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8)
아크 더 레전드-818화(818/875)
[818] SPACE 7. 복수를 위하여 (2)어두운 공간.
“우리를 모은 사람이 그대인가?”
상당한 수준의 장비품을 갖춰 입은 전사가 입을 열었다.
그 주위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그와 같은 전사는 아니었다.
귀족처럼 화려한 복장을 입은 사람, 상인처럼 보이는 사람, 심지어 거리의 부랑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 종족과 신분, 뭐 하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기억에 있는 얼굴이군.”
“분명 전에 대공의 명령을 전해 준 적이 있었지.”
“하지만…….”
“우리는 각 지역의 지부장이다. 그리고 조직에서 우리를 한자리에 모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하나, 대공뿐이다. 나는 당연히 대공의 호출이라고 생각하고 참석했는데?”
“대공은 어디 계시지?”
바로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그 조직의 이름은 ‘생명의 나무’. 외부에는 그저 테러리스트의 조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은하 3국은 물론 개척지까지, 은하계 전역에 퍼져 있는 방대한 조직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 ‘생명의 나무’의 각 지부장. 압도적인 힘의 상징으로 ‘생명의 나무’를 지배해 온 대공의 직속 부하들이었다.
때문에 얼마 전, 대공의 표식을 받고 모였지만 이곳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의문을 제기하자 그가 입을 열었다.
“대공께서는 돌아가셨다.”
“……뭐?”
“너희들도 대강은 전해 들었을 것이다. 너브 전쟁에서 신의 군대가 은하 3국의 연합군에 패배했다는 소식을. 대공께서는 그 전쟁의 마지막 전투에서 죽음을 맞이하셨다.”
마치 서류를 읽어 내려가는 듯한 목소리.
너무나 평이한 목소리에 방안에 모인 지부장들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제대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믿을 수 없다!”
“그래, 대공께서 돌아가시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그분은 신이다! 신이 죽는다니?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지 않은가?”
지부장들이 와글거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사내는 여전히 평이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가 직접 목격했지.”
“그, 그런…….”
“그렇다면 더 이해가 되지 않는군.”
그때 처음 말을 꺼냈던 전사 복장의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말했듯이 우리 지부장을 한자리에 호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분은 오직 대공뿐이다. 아니, 우리 조직은 대공 그 자체. 그대 말대로 정말 대공께서 돌아갔다면 사실상 이 조직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왜 우리를 호출한 것인가?”
“대공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사내가 슬쩍 지부장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대공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게 맡기셨다. 대공께서 이루고자 하던 목표, 그리고…… 생명의 나무까지.”
“대공께서?”
전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이군. 그대가 대공의 대행자였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대행자의 명령에 따라야 하지만, 그건 그대의 말이 대공의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그 말대로다. 그리고 변한 것은 없다. 나는 대행자로서 대공의 뜻을 이어받았고 너희들은 이전처럼 내 말을 따르면 된다.”
“그걸 믿을 수 없다는 말이다. 대공께서 돌아가셨다는 것도 믿기 힘든데, 불쑥 나타나 전권을 이어받았다고 하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따르지 않겠다는 말인가?”
“증거를 댈 수 있다면 또 모르지.”
“증거라…….”
사내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순간, 갑자기 사내가 번뜩이는 속도로 몸을 날리며 전사를 향해 다가갔다. 동시에 섬광처럼 뻗어 나오는 푸른 검광!
“헉! 무, 무슨?”
이에 전사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뒤로 물러나며 검을 뽑아 들었다.
“네놈! 이게 뭐 하는…….”
그리고 분노가 끓어오르는 눈으로 사내를 돌아보다가 흠칫 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황급히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파지지지! 퍼펑-!
폭음이 울리며 전사는 그 자세 그대로 튕겨져 날아가 반대편 벽에 처박혔다.
이에 지부장들이 일제히 경악의 눈빛으로 사내를 돌아보았다. 사내가 갑자기 전사를 공격해서도, 일각에서는 ‘영웅’으로 불리는 전사가 너무 쉽게 제압당해서도 아니었다.
아니, 그런 것도 놀랄 만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전사에게 일격을 먹인, 지금 사내의 몸에서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는 힘!
