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4)
아크 더 레전드-814화(814/875)
[814] SPACE 5. 이래저래 지옥! (2)“온다! 와! 벌 떼다, 벌 떼!”
“물러나! 놈들은 내가 맡는다! 속사!”
탕-! 탕-! 탕-!
어둠 속에서 연이어 울리는 총성! 그리고 섬광!
“칫, 이번에는 티탄이 돌격해 온다. 내 총격으로는 막을 수 없어.”
“내게 맡겨! 간다! 마이트, 격돌!”
쿵! 쿵! 쿵! 퍼펑-!
뒤이어 동굴을 뒤흔드는 굉음!
-이번에는 패독이야!
“젠장, 알았으니 넌 물러나 있어!”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몰려나오는 몬스터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전사들은 다름 아닌 아크와 레피드, 붉은학살자였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헉헉헉, 젠장! 이게 벌써 몇 번째야?”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래서야…….”
캐릭터도 너덜너덜하지만 실제 아크와 레피드, 붉은학살자 역시 캡슐 속에서 피를 토하고 죽을 정도로 힘들었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각성 퀘스트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젠장,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그래서 내가 뭐랬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좀 쉬고 나서 들어오자고 했잖아!
붉은학살자가 레피드를 째리며 말했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거였다. 그레이스톤에서 게이트를 불러내는 데까지는 10여 시간이 걸렸지만, 모함에서 그레이스톤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20시간.
그때 이미 아크 일행은 꽤 지쳐 있었다.
그러나 레피드는 휴식 시간을 요구하는 아크와 붉은학살자를 닦달해 바로 퀘스트를 진행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레피드도 할 말은 있었다.
“그게 왜 내 잘못이냐? 내가 서두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그 에이드인지 뭔지 하는 놈들 기억 안 나? 만약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런 똥파리 같은 놈들이 나타나서 게이트로 들어가 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긴 그렇지.
붉은학살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아크를 째렸다.
-그럼 역시 저 녀석이 문제였군. 젠장, 생각 좀 하면서 살아라. 피곤한 거 뻔히 알면서 그런 식으로 무턱대고 게이트를 열어 버리면 어떡해?
그러나 아크도 할 말은 있었다.
“이 자식이! 옆에서 뻔히 다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약속의 돌이 드라이아이스처럼 변해 생명력이 뚝뚝 떨어지던 거 못 봤어? 그런데 게이트를 열지 않으면? 나는 그냥 땡땡 얼어 죽으라는 말이냐?”
-마지막 벽화로 가기 전에 멈췄으면 됐잖아!
“나오는 대로 떠들어 대지 마! 내가 약속의 돌이 그렇게 변할지 무슨 수로 알아? 그리고 너 말이야, 아까부터 레피드 탓이니 내 탓이니 떠들어 대고 있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하는 이유는…….”
아크가 와락 붉은학살자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네놈 탓이 제일 크잖아!”
“그렇지.”
레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분명 아크 일행이 쉬지도 못하고 게이트에 들어온 것은 아크와 레피드 탓이었다.
그러나 게이트 속의 던전, ‘진화의 신전’에서 16시간이나 헤매고 있는 이유는 사실 붉은학살자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신비한 힘에 의해 레벨이 조정되었습니다!
《레벨 200 고정! 관련 스텟도 200에 맞춰 조정되었습니다! 칭호로 인한 스텟 보너스도 모두 소멸합니다.》
-신비한 힘에 의해 장비품과 소지품이 봉인됐습니다!
《장비품이 강제로 해제되고 백팩이 봉인되어 어떤 아이템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장비품이나 아이템의 옵션으로 적용되던 스텟 보너스도 모두 소멸합니다.》
-신비한 힘에 의해 모든 스킬이 봉인되었습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킬로 적용되는 보너스도 모두 소멸합니다. 단, 각성 스킬은 봉인되지 않습니다.》
게이트에 들어올 때 일행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그리고 메시지의 내용처럼 레벨이 난이도에 맞춰 조정되고, 장비품과 소지품도 모두 해제! 스킬까지 모두 봉쇄되었다. 그러나 아크 일행은 당황하지 않았다.
“일단 페어리에 등록하고…….”
쿠쿠쿠쿠-!
아크가 던전 입구에 세워져 있는 커다란 페어리에 등록하자 진동이 일었다.
