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20)
아크 더 레전드-820화(820/875)
[820] SPACE 8. 그녀는…… (1)은하계를 삼분하고 있는 은하 3국.
그러나 사실 은하 3국이 지배하는 영역은 은하계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광대한 은하계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아니 은하지도에 제대로 표기조차 되지 않는 지역이 얼마든지 있었다. 바로 개척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런 개척지도 무법지대는 아니었다.
많든 적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최소한의 규칙이 필요한 법. 개척지가 혼란의 극을 달릴 무렵, 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대형 길드들은 소모적인 싸움을 피하기 위해 중재 위원회를 만들었고, 점점 세력이 커져 현재는 은하 3국과 맞먹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평의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덕분에 개척지도 과거와 달리 안정되어 있었지만 평의회의 힘도 한계는 있었다.
은하 3국과 맞먹는 세력이라고는 하지만 그 넓은 개척지를 평의회가 모두 관리하기는 무리. 당연히 그들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블랙시티.
은하 3국에서 죄를 짓고 도주한 개척자, 평의회의 관리를 거부하는 개척자, 그리고 자원 혹성이나 상선을 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해적까지. 흔히 카오틱으로 분류되는 범죄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도시였다.
당연히 블랙시티는 그야말로 무법천지!
“너 이 자식, 마음에 안 들어!”
“뭐야, 인마? 해볼래?”
“그래, 죽여 주마!”
서걱서걱!
대로변에서도 살인 사건이 버젓이 일어나고.
“쳇, 허접한 자식이 까불기는. 뭐 그래도 장비품은 쓸 만하군. 어이, 장비품 팝니다! 방금 전에 주제도 모르고 개개던 놈이 떨군 장비품을 시가의 50% 가격에 팝니다. 대신 죽은 놈이 돌아와 시비를 걸어도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아직 채 피도 마르지 않은 장비품이 주인의 시체 옆에서 팔리는 장면이 일상인 곳이었다.
그야말로 살벌하기 짝이 없는 악의 둥지. 그게 블랙시티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미 블랙시티의 주민들도 그런 풍경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잠깐!”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본시 악행이란 불량식품과도 같은 것이다! 한때 입을 즐겁게 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종국에는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것! 당장은 편하고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도 돌고 돌아 끝내는 자기 자신은 물론 남까지 파멸로 몰아갈 뿐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아니,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때야말로 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다! 모두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들을 구원하겠다!”
다크시트의 광장에서 이렇게 소리치는 남자는 정의남!
그렇다. 정의남은 너브 전쟁 탓에 잠시 미뤄 두었던 본업, 아니 천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정의 실현을 위해 다크시티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불타는 정의감으로 웅변했지만.
“뭐래?”
반응은 차가웠다.
애초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범죄자다.
그리고 현실이라면 본의 아니게 악의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겠지만 이곳은 게임 속. 원해서 범죄자가 된 사람이 더 많았다. 그편이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러니 갑자기 나타난 사람이 그렇게 떠들어 댄들,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나 참, 별 놈이 다 있네.”
“뭐 이상한 약이라도 먹은 거 아니야?”
“놔둬라. 뭐 저러다 말겠지. 그보다 얼마 전에 좋은 정보를 입수했어. 라마의 상단이 이 근처 공역을 지난다고 하더라고. 듣자니 교역품이 꽤 많이 실려 있다고 하던데? 저런 약 먹은 놈은 신경 쓰지 말고 딴 놈이 채 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털자고!”
당연히 무시!
그러나 정의남도 그저 연설이나 늘어놓는다고 범죄자들이 갑자기 정의를 외치며 따라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소극적인 성격도 아니었다.
“본래 좋은 말은 좀처럼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지.”
“그럼…….”
“이해할 때까지 귀에 박아 주는 수밖에.”
그래서 박아 주었다.
퍼펑! 퍼퍼펑!
해적들의 전함에 포탄을!
정의남의 말을 무시하고 해적질을 나선 함대를 상대로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이다.
“저, 저 자식이 정말 미쳤나? 얻다 대고 포질이야?”
당연히 해적들은 분노했지만.
“저, 저것 좀 봐!”
“헉! 뭐, 뭐야? 저 전함들은 설마…….”
