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3)
아크 더 레전드-813화(813/875)
[813] SPACE 5. 이래저래 지옥! (1)“헉헉헉!”
“헉헉! 으으, 헉헉!”
거친 숨소리, 간간이 섞여 나오는 신음.
넓은 평지에는 오디오만 들어도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처참하다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몰골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 이들은 바로 루시퍼 헌팅, 그중에서도 바로 이 남자!
“아프냐?”
“네? 네…….”
“잘됐구나. 내 목적이 그거였는데.”
다 죽어 가는 사람들 앞에서 버젓이 이딴 소리를 내뱉는 이슈람의 부하들이었다. 그렇다. 이슈람. 그 남자가 대장이라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불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 이제 그만 일어나라. 언제까지 누워 있을 생각이냐? 이 정도로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는 게 이미 단련이 덜 되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걱정 마라. 원래 사람과 쇠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강해지는 법이다. 곧 너희들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어떠냐? 기쁘지?”
이런 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사실 그들에게 이런 상황은 딱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지금 이슈람이 하는 말은 그들과 만난 이후로 시종일관 떠들어 대던 말이고, 덕분에 그들은 시종일관 죽을 고비를 넘겨 왔으니까.
그리고 인정하기 싫지만, 이슈람의 말처럼 사람은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강해지는 생물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지만 그것도 몇 번 반복하니 이제 견딜 만한 것이다.
쉬지 않고 1,600킬로미터를 구보하는 것도, 맨손으로 까마득한 높이의 돌산을 넘는 것도, 처음처럼 생사를 오가야 할 정도로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이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전함 2척을 몽땅 해 먹어? 전함이니 함대전이니 해 봤자 결국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것. 이건 전함을 운운하기 전에 너희들의 정신이 해이해졌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훈련에 들어간다. 듣자니 어딘가에 지옥훈련 혹성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던데, 당분간은 그곳에서 특훈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들었을 때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들은 이슈람을 만난 이후로 일상이 지옥이었으니까. 아니,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진짜 지옥은 여기였어!”
그들은 이곳에 와서 깨달았다.
지금까지 지옥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며칠 전 그들이 도착한 혹성은 일단 눈으로 보는 것부터가 지옥이었던 것이다.
“뜨, 뜨거워!”
여기저기 불길이 뿜어져 올라오고,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는 용암의 웅덩이!
그냥 앉아만 있어도 숨 막히는 열기에 오븐 속에서 노릇노릇 익어 가는 고등어가 돼 버린 느낌이었다. 아니, 차라리 익기만 하면 그나마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추, 추워!”
그 지역을 넘어서기가 무섭게 몰아닥치는 한파!
열기에 좀 적응된다 싶으면 이번에는 냉동 고등어가 되는 체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건 지옥훈련 혹성이 아니라 그냥 지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혹성이 지옥훈련 혹성이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요, 용암이다!”
“죽을 정도는 아니야!”
식겁하는 대원들을 향해 소리치는 이슈람.
바로 이거였다. 그들 앞에서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것은 분명 용암이다. 그런데 대체 무슨 조화인지 이슈람의 말처럼 이 혹성의 용암은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온몸이 타들어 가는 고통은 느껴지지만 왠지 죽, 지, 는, 않, 는, 것이다.
이게 대원들의 첫 번째 불행이었다.
“남들보다 강해진다는 것은, 남들보다 더 많은 고통을 이겨 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고통이야말로 강해지는 비결! 뭐 그래도 픽 죽어 버리면 아무 의미도 없지만 이곳의 용암은 죽을 정도는 아니다! 딱 좋은 훈련 장소가 아니냐? 자, 돌진!”
그리하여 대원들은 용암으로 돌진!
“으악! 우욱! 헉!”
펄펄 끓는 용암을 헤엄치는 진기한 경험을 해야 했다.
그리고 두 번째 불행은…….
-강인한 인내심으로 열기를 참아내 화염 내성이 생겼습니다!
《화염 내성 +10》
……이게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훗, 내가 뭐라고 했냐? 사람은 두들길수록 강해진다고 했지?”
