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34)
아크 더 레전드-834화(834/875)
[834] SPACE 3. Escape! (3)“앞서 메시지를 주고받았으니 긴말은 필요 없겠지. 하지만 그래도 계약이니 얼굴을 보면서 하는 것이 예의라 찾아왔다. 조건은 그대로 하면 되겠지?”
이에 제스터는 바로 계약을 진행시켰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상대는 심드렁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제스터는 당황하지 않았다. 상대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더 많은 돈을 뜯어 내기 위해 저러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건 문지훈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해적왕이라고까지 불리는 놈이다. 그러니 분명 계약을 할 때가 되면 딴소리를 하며 보수를 올리려고 할 것이다. 원래 돈에 환장한 놈들은 다 그러니까. 놈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처음 제시한 보수의 1.5배까지는 네 재량으로 허락해라.
문지훈이 했던 말이다.
이에 제스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뭐 우리의 뒤에서 불법적인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니까, 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좀 더 보상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 좋아, 처음 제시한 보수의 1.2배를 약속하겠다.”
“불법적인 일?”
그러나 상대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아, 정말 욕심도 많은 친구로군. 좋다. 1.5배! 말해 두지만 더 이상은 우리도 무리다.”
“네가 말하는 1.5배라는 게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우리는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헛소리 그만하고 돌아가라.”
“뭐야? 헛소리?”
이쯤 되니 제스터도 인내심이 바닥났다.
“저자세로 대해 주니 우리가 만만해 보인 모양이군. 이곳의 해적들이 왕처럼 떠받들어 주니 눈에 뵈는 것이 없냐?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우리가 너와 계약하려는 것은 너보다 약해서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이따위 블랙시티는 언제든지 불바다로 만들어 줄 수도 있어! 만약 네가 계속 이따위 태도로 나온다면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부드럽게 대해 줄 때 알아서 기라는 말이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사내가 슬쩍 눈썹을 찡그리며 제스터를 바라보았다.
“나도 그냥 해 본 말이 아니다. 우리는 불법적인 일은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네놈들에게 그게 시빗거리가 된다면, 뭐 받아 주지.”
“뭐, 뭐라고?”
“자신의 의지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면 얼마든지.”
“오! 정의!”
사내의 말에 주위의 해적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제스터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의? 지랄을 하는군. 해적들 주제에 무슨 정의냐? 좋다.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더 이상 부탁하지 않겠다! 아니, 네놈들은 카오틱, 우리야말로 정의의 이름으로 네놈들을 심판해 주마! 크로이츠, 넌 지금 인생 최대의 실수를 한 거다!”
“크로이츠?”
그때 사내가 미간을 찡그리며 되물었다.
그리고 잠시 제스터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하, 무슨 헛소리를 떠들어 대나 했더니 그렇게 된 거였군. 그 자식과 뭔가 구린 계약을 하려던 놈들이었어. 미안하지만 나는 크로이츠가 아니다.”
“뭐, 뭐라고? 크로이츠가 아니야? 하지만 분명 해적왕이라고…….”
“그래, 하지만 크로이츠는 전임 해적왕이다. 지금은 내가 해적왕이지. 뭐 조만간 그런 칭호도 떼어 버릴 생각이지만 어쨌든, 일부러 찾아왔으니 말해 주지. 나는…….”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정의남이다.”
* * *
탕탕탕!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간수가 기지개를 펴며 문 위쪽의 작은 창을 열었다. 그러자 피투성이가 된 사바트 하나를 좌우에서 잡고 있는 2명의 무자드가 보였다.
“이제 끝난 거야?”
“보다시피. 이 자식도 재수가 없다고 해야 할지…… 상등관님을 건드리다니, 미쳐도 곱게 미치라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얼마 전에 한 놈 죽어 나가서 그 뒤로는 적당히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죽일 기세로 패더군.”
“뭐 상관없지만, 죽은 건 아니겠지?”
“아직은.”
“저러고도 살아 있다니, 바퀴벌레 같은 놈이군. 그나저나 자다가 죽어 버리면 곤란한데. 여기서 자야 하는 내 입장이 돼 보라고. 사바트는 썩는 냄새도 고약하단 말이야.”
