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26)
아크 더 레전드-826화(826/875)
[826] SPACE 1. 룬의 성전 (1)파직! 파지지지!
우주 공간이 일렁이며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링 모양으로 벌어지는 스파크 중심에서 1척의 우주선이 솟아 나왔다. 이 유선형의 은빛 전함은 실버스타.
“휴, 19시간 만인가?”
함교에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며 중얼거리는 바로 이 남자, 아크의 전함이었다.
“정말이지 이 워프 시간은 어떻게 안 되나? 이건 뭐, 정작 퀘스트를 하는 것보다 이동하는 데 시간을 더 잡아먹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잖아. 안 그래요?”
-그 부분은 동감이다만.
아크의 말에 함장석 옆에 떠 있는 빛, 토트가 띠꺼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나? 19시간 동안 항해를 한 건 나라고! 너는 이곳으로 오는 내내 선실에 처박혀 잠만 퍼 자다가 좀 전에야 기어 나왔잖아!
뭐 정확히 말하면 껍데기―캐릭터―는 선실에 대기시켜 놓고 알맹이―아크―는 안락한 집의 침대에서 숙면을 취하고 들어온 것이지만 어쨌든, 덕분에 실버스타의 항해는 물론 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까지 토트가 몽땅 떠맡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툴툴대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게 왜요?”
아크도 할 말은 있었다.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면 퀘스트가 됐든 보급이 됐든 다 저 혼자 하잖아요. 그때는 토트 님도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쉬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토트 님이 항해할 때 전 좀 쉬며 충전해 뒀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부지런히 일하는 편이 효율이 좋잖아요. 말하자면 업무 분담이라는 거죠.”
-업무 분담 좋아하네. 아니, 애초에 내가 왜 업무 분담을 해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항해도 결국 네 볼일을 보러 가는 거잖아! 다 네 일이라고!
뭐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면 섭하죠.”
-섭해?
“우리가 남입니까? 토트 님은 제 스승 아닙니까?”
-그래, 너 말 잘했다. 내가 이런 몸이라고 잠도 없는 줄 아냐? 난 로봇이 아니라 정신체라고! 나도 졸려! 그런데 19시간이나 항해를 시켜 놓고 넌 선실에서 퍼 자? 그게 제자라는 놈이 스승에게 할 짓이냐? 할 짓이야?
“스승이니까 그런 겁니다.”
-뭐야?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저절로 퀘스트가 해결됩니까? 정체도 모르는 몬스터와 싸워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요. 그런 때를 대비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전장에 나가게 해 주는 것! 그 정도는 돼야 진정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했지만.
‘밥값을 하라는 말입니다.’
그 대사의 진짜 속뜻은 이런 거였다.
물론 토트가 밥을 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에너지는 먹는다. 지금 토트가 구시렁거릴 수 있는 이유도 실버스타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실버스타의 에너지로 사용하는 연료봉도 공짜는 아니었다.
뭐 토트가 에너지를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 싶은 생각도 있지만 1쿠퍼라도 돈은 돈. 그리고 아크는 1쿠퍼라도 일단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면 최소한 본전은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었다.
그러니 뭐라도 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크가 그저 본전이나 뽑자고 스승을 잠도 재우지 않고 굴려 대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언제 함대전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 때가 많아 토리나 헤겔 같은 승무원을 동행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
그건 다시 말해…….
‘토트의 조함술을 올릴 기회다!’
물론 그 역시 토트 좋으라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이제 토트는 실버스타의 부품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엄연히 NPC, 승무원으로 분류된다. 말하자면 다른 승무원들처럼 토트의 조함술도 실버스타의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번처럼 동승하지 않을 때도 있는 토리나 헤겔 등과 달리 토트는 실버스타의 붙박이!
토트의 성장은 실버스타의 성장과 같은 것이다.
‘전함의 성능은 추가 파츠를 붙이거나 업그레이드로도 올릴 수 있지만 그건 수백 골드가 들어간다. 하지만 실버스타의 ‘+α’인 토트의 조함술을 올리는 건 공짜! 아니, 그동안 내가 쉴 수 있으니 되레 이득이다. 뿐만 아니라 토트는 월급을 줄 필요도 없어!’
완전 개이득!
