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33)
아크 더 레전드-833화(833/875)
[833] SPACE 3. Escape! (2)아크는 닷새 만에 탈출 준비를 끝낸 것이다.
그리고 그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무하비나 비운디를 포함해 감방 동기인 12명의 사바트 덕분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한 일이 탈출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으니까.
이에 무하비가 다시 입을 열 때였다.
부스럭, 부스럭.
문득 아크의 가슴 부근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깃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미는 작은 생쥐!
“아,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네. 자식, 이제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는다니까. 어이구, 예쁜 녀석. 그래, 자. 먹어라.”
아크가 씨익 웃으며 수프에 적신 빵을 떼어 던져 주었다.
그러자 두리번거리던 생쥐가 아크의 몸을 타고 쪼르르 내려와 빵 조각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은 이틀째 되는 날 감옥에서 발견한 생쥐였다. 이에 아크가 식사 때마다 빵 조각을 던져 주자 지금은 아예 몸에 붙어 다닐 정도로 따르고 있었다.
뭐 지루한 감옥 생활의 작은 위안이랄까?
“자, 이번에는 여기다.”
아크가 다시 빵 조각을 떼어 보이자 생쥐가 다시 쪼르르 뛰어왔다.
그때 손으로 빵 조각을 움켜쥐자 생쥐는 아크의 주먹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고 일단 한 번 달라붙으니 주먹을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쳐도 결국은 아크가 빵 조각을 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먹을 펼치기가 무섭게 빵 조각을 입에 넣은 생쥐의 볼이 빵빵해졌다.
“딱 토리로군.”
이 생쥐에게는 이미 토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후후후,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힌 이름이야. 그래, 많이 먹어라, 토리야. 후후후후.”
아크는 히죽대며 토리를 쓰다듬었고.
“역시 정상이 아니야. 정말 이 녀석을 믿어도 되는 거야?”
사바트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이미 그들도 강을 건너 버린 입장이었다.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찻숟가락도 이미 아크의 계획이라는 것에 사용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크, 대체 그 탈출 계획이라는 것은 언제 시작하겠다는 거야?”
이에 무하비가 답답한 표정으로 물었을 때였다.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
“에?”
“토리 좀 데리고 있어. 아, 혹시라도 저녁은 주지 마. 중요한 거니 꼭 지켜 줘. 그리고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참견하지 마.”
무하비가 황망한 표정으로 대꾸하자 아크가 토리를 건네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다짜고짜 한창 갈비를 뜯어 대는 무자드가 모여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어이! 무자드!”
“어? 뭐야? 저 자식은?”
“받아라!”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어퍼컷!
갑작스러운 아크의 주먹에 턱을 맞은 무자드가 휘청거리며 서너 걸음 물러났다.
이 상황에 주위의 사바트는 물론, 같이 있던 무자드들의 얼굴에도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이 세계에서 사바트가 무자드를 때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아, 아크! 대체 무슨 짓을?”
“그 방법이라는 것이 설마…… 폭동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거였나?”
“맙소사! 그런 방법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 어쩌지? 이대로는…….”
그러나 더 황당한 장면은 그다음이었다.
“이, 이 자식이…….”
느닷없이 얻어맞은 무자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검을 뽑아 드는 순간! 아크가 납작 엎드리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뭐…….”
“제가 미쳐서 그랬습니다! 정말입니다! 저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감방 동기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저는 기억을 잃고 때때로 정신이 나가는 놈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이런…….”
무자드가 턱 근육을 움찔거리며 아크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무자드라도 이런 식으로 납작 엎드려 빌어 대는 사람을 죽이지는 못하겠는지 이내 팩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어이! 이 자식을 고문실로 데려가라!”
그래도, 아니 당연하지만 그냥 넘어갈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미친놈이든 아니든 네가 한 행동에는 책임은 져야 할 거다. 이 몸이 직접 손봐 주지. 적당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마라. 밤은 길고, 나는 꽤 화가 나 있으니까.”
