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19)
아크 더 레전드-819화(819/875)
[819] SPACE 7. 복수를 위하여 (3)-하아, 저 자식…….
“네! 저놈들입니다! 비열하게 우리를 미행해 퀘스트 정보를 훔친 것도 모자라 죽이고! 뺏고! 비웃은 놈들이 바로 저 개자식들입니다, 형님!”
-용서 못 할 놈들이군.
발데라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아우뻘 되는 베스카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배짱도 좋은 놈들이군. 하긴 뭐 알고서 한 짓은 아니겠지. 그러니 기회를 주마. 먼저 베스카 일행에게서 빼앗은 장비품을 모두 토해 놓고 무릎 꿇고 빌어라. 아니, 이 녀석들은 이미 죽기까지 했으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두당 200골드다. 순순히 내놓으면 한 번은 용서해 주지. 하지만 겁도 없이 덤빈다면 나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말해 두지만 이 한 번으로 끝날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라. 세븐 소드인 이 몸에게 도전한 이상 은하계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도록 만들어 주마.
발데라스는 아크 일행을 알아보지 못했다.
레피드는 애초에 본 적도 없었고, 아크는 하이드 헬멧을 쓰고 있었으며, 붉은학살자는 지금 스머프니까!
“그런데 저 녀석, 정말 그렇게 세냐?”
-뭐 집요하기는 하지만…….
아크의 말에 붉은학살자가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어쩌지? 200골드씩 줄까?”
-진심이냐?
“그야 물론 아니지.”
-동감이다. 아니, 발데라스는 그렇다 치고, 피곤해 죽겠다는데 다짜고짜 벼락을 날린 놈들은 용서가 되지 않는군. 그럼 뭐,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지.
붉은학살자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각성 스킬, 나락!
그리고 다짜고짜 각성 스킬!
순간 붉은 섬광이 일어나며 베스카 일당의 발아래가 시커멓게 물들었다. 그리고 그 위로 솟아오르는 흉측한 몰골의 손! 손! 손! 손!
“헉! 뭐, 뭐야? 저, 저놈들!”
설마 이런 상황에서 공격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베스카 일당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미 놈들은 붉은학살자가 만들어 낸 ‘나락’에 떨어졌다.
지옥의 밑바닥에서 불러낸 무수한 망자의 손에 잡혀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리고 그 손은 그 자체가 데미지!
뿐만 아니라 진화의 신전에서 Lv.2로 강화된 ‘나락’의 데미지는 1.5배 이상! 망자의 손에 잡히고, 꼬집히고, 박박 긁히는 베스카 일당은 엄청난 속도로 생명력이 깎여 나갔다.
“각성 스킬, 백화일섬!”
그때 또다시 다짜고짜 발동되는 레피드의 각성 스킬!
순간 ‘나락’에서 허우적대는 베스카 일행의 머리 위로 무수한 섬광이 떠올랐다. 그리고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레이저! 레이저! 레이저! 레이저!
그러나 레피드의 각성 스킬도 Lv.2로 강화되었지만, ‘나락’처럼 데미지가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번쩍-! 퍼펑!
뒤이어 하나의 ‘흉탄’으로 화해 베스카를 관통하는 레피드! 그리고 이전에는 그게 끝이었지만.
퍼펑! 퍼펑! 퍼펑!
마치 전격 속성의 마법 라이트닝처럼 베스카의 몸을 관통한 레피드는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에이드, 그리고 나머지 3명의 유저를 모조리 관통하고 지나갔다.
“각성 스킬, 귀영!”
이에 비명―흉탄이니까!―을 터뜨리는 베스카 일당을 향해 날아가는 또 하나의 각성 스킬! 그리고 수십 명으로 분열된 아크가 놈들과 충돌하는 순간!
우오오오오!
갑자기 섬뜩한 괴성이 울리며 천장이 갈라졌다.
아니, 찢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손이 공간을 찢고 있는 것이다. 그 사이로 솟아 나오는 것은 해골! 수십 미터나 되는 크기의 해골이었다.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리고 그 해골의 입에서 기관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작은 해골!
“옷, 이게 바로!”
아크가 놀란 표정으로 공간을 찢고 나온 해골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 기관포처럼 쏟아지는 작은 해골이 폭발하는 곳은 베스카 일당이 허우적대는 ‘나락’!
이 해골의 정체는 바로…….
-협력기 ‘지옥 폭격’이 발동됐습니다!
함께 2차 각성 퀘스트를 완료한 파티는 ‘빛의 수호자’의 특성에 의해 협력기를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협력기는 동시에 각성 스킬을 사용했을 때 발동됩니다. 또한 협력기의 효과도 각각의 각성 스킬에 따라 달라집니다.
현재 파티의 각성 스킬은 ‘귀영’, ‘나락’, ‘백화일섬’입니다. 이에 세 가지 효과를 모두 발휘하는 협력기 ‘지옥 폭격’이 등록되었습니다. 단, 협력기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함께 각성 퀘스트를 완료한 유저 모두가 파티 상태라야 합니다.