“구시렁대지 말고 문이나 열어. 우리도 자야지.”
“젠장, 들어와.”
간수가 투덜대며 안에서 걸쇠를 풀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열쇠 꾸러미를 들고 슬렁슬렁 걸어가 철창을 열어 두자 2명의 무자드가 피투성이 사바트를 던져 넣고 몸을 돌렸다.
“수고하라고.”
“쳇,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 이제 나도 잠 좀 자야겠다.”
간수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다시 문 옆의 의자에 앉더니 금세 코를 골기 시작했다.
철창 안의 죄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어이! 어이!”
피투성이의 사바트를 흔들며 작은 목소리로 부르는 사람들은 무하비 일행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흔들어 대는 사바트는 바로…….
“미치겠군.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미친 짓을 한 거야? 이렇게 될 게 뻔하잖아.”
“미쳤으니 미친 짓을 한 거겠지. 우리가 너무 방심했어. 기억을 잃고 날아다니는 쇳덩이니 뭐니 하는 소리를 할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래도 죽지는 않는 것 같아.”
“뭐 그건 다행이지만 그동안 이 친구 말만 믿고 있던 우리는…….”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잖아.”
“그래, 지금은 일단 이 친구부터 어떻게든 하고 나서 생각하자고. 이대로 두면 정말 죽을지도 몰라. 어이, 아크! 아크!”
……바로 아크였다.
“하지만 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리고 무하비들이 암담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갑자기 아크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헉! 뭐, 뭐야? 자네, 괜찮은 건가?”
“아우! 이게 괜찮아 보여?”
아크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기겁하는 무하비를 돌아보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아크는 괜찮지 않았다.
느닷없이 상등관 무자드에게 어퍼컷을 날리고 고문실로 끌려 들어간 것이 점심때, 그리고 지금은 오밤중이었다. 말하자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채찍질을 당했다는 말이다.
당연히 몸은 너덜너덜. 이건 뭐, 아크도 봐 주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아크는 유저다.
‘아프다! 젠장, 더럽게 아프다!’
확실히, 아크는 지금도 몸을 움직일 때마다 미칠 정도로 아팠지만! 아니, 원래 이 정도의 상처를 입으면 움직이지 못하지도 못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지금의 아크는 어디까지나 캐릭터. 그 통증만 참을 수 있다면 캐릭터를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것이다.
“굉장하군. 그런 상처를 입고 살아 있는 것도 놀라운데 움직일 수 있다니? 역시 수행원이라 우리와는 체력이 다른 모양이군. 하지만 무리해서 일어날 필요 없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지금은 자 둬. 자세한 얘기는 내일 하지.”
아크도 그러고 싶었다. 아프니까!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안 되다니? 무슨 말이야? 아니, 자네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무하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다 죽어 가는 몰골로 몸을 일으킨 아크는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말고 갑자기 상의를 벗더니 실밥을 뜯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하비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못 들었어? 아까 말했잖아. 오늘 탈출하겠다고.”
“뭐? 아직도 그 말이야? 그건…….”
“오늘이라야 돼. 무자드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일단 오늘까지는 바위를 옮기고 내일부터는 다시 그 바위를 쌓는 작업을 시작한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너희들이 내가 지시한 대로 바위를 움직여 놓은 것도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이야. 그래도 바위를 다시 옮겨 놓을 기회는 있겠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며칠이나 더 걸릴지 장담할 수 없지. 그러니 나간다. 지금 당장.”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곧 알게 될 거야.”
아크의 말에 무하비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닌 밤중에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와 갑자기 거적때기의 실밥을 뜯어내는 아크는 그저 미친놈이 발작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의 걱정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아크는 꿋꿋이 실밥을 뜯어냈다. 그리고 뜯어낸 실밥을 하나로 묶어 긴 줄을 만들고 무하비를 돌아보며 물었다.
“토리는 어디 있어?”
“토리? 아, 그 쥐. 방금 전에 잠들어서 네 자리에 뒀어.”
무하비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몸을 둥글게 말고 잠들어 있는 토리가 보였다.