“흑, 용서해 주세요.”
“끌고 가!”
이에 아크는 눈물을 흘리며 고문실로 직행!
“뭐냐…… 저 녀석,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잖아? 그럼 대체 지금까지 저 녀석이 시키는 대로 해 온 우리는…….”
그리고 무하비들은 일제히 OTL 상태가 되었다.
* * *
“여기인가?”
10여 명의 사내들이 두리번거렸다.
그 주위로 번쩍거리는 네온사인, 선원을 모집하는 함장들의 고함, 그리고 그 위로 쉴 새 없이 이착륙을 반복하는 수십 척의 우주선들.
좀 더 번잡스럽다는 것만 제외하면 개척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혹성의 도시와 다를 게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는 사내들은 알고 있었다.
이 도시는 다른 혹성의 도시와는 다르다는 것을.
무엇이 다르냐 하면…….
“하나같이 카오틱밖에 없군. 뭐 당연하겠지만.”
도시에서 바글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머리 위에 붉은 아이디를 띄우고 있는 카오틱, 범죄자들인 것이다.
그러나 사내의 말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이 도시는 은하지도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다크시티! 범죄자의, 범죄자에 의한, 범죄자를 위한 도시니까.
그러나 방금 전에 이 블랙시티에 도착한 사내들은 카오틱이 아니었다.
그리고 보통, 일반 유저가 블랙시티에 들어오면 십중팔구는 시비에 휘말려 탈탈 털리는 일을 겪게 되지만 사내들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 따위는 1도 없었다.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실력에.
그리고 이들은 이미 갤럭시안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런 실력을 증명한 자들이었다.
다른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서. 그리고 1년여 전에는 그런 실력을 국가로부터도 인정받았다.
이들이 갤럭시안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그것이었다.
바로 국정원의 의뢰로 갤럭시안을 시작한 50명의 유저들! 사내들은 모두 그 그룹에 속해 있는 유저들이었다.
사내들이 블랙시티를 찾아온 이유도 그와 관련이 있었다.
일단 잠시 그 부분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들은 모두 같은 국정원의 의뢰를 받고 갤럭시안을 시작한 유저라도 얼마 전까지는 정체를 숨기고 각자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그 일을 의뢰했던 국정원 과장, 문지훈이 이들을 모아 조직을 만들고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건 유저의 자율성을 지켜 주겠다는 처음의 약속과 다른 것이었다.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거절하고 돌아갔지만 이들을 포함한 20여 유저는 받아들였다.
아니, 이들은 되레 거절한 유저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받아들인다면 지금까지 지급하던 지원금을 2배로 올려 주겠다! 뿐만 아니라 납득할 만한 이유만 있다면 자금은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다!
이런 조건이었으니까.
“거절한 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뭐 자존심이겠지.”
“하, 자존심이 밥 먹여 주나? 하여간 요즘 애들은 고생을 모르고 자라서 돈의 소중함을 몰라요. 인생은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나는 건데 말이지.”
“너무 대놓고 돈돈 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꼭 돈만 밝히는 놈들 같잖아.”
“음, 그건 아니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문 과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니까.”
“킥킥, 그래. 그런 걸로 하자고.”
“아니, 그냥 해 보는 말이 아니야. 난 정말 그런 생각이 있다고.”
“그래서? 돈은 안 받아도 된다는 거냐?”
“약 먹었냐? 주는 돈을 왜 안 받아?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사람이라고 안 먹고 사는 재주 있냐? 받을 건 받아야지.”
“물론이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지. 내가 조직에 찬성한 건 문 과장이라는 사람의 말에 공감한 부분이 커. 처음 의뢰를 받을 때는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지만 갤럭시안은 개인보다 조직을 만드는 편이 몇 배는 유리해. 우리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그 때문이지. 그렇다면 굳이 따로 움직일 이유가 없잖아. 사실 나는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국정원의 의뢰를 받은 유저들의 정보는 비밀이라 알 방법이 없었잖아.”
