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1)
아크 더 레전드-811화(811/875)
[811] SPACE 4. 고마운 사람들 (2)아크가 놈들을 미행했던 것은 놈들이 각성 퀘스트의 단서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때, 놈들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에 놈들은 ‘떠넘기기’로 아크에게 몬스터를 붙일 때 ‘크리켓’도 같이 붙여 놓은 것이다.
그 뒤에 이를 갈며 지하 미궁을 돌아다닌 아크가 놈들을 찾아내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때 놈들은 ‘크리켓’을 통해 아크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아크와 만나 귀찮은 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나 감시는 계속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아마도― 아크가 먼저 각성 퀘스트의 단서를 찾을지도 모르니까. 놈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리라.
한번 지하 미궁을 나갔던 아크가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벽화가 있는 지점을 돌고 나서 이곳에 도착했다.
뭔가 있다!
놈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놈들이 갑자기 공격을 한 이유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고맙다. 네 덕분에 이제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더 헤맬 필요가 없어졌어.”
로브의 사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해는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군. 방금 전의 라이트닝은 그냥 경고였다. 우리도 그냥 막 사람을 죽이고 그런 사람들은 아니거든. 더구나 너희는 우리 대신 각성 퀘스트의 게이트까지 열어 준 사람이잖아. 그러니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물론 너희가 ‘우리’의 게이트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했겠지?”
“뭐 네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잘 생각해 봐라. 버티다가 죽는 것과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우리에게 양보하고 다시 게이트를 여는 것 중 어느 쪽이 이득일지. 뭐 우리는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파직! 파직!
로브의 사내, 베스카가 손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말했다.
협박이었다. 그리고 에이드와 다른 2명의 전사도 히죽 웃으며 각자의 무기를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때, 아크와 달리 레피드와 붉은학살자는 아직 베스카 일당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도망가? 불쌍해?
붉은학살자가 한숨을 불어 내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어째 마을로 돌아올 때 몰골이 이상하다 싶더니…… 너, 저런 녀석들에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쪽팔린 짓을 하고 있었던 거냐?
“뭐 이 자식이 쪽을 팔든 방울을 팔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레피드도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귀찮은 일 좀 만들지 말라고!”
그러나 아크는 붉은학살자와 레피드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놈들은 불과 서너 시간 전에 아크를 죽을 위기에 몰아넣었던 놈들이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뒤통수에 ‘크리켓’을 부착, 아크 일행이 힘들게 찾은 게이트를 강탈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아크로서는!
“고맙다!”
멍하니 베스카 일당을 바라보던 아크가 불쑥 소리쳤다.
“……뭐?”
이에 키득대던 베스카 일당이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되레 아크에게 비난을 퍼붓던 붉은학살자와 레피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러쿵저러쿵해도 그들이 아크와 알고 지낸 지도 반년이 넘었다. 그래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크는 진심이라는 것을.
“퀴크니스! 쾌속!”
그때 아크가 섬광 같은 속도로 베스카 일당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베스카가 스파크를 일으키는 손을 들어 올릴 때였다.
“하압-!”
광장에 울려 퍼지는 고함!
순간 베스카의 손에서 일렁이던 스파크가 훅 사라졌다.
아크의 입에서 터져 나온 고함은 워리어의 ‘기합’! 전의 만땅의 기합으로 상대의 전의를 꺾어 스킬을 봉쇄하는 기술이었다.
“무, 무슨?”
“아직 여기 있어 줘서 고맙다! 제 발로 내 앞에 나타나 줘서 고맙다! 그러니까…….”
아크가 허둥대는 베스카 앞에 얼굴을 들이밀며 씨익 웃었다.
“죽여 주마! 마이트! 폭격!”
퍼펑-!
뒤이은 폭음에 실실 쪼개던 베스카의 얼굴이 뭉개졌다.
동시에 아크는 10년 묵은 숙변이 쑥 빠져나가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다. 그렇지 않아도 놈들을 다시 보지 못할까 불안했는데 제 발로 나타나 이런 상쾌함을 선사해 주다니!
어찌 고맙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뭐, 뭐야? 저 녀석?”