정의남과 함께 등장한 전함을 보는 순간 기겁했다.
근방에서 활동하는 해적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함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전함이 아니라 그 전함의 함장들을! 그들은 바로 칼리와 아리온, 유진, 장보고!
정의남과 함께 나타난 자들은 개척지 서부에서 최강의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유저들이었던 것이다.
“저, 저놈들이 왜?”
약 먹은 소리나 해 대는 놈과 함께 있는가?
해적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도 나름 해적질로 잔뼈가 굵은 해적이다. 그리고 블랙시티는 힘의 곧 법. 한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살아갈 수 없는 곳이었다.
당연히 상대가 칼리 일당이라고 바로 꼬리를 말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칼리가 대해적이라고 불리던 것도 옛날 일이다!”
“그래, 한때 근방에서는 무적이라고 불렸지만 작은 영지 혹성을 기습하다가 되레 당해서 감방까지 갔다 온 놈들이라고! 겁먹을 필요 없어!”
“하물며 정의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놈을 따라다닌다면 볼 장 다 본 거지. 차라리 잘됐어. 저런 놈들이라도 한때 대해적으로 불리던 것은 사실! 이 기회에 놈을 처치하면 블랙시티에서 우리의 지위도 한층 높아질 거다!”
“게다가 우리는 7척이야! 반면 놈들은 5척! 밀릴 이유가 없어!”
“박살 내라!”
퍼펑! 퍼펑! 퍼퍼펑!
이에 해적들은 바로 반격을 개시했다.
그리고 확실히, 칼리 일행은 몇 달의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유배지였던 마티우스에서는 반란을 일으킨 정의남과 함께 꽤 많은 전투를 치렀고, 그 뒤로도 너브 전쟁에 참전해 두 달 넘게 쉬지 않고 함대전을 치른 것이다.
수십, 혹은 수백 척 이상의 전함이 뒤엉켜 싸웠던 너브 전쟁의 참전 용사! 그동안 고작 상선이나 습격하던 놈들과는 쌓아 온 전투 경험의 수준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러나 해적들의 가장 큰 계산 착오는 그게 아니었다.
“크윽! 이 자식들, 강하다!”
“젠장, 썩어도 칼리라는 건가? 하지만…….”
“저 함대의 함대장은 칼리가 아니야. 광장에서 헛소리를 하던 놈이다. 칼리 놈들이 왜 저런 또라이를 따라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을 잡으면 칼리 일당도 섣불리 공격하지는 못할 거야. 2, 3번 함, 나를 따라 놈의 전함을 급습한다!”
콰쾅-!
“잡았다! 적함을 제압하라!”
“크흐흐흐! 또라이 자식, 해적의 무서움을 보여 주마!”
바로 이거였다.
“헉! 뭐, 뭐야? 뭔 놈의 전투원이…….”
충각을 박아 넣자마자 정의남 함에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숫자의 전투원!
그들은 블랙시티에 널리고 널린 해적 NPC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평범한 유저도 아니었다.
휘익! 팍팍! 텅-!
그 흔한 함성도 없이 단검 한 자루만으로 해적들을 제압하는 100여 명의 유저들!
바로 국정원 소속의 루시퍼 헌팅 대원들이었다.
한때 이들은 갤럭시안에 적응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도 과거의 일이었다. 칼리 일행처럼 그들도 마티우스와 너브 전쟁을 거치며 자신들의 능력을 100% 살릴 수 있는 전투 스타일을 완성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
신앙의 힘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이다.
-‘광신도 Lv.2’ 효과가 적용 중입니다.
《화염, 냉기 속성 저항력 +45%, 공격력 +20%, 방어력 +30%》
그들 모두가 광신도!
“놈들이 몰려온다! 화염 방사기! 화염 방사기로 놈들의 돌격을 저지하라!”
푸화아아아!
“정의! 오! 정의!”
그리하여 이런 불속이라도!
“젠장, 뭐냐고! 저 자식들은! 불을 뚫고 들어오잖아? 게다가 저 눈빛은 뭐야? 무서워! 무섭잖아! 아니, 불이 안 통하면 얼음이다! 얼려!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휘이이이! 쩡! 쩡! 쩡!
“정의! 오! 정의!”
