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5)
아크 더 레전드-815화(815/875)
[815] SPACE 6. 트라이얼-Ⅱ (1)“이제 얼마 안 남았어! 서둘러!”
-젠장, 알고 있다고! 정신 사납게 일일이 떠들지 마!
“아크, 반대쪽이다!”
“마이트! 격돌!”
퍼펑-!
아크가 몸을 돌리고 뛰어가 막 바위를 들어 올리는 티탄을 들이받았다.
순간 충격파가 일어나며 아크의 두 배가 넘는 티탄이 수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러나 몬스터는 티탄만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패독! 벽, 심지어 천장에 붙은 상태로 거미줄을 뿜어 대는 동굴 거미!
아크는 몰려드는 몬스터를 막아 내느라 발이 바닥에 붙어 있을 시간도 없었다. 레피드 역시 쉬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붉은학살자는.
슥삭슥삭! 슥삭슥삭!
삽질, 아니 톱질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게 이번 관문의 열쇠였기 때문이다.
쿠쿠쿠쿠! 쿠쿠쿠쿠!
지금 아크 일행의 앞에서는 이 관문의 출구가 열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번 관문은 출구가 열릴 때까지 끊임없이 몰려나오는 몬스터를 막아 내는 것!
여기까지만 보면 간단한 관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출구가 올라가는 것보다 빠르게 내려오고 있는 천장이었다.
‘그냥 몬스터만 막다가는…….’
짜부!
얄짤 없이 떡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관문을 통과할 방법은 있었다.
그리고 아크 일행은 관문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나무다! 저걸 이용해야 하는 거야!”
관문에는 꽤 많은 통나무들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뻔하다. 통나무를 버팀목으로 이용해 천장을 막으라는 뜻!
문제는 준비된 통나무의 길이가 수십 미터나 된다는 점이었다. 반면 천장의 높이는 불과 10여 미터.
결국 천장에 떨어지기 전에 통나무를 버팀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로 잘라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크 일행 중에서 그게 가능한 사람은 1명!
-우오오오!
슥삭슥삭! 슥삭슥삭!
‘벌목’ 스킬을 가지고 있는 붉은학살자밖에 없었다.
아니, 이번만이 아니었다. 물론 모든 관문에서 몬스터가 나왔지만, 되레 몬스터는 덤.
바닥이 찢어지는 천으로 되어 있던 첫 번째 관문을 시작으로 출구를 여는 열쇠를 날름 집어삼킨 물고기를 낚아야 하는 관문 등, 이곳까지 오는 사이에 반 이상이 붉은학살자의 잡 스킬이 필요한 관문이었다.
-다 꿰맸다!
-붉은학살자의 스킬 ‘바느질’(직업 공통☆☆)의 등급이 Lv.2로 상승했습니다!
-낚았다!
-붉은학살자의 스킬 ‘낚시’(직업 공통☆☆)의 등급이 Lv.2로 상승했습니다!
덕분에 붉은학살자는 실력은 일취월장!
‘진화의 신전이라더니…….’
이쯤 되면 ‘붉은학살자의 진화의 관’이라고 불러야 될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아크와 레피드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붉은학살자의 실력이 느는 만큼, 관문을 통과하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말이니까.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간이었다.
운 좋게 다음 관문에 필요한 스킬을 딱 골라낸다면 죽을 일은 줄어들겠지. 그리고 1차 퀘스트를 거치며 비교적 단순해진 아크와 레피드는 그럴 확률이 높지만, 붉은학살자는 잡 스킬을 30개나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번번이 스킬 선택을 잘못해 DIE! DIE! DIE!
그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 시간이 여유 있을 리가 없었다. 덕분에 아크 일행은 그레이스톤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30시간이 넘도록 쉬지 못하고 강행군 중이었다.
당연히 피곤하지만!
‘최악은 그런 개고생을 하고도 실패하는 것이다! 그런 일만은 안 돼! 이러고도 실패하면 하루가 아니라 사나흘은 아예 잠도 못 잘 거야!’
당장은 버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레피드, 엄호해 줘!”
“다중 사격!”
“지금이다! 슬레이어, 유성!”
아크와 레피드는 쉬지 않고 탄환과 검기를 퍼부었다.
상황만 생각하면 몬스터보다 더 죽이고 싶어지는 붉은학살자를 지키기 위해서!
뭐랄까, 솔직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 일이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붉은학살자도 나름 열심히 해 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됐어! 이 정도면!
죽어라 톱질을 한 끝에 통나무를 절단!
얼른 천장으로 세웠지만.
턱!
-……에?
“이 멍청한 자식이! 너무 길잖아! 넌 눈이 없어? 머리가 없냐? 천장이 계속 내려오고 있었잖아! 그럼 나무를 자를 때까지 내려온 천장 높이에 맞춰 잘라야 할 거 아니야!”
