가 고개를 숙이다가 헛 바람을 들이키며 굳어버렸다.
놀랍게도 그. 아니, 그녀는 아크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이리나였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과 마주친 아크는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이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간을 찡그리는 이리나의 모습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니까…… 충격적인 재회네요. 별이 번쩍였습니다.”
“웃으라는 소리인가요? 아니면 약올리는 건가요?”
“아니, 그게…….”
“됐어요.”
이리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툭 던지듯 말했다.
그런 시크한 태도에 괜히 주눅이 들어버린 아크가 괜히 머리만 긁적였다.
그러다가 이리나가 돌아설 때에서야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라 얼른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요.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요.”
“고맙다니, 갑자기 무슨 말이죠?”
“클렘 대장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벨타나에서 제가 영창에 갇혀있었을 때, 이리나 님이 절 구해주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면서요. 그동안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네요. 여러모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크의 말에 이리나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움찔했다.
그리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한숨을 불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쪽을 위해서 한 일은 아니었어요.”
‘훗, 부끄러워하기는…….’
이리나의 대답에 아크는 내심 고소를 지었다.
젊은 처자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젊은 남자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럼 뻔하지 않은가. 클렘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 아크는 100% 이리나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막상 생각해보면 그럴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자선 파티에서 아크는 창피를 당할 뻔했던 이리나를 구해준 적이 있지 않은가.
‘벨타나에서는 이리나와 이렇다할 말 한 마디조차 나누지 못했어. 그런 이리나가 나를 구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면 답은 뻔하지. 아닌 척 하지만 분명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남 몰래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되는 건가? 후후후, 하긴 내가 좀 괜찮기는 하지. 그런데 정작 앞에서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건 또 뭐야? 아, 혹시 그건가? 새침부끄? 요즘 유행하는 새침부끄 캐릭터인 건가? 흠, 그건 또 의외의 매력인데?’
아크는 이렇게 멋대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착각하기 시작하자 이리나의 차가운 태도도 색다른 매력으로 느껴졌다.
“어쨌든 제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요. 역시 감사하네요.”
“그럼 저도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네요.”
“네?”
“사실 내가 벨타나에 있었던 건 발렌시아를 조사하기 위해서였어요. 벨타나에 파견된 죄수들을 상대로 상납금을 받는다는 제보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증거를 잡기 힘들었는데 그쪽이 발렌시아를 도발해준 덕분에 쉽게 자료를 모아 고발할 수 있었어요.”
이건 또 처음 듣는 얘기다.
뜻밖의 얘기에 아크가 당혹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예요. 발렌시아의 비리가 밝혀졌지만 벨타나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징계는 직위해제로 끝났어요. 그가 저지른 일에 비하면 약한 처벌이죠. 하지만 발렌시아는 그쪽에게 원한을 품고 있을지도 몰라요.”
“품고 있겠죠.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아크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번에 요란스럽게 전쟁영웅이 되어 귀환한 덕분에 커뮤니티에서 아크 척살대를 모집하는 놈들까지 생겨나는 상황이다. 거기에 발렌시아 하나 더 얹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저는 어려서부터 정의는 승리한다고 믿고 자라왔거든요.”
“정의인가요? 그쪽이?”
“때때로. 특히 돈이 될 때는.”
아크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멀뚱히 바라보던 이리나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그런 이리나의 반응에 너스레를 떨던 아크는 허를 찔린 느낌이 들었다. 벨타나에 있을 때 아크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그녀를 보았다. 죄수 부대의 생명줄인 보급소를 맡고 있다보니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리나가 웃는-그게 실소라도-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아크가 허를 찔렸다고 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뭐야? 이 여자…… 예쁘잖아?’
이전에도 꽤 괜찮게 생겼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무표정해서 지금까지는 그냥 석고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웃는 모습을 보자 석고상이 아닌 여자, 그것도 예쁜 여자로 보이는 게 아닌가? 게다가 그녀는 그냥 예쁜 여자가 아니었다. 아크에게 관심을-물론 착각이다- 가지고 있는 예쁜 여자!
막상 그렇게 의식하니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이참에 한 번…….’
넋 놓고 이리나를 바라보던 아크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려 할 때였다.
“형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뒤에서 한 무리의 사내들이 몰려왔다.
바로 친위대원과 실버핸드 대원들이었다. 사실 친위대원과 실버핸드는 네팔림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벨타나로 이동했었다. 때문에 전쟁이 끝난 지금, 규칙에 의하면 각자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마틴 후작에게 부탁해 모두 네팔림으로 돌아온 것이다.
물론 이들을 함께 데려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일단 이리나에게 할 말은 하고…….’
아크가 그런 생각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에?”
없었다.
자선 파티장에서처럼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없어져버린 것이다.
“부…… 부끄러워서 그런 거겠지? 그래, 새침부끄니까. 부끄러워서 그런 걸 거야.”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이, 자네 괜찮나? 이런 곳에서 혼자 뭘 중얼거리고 있나?”
그 사이에 다가온 멜린이 이상한 눈으로 아크를 살펴보며 물었다.
덕분에 괜히 무안해진 아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돌렸다.
“아니, 별 일 아닙니다. 그보다 가신 일은 잘 처리했습니까?”
“물론이지. 자네만큼은 아니라도 우리도 명색이 승전의 용사들 아닌가? 이거 보게. 굉장하지? 나는 물론 다른 대원들도 제법 그럴싸한 무기를 포상으로 받았네.”
멜린이 어깨에 걸려있는 기관총을 들어올리며 히죽 웃었다.