영하 100도가 넘는 냉기 속이라도!
‘현실의 힘+신앙의 힘’에 의해 전투력이 폭증한 대원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그 선두에는 이 남자가 있었다.
“더는 못 지나간다!”
“훗, 웃기는군. 정의는 무적이다!”
앞을 막는 2미터 거구의 중갑전사를 공깃돌처럼 집어 던지는 정의남!
그 말대로 정의가 무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의를 외치는 그를 막아 세울 수 있는 해적은 없었다.
그리하여 정의남 함과 접현接舷 했던 3척의 해적선은 순식간에 제압! 그사이에 나머지 해적선도 칼리 일당에 의해 모두 포획되었다.
“끄, 끝났다!”
이에 해적들은 절망했지만.
“내가 너희들과 싸운 것은 죽이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너희들의 악행을 막기 위한 것. 따라서 너희들을 죽일 생각은 없다. 하나, 이대로 풀어 주면 너희들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고, 그게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터. 어른 된 입장으로 훈계 정도는 해 줘야겠지.”
“에? 죽이지 않는 거야?”
정의남의 말에 해적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킥, 물렁해 빠진 놈 같으니. 훈계라고? 역시 저 자식은 정상이 아니야. 설마 훈계를 하면 우리가 눈물을 흘리며 죄를 뉘우치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웃기는 소리. 좋아,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훈계는 들어 주지.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번에는 잘 몰라서 당했지만 일단 풀려나면 더 많은 동료를 모아 박살을 내 주마!’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해적들도 그때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자, 정의가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정의를 강요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 그러니 일단 정의가 뭔지, 왜 정의를 지켜야 하는 지부터 설명하지.”
이렇게 시작된 설교가 10시간 넘게 이어지리라고는.
아니, 10시간이 아니었다.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나는 볼일이 있으니 잠시 나가 보겠다.”
“네, 제가 맡겠습니다.”
정의남이 물러나자 이번에는 웬 빼빼 마른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잘은 모르겠지만 정의교의 전도사라는 모양이다.
“나도 한때는 너희들처럼 암울한 인생을 살아가던 범죄자였다. 그러나 정의남 님을 만나 복음을 듣고 새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다. 오! 정의!”
그리고 시작된 간증의 시간.
그렇게 수 시간이 지나자 다시 접속한 정의남의 설교가 이어졌고, 정의남이 나가면 또다시 정의교 신자―칼리 일당 포함―들의 간증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을 때였다.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난 쓰레기였어!”
-해적 A에게 ‘광신도’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해적 B에게 ‘광신도’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훌쩍이는 NPC들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메시지!
일단 한번 시작되자 마치 전염되듯이 점점 많은 해적들의 머리 위에 같은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니들 왜 그래?”
이에 함장―유저―들은 당혹성을 터뜨렸지만.
“시끄러! 정의남 님의 말이 안 들리잖아! 아니, 너희들은 말할 자격도 없어! 우리가 해적질을 해 온 것도 모두 네놈들 때문이잖아! 이 사탄 같은 놈들!”
“화형이다! 화형시키자!”
되레 살벌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해적들!
말하자면, 세뇌당해 버린 것이다.
물론 NPC와 달리 유저들은 그리 쉽게 세뇌되지 않았지만, 이미 부하들이 몽땅 넘어갔다. 그리고 해적질도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익! 저, 저희도! 정의남 님을 따르겠습니다!”
“나쁜 짓 하지 않을게요!”
“자수해서 죗값을 받으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결국 유저들도 백기를 들어 올렸다.
이대로 있다가는 남은 부하마저 몽땅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었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설교를 듣거나 부하들에게 화형을 당하느니 차라리 유배 생활을 하는 편이 나은 것이다.
그러나 정의남은 고개를 저었다.
“죗값을 치르겠다는 마음은 좋다. 그러나 진심으로 죄를 뉘우친다면 단순히 죗값을 치르는 것이 아니라, 갚아 나가야 하는 것이다. 너희로 인해 혼탁해진 세상을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서!”
“그게 무슨…….”
“정의 실현의 첨병이 되라는 말이다.”
정의남이 가르침(?)을 구하는 자들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게, 정의남이 그린 큰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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