그리고 한쪽 벽이 갈라지며 솟아 나오는 거대한 인면암. 뒤이어 인면암의 양옆으로 검과 총, 창 따위의 무기와 각종 아머가 거치되어 있는 레일이 펼쳐졌다.
“뭐 이런 거겠지.”
아크 일행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1차 각성 퀘스트를 진행했던 전사의 신전에서도 같은 경험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아크 일행이 들어와 있는 진화의 신전도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전사의 신전과 다르지 않았다.
일단 입구에서 기본 장비품과 스킬을 챙겨 이어지는 관문을 돌파하며 봉인된 스킬을 하나씩 해체해 다음 관문에 도전하는 방식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 뒤에 어떤 관문이 있을지 모르니 미리 예상하고 스킬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이 아니다.
“너희들도 경험이 있으니 알겠지만 이 던전의 핵심은 전투가 아니야. 스킬의 활용이다. 물론 몬스터도 나오겠지만 관문을 깨는 데는 전투보다 보조 스킬이 필요할 때가 많아. 다행히 각성 스킬은 사용할 수 있고, 3명이나 있으니 전투 스킬이 없어도 몬스터는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어. 그러니 전투보다는 관문을 깨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스킬을 선택해라.”
이게 이 던전의 공략법!
때문에 진화의 신전은 전사의 신전보다 쉬웠다.
각성 퀘스트의 관문은 도전자가 가지고 있는 스킬에 맞춰 변화한다. 그러니 스킬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크 일행은 전사의 신전을 통과하고 각성 스킬을 배울 때 강제로 불필요한 스킬을 5개나 없애야 했다. 다시 말해 그때보다는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이다.
‘남은 스킬 중에 관문 통과에 필수적으로 작용할 만한 스킬은 하자스카나 해킹 정도. 뭐 3인 파티로 진행하는 방식이니 레피드나 붉은학살자의 스킬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이 녀석들도 전사라 대부분 전투 스킬일 테니 관문도 이전만큼 복잡하게 되어 있지 않을 거야. 시행착오가 있다 해도 서너 번이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겠지.’
아크는 그렇게 판단했다.
붉은학살자가 스킬을 선택하는 차례가 될 때까지는.
뭐 전투 스킬은 그렇다 치고!
액티브(일반)
삽질(☆Lv.3) : 땅 파는 속도 +100%, 광물이나 아이템 발견 확률 +40%.
낚시(☆☆Lv.1) : 낚시로 희귀 어종을 잡을 확률 15%.
무두질(☆☆Lv.1) : 가죽을 초급 방어구 제작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벌목(☆☆Lv.1) : 나무를 베어 목재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꾀병(☆☆Lv.1) : 아픈 척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세공(☆☆☆Lv.2) : 하급 장신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스킬 오브!
전사가! 전사인 주제에! 각종 생산 스킬을 30여 개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스킬 오브를 보는 순간 아크는 확신했다.
‘빌어먹을! 망했다!’
……라고!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크와아아아!
인면암을 지나 던전으로 들어가자 바로 괴성을 터뜨리며 나타나는 몬스터들! 동굴 거미나 티탄, 패독, 지하 미궁에서 보아 왔던 몬스터들이었다.
그러나 진화의 신전은 입장과 동시에 도전자의 레벨이 200으로 고정된다. 이에 따라 몬스터들도 레벨 200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니 딱히 전투 스킬이 없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문제는 전투가 벌어진 장소였다.
출렁, 출렁.
움직일 때마다 출렁대는 바닥.
몬스터가 몰려나온 곳의 바닥은 수백 장의 가죽을 이어 붙인, 천막으로 되어 있었다. 때문에 움직일 때마다 출렁대서 중심을 잡고 서 있기도 힘든 것이다.
‘불안정한 곳에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이번 관문의 과제인가? 확실히 이런 상태에서는 제대로 싸우기 힘들지만 이 정도라면 어렵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야.’
그때 아크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니었다.
찌직! 찌지지직!
위에 올라가기가 무섭게 천막이 찢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뭐, 뭐야? 찢어지고 있잖아? 서둘러라! 아무래도 이 관문은 천막이 찢어지기 전에 저놈들을 돌파해 반대편까지 가야 하는 모양이야!”
“아니, 하지만…….”
반대편까지의 거리는 적게 잡아도 500여 미터!