뒤에서 들려온 당혹성에 고개를 돌린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붉은학살자가 자른 통나무는 천장 높이에 비해 30센티미터 길었던 것이다. 당연히 버팀목으로 사용하기는 무리! 이에 아크 일행은 다시 죽을 위기에 처했지만!
붉은학살자는 잡 스킬 마스터!
그리고 ‘의외로’ 머리가 나쁜 유저도 아니었다.
-……이거다!
잠시 허둥대던 붉은학살자가 꺼내 든 것은 삽!
톱질에서 삽질로 전환한 붉은학살자는 맹렬한 속도로 땅을 파헤쳤다. 그리고 와중에도 시시각각 내려온 천장이 머리를 짓누르기 시작했을 때!
쿠쿠쿠쿠…… 쿵!
둔중한 울림과 함께 멈추는 천장!
붉은학살자가 삽질로 만든 구멍에 박아 넣은 통나무를 세워 천장을 막은 것이다.
-됐다! 됐어! 봤냐?
“젠장! 뭘 잘했다고 잘난 척이야? 허리를 숙이고 있는 거 안 보여? 드워프 같은 너와 달리 늘씬한 나는 불편하다고! 제대로 맞춰 잘랐으면 이런 꼴이 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붉은학살자가 히죽대며 소리쳤지만 천장의 높이는 150, 아크의 키는 180이었다. 아크는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자식은 왜 사사건건 시비야? 그게 내 잘못이냐? 쓸데없이 키를 크게 만든 네놈 탓이지! 그냥 반 토막으로 만들었으면 좋잖아!
그건 곤란하다.
큰 편이 장비발도 더 잘 받으니까!
그리고 천장이 낮아져서 곤란한 건 아크만이 아니었다.
아크의 두 배나 되는 티탄은 허리 높이까지 내려온 천장 탓에 아예 엎드린 자세로 기어 다녀야 하는 처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몬스터인 티탄이 그런 꼴이라 전투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지만.
“불평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때 레피드가 버팀목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콰직! 콰직!
굵은 통나무 주위로 번지는 균열!
버팀목이 천장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빌어먹을, 정말 끝까지…….”
“불평할 시간 없다고 했잖아! 전처럼 떡이 되고 싶지 않으면 뛰어!”
레피드가 사방으로 총격을 가하며 출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크 역시 수그린 자세로 검기를 날리며 돌진!
-이 자식들, 쓰고 버리는 거냐? 난 전투 스킬도 없다고!
그 뒤로 붉은학살자가 꽥꽥 소리치며 따라왔다.
그리고 도중에 멈춘 천장과 달리 꾸준히 위로 올라가는 문 앞에 가장 먼저 도착한 레피드가 슬라이딩으로 탈출!
치익! 치익! 치익!
일행을 추격하던 동굴 거미가 일제히 거미줄을 뿜은 것은 그때였다.
거미줄이 뒤엉키면 출구로 나가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검기로 모든 거미줄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 그렇게 판단하는 순간!
“먼저 나가!”
아크가 레피드와 붉은학살자의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거미줄에 잡혔습니다!
《1분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거미줄이 뒤엉키며 떠오르는 메시지!
-헉! 아, 아크? 너…….
“버팀목이 부서진다! 됐으니까 그냥 먼저 나가라고!”
아크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돌아보는 붉은학살자를 향해 소리쳤다. 이에 머뭇거리던 붉은학살자는 아크가 거미줄을 막아 준 덕분에 레피드를 따라 출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대신 아크는 관문에 남겨졌지만.
‘모든 관문에서 동굴 거미가 나오기에 혹시나 했는데, 쓸데가 있었군.’
당연히 붉은학살자 대신 죽어 줄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몸으로 거미줄을 막은 것은, 벗어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리드! 탈각!”
바로 이 스킬이 있으니까!
-워리어 컴뱃 폼 Lv.2 : ☆솔리드-탈각脫殼-
방어를 상징하는 워리어의 별자리 솔리드에 속해 있는 스킬입니다. 탈각은 회피와 방어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스킬로, 시전과 동시에 외부에 딱딱한 갑질甲質을 생성합니다. 그리고 시전자는 갑질을 벗고 나와 직전에 가해진 공격이나 각종 상태 이상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남겨진 갑질은 그대로 유지되어 파괴될 때까지 일종의 방벽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Lv.2부터는 탈피 시 이동거리가 증가하고 남겨진 갑질의 내구도가 20%만큼 상승합니다.
※포스 소모 : 300 대기 시간 : 5분
솔리드의 마지막 스킬 ‘탈각’!