아크의 기습에 베스카 일당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놈들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뭐 놈들의 목적이 아크 일행과 같다는 것은, 그들 역시 1차 각성 퀘스트를 끝냈을 뿐만 아니라 숨겨진 2차 퀘스트의 단서를 찾았다는 뜻!
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도 아크에게 ‘크리켓’을 붙여 둘 정도로 용의주도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놈들은 아크를 모른다.
‘떠넘기기’로 아크를 죽을 위기에 몰아넣었지만 정작 아크의 실력은 모르는 것이다. 그조차 모르고 다시 아크 앞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먼저 공격까지 했다.
그게 놈들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이건 정당방위다. 카오틱이 될 걱정도 없이 놈들을 패 줄 수 있다는 말이지.’
그리고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저 자식, 해보자는 건가?”
“젠장, 할 수 없지! 그냥 죽여 버려!”
“동감이다. 나도 저 자식을 죽여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하지만 지금은 좀 곤란해. 난 바쁘다고. 그러니까 네놈들 먼저 죽어라. 연사! 속사! 연환사격!”
-그래, 복수는 우리가 해 주마. 안심하고 죽어도 돼. 혈우검!
탕! 탕! 탕! 콰콰콰콰!
베스카 일당에게 쏟아지는 탄환과 붉은 검기!
“컥! 뭐, 뭐야, 저 자식들?”
“거지꼴을 한 주제에 뭐 이런…….”
에이드의 말대로 지금 아크 일행은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돼지 개 탓에 마을의 쓰레기통을 몽땅 뒤지고 다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놈들은 4명, 반면 아크 일행은 3명이다.
그래서 만만하게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착각이었다. 그들이 협박하던 사람은 수만의 유저가 모인 너브 전쟁에서 영웅의 칭호를 받은 최상위 유저들!
“권총을 들고 나와 근접전을 하겠다는 거냐? 장난하냐?”
베스카 일당의 전사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레피드에게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레피드는 지면을 미끄러지듯이 이동―슬라이드다―하며 가볍게 회피, 전사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어 가며 총구를 놈의 턱에 붙였다.
“아플 거다. 어금니 꽉 물어라.”
탕-! 탕-! 탕-!
“으악!”
뒤이은 총성에 전사가 비명을 터뜨렸다.
유저가 공격을 받았다고 비명까지 질러 대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아크는 이해했다.
연이어 전사의 턱에 박히는 탄환은 그냥 탄환이 아니다. 레피드가 아크를 위해 습득한 ‘흉탄’! 캡슐의 패인 수치와는 상관없이 실제와 똑같은 고통을 줄 수 있는 스킬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딱히 데미지가 더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 잠깐! 멈춰! 이, 이건 뭔가 이상하다고!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아! 진짜 죽는다고! 어이, 잠시 멈춰 보라니까! 이거 장난 아니야!”
상상도 못 했던 충격에 전사는 바로 공황 상태가 되었다.
“그래, 나도 장난이 아니다.”
탕-! 탕-! 탕-!
그러나 레피드는 본래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었다.
그리하여 허둥대는 전사를 따라붙으며 관자놀이, 목, 옆구리, 심지어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XX 등, 진짜 죽을 정도로 아픈 곳만 골라 가며 탄환을 박아 넣었다.
반면 붉은학살자는.
-어디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검파! 파룡섬격!
섬광처럼 번뜩이는 움직임으로 종횡무진하며 쏟아 내는 붉은 검기!
상대는 방패를 들고 있었지만 왼쪽이다 싶으면 오른쪽, 아래다 싶으면 위에서 떨어지는 변화무쌍한 붉은학살자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하고 있었다.
하물며 반격은 무리!
방패를 든 채 그저 생명력만 쭉쭉 빠지고 있었다.
“젠장! 모사크, 물러나!”
이에 에이드가 뒤에서 엄호를 시도했지만.
-몇 놈이라도 덤벼라! 사이클롭스!
위이이잉! 콰콰콰콰!
붉은학살자의 백팩에서 떠올라 레이저를 뿜어내는 구체!
한때 아크를 꽤 귀찮게 만든 적이 있는 붉은학살자의 소환수? 특수 장비? 뭐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이클롭스’라는 광학 병기였다.
“뭐 이런 녀석들이…….”