덕분에 이슈람의 믿음은 한층 확고해졌고.
“폭풍이다! 얼음 폭풍이야!”
“괜찮아! 죽지는 않아! 돌진! 돌진!”
“바, 바늘 산? 뭐냐? 이건? 진짜 지옥이냐?”
“괜찮아! 죽지는 않아! 돌진! 돌진!”
용암의 강이 나와도 돌진! 얼음 폭풍이 몰려와도 돌진! 바늘이 무수히 솟아 있는 산이 나와도 돌진! 돌진! 돌진!
“주, 죽을 것 같아!”
“아니, 죽여 줘! 제발 좀 죽여 줘!”
그때마다 익고, 얼고, 꿰이는 고통을 겪어야 했던 대원들은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옥훈련 혹성의 각종 장애물들은 죽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죽, 지, 는, 않, 으, 니, 까!
-뼛속까지 얼리는 한파를 이겨 내 냉기 내성이 생겼습니다!
《냉기 내성 +10》
-날카로운 바늘에 수없이 찔리는 사이에 관통 공격에 저항력이 생겼습니다!
《관통 공격 저항력 +10》…….
죽고 싶어도 쓸데없이(?) 강해지기만 하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니! 그냥 뛰고, 헤엄치고, 기어 올라가는 것만으로 각종 능력치가 팍팍 올라가잖아! 여긴 천국이야!”
‘지옥입니다!’
“대체 왜 이런 곳에 사람이 없는 거지?”
‘어떤 놈이 와요!’
“이런 혜택 받은 환경이라면 굳이 다른 데 돌아다닐 필요도 없겠어. 젠장, 진즉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지. 좋아, 이참에 이곳에서 몇 달 지내자. 이런 추세로 몇 달만 지내면 불사신이 되겠어.”
‘오! 주여!’
대원들은 절망했다.
확실히 이런 곳에 몇 달쯤 있으면 불사신이 되겠지만 망가진다! 정신이!
도무지 그때까지 제정신으로 버틸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대한민국의 군인은 구르라면 구르고, 까라면 까야 하는 것이다. 뭐 때때로 하극상이라는 다른 선택지가 떠오를 때도 있었지만.
“뭘 보냐?”
“……아닙니다.”
그거야말로 미친 짓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에 대원들은 이제 인생 종―강해지고 있었지만!―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절망 속이라도 희망은 존재하는 법!
이 혹성에 도착한 지 사흘째, 대원들이 또다시 수 킬로미터나 되는 용암의 강을 헤엄쳐 건넜을 때였다.
-이, 이럴 수가!
-자네들, 이 용암의 강을 건너온 것인가?
용암의 강을 나오는 대원들에게 섬게와 조개 따위가 몰려들며 말했다.
‘이건 뭐야? 영양 보충이라도 하라는 건가?’
이에 대원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동안 이곳에 온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자네들이 처음이네. 대부분은 이곳에 온 지 하루, 아니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도망치듯 떠나 버렸지.
당연하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곳에 그 이상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대원들이 사흘이나 이곳에 있는 이유는 미쳤기 때문이다, 대장이.
어쨌든, 대원들에게 모여든 섬게와 조개 들은 몸보신을 위해 준비된 특식(?)이 아니었다. NPC, 이 웃기지도 않는 혹성에도 주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혹시…….
-아니, 여기까지 온 이방인은 이들이 처음이야. 그 끔찍한 곳을 넘어왔다는 것은 이들이 초인적인 정신력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전사들이라는 증거! 이들밖에 없어!
-내 생각도 같다.
와글거리는 해산물 사이에서 유난히 커다란 섬게가 굴러 나왔다.
그리고 대원들을 바라보며―아마도― 입을 열었다.
-보다시피 우리는 이 혹성의 주민들이네. 자네들이 보기에는 좀 이해가 되지 않겠지. 이런 가혹한 환경의 혹성에 주민이 있다는 것이. 하지만…….
섬게가 주위를 둘러보며 한숨을 불었다.