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런 속내를 있는 그대로 말하면 토트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크도 이미 토트와 알고 지낸 지가 1년이 넘는다.
말하자면, 이제 어떤 식으로 토트를 다뤄야 하는지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 뭐…… 그렇기는 하지.
역시나 스승 운운하자 토트가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떠듬거렸다.
“그렇죠? 사실 제가 전직하고 나서 토트 님은 이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제게 토트 님은 여전히 스승입니다. 제가 워낙 이렇게 생겨 먹은 놈이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사실은 항상 의지하고 있다고요.”
-응? 그, 그러냐?
“물론이죠. 누가 뭐래도 토트 님은 위대한 엘림의 스승 아닙니까?”
-음, 그래. 그건 그렇지. 내가…… 음……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제자가 힘든 일을 앞두고 있을 때는 당연히 푹 쉬게 해 줘야지. 난 스승이니까.
“그럼 앞으로도 업무 분담에 대해서는 다른 말을 하지 않는 거죠?”
-어? 아…… 뭐…… 그렇지.
“역시 스승님입니다.”
말 나온 김에 아예 쐐기를 박아 버리는 아크!
토트가 정식으로 무임금 무제한 노동의 실버스타 승무원으로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하다하다 이제 스승까지 착취해 먹는 경지에 오른 아크였다. 그러나 아크가 한 말이 모두 토트를 구슬리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번 항해를 몽땅 토트에게 맡기고 휴식을 취한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룬의 비밀》!
아크가 19시간이나 항해―뭐 항해는 토트가 했지만―해 이곳에 온 이유가 그 때문이다.
방금 전 실버스타가 나온 이곳이 바로 쿠휀이 아득한 시공을 초월해 전해 주고, 토트가 유일한 엘림이니 엄청난 힘이니 떠들어 대며 기대감을 부풀린 퀘스트의 좌표였다.
그러나…….
-그나저나…….
그때 토트가 이리저리 회전하며 입을 열었다.
-아크, 좌표를 제대로 확인한 거냐? 아무것도 없잖아.
정작 실버스타가 나온 공간에는 그 흔한 소혹성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요?”
-뭐?
“토트 님이 그랬잖아요. 룬의 성전은 무라트의 성지. 그 위치는 토트 님도 모르고 있다고요. 그런 게 아무나 볼 수 있는 곳에 둥둥 떠 있을 리가 없잖아요. 당연히…….”
아크의 손이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손을 따라 허공을 수놓은 복잡한 문양이 잘게 부서지며 눈으로 스며들어 갔다. 뒤이어 푸른빛에 물든 눈동자를 창밖으로 돌린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선택된 사람만 찾을 수 있게 되어 있겠죠.”
룬의 성전은 퀘스트의 제목처럼 룬의 비밀이 담겨 있는 곳이다. 따라서 룬의 성전에 입장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은 아마도 룬의 힘, 이제 초짜도 아니니 그 정도 추리는 딱히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하자스카’를 사용하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흐릿한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공간의 균열이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기는 하다만 제 입으로 선택된 사람 운운하다니…… 그 뻔뻔함은 전직을 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군. 스승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다.
“뻔뻔한 게 아니라 긍정적인 거라고요.”
-그런 게 뻔뻔하다는 거야!
“나 참, 모처럼 헤매지도 않고 바로 입구를 찾았는데 왜 되도 않는 걸로 시비예요? 아니, 뭐 됐고. 일단 들어가죠.”
아크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얼굴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눈앞의 균열은 분명 룬의 성전으로 이어진 길이다.
그러나 아크는 아직 가 본 적이 없는 장소. 아직은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지.
쿠오오오오오-!
토트의 대답과 동시에 엔진음을 일으키며 이동을 시작한 실버스타는 별다른 이변 없이 균열 사이로 들어갔다.
정작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균열을 통과한 실버스타 앞에 펼쳐진 것은 끝도 없는 사막이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혹성인데? 딱히 이면 세계 같아 보이지도 않고. 그럼 그 균열은 일종의 워프 항로 같은 거였던 건가? 아니, 그보다…….”
-그보다? 그보다 뭐?
“룬의 성전이 보이지 않아요.”