《지옥 폭격 : 지옥의 거대 망자를 소환해 망령 폭탄으로 적을 폭격합니다. 이때 망령 폭탄의 데미지는 파티의 평균 공격력이 적용됩니다.》
이거였다!
“지옥 폭격…….”
어째 빛의 수호자와는 거리가 먼 이름이었다.
붉은학살자라는 찜찜한 이름처럼 각성 스킬도 ‘나락’이라는 찜찜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녀석 탓이다.
그러나 위력은 무쌍!
아니, 사실 베스카 일당은 ‘지옥 폭격’의 위력을 시험해 볼 만한 녀석들도 아니었다.
놈들은 이전에 싸울 때도 각성 스킬 한 방에 생명력이 20% 이상 날아갔다. 그런데 지금 아크 일행의 각성 스킬은 Lv.2! 1.5배나 위력이 상승했다. 그걸 따로 따로 맞은 것이 아니라 몽땅 맞은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빈사상태!
거기에 ‘지옥 폭격’까지 더해지니 방어력이 낮은 마법사 베스카를 시작으로 에이드, 용암으로 떨어진 놈, 마지막까지 버티던 2명의 전사까지 연이어 DIE! DIE! DIE!
뭔가 해 보기도 전에 떼죽음을 당해 버렸다.
툭! 툭!
그리고 떨어지는 장비품 2개.
“돈이 되는 놈들이군.”
-말했지? 이번에는 올주다? 슬쩍 챙기지 마!
순식간에 베스카 일당을 해치운 아크와 붉은학살자, 레피드가 장비품을 바라보며 떠들었다.
그리고 그때!
-저, 저런 놈들이 대체 어디서…….
발데라스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40여 명의 병사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먼저 공격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크 일행의 전투력이었다.
물론 베스카 일당을 최상위 유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허접은 아니다. 그런데 일격―뭐 정확히는 지옥 폭격까지 4격이었지만―이라니?
발데라스도 ‘한때’는 세븐 소드, 보면 안다.
그게 그저 우연이나 운이 따라서가 아니라는 것쯤은. 이들은 그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강한 유저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도 ‘한때’ 세븐 소드!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 밝혔음에도 눈앞에서 베스카 일당을 몰살시킨 놈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었다.
하물며 40명이 넘는 부하들 앞에서, 아니 부하들이 있으니 겁먹을 필요가 없었다.
-네놈들이 감히! 좋다! 죽여 주지! 발데라스 병대, 전투준비!
발데라스의 고함에 붉은학살자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불었다.
-하아, 저 녀석,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
“정체를 밝히면 물러날까?”
-그야 모르지. 저 녀석과는 딱히 친한 것도 아니라서 말이야.
“확실하지 않다면 이제 와서 굳이 정체를 밝힐 필요는 없어. 괜히 더 귀찮아질 수도 있으니까. 더 이상 그런 일은 사양이다.”
-그럼…….
“뚫고 가자. 40명이라도 통로 하나에 10명이야. 못할 것도 없잖아? 여기는 몬스터가 있으니 일단 포위만 뚫으면 따돌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
-뭐 그편이 낫겠군.
레피드의 말에 붉은학살자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사격! 발데라스 병대의 힘을 보여 줘라!
그리고 발데라스가 소리치는 순간!
-각성 스킬, 투신강림!
갑자기 반대편 통로에서 누군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돌연 거대한 거인과 같은 형상이 떠오르더니 뇌전이 번쩍이는 주먹으로 막 방아쇠를 당기려던 발데라스의 부하들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어지고, 치솟고, 사방으로 퍼지는 뇌전에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는 병사들 뒤에서 걸어나오는 여자 라마!
-뭐, 뭐야? 또 어떤 놈이…… 헉!
이에 고개를 돌리던 발데라스가 비명을 터뜨렸고.
-저건…… 헉!
붉은학살자도 비명을 터뜨렸다.
-그, 글라도스? 아니, 누님!
발데라스가 식겁한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 라마가 바로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현직 세븐 소드이자 라마 최강의 무투가로 불리는 글라도스!
그때 글라도스가 당황하는 발데라스를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발데라스, 너 많이 컸다?
-네? 네? 저, 저요? 아니, 제가 무슨…….
-몰라서 물어? 너 지금 겁도 없이 누구를 죽이겠다고 한 거야?
-누구라니요? 저놈들, 누님이 아는 놈들이었습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내 그이잖아!
-그, 그이?
-네 눈은 장식이냐? 저기 있잖아!
글라도스가 붉은학살자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러나 발데라스는 억울했다. 지금 붉은학살자는 파란색이니까! 그냥 스머프로밖에 안 보이니까! 이에 발데라스는 바로 항변하려고 했지만.
-긴말 필요 없고! 이거, 지금 나와 한번 해보자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냐?
-아, 아닙니다! 절대! 그런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발데라스가 기겁하며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그는 휘하에 100명이 넘는 부하를 거느리고 있는 컴퍼니의 사장이었다. 반면 글라도스는 독불장군. 컴퍼니도 없이 전함의 승무원이 전부였다.
