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22)
아크 더 레전드-822화(822/875)
[822] SPACE 8. 그녀는…… (3)며칠 전, 그러니까 조민선이 글라도스, 카야와 함께 그레이스톤으로 찾아왔을 때, 현우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현우에게 딱히 나쁜 일은 아니었다. 아니, 좋은 일이었다.
단지 조민선이 걱정될 뿐이었다.
‘하지만 뭐, 민선 씨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나저나 모처럼 같이 왔으니 저녁이라도 먹고 가면 좋을 텐데…….”
“놔두세요. 저녁이야 어디서 먹든 상관없어요.”
“하긴 현우와 밖에서 만나는 것도 오랜만일 테니 둘이서 오붓하게 외식을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내가 눈치가 없었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조민선이 현우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저녁도 얻어먹을 생각이기는 해요.”
“당연하죠, 제대로 오빠 노릇도 못 하는 녀석 대신 이렇게 다미와 자주 놀아 주는데. 비싸고 든든한 걸로 사 달라고 해요.”
“그런 거라면 되레 제가 사 줘야 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예쁜 동생을 만들어 줬으니까. 아니, 그럼 어머니에게 사 드려야 되겠네요. 기대하세요.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지만 다음에는 꼭 저와 같이 식사해요. 제가 좋은 곳을 예약해 놓을게요.”
“어쩜 이리 말하는 것도 예쁜지 모르겠네.”
어머니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부분은 현우도 100퍼 동감이다. 아니, 사실 요즘은 만날 때마다 놀라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야말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처럼 차가운 인상의 조민선이었다. 그리고 그때 현우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 조민선 속에 이렇게 애교 많고 다정다감한 모습이 숨어 있을 줄은.
역시 사람은 많이 만나 봐야 알 수 있는 모양이다.
덕분에 현우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에 만날 때마다 반하는 중이다.
“아유, 저 바보 같은 표정 좀 봐. 아주 좋아 죽네.”
대놓고 헤벌쭉한 표정을 지을 정도로.
그래서 좀 걱정이 되었다.
“자, 그럼 저희는 이만 가 볼게요. 다미야, 빠이빠이~”
“빠! 빠!”
조민선이 어머니에게 안겨 주고 손을 흔들자 다미도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아직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막상 조민선이 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조민선이 한숨을 불며 말했다.
“아우, 다미와 노는 건 좋지만 돌아갈 때는 항상 죄 짓는 기분이 들어요.”
“쳇, 저 녀석은 2시간이나 민선 씨를 독점해 놓고 뭐가 부족해서. 저 녀석, 자기 입장은 아는 거야? 따지고 보면 시누이잖아.”
“시누이…….”
현우의 말에 조민선이 풋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네요. 그럼 다미도 좀 크면 나한테 막 짜증 내고 그러는 건가요?”
“제가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그야 모르죠. 아버님도 다미라면 껌뻑 죽으니까.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아니겠어요?”
“훗, 아직 잘 모르시네요. 확실히 아버지가 다미에게 약하기는 하지만 진짜 껌뻑 죽는 사람은 어머니라고요. 우선순위가 확실하죠, 저도 그렇고.”
“흐음, 믿어도 될라나?”
조민선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내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살짝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문득 지금의 대화가 ‘결혼’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에 현우 역시 무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슬쩍 말을 돌렸다.
“아쉬우면 좀 더 있지 그래요? 방송국은 그냥 혼자 갔다 와도 되는데…….”
어머니에게 말한 선약이 그거였다.
원래 오늘은 어머니가 말한 대로 다미와 놀다가 저녁에 다 같이 식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침에 갑자기 게임 특종에서 연락이 왔다.
-긴히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방송국까지 와 주시겠습니까?
……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전이었다면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너브 전쟁 말기, 《위성 폭파 작전》에 참가할 때 소린이라는 기자의 제의를 받고 동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착수금으로 받은 돈이 500만 원!
일단 먹은(?) 돈이 있으니 무턱대고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 것이다.
뭐 그렇다고 조민선까지 동행할 이유는 없지만.
“그건 안 되죠.”
조민선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방송국에는 예쁜 여자 연예인도 엄청 많을 거 아니에요? 현우 씨가 그런 연예인을 보고 헤벌쭉해서 작업을 걸지 누가 알아요?”
“설마요.”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연예인이라도 조민선보다 예쁜 여자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게임 특종의 MC 정혜선이다.
물론 정혜선은 지금의 조민선처럼 특별히 사귄다고 할 만한 사이는 아니었고, 사귀었다 해도 이미 연예인이 된 그녀가 아직 현우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우 입장에서는 역시 두 여자가 만나는 것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이유로 따라오고 싶다는 조민선을 억지로 떼어 놓는 것도 왠지 사내답지 못한 행동 같다.
“알았어요. 가죠.”
그리하여 그녀와 함께 방송국으로 GO! GO!
걱정 반 불안 반으로 방송국에 도착했지만 다행히 정혜선도, 예쁜 여자 연예인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 방송국에 들어갈 일도 없었다.