아크가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그 말대로 보이는 것은 끝도 없는 사막뿐이었다. 아직 ‘하자스카’의 힘이 남아 있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균열처럼 숨겨져 있지도 않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 어딘가에 있기는 하겠지.
“뭐 그렇겠지만…….”
‘일단 광학 스캐너로 훑어봐야 하나?’
아크가 막막한 표정으로 사막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치링! 치링!
갑자기 귓가에 맑은 쇳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시선을 돌리자 아머에 붙어 있는 금속 조각 일부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이 세워진 상태로 흔들리며 쇳소리를 내고 있었다.
“뭐지? 이게 갑자기 왜…….”
미간을 좁히며 바라보던 아크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군. 왼쪽이에요. 아마도 룬의 성전은 그쪽에 있을 거예요.”
-뭐 그걸 어떻게?
“이 아머가 가르쳐 줬어요.”
아크가 아머에서 진동하는 쇳조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아머는 바로 ‘쿠휀의 보갑’, 이름처럼 쿠휀이 준 선물이자 《룬의 비밀》 퀘스트가 숨겨져 있던 아이템이다. 그게 이런 장소에서 반응을 보인다면 뻔하지 않은가.
“이 아머는 룬의 성전을 가리키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거예요.”
-허……!
아크의 말에 토트가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기억하는 쿠휀 대제는 어린 시절의 모습뿐인데…… 후에 쿠휀 대제가 역대 호루스 중에서도 가장 룬을 잘 다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군. 아머에 아득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유지되는 힘을 담아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뭐 쿠휀이니까요.”
아크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막상 쿠휀이 준 퀘스트를 받고 이런 사막에 도착하자 아크도 오래전 무라티우스타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뭐 그런 회상에 잠길 수 있는 것도 쫓기듯이 바쁘게 퀘스트를 해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 없어서였지만.
새삼 잡퀘를 모두 정리하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바쁜 일이 없어도 언제까지나 회상에 잠겨 있을 수는 없는 일.
“가죠. 내가 방향을 지시할게요.”
-좋아. 발진!
아크와 토트는 한층 업된 분위기로 아머의 반응을 따라 사막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10여 분 뒤, 둘의 얼굴은 또다시 당혹감에 물들었다.
“아머의 반응이…… 사라졌어요.”
더 이상 아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는 것은 사막뿐이었다.
-뭐야? 헛다리를 짚었다는 건가?
“아니, 지금까지 아머가 그런 반응을 보인 적은 없어요. 그 반응은 분명 룬의 성전과 관련이 있을 거예요. 어쩌면 대략적인 범위만 가르쳐 주는 것일지도 모르죠.”
-여기서부터 수색을 시작하라는 말인가? 뭐 할 수 없지. 네 짐작이 맞든 틀리든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일단 이 주위를 돌아다니며 찾아보는 수밖에.
이에 토트가 다시 실버스타를 이동시킬 때였다.
치링! 치링!
다시 아머의 금속 조각이 흔들렸다.
금속 조각이 흔들리는 곳은 등, 방금 전에 지나온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그 자리를 떠나자마자 다시 반응을 보인다면, 이건 대략적인 범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야. 정확히 방금 전의 장소를 가리키고 있는 거다. 하지만 저 위치에는 하자스카로 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아니, 혹시…… 아!’
“토트 님, 돌아가세요!”
-뭐? 왜?
“일단 제 말대로 따라 주세요. 방금 전에 있던 위치로 돌아가 최대한 지면과 밀착한 상태로 기수를 90도로 세워요. 그리고…….”
-어? 어? 어? 돼, 됐다.
“지금이에요! 엔진 최대 출력으로 가동! 후미 분사구로 분사!”
콰콰콰콰! 콰콰콰콰!
굉음을 일으키며 불길을 뿜어내는 실버스타!
불과 10여 미터 높이에서 기체를 수직으로 세우고 분사구로 화염을 뿜어내자 모래 폭풍이 일어나며 사막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저, 저건!
“네, 룬의 성전입니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버스타의 불길이 닿은 곳은 마치 크레이터와 같은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뚝 솟아 있는 구조물!
표면이 기하학적인 문장으로 뒤덮여 있는 피라미드였다.
그게 아크의 목적지, 룬의 성전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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