파직! 파직! 파지지지!
마치 촉수와 같은 검은 스파크였다.
“이, 이 힘은……?”
지부장들은 알고 있었다. 그 힘이 누구의 것인지. 바로 그들의 주인이자 신!
“대, 대공이다! 대공의 힘이다!”
“복, 속, 하, 라!”
사내의 목소리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이에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지부장들이 하나둘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 힘을 직접 본 이상 그가 대공의 의지를 물려받았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벽에 처박혔던 전사도 신음을 흘리며 사내 앞에 부복했다.
“따르겠습니다!”
“이제 우리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그리고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목소리!
“자, 하나는 해결됐군요.”
그제야 줄기줄기 뿜어내던 검은 스파크를 갈무리한 사내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뒤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척안의 사내가 복잡한 표정으로 물었다.
“결국 ‘그렇게’ 하기로 결정한 겁니까?”
“글쎄요? 아직 확실히 결정했다고 하기는 뭐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 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복수는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만?”
“복수…….”
“포기하고 싶습니까?”
“…….”
이어지는 질문에 척안의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역시, 이대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아니,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 몇 번을 실패해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생각하는 복수와, 자신이 생각하는 복수가 정말 같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당신이 복수하고 싶어 하는 상대가 너브에서 우리를 패배시킨 유저입니까? 아니면…….’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척안의 남자는 바로 호크.
그리고 그 앞에서 몸을 돌리는 붉은 눈동자의 사내는 펜릴이었다.
“자, 가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 * *
‘……뭐냐?’
아크가 한숨을 불었다.
각성 퀘스트의 보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아니, 보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당초 아크는 이 퀘스트로 또 다른 각성 스킬이나, 혹은 기존의 스킬이 강화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실제로 각성 스킬이 강화되었지만, 그 외에도 ‘빛의 수호자’라는 특성과 함께 기대도 않던 각종 보너스를 받을 수 있었다.
당연히 그것도 좋지만 지금은!
“이제야 끝났다!”
보상보다 그게 더 반가웠다.
지금까지 장장 40여 시간, 잠시도 쉬지 못하고 뛰어다녀야 했던 퀘스트가 끝난 것이다.
-푸하! 이제 몰라. 난 나가자마자 접속 종료다. 잘 거다. 누가 뭐래도 한 20시간은 시체처럼 잠만 잘 거다. 그러니까 니들도 연락하지 마.
“걱정 마라. 연락할 일은 없을 테니. 그냥 푹 잠들어서 깨어나지 마.”
-어이, 그건 아니지. 뭐 지금 같아서는 정말 그러고 싶지만…….
“말해 두지만 만의 하나라도 깨어나더라도 연락하지 마. 당분간 너희들의 얼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에 해맑게(?) 담소를 나누며 진화의 신전을 나왔을 때였다.
파지지지! 퍼펑-!
갑자기 아크 일행을 덮치는 뇌전!
문자 그대로 날벼락이었다. 아크가 한숨을 불어 내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날벼락이 아닌, 다짜고짜 날벼락을 날린 놈들 때문이었다.
“네놈들!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
지금 아크 일행 앞에서 이딴 소리를 해 대는 유저들.
바로 진화의 신전에 들어가기 전에 살포시 밟아 준 에이드, 베스카 일당이었다. 그런데 지치지도 않고 다시 면상을 들이대며 이딴 소리를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아크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야, 저 자식들 죽었잖아?
“그러게. 레벨 200이 넘으면 다시 부활하기까지 하루는 걸릴 텐데 말이야. 그럼 우리가 진화의 신전에 들어간 지 벌써 24시간이 지났다는 말인가?”
“정확히 22시간이다.”
아크의 말에 레피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 레벨이 되고도 아직 모르는 거냐? 부활까지 꼭 24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야. 죽을 때 고속 집속기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부활 대기 시간을 반으로 줄일 수 있어. 뭐 부활 비용이 두 배나 들어가지만. 집속기 가격도 만만치 않고.”
……해 본 거냐?
역시 부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크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한 게 바로 그거다.
