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6)
아크 더 레전드-816화(816/875)
[816] SPACE 6. 트라이얼-Ⅱ (2)-그렇다고 구경만 하냐?
“그편이 더 도움이 되지 않겠냐?”
……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붉은학살자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썩어도 붉은학살자(?)! 일단 검술 실력이 꽤 되어 와중에도 트라이얼과 대등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에 아크가 가세하자…….
카칵! 펑! 퍼펑!
트라이얼의 몸 위에서 연이어 폭발하는 검광!
그리고 놈이 검과 방패로 아크와 붉은학살자를 상대하는 사이, 레피드는 사방으로 빗발치는 기관총의 난사를 ‘슬라이드’로 피하며 요소요소에 탄환을 박아 넣었다.
아크의 말대로 확실히 좋은 시작이었지만.
‘……뭔가 이상하다.’
화르르르!
아크가 눈매를 좁히며 트라이얼을 살필 때였다.
비어 있는 손에서 갑자기 치솟는 화염!
“뭐? 아, 아니, 피해라!”
화들짝 놀란 아크가 우측으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붉은학살자가 왼쪽으로 몸을 날리는 순간!
퍼펑! 콰콰콰콰!
그들이 있는 자리가 폭발하며 불기둥이 치솟아 올라왔다.
“젠장, 한 손이 비어 있던 이유가…….”
마법이다.
트라이얼-Ⅱ는 검과 방패, 기관총, 거기에 마법까지 사용하는 보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그 손에서 사방으로 스파크를 일으키는 뇌전이 뻗어 나왔다. 한 가지 속성 마법만 사용하는 게 아닌 것이다.
파직! 파직!
-데미지 268!
“이런 젠장!”
게다가 데미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
그와 함께 전투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마법이 하나 추가된 것만으로도 근접전을 하는 아크와 붉은학살자는 물론, 레피드도 움직임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트라이얼-Ⅱ 생명력 : 100% 마나 : 88%
아크가 이상하다고 한 이유는 이것!
아크는 물론 레피드도 몇 번이나 공격을 적중시켰음에도 트라이얼의 생명력이 0.1%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와라, 샤이어! 룬 문자 하자스카!”
이에 아크가 뒤로 물러나며 룬 문자 각인술을 펼쳤을 때였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트라이얼의 몸 위로 떠오르는 무수한 붉은 점!
‘……역시 이런 거겠지.’
“붉은학살자, 레피드, 놈은 약점을 공략해야 하는 놈이다! 다른 곳은 공격해 봐야 소용없어! 하나에 타깃을 찍을 테니 그곳을 집중 공격해라! 아니, 붉은학살자, 너는 무리하지 말고 그냥 놈을 견제하는 데 집중해! 데미지는 나와 레피드가 맡겠다!”
아크는 둘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레피드와 붉은학살자도 나름 베테랑!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 움직였다. 그 뒤로 아크와 레피드가 연이어 날아드는 검과 탄환, 마법을 피하며 타깃을 찍어 놓은 어깨 부위를 공격하는 사이!
쿵! 덜컥!
갑자기 트라이얼이 휘청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 아래에 파여 있는 구멍!
-아핫! 걸렸다!
히죽대는 붉은학살자가 ‘삽질’로 만들어 놓은 구멍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붉은학살자! 전투 스킬이 없어도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녀석이기는 했다.
그리고 그때!
“지금이다, 레피드! 마이트! 폭격! 폭격!”
“속사!”
지체 없이 타깃에 집중되는 검광과 탄환!
순간 무수한 폭광에 휩싸이던 트라이얼의 어깨가 폭발을 일으키며 팔이 떨어져 나왔다. 이에 아크와 레피드, 붉은학살자의 얼굴에 희색이 번졌지만 그것도 잠시! 떨어진 팔이 마치 자석처럼 다시 어깨에 붙는 것이 아닌가?
“이, 이게 무슨?”
-아크! 이 멍청아! 앞! 앞!
“헉! 퀴크니스, 쾌속!”
퍼펑-!