-사실 이 혹성도 처음부터 이런 곳은 아니었네. 과거,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이 혹성도 그때는 살기 좋은 곳이었어. 그런 혹성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고작 하나의 운석이었네.
“운석?”
-그래,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운석. 그 운석이 이 혹성의 지류가 모이는 신성한 산에 떨어지는 바람에 지류의 흐름이 막혀 이런 끔찍한 혹성으로 변해 버린 거네.
용암 지대 바로 옆에서 얼음 폭풍이 휘몰아치는 웃기지도 않는 환경에도 나름 이유는 있었던 것이다.
-이에 우리는 지류를 되돌리기 위해 몇 번이나 탐사대를 보냈네. 그러나 모두 실패했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운석의 영향으로 그곳은 몇 배는 더 끔찍한 장소로 변해 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네. 뿐만 아니라 그곳에는 이미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서식하는 장소가 되어 있었어. 우리 힘으로 놈들을 뚫고 신성한 산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네.
뭐 보기에도 무리였을 것 같다.
섬게나 조개니까.
-하지만 우리는 다른 혹성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종족이네. 이런 황폐한 혹성이라도, 심지어 점점 심해져 곧 멸망의 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떠날 수 없는 것이네. 그리고 다른 개척자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네. 신성한 산은커녕 여기까지 온 개척자조차 없었으니까.
뭐 이쯤 되면 다음에 무슨 말이 나올지는 뻔하다.
-부탁이네. 그 험난한 대지를 지나 여기까지 온 자네들이라면 의심할 여지없이 최강의 전사! 자네들밖에 없어. 신성한 산의 몬스터를 없애고 지류를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은. 제발 우리를 위해 이 혹성을 과거의 살기 좋은 혹성으로 바꿔 주게!
-지옥훈련 혹성의 주민에게 《나의 살던 고향은…….》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섬게의 말과 함께 떠오르는 정보창!
순간 대원들은 깨달았다.
‘이거다! 이게 우리가 미치기 전에 이 혹성을 탈출할 유일한 방법이다!’
……라고!
이런 상황이라면 이슈람은 정말 몇 달이나 이런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죽지도 못하고 구워지고, 얼리고, 고슴도치가 돼야 하는 대원들은 그 전에 미쳐 버리겠지.
그러나 섬게의 부탁을 들어주면 그들도 더 이상 그런 짓을 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직 훈련 중인데…….”
그러나 이슈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대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든 이슈람은 지금 이 혹성, 넘나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섬게들의 제안이 달갑지 않았지만.
“무슨 말입니까!”
“못 들으셨습니까? 저 주민들은 지금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요! 훈련 운운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네! 저 불쌍한 해산물, 아니 주민들을 못 본 척할 생각입니까?”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실망입니다! 저희는 대장님이 훈련을 시킬 때는 악마 같지만, 그래도 불타는 정의감을 가진 남자라고 믿었기에 지금까지 따라온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단 말입니까?”
“해야 합니다! 이건! 무조건 해야 합니다!”
“대체 우리가 왜 지옥 같은 훈련을 해 온 겁니까? 바로 이런 때를 위해서 아닙니까?”
대원들이 벌 떼처럼 들고일어나 소리쳤다.
“자식들, 왜 이리 흥분해서 난리야?”
흥분할 만하니까!
대원들에게 섬게의 퀘스트는 지옥 밑바닥에서 찾은 유일한 동아줄! 그리고 본래 용기란 절망보다 희망이 보일 때 더 발휘되는 법이다. 이에 대원들은 사생결단을 낼 각오로 이슈람에게 항의했고.
“뭐, 할 수 없지.”
결국 이슈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훈련은 사흘 만에 실전으로 전환!
그 앞에는 여전히 용암과 얼음 폭풍, 바늘에 뒤덮인 평원이 펼쳐져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절망만은 아니었다.
그 끝에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진격이다!”
이에 힘차게 외치며 진군했지만 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섬게가 말한 신성한 산, 거기까지도 아직 사나흘은 더 가야 한다는 것을.
뿐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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