멜린만이 아니었다. 그의 말대로 친위대원들도 아크처럼 전쟁영웅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사면을 받고도 남을 정도의 공적치를 올렸었다.
물론 죄수의 신분이라 규칙대로라면 공적치를 아무리 많이 쌓아도 사면을 받으면 그걸로 끝. 그러나 아크가 마틴 후작과 한 거래는 같이 작전에 참가했던 별동대원들에게도 정규병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 덕분에 친위대원과 실버핸드까지 공적치에 해당하는 포상을 받은 것이다. 그게 지금 친위대원들이 들고, 혹은 입고 있는 장비품이었다.
하나 같이 딱 보기에도 매직템은 되어 보이는 장비품들!
“이게 모두 자네 덕이네.”
“네, 한꺼번에 사면 받은 것도 감지덕지인데 장비품까지!”
대원들이 붉게 상기된 표정으로 떠들어댔다.
이때 만약 평소의 아크였다면…….
“그죠? 내 덕이죠? 뭐 꼭 그래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죠.”
이런 식으로 지껄이며 뭐라도 하나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의 아크는 그딴 푼 돈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물건은? 모두 처리했습니까?”
“음, 클렘 대장이 친분 있는 상점을 소개해줘서 꽤 괜찮은 가격을 받았어. 모두 정리하니 17,400골드나 되더군. 이런 거금을. 아니, 골드를 만져본 것도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들고 오는 내내 손이 얼마나 떨리던지. 아무래도 심장에 안 좋을 것 같으니 얼른 받게.”
멜린이 엄살을 떨어대며 묵직한 돈주머니를 꺼내 건네주었다.
바로 별동대와 함께 사냥한 피라미드에서 얻은 잘리만 광석과 라마족 중앙기지에서 챙긴 전리품을 처분한 돈이었다.
그 총액이 무려 17,400골드!
물론 이건 아크 혼자 번 돈이 아니다.
친위대원과 실버핸드 30명이 함께 주워 모은 전리품을 처분한 돈이니 당연히 수익금도 공평하게 30등분해야한다. 물론 아크의 경우, 별동대와 합류하기 전에 이미 피라미드와 라마족 벙커에서 얻은 전리품이 가방이 꽉 채워져 있었다.
이건 개인 수입이라 몽땅 아크의 몫.
요런저런 계산 끝에 아크에게 할당된 배당금은 1,160골드였다.
따라서 나머지 16,800골드가 별동대원, 그러니까 친위대와 실버핸드 30명이 나눠 가질 수익금이었다.
16,800÷30=560!
1인당 560골드의 배당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17,400골드라는 금액만 들었을 때는 어마어마하게 느껴졌었는데 막상 30등분되니 생각처럼 큰돈은 아니로군.’
그러나 이건 은하연방에서 제공하는 공적치 보상-친위대원에게는 신형 무기, 실버핸드에게는 성과금이 보너스 주어졌다-과는 별도로 챙긴, 일종의 보너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보너스만으로 별동대원이 각각 560골드, 아크는 1,160골드나 되는 수입을 챙긴 셈이니 불평할 일은 아니었지만…….
‘이 돈을 모두 합해도 아직 부족해!’
아크가 세운 계획을 진행하기에는 17,400골드도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별동대가 이번 수익금을 나누지 않고 고스란히 아크에게 맡겨진 이유였다.
여기서 잠시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면…….
사실 아크는 벨타나에 강제징용 될 때까지만 해도 루시퍼에 대해서는 반쯤 잊고 있었다.
물론 막아야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발벗고 나설 상황도 아니었고, 자신이 아니라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저들이 대거 참가했다니 조금 안심이 되는 면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달라진 것은 벨타나에서 낙오병이 되어 헤매고 있을 때였다.
택산 지역의 부동산 시세 폭락!
아직 갱생단 형님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아크는 그 배후에 루시퍼가 관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설의 게이머니 뭐니 해도 결국 아크는 서민. 국가 위기 사태니 뭐니 할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막상 그런 일이 생기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크가 중요한 문제를 깨달은 것은 그때였다.
‘가만? 그런데 대체 어떻게 해야 루시퍼를 막을 수 있는 거지?’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부분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루시퍼가 제시한 조건은 있었다.
-갤럭시안의 궁극적인 목표를 먼저 달성하는 자가 승리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갤럭시안은 온라인 게임. 엔딩이 있는 패키지 게임과는 다르다.
그러니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해도 그게 뭔지 알 도리가 없지 않은가.
갤럭시안의 제작사인 석세스풀 퓨처에서도 아직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가 뭔지. 아니, 그런 게 있기는 한 건지조차 발표한 적이 없는 것이다.
‘갤럭시안의 궁극적인 목표라……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전사가 되는 걸까? 아니면 은하연방의 우주사령관 같은 최고 지위를 얻는 걸까? 혹시 우주에서 가장 많은 혹성을 개척하는 모험자가 되는 것? 이도 저도 아니면 뭔가 굉장한 아이템을 얻는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지만 뚜렷하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루시퍼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먼저 목표에 다다르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루시퍼보다 강해지는 것, 그것뿐이다!’
그러나 갤럭시안은 온라인 게임이다.
수많은 유저들이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온라인 게임.
그런 게임에서 힘이란 단순히 유저 개인의 능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개인의 능력은 기본,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면 필연적으로 조직의 존재가 필요했다. 그게 유저든 NPC든,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조직이 없으면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게 아크가 도달한 결론이다.
때문에 아크는 잡다한 생각을 떨치고 목표를 두 가지로 좁히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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