“그래, 그 점은 문 과장님에게 고마워해야겠지.”
“그리고…….”
그때 제스터라는 유저가 슬쩍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국정원의 과장이니 당연하겠지만 역시 우리와는 생각부터가 달라.”
“음, 나도 이런 방법은 생각지도 못했어. 비밀 조직 밑에 또 다른 비밀 조직을 만든다니.”
제스터 일행이 다크시티에 온 목적이 바로 그것이다.
-갤럭시안에 대해 여러모로 알아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도 평범한 일반 유저는 모르는 세계가 존재한다더군. 범죄자들만의 세계 말이야. 우리의 목적이 루시퍼를 찾는 것이니 그런 세계도 빼 놓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우리의 인원은 2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부터 세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데 그중 일부를 카오틱으로 만드는 것은 부담이 커. 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 따로 세력을 만들어 관리하기도 쉽지 않겠지.
얼마 전 문지훈이 한 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니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그 세계에서 세력을 가지고 있는 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돈을 들여 세력을 만들 필요도, 관리하는 수고도 덜 수 있겠지.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없는 일도 얼마든지 해 주겠지.
바로 카오틱 세계에서 이미 세력을 가지고 있는 유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지훈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제스터 일행도 같은 생각이었다.
-……충분한 보상만 해 준다면 말이야.
돈 싫다는 놈은 없으니까.
하물며 상대는 카오틱, 범죄자다. 그리고 현실이든 게임 속이든 범죄자가 되는 이유의 99%는 돈 때문이 아니던가.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적어도 투자한 만큼의 일을 해 줄 수 있는 유저라야 하는 것이다. 이에 사내들은 정보망을 총동원해 얼마 전에 적임자라고 할 수 있는 유저를 찾아낼 수 있었다.
막후에서 이 일대의 해적을 장악하고 있다는 해적왕!
바로 크로이츠라는 유저였다.
제스터 일행이 다크시티를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는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바로 이 다크시티를 장악하고 있는 크로이츠를 만나러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어이, 너희들! 여기가 어딘지 알고 빳빳하게 고개를 들고 돌아다니고 있는 거냐? 보아하니 아직 피 냄새도 제대로 맡지 못한 풋내기들 같은데, 분위기 파악 못 하면 탈탈 털리고 뒈지는 수가 있어.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납작 엎드려 기어 다니는 편이 좋지 않겠냐?”
웬 해적이 단검을 핥아 대며―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비를 걸때.
“여기 해적왕이 있다고 들었다.”
“해, 해적왕?”
“그래, 우리는 그에게 용건이 있어서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납작 엎드려 기어서 가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어쩌지?”
이렇게 말하자 해적의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다.
“기, 기어가라니? 누가 감히 그분을 찾아온 분들에게 그런 말을 합니까? 제가요? 아니, 그건 그냥 인사입니다. 네, 여기서는 원래 그렇게 인사를 합니다. 어이! 여기저기 숨어서 지켜보는 놈들! 엉뚱한 생각하지 마! 그분을 찾아오신 분들이다!”
그리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해적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제스터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끄덕였다.
카오틱들이 이 정도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크로이츠라는 유저의 힘은 굳이 따져 볼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바로 크로이츠의 기지로 이동!
“네가 그 해적왕인가?”
“그렇다.”
마침내 만남이 성사되었다.
그러나 수십 명의 부하에게 둘러싸여 대답하는 사내의 머리 위에는 붉은 아이디가 떠올라 있지 않았다.
수많은 카오틱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카오틱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모은 정보에 의하면 조금만 눈에 거슬려도 함대든 영지든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놈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짓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카오틱이 아니라니? 뭐랄까, 여러 가지 의미에서 무서운 놈이군.’
제스터는 새삼 긴장했다.
그러나 그런 놈이기에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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