순간 거미줄에 휘감긴 아크의 몸이 쩍 갈라지더니 머리 위로 또 다른 아크가 솟아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좁아지는 문밖으로 탈출!
콰쾅-!
문 너머에서 천장이 바닥과 충돌한 것은 그 직후였다.
-곤충이냐?
이에 붉은학살자가 황당한 얼굴로 아크를 돌아보았지만.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앞서 나온 레피드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쉴 시간을 주지는 않을 테니 모두 준비해라.”
레피드가 권총을 고쳐 쥐며 바라보고 있는 것은 맞은편의 인면암이었다.
물론 이건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면암은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있었고, 도전자는 이를 통해 봉인된 스킬 가운데 하나를 더 선택해서 다음 관문에 도전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장 저편에 자리 잡고 있는 인면암은 지금까지 보아 온 것보다 몇 배는 컸다.
이전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그건…….
“드디어 끝인가?”
여기가 최종 목적지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우우우웅! 콰콰콰콰!
그때 갑자기 인면암이 푸른빛을 뿜어내더니 투명한 크리스털 같은 물질에 휩싸였다.
그러나 아크 일행은 놀라지 않았다. 대신 팽팽한 긴장감이 어린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Special 등급의 몬스터 ‘트라이얼-Ⅱ’가 등장했습니다!
5미터 크기의 금속 거인과 함께 떠오르는 메시지!
“……뭐 그렇겠지.”
이게 ‘진화의 관’의 최종 관문! 보스전이었다.
그러나 아크 일행의 얼굴은 되레 이전보다 밝아졌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런데 또 잡 스킬이 필요한 관문이 나와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대략 난감. 퀘스트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물론 상대는 이 던전의 보스.
이전에 전사의 신전에서 상당히 고전했던 ‘트라이얼’보다 강한, 대놓고 ‘Ⅱ’라는 마크가 붙어 있는 놈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차라리 이게 편하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블레이드를 치켜세웠다.
이번에는 붉은학살자의 잡 스킬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 그냥 싸워서 박살 내면 되는 것이다. 아크에게는 그게 백 배는 더 편한 일!
“기다릴 필요는 없겠지.”
레피드가 탄창을 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탄창이 닫히는 순간, 미끄러지듯이 지면을 이동하며 돌진했다.
“슬라이드! 연사!”
탕-! 탕-! 탕-!
그 손에서 팽이처럼 회전하며 불을 뿜는 권총!
그러나 트라이얼은 보스, 당연히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파티를 상대하기 위해 제작된 시험관과 같은 보스라 그런지 이전의 트라이얼과 달리 팔이 4개나 달려 있었고, 그중 3개에 각각 검과 방패, 경기관총이 쥐여 있었다.
그중 방패로 쏟아지는 탄환을 방어했지만…….
“마이트, 폭격!”
그 위에서 폭발하는 아크의 검격!
방어를 무시하는 ‘폭격’에 트라이얼이 휘청거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레피드가 다시 ‘슬라이드’로 지면을 이동하며 총격을 퍼부었다.
트라이얼의 몸에서 튀어 오르는 불꽃!
“시작이 좋군.”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방심하다가 죽어서 발목 잡는 짓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런 말은 나보다…….”
아크가 단숨에 탄창을 비우고 재장전 하는 레피드를 돌아보며 대답했을 때였다. 트라이얼이 방패 위로 기관총을 거치시키며 탄환을 퍼부었다.
“어둠의 질주! 잔영!”
그러나 아크는 레피드의 말처럼 방심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바로 ‘잔영’을 발동시키며 빗발치는 탄환을 회피했다. 그때 반대쪽에서 트라이얼을 향해 이동하는 붉은 검광!
“……저 녀석에게나 하라고.”
아크가 혀를 차며 붉은 검광, 붉은학살자를 돌아보았다.
붉은학살자는 강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아크보다 강했고―그래도 아크가 이겼지만!―, 레벨이 비슷해진―붉은학살자가 꽤 오래 유배 생활을 한 탓에 지금은 아크가 더 높다!― 지금도 아크가 더 강하다고 단언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유저다. 그러나!
카칵! 챙! 카카카칵! 텅-!
-큭! 빌어먹을!
몇 번의 검격이 교차하자 붉은학살자가 신음을 흘리며 물러났다.
트라이얼의 검술이 예상보다 뛰어나기도 했지만.
“멍청아, 전투 스킬도 없는 주제에 어딜 나서고 그래? 넌 방금 전의 관문을 마지막으로 용도 폐기야. 이제 쓸모없는 놈이라고.”
덕지덕지 붙은 잡 스킬 탓에 관문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된 붉은학살자는 지금 ‘바느질’이나 ‘낚시’ 같은, 전투에는 눈곱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 스킬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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