“저녁은 먹이지 않았지?”
“음, 자네 말대로 먹이지는 않았어. 갑자기 그건 왜…….”
“잘했어.”
아크가 씨익 웃으며 끄덕였다.
그리고 무하비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다가가 토리의 몸에 실을 묶고 손끝으로 툭툭 건드려 깨웠다.
찍찍? 찍찍!
“자, 저녁 시간이다. 나가라.”
아크가 두리번거리는 토리를 철창 밖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에 무하비들은 ‘역시 정신줄을 놔 버렸어…….’라는 눈빛으로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잠시 킁킁거리던 토리가 갑자기 쏜살같이 뛰어가더니 기둥을 타고 올라가 간수가 벽에 걸어 놓은 열쇠 꾸러미에 달라붙는 게 아닌가?
“어? 어어? 저, 저 쥐가 왜 저기로……?”
“쉿! 이제부터가 중요해.”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리는 무하비를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신중한 표정으로 토리와 연결된 실을 슬슬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움찔한 토리가 와락 열쇠 꾸러미를 부둥켜안았고, 그 상태로 벽을 타고 주르륵 미끄러지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결국 철창 앞까지 질질 끌려왔다.
“일단 1단계는 성공이다!”
아크는 소매에서 작은 빵 조각을 꺼내 토리에게 던져 주고 열쇠 꾸러미를 집어 들었다.
그러자 무하비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아크, 이건?”
“고문을 받고 들어올 때 간수가 들고 있던 열쇠 꾸러미에 점심때 수프를 잔뜩 적셔 두었던 소매를 문질러 뒀지. 토리는 항상 수프에 적신 빵 조각을 받아먹었어. 때문에 저녁을 굶은 상태라 본능적으로 그 냄새를 쫓아간 거야. 그리고 이 녀석은 먹이가 있으면 일단 부둥켜안는 습관이 있지. 이렇게.”
아크는 토리가 갉아 대는 빵 조각을 주먹으로 움켜쥐었다. 그러자 토리는 열쇠 꾸러미를 안았을 때처럼 아크의 주먹에 찰싹 달라붙었다.
“뭐…….”
떠듬거리던 무하비가 움찔하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그럼 네가 저 생쥐에게 계속 빵 조각을 나눠 주던 이유가…….”
“그런 거지.”
그렇다. 아크는 감옥에서 토리와 첫 만남(?)을 가졌을 때 이미 이런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빵을 항상 수프에 적셔 주었던 것도! 장난처럼 뺏었다가 다시 주는 행동을 한 것도!
그리고 또!
“그렇다면 설마 작업장에서 상등관을 때린 것도…….”
“이런 시간에, 이런 몰골이 아니면 열쇠 꾸러미에 접근할 기회가 없었겠지.”
“맙소사! 일부러 채찍질당할 짓을 했다는 말인가?”
“기회는 기다리는 게 아니야, 만드는 거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철컥!
작은 쇳소리와 함께 철창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이에 아크는 발소리를 죽이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직 자고 있는 간수를 확인하고 손짓으로 무하비 일행을 밖으로 불러 내며 말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철창 밖으로 나왔다고 끝난 것이 아니야. 그러니 지금부터 무조건 내 말에 따라 줘. 그것만 지켜 주면 우리는 탈출할 수 있어.”
“정말 이곳을 탈출할 방법이 있는 건가?”
“물론이지. 그걸 위해 지난 닷새 동안 준비를 해 온 거니까.”
“그렇다면…….”
아크의 말에 무하비가 주위의 철창을 돌아보았다.
이쯤 되면 이제 아크가 미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아직 아크가 준비해 둔 방법이라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제 그 말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도 거침없이 움직이는 아크를 보니 정말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뢰가 팍팍 생긴다. 때문에 무하비는 다른 사바트들도 데리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만.
“무리야.”
아크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준비해 둔 방법으로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은 딱 나와 너희들뿐이야.”
사실 이들도 모두 데리고 나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아크가 준비해 둔 방법은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크가 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이유는 같이 준비했다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룬의 비밀》 퀘스트와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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