놈들이 예상보다 빨리 부활한 이유는 이해했다. 그러나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면서 다시 아크 일행 앞에 나타났는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이, 네 생각은 어떠냐?”
갸웃거리던 아크가 붉은학살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너 피곤하지? 나도 되게 피곤해. 그러니까 지금 저놈들과 다시 붙으면 질까?”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데?
아크도 같은 생각이었다.
진화의 신전으로 들어가기 전에 붙었을 때도 일방적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진화의 신전을 깨고 한층 더 강해진 상태다. 아무리 피곤하다 한들, 아니 설사 졸면서 싸워도 저런 놈들에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저놈들도 딴에는 고렙이니 그런 실력 차이를 모르지는 않을 터! 대체 무슨 배짱으로 다시 나타난 것도 모자로 선빵까지 날린단 말인가? 그것도 돈까지 들여 가며!
“됐어. 귀찮으니 얼른 처리하고 자자.”
이에 레피드가 하품을 하며 권총을 움켜쥐었을 때였다.
“훗, 잘난 척하는 것도 지금뿐이다. 그래, 인정하지. 네놈들은 우리보다 강하다. 하지만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
“아니, 먼저 건드린 건 너희잖아? 우리는 약한 놈 괴롭히는 취미는 없다고.”
“닥쳐! 누가 약하다는 거냐?”
“뭐야? 네가 말했잖아. 방금 전에 우리가 너희보다 강하다며?”
“이 자식이 꼬박꼬박…….”
“아, 미안.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은데 마음에 들지 않는 놈이 떠들면 조건반사적으로 딴지를 걸어 버리는 성격이라서. 계속해. 그래서, 이제 죽여도 되냐?”
이런 와중에도 베스카의 혈압을 올리는 아크!
베스카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그것도 잠시.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모양이군. 모르겠나? 그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다르기는 하군.”
아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베스카 일당은 아크 일행에게 당할 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4명이었지만 지금은 1명이 더 있는 것이다. 아크가 놈들을 처음 봤을 때 용암으로 투신했던 놈이었다.
이로서 4 대 3이었던 것이 5 대 3으로 바뀌었지만.
-아, 몰라. 그냥 빨리 처리하자고. 아, 대신 이번에 전리품이 나오면 올주―직업에 상관없이 모든 전리품을 주사위로 배분하는 방식―로 하는 거다?
붉은학살자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크크크, 할 수 있을 때 멋대로 떠들어라. 그 면상이 곧 파랗게 질리게 될 테니까. 내가 이전처럼 먼저 공격한 이유는 네놈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다, 그분이 오실 때까지.”
“에? 그분?”
“그래, 지금 도착했다!”
님프를 힐끔거리던 베스카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때! 용암 지대로 연결되어 있는 4개의 통로에서 갑자기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대열을 갖추며 아크 일행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병사들! 각 통로마다 10여 명, 50여 명의 병사가 아크 일행을 포위한 것이다.
“이, 이런…….”
이쯤 되면 아크 일행도 당황할 수밖에 없지만.
“말했지?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고. 우리는 여기 널린 다른 놈들과는 달라.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말이지. 형님, 저 녀석들입니다!”
베스카가 고함을 질러 대자 통로를 봉쇄한 병사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리고 아크와 붉은학살자, 레피드가 그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이분이 누구신지 아나? 바로 얼마 전까지 너브 전쟁에서 활약하신 세븐 소드 중 한 분이다! 들어는 봤냐? 세븐 소드! 최강의 유저! 크하하하! 그래, 너희들도 들어는 본 모양이군. 하나같이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야.”
확실히, 아크 일행은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세븐 소드, 물론 알고 있었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크 일행은 모두 얼마 전까지 너브에서 그들과 함께 신의 군대와 싸우고 있었다.
되레 모르는 건 베스카였다.
분명 베스카가 소개(?)해 준 사람은 세븐 소드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얼마 전에 이얀과 펜릴이 TOP 7에 들어오는 바람에 끄트머리에 붙어 있던 그는 튕겨져 나간 것이다.
그 불운한 유저의 이름은 바로!
-저놈들이냐?
거만한 눈으로 아크 일행을 바라보는 라마는 발데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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