‘사이클롭스’의 폭격에 바닥을 구르던 에이드가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그의 눈앞에 한 사내의 얼굴이 불쑥 다가왔다.
“넌 내 거다.”
히죽 웃으며 말하는 사내는 다름 아닌 아크!
아크는 전투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오직 베스카만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베스카는 마법사. 놈이 본격적으로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꽤 귀찮은 것이다. 그러나 전투가 시작됐을 때는 이미 아크의 ‘기합’에 의해 스킬이 봉쇄된 상태였다. 에이드나 다른 두 전사가 맥을 못 추고 당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사는…….’
그냥 잉여 인간이다.
그런 놈은 속전속결로 처리해 주는 게 예의!
‘그리고…….’
아크는 알고 있었다.
그때! 그러니까 놈들이 아크에게 20여 마리의 몬스터를 떠넘겼을 때! 그 일을 주동한 놈이 바로 지금 아크의 뒤에 널브러져 있는 베스카와 이놈, 에이드였다는 것을!
‘이 두 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으로 처리한다!’
처음부터 아크의 타깃은 그 두 놈이었다.
“이, 이런, 연사!”
투투투투! 투투투투!
에이드가 흠칫하며 바로 기관총을 난사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아크의 몸을 관통했지만, 피 같은 것은 솟구치지 않았다.
빗발치는 탄환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아크!
에이드의 탄환이 관통한 것은 그런 아크가 남긴 잔상이었다. 바로 워리어의 회피기 ‘잔영’! 뿐만 아니라 아크는 팬텀 부츠까지 신고 있었다. 당연히 발사체의 공격을 50% 확률로 회피하는 ‘영혼의 질주’ 효과까지 추가!
“이제 내 차례지? 자, 막아 봐라! 마이트! 폭격!”
문자 그대로 탄환 사이를 질주한 아크가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리고 막아 보라고 말했지만, 애초에 ‘폭격’은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방패조차 뚫어 버리는 검격이다.
하물며 총기병의 방어 따위!
퍼펑-!
“큭! 뭐냐? 이 공격은?”
한 방에 에이드의 안색이 바뀌었다.
‘이놈, 보기보다―뭐 사실 제대로 본 적도 없지만― 만만한 놈이 아니다!’
머릿속에 바로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일격이었다.
더구나 그는 레인저, 기습이나 후방 지원이 전문이다. 그러나 베스카는 일찌감치 죽어 버리고 남은 전사들은 붉은학살자와 레피드를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쳐 하는 상황.
에이드 입장에서는 최악의 전개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유저!
‘너무 방심했어. 설마 베스카가 그렇게 쉽게 당할 줄이야. 하지만 아직 불리하다고 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분명 이놈이나 동료들의 실력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지형은 나에게 유리하다.’
광장은 평원이 아니다.
쉬지 않고 끓어오르는 용암 위에 거대한 암석이 뒤엉켜 있는 복잡한 지형. 그리고 레인저는 복잡하고 열악한 지형일수록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인 것이다.
‘일단 놈과의 거리를 벌리는 것이 먼저다!’
“연막탄!”
에이드가 연막탄을 터뜨리며 몸을 굴렸다. 그리고 빠른 몸놀림으로 울퉁불퉁 튀어나온 암벽을 뛰어넘으며 서너 개의 암석이 겹쳐진 좁은 틈새로 숨어 들어갔다.
그사이에 거친 지형일수록 이동속도가 상승하는 레인저의 패시브 스킬 ‘산악전’과 장애물 뒤에서 숨으면 회피율이 급상승하는 ‘엄폐’가 연이어 발동되었다.
‘레인저가 전사와 1대1로 붙으면 불리하다는 말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너 같은 놈을 사냥하는 게 내 전문이야. 넌 내 몸에 손 한 번 대 보지 못할 거다.’
에이드가 씨익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때!
콰쾅!
머리 위에서 터져 나오는 폭음!
순간 에이드는 위에서 덮쳐 오는 엄청난 압력에 짓눌려 대大자로 뻗어 버렸다.
“컥! 무, 무슨?”
“말했지? 놓치지 않겠다고.”
씨익 웃으며 에이드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바로 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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