뿐만 아니라 몬스터도 꽤 많았다. 아니, 같은 레벨 200이라도 아크 일행은 나름 실력을 자부하는 전사들! 수십 마리라도 돌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몬스터들의 중량이었다.
몬스터들이 수십 마리나 몰려나오자 아크 일행이 출발하기도 전에 이미 반대편의 천막은 찢어지고 있었고, 전투까지 벌어지자 그 속도는 더욱 가속!
결국 절반도 가기 전에 천막이 완전히 끊어졌다.
“마, 망했다!”
그리고 아래의 용암으로 퐁당!
-YOU DIE!
이게 아크 일행의 첫 번째 죽음이었다.
그러나 전사의 신전에서도 몇 번이나 죽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입구에 페어리가 있으니 죽었다고 딱히 분통을 터뜨릴 일도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죽었다는 것이 아니다. 다시 죽지 않기 위해 그 관문을 통과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이 던전의 핵심! 대체 뭐지? 그 관문의 공략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무턱대고 돌파해서는 설사 쾌속을 사용해도 천막이 찢어지기 전에 반대편에 도착하기는 무리야. 전사의 신전 때를 생각하면 분명 나나 레피드, 붉은학살자의 스킬 중에 그 관문을 공략할 수 있는 스킬이 있을 텐데…….’
있었다!
그 뒤로도 한 번 더 죽은 뒤에 발견했다.
-바느질(☆☆Lv.1) : 가죽이나 천을 꿰매 초급 방어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붉은학살자에게 이런 스킬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이건 붉은학살자가 그 관문을 돌파하는 데 필요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붉은학살자가 ‘그런’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관문이 나온 것이다.
그게 유저의 스킬을 시험하는 각성 퀘스트 관문의 방식!
크와아아아!
“놈들은 우리가 상대한다!”
“그래, 너는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천막이나 꿰매!”
아크와 레피드의 고함에 붉은학살자는 천막 위를 돌아다니며 바느질! 바느질! 바느질! 덕분에 일단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할 수 있었지만.
“이건 또 뭐냐…….”
그 뒤에는 더 황당한 관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크가 망했다고 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잡다한 스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채로운 관문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예지 능력이 없는 한 그만큼 시행착오를 거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진화의 신전은 잡 스킬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붉은학살자를 집중 공략!
-YOU DIE!
아크 일행을 끊임없이 사지로 몰아넣었다.
이거다, 아크 일행이 16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초입에서 끊임없이 생사를 오가고 있는 이유가.
“그런 주제에 네가 나나 레피드 탓을 할 자격이 있냐!”
-젠장, 스킬이 많은 것도 죄냐? 나도 좋아서 배운 게 아니라고! 먹고살기 위해 배운 거야! 이 스킬들은 살기 위해 노력한 증거라고! 비난받을 이유가 없어!
“이 자식이 그래도…….”
-컥! 컥! 숨 막혀! 죽일 작정이냐?
“거짓말하지 마! 네 스킬 중에 꾀병 있는 거 다 알아!”
-아니야! 정말 죽을 것 같다고!
멱살을 잡힌 붉은학살자가 거품까지 물며 소리쳤다.
뭐 꾀병이든 아니든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꾹꾹 졸라 저세상으로 보내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만해라. 너희 두 놈을 다 쏴 버리고 싶어지니까.”
이런 레피드의 협박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분명 붉은학살자 때문에 ‘진화의 관’ 공략이 수십 배나 힘들어졌지만 그런 놈이라도!
“너, 퀘스트 끝내고 보자!”
-훗, 그런 말을 해도 될까? 이 몸의 바느질 솜씨가 없으면 첫 번째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없으면 관문을 공략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진화의 신전도 전사의 신전처럼 시간제한이 있었다.
-<인스턴스 던전 : 진화의 신전>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앞으로 8시간 후까지 출구를 찾아 나가지 못하면 던전이 닫히고 강제로 퇴장 당합니다.
《남은 시간 : 7시간 59분…….》
※<인스턴스 던전 : 전화의 신전>은 퇴장하면 다시 도전할 수 없습니다.
방금 전에 다시 입구로 돌아왔을 때 떠오른 정보창이다.
놈의 목이나 조르고 있을 시간도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가자!”
그리하여 다시 GO! GO! GO!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이런 놈, 저런 놈과 함께 다시 던전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시작한 이후 가장 짜증 나는 던전 공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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