그때 트라이얼의 손위에서 뿜어져 올라온 화염이 날아와 폭발했다. 붉은학살자의 경고에 바로 ‘쾌속’을 발동시키며 물러났음에도 생명력이 단숨에 5% 가까이 날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데미지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뭐야, 이건?”
레피드가 트라이얼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트라이얼-Ⅱ 생명력 : 100% 마나 : 75%
다시 붙어 본래대로 돌아간 팔처럼 트라이얼의 생명력도 변화가 없는 것이다.
“붉은 점을 공격해도 소용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야.”
레피드의 말에 아크가 고개를 저었다.
“잠깐이었지만 놈의 팔이 떨어졌어. 그건 일단 공격이 먹히기는 한다는 말이야.”
“하지만 정작 생명력은 줄어들지 않잖아.”
“그래도 저기가 약점인 건 분명해.”
콰쾅! 투투투투! 퍼펑!
아크가 쉬지 않고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며 대답했다.
어차피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면 굳이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먼저 데미지를 입힐 방법을 알아내지 못하면 아무리 공격을 적중시켜도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아크는 붉은 점이 놈의 약점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한 치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하자스카’를 사용하지 않으면 볼 수도 없는 붉은 점, 그런 것이 그저 장식일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게 뭐지? 젠장,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혹시 통하는 공격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공격 방법에…….’
이에 40시간에 달하는 강행군 탓에 굳어 버린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며 답을 찾을 때였다.
‘가만? 혹시…… 아니, 그것밖에 없다!’
떠올랐다! 방법이!
“시도해 볼 방법이 있어! 레피드, 붉은학살자, 잠시 놈의 주위를 끌어 줘!”
퍼뜩 고개를 들어 올린 아크가 둘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당연히 레피드와 붉은학살자는 아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지만!
-좋아, 뭔지는 모르지만 해 봐라!
“슬라이드! 연환사격!”
바로 방향을 바꿔 트라이얼을 향해 돌진했다.
한때 아크의 숙적이었던 붉은학살자와 레피드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크는, 위기에 몰렸을 때야말로 제 실력을 발휘하는 유저라는 것을!
그리고 붉은학살자와 레피드의 생각대로!
‘트라이얼은 다른 보스 몬스터와 달라. 놈은 일종의 시험관! 4대 천족의 예지자들이 관문에 도전하는 유저를 시험할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거야. 그리고 우리는 이미 1차 퀘스트를 끝낸 유저! 그래, 그래서였던 거야. 유일하게 그 스킬만 봉인되지 않은 이유가! 답은 이미 진화의 신전에 들어올 때 나와 있었던 거야.’
-신비한 힘에 의해 모든 스킬이 봉인되었습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킬로 적용되는 보너스도 모두 소멸합니다. 단, 각성 스킬은 봉인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봉인되지 않은 각성 스킬!
그리고 아크의 각성 스킬은…….
“각성 스킬, 귀영!”
순간 수십 개로 분열되는 아크의 몸! 그러나 그건 ‘잔영’이나 ‘분열’로 만들어지는 분신이 아니었다.
그 하나하나가 실체! 때문에 적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십 번의 공격을 할 수 있다! 그게 놈의 공략법!’
확 퍼져 나갔던 수십 명의 아크가 다시 모여들자 트라이얼의 몸에서 수십 개의 폭광이 터져 나왔다.
모두 붉은 점이 위치한 곳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콰콰콰! 콰콰콰콰!
폭음과 함께 트라이얼이 문자 그대로 박살이 났다.
방금 전에 떨어져 나갔던 팔처럼, 몸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사방으로 흩어지던 파편이 움찔하며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저렇게 박살 내도 소용없는 건가?
붉은학살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아크도 당황했지만.
‘……아니다!’
고개를 돌리던 아크의 미간이 좁아졌다.
조각난 트라이얼의 몸이 다시 모여드는 곳에 떠 있는 작은 구체! 아크는 그 구체를 보는 순간 직감했다.
그 구체야말로 트라이얼의 핵!
“레피드!”
“알고 있어! 속사!”
아크의 고함에 레피드가 바로 핵을 향해 탄환을 퍼부었다.
효과가 있었다. 지금까지 줄어드는 기미도 보이지 않던 트라이얼의 생명력이 한 방에 3%나 빠져나가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텅! 텅! 텅! 텅!