그러나 라마에서 그녀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녀가 부르면 부하까지 데리고 몰려올 유저가 한둘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붉은학살자도 너브 전쟁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해 이제 인지도만 따지면 글라도스 못지않았다.
그런 둘이 작정하고 나서면 발데라스의 컴퍼니 따위는 며칠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리라.
-몰랐습니다! 네, 저 스머프…… 아니, 저분이 붉은학살자인지 몰랐습니다! 정말입니다! 저도 베스카라는 놈들에게 속아서…… 네! 속은 겁니다!
이에 발데라스는 사색이 되어 굽실대다가.
-꺼져.
-네? 네! 꺼지겠습니다!
꺼졌다.
덕분에 아크 일행은 쓸데없는 싸움을 피할 수 있었지만, 붉은학살자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리고 1명 더!
레피드도 기뻐하지 못했다.
-자, 우리는 아직 할 말이 남았지?
붉은학살자를 째리며 말하는 글라도스 옆에서 레피드를 째리는 또 1명의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도 날 버리고 도망간 남자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되는군.”
……카야였다.
글라도스와 카야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 또 1명의 여자, 이리나도 있었다.
그리고 분위기를 보면 그녀 역시 아크를 째려야 그림이 되겠지만, 그녀는 아크를 향해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크는 붉은학살자나 레피드와 달리 지은 죄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지은 죄가 없는 정도가 아니다.
-그, 글라도스, 네가 어떻게 여기에……?
-훗, 네가 뛰어 봐야 벼룩이지. 뻔하잖아. 네가 어디로 도망칠지는. 그럼 네가 어디서 뭐 하는지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지. 제보자가 있으니까.
-제보자라니…….
붉은학살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이리나와 다정다감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손을 흔드는 아크를 보는 순간!
-너였냐!
“이런 얍삽한 자식이…….”
바로 상황을 파악한 붉은학살자와 레피드가 살기 어린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글라도스가 말한 제보자는 바로 아크!
아크는 모함을 나온 뒤에야 이리나가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고 그레이스톤의 위치와 퀘스트 내용을 줄줄 불어 버린 것이다. 그러니 얍삽하다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지만, 아크도 할 말은 있었다.
“뭔 소리야? 내가 뭘? 난 그저 내 여자 친구에게 소식을 전해 준 것뿐이라고. 나는 너희와 달리 여친과 사이가 좋으니까. 너희가 여친과 문제가 생겼다고 나까지 그래야 하냐? 아니잖아? 괜히 남의 연애까지 훼방 놓지 말라고.”
이런 거다!
“그런데 너희, 아직 카야와 글라도스에게는 각성 퀘스트에 대해 말해 주지도 않았다며? 아무리 좋은 걸 독점하고 싶어도 여친에게까지 비밀로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
그게 글라도스가 각성 스킬을 사용한 이유다.
아니, 이제야 도착한 이유다. 어쩌다 보니 모함에서 모인 세 여자는 아크의 제보(?)로 붉은학살자와 레피드의 위치는 물론, 각성 퀘스트 정보까지 입수.
이에 어차피 아크 일행이 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1차 각성 퀘스트를 끝낸 뒤에 이곳으로 온 것이다.
-이 배신자 자식!
-아크에게 그런 말을 할 입장이 아닐 텐데?
-아, 아니, 글라도스! 나는…….
-뭐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우리도 각성 퀘스트 중이니 잠시 미뤄 두지. 대신 안내해. 2차 각성 퀘스트 진행. 죗값을 어떤 식으로 치를지는 하는 걸 봐서 생각해 보지. 싫어?
-……아니요.
붉은학살자가 푹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그리하여 붉은학살자는 40시간 넘게 잠도 못 잔 상태에서 다시 2차 각성 퀘스트에 돌입!
“나도 기왕이면 남친의 안내를 받고 싶은데 말이야.”
“그래, 그렇겠지.”
덩달아 레피드도 다시 돌입!
이에 붉은학살자와 레피드가 한숨을 푹푹 불었지만.
“야, 그런 표정 짓지 마.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었잖아. 그리고 여친을 도와주는 일인데 그렇게 죽상 할 이유가 뭐가 있어? 나도 같이 가 줄 테니까 이제 얼굴 펴라고. 이미 한 번 해 봤으니 서너 시간이면 다시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야.”
아크는 해맑은 표정으로 말하며 앞장섰다.
물론 아크도 피곤했다. 그러나 뉴월드 시절에는 밤샘을 밥 먹듯이 하던 사람이다. 둘과 달리 단련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하물며 이리나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40시간이 아니라 50시간, 60시간이라도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고마워요.”
이에 이리나가 빙긋 웃으며 말했고.
-봤냐? 보고 배워라, 좀!
-저 녀석과 나는 캐릭터가 다르다고! 난 냉혹, 비정, 카리스마야!
뒤이은 글라도스의 구박에 붉은학살자가 항변했지만.
-냉혹, 비정, 카리스마 넘치게 맞아 볼래?
-……아닙니다.
매 앞에는 장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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