입구에서 용건을 설명하자 곧 연락을 받은 사람이 나와 근처의 카페로 둘을 안내한 것이다. 일부러 배려한 것은 아니겠지만 덕분에 현우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게임 특종의 PD 김영민입니다.”
“아, 네. 저는 아크, 본명은 김현우라고 합니다.”
“옆의 분은…….”
“현우 씨 여자 친구예요. 그냥 생각 없이 따라왔는데 혹시 폐가 되나요?”
“아니, 괜찮습니다. 앉으시죠.”
자리에 앉은 김영민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자 친구분이 상당히 미인이군요. 연예인을 해도 되겠습니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 생각 없으십니까? 괜찮은 소속사를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는데. 거 왜, 친구 따라 방송국 구경 왔다가 연예인이 되는 케이스도 꽤 있지 않습니까?”
“감사합니다.”
조민선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사양할게요. 남자 친구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네? 아, 네…….”
김영민이 현우를 돌아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그 말대로, 현우는 조민선이 연예 기획사 따위에 들어가는 것은 결사 반대였다.
김영민이 어디까지 진심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따지고 보면 정혜선과 연락이 끊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말투가 좀 차가워졌다.
“제게 용건이 있었던 거 아닌가요?”
“아, 네. 죄송합니다.”
김영민이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실은 아크, 아니 현우 씨를 보자고 한 건 보고드릴 것도 있고, 제안할 것도 있어서입니다.”
“보고라니? 저한테요?”
“네, 이건 아직 방송에서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라 비밀이지만…….”
김영민은 마치 대단한 비밀이라도 밝히려는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이번에 집계된 유저 투표의 결과는 이미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파란이 일어났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방송 전이라 전체 순위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세븐 소드라고 불리는 상위 7명에 현우 씨가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2위로!”
그리고 현우의 눈치를 살폈지만.
“아, 그래요?”
현우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우는, 아니 아크는 이미 연합 함대가 만들어지기 전에 세븐 소드의 바로 뒤, 8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이미 은하연방의 유저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상승하는 중이었다는 말이다. 그게 너브 전쟁 직후 공동 1위를 차지하며 은하 3국 유저로 퍼졌다.
그런데 7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 세븐 소드 진입이 아니라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것이 되레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뭐, 카이저가 있으니까.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유지하던 카이저의 명성을 너브 전쟁 한 번으로 뛰어넘기는 무리겠지. 그리고…….’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 현우는 세븐 소드 진입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이건 이제 현우에게는 좌우명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물론 유명해지면 도움이 되는 일도 있지만, 적어도 현우의 경험으로는 그보다 거치적거리는 일이 더 많았다. 소소한 일을 할 때도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하고, 이얀처럼 멋대로 경쟁의식을 느끼고 적대시하는 유저도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뭣보다!
‘딱히 돈이 되는 일도 아니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그거, 사퇴할 수 있는 거 아니죠?”
“네? 아, 네. 그야…….”
“그럼 할 수 없죠. 그런데 제안이라는 건 뭡니까?”
“아니, 그게…….”
현우의 시큰둥한 반응에 김영민이 맥 빠지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약간 목소리를 높이며 말을 이었다.
“대박이 났습니다!”
“네? 대박요? 갑자기 무슨 대박요?”
“동영상 말입니다! 동영상! 제안드릴 때도 말했듯이 원래 그 동영상은 유투브로 전체 분량을 내보내고 본방송에는 하이라이트만 편집해서 내보내기로 되어 있던 겁니다. 그런데 유투브에 올리자마자 조회 수가 장난이 아니에요! 다른 세븐 소드의 영상도 그렇지만 현우 씨의 동영상은 그중에서도 대박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가 돼서 사흘 만에 조회 수가 700만을 넘겼습니다. 이 추세라면 1,000만! 아니, 2,000만도 찍을 기세예요!”
“에? 700만요?”
이건 현우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현우는 자신의 게임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뉴월드 때도 몇 번 해 본 적이 있었고, 그때도 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그때와 아예 자릿수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뉴월드와 달리 갤럭시안은 전 세계에 서비스되는 게임이라 시장 규모가 달랐고, 때는 바야흐로 스마트 시대! 갤럭시안만큼은 아니라도 나름 하이테크 시대라 전파력도 당시와는 천양지차인 것이다.
그러나 뭣보다도!
“다른 세븐 소드의 동영상도 꽤 박진감이 넘치지만 딱 거기까지죠. 그리고 위성 폭파 작전을 제외하면 다른 유저의 동영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우 씨의 동영상은 다른 유저와는 전혀 다르죠. 다른 세븐 소드나 유저가 개인적으로 촬영한 동영상에서는 없는 장면들이 많지 않습니까? 너브 전쟁의 승패가 어떤 식으로 결정됐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현우 씨의 동영상을 보고 나서야 이해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 폭발적인 인기의 비결이 이것이다.
너브 전쟁 말기에 현우는 위성 폭파 작전에서 아도니스로, 아도니스에서 우주로, 거기서 다시 아도니스, 악마의 몸속 등, 다른 유저와는 전혀 다른 루트로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벌어진 이얀의 배신과, 복수의 드라마! 그리고 액션! 액션!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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