순식간에 핵을 덮으며 본래 형태로 돌아오는 트라이얼!
“아크, 피해라!”
“이, 이런, 솔리드! 탈각!”
바로 몸을 회전시키는 트라이얼의 검이 아크의 몸을 반으로 가르며 지나갔다.
그러나 찢어진 채 사라지는 아크는 껍데기(?).
바로 ‘탈각’을 사용한 아크의 본체는 이미 수 미터나 물러나 있었다. 덕분에 데미지는 입지 않았지만.
“……망했다!”
아크의 얼굴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대응이 좀 늦기는 했지만 그래 봐야 불과 1초 남짓이다. 그사이에 ‘속사’로 기관총과 같은 속도로 연사 했는데도 핵에 맞은 것은 불과 1발.
트라이얼의 몸이 그 정도로 빨리 복원된다면 바로 반응해도 한 번에 2~3발이 한계였다.
물론 그래도 일단 데미지를 입히는 방법은 알아냈다.
그러니 같은 방법으로 꾸준히 공격하면 언젠가 놈을 쓰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당연히! 각성 스킬도 펑펑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포스도 포스지만 각성 스킬은 필살기! 대기 시간이 1시간이나 되는 기술인 것이다.
‘귀영은 발동 직후에 잠시 경직 시간이 있어서 나는 바로 핵을 공격할 수 없다. 결국 공격은 레피드와 붉은학살자가 맡아 줘야 해.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공격해도 그사이에 레피드가 입힐 수 있는 데미지는 최대 6~9%, 붉은학살자는 공격력으로 따지면 레피드보다 높지만 전투 스킬이 없으니 그 역시 그 정도가 한계다.’
결국 한 번에 12~18%!
다시 말해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귀영’을 최소 여섯 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진화의 신전에 들어온 지 20시간이 지났다. 남은 시간은 채 3시간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귀영’이 6번이면 대기 시간만 6시간.
“무리잖아!”
순식간에 계산을 끝낸 아크가 버럭 소리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아크 일행이 이곳까지 오는 데 20시간이 넘게 걸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너 때문이야!”
-빌어먹을! 또 나냐?
아크가 와락 고개를 돌리자 붉은학살자가 울컥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뭘 잘했다고 되레 큰소리야? 그리고 아크, 너도 그만둬!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져 봐야 소용없잖아. 그런 건 일단 저놈부터 쓰러뜨리고 따지자고!”
위이이잉! 콰쾅!
“그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거잖아!”
“아직 속단할 수는 없어. 생각해 봐. 네가 찾은 방법이 정답이라고 해도 6시간이야. 아무리 보스전이라도 6시간이나 싸워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돼?”
투투투투! 투투투투! 퍼펑!
-말이 안 되지!
“그래, 그러니 분명 뭔가 다른 게 있을 거야.”
아크와 레피드, 붉은학살자가 쉬지 않고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며 떠들었다. 그리고 확실히!
‘그래, 레피드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일단 ‘귀영’으로 놈의 약점을 동시에 공격해 핵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한 번에 12~18%의 데미지밖에 입힐 수 없다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다.
다른 걸 떠나서 이곳은 게임 속, 실제로 아크가 트라이얼의 검과 탄환, 마법까지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다 해도 캐릭터의 회피력이 1,000쯤 되지 않는 한 데미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본래 레벨과 장비품, 그리고 스킬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어찌어찌 버틸 수 있겠지만 레벨은 200으로 다운되어 있고, 입구에서 받은 기본 장비품에 스킬도 관문을 지나며 되찾은 9개밖에 없어.’
그런 상황에서 6시간이나 버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아크도 절망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었던 것이지만.
‘달리 말하면 레피드의 말처럼 다른 방법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기도 해. 일단 귀영은 놈에게 데미지를 입히기 위해 꼭 필요하니 빼 놓을 수 없고 문제는 그다음인데…… 그 짧은 시간에 놈을 쓰러뜨릴 만한 데미지를 입힐 방법이…….’
“……!”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의 머릿속에 불쑥 ‘!’가 떠올랐다.
“있어! 방법이!”
동시에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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