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35)
아크 더 레전드-835화(835/875)
[835] SPACE 3. Escape! (4)‘이들은 내가 들어와 있는 비비디라는 사바트와 함께 여행하던 사람들이다. 이 퀘스트의 최종 목적이 비비디가 되어 뭔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이들과 관련이 있을 거야.’
다행히 아크의 말에 무하비도 고집을 피우지는 않았다.
“자, 따라와. 수갑과 족쇄의 쇠사슬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리하여 아크를 따라 살금살금.
코를 골아 대는 간수를 지나 문의 걸쇠를 풀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말했듯이, 감옥을 나온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감옥은 상당한 크기의 건물 내부에 있었고, 밤이라도 경비를 서는 무자드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다!’
아크도 이곳에서 닷새를 보냈다.
그렇다고 건물 내부 구조를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아크의 목적지, 노역장까지는 매일 왕복해서 구조는 물론 경비의 위치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중 1명!
‘……저놈이다!’
무하비 일행과 경비의 눈을 피해 통로를 지나던 아크가 자세를 낮추며 벽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모퉁이로 고개를 내밀자 모닥불 옆에 서 있는 무자드가 눈에 들어왔다.
노역장으로 연결된 유일한 통로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 다른 경비병은 타이밍만 잘 맞추면 피해 갈 수 있지만 놈의 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무하비도 상황을 깨닫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 어쩌지?”
“다른 방법이 없어.”
아크가 무하비 일행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탈출하다가 잡히면 우리는 100% 죽는다. 그러니 기회는 단 한 번, 절대 실수해서는 안 돼. 그러니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따라 줘. 이제 너희들이 할 일은 하나, 여기서 나가자마자 바로 비운디가 목공 작업을 할 때 준비해 둔 것을 전에 내가 말했던 지점으로 옮기고 대기하는 거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지만 저 무자드는…….”
“말했잖아.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아크가 벽에 등을 기댄 채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제부터 너희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냥 노역장으로 뛰어. 지금!”
그리고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와락 모퉁이를 돌아 뛰어갔다. 이에 무하비 일행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었고.
철그럭! 철그럭!
“응? 무슨 소리…… 어? 저, 저 녀석들은?”
수갑과 족쇄의 사슬이 바닥에 끌리며 쇳소리를 울리자 무자드가 고개를 돌리다가 흠칫 놀랐다.
그리고 검을 움켜쥐는 순간!
콰직!
“지금이다! 뛰어!”
몸을 날린 아크가 놈의 면상에 무릎을 박아 넣으며 소리쳤다. 그리고 그 말에 뒤따르던 무하비 일행이 휘청대는 무자드를 지나 노역장으로 뛰어가고 있을 때였다.
한 손으로 얼굴을 움켜쥔 무자드가 노성을 터뜨리며 검을 휘둘렀다.
“크윽! 사, 사바트 따위가 감히!”
부웅-!
‘역시 이전처럼은 안 되는군.’
아크는 황급히 몸을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사실 가장 많이 걱정하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지금 아크는 장비품과 스킬이 모두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캐릭터 정보창조차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니 아크는 지금 자신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크의 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내가 무자드를 상대할 수 있느냐다.’
핵심은 바로 그것!
지금 아크는 사바트다. 그리고 무하비에 말에 의하면 이 오리진이라는 세계에는 무자드보다 사바트의 숫자가 몇 배는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무자드의 지배를 당하는 이유는 전사 종족인 무자드가 사바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크의 생각은 달랐다.
‘확실히, 그런 공격을 받고도 바로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 무자드와 사바트는 상당한 힘의 차이가 있어. 하지만 무하비가 말한 정도는 아니다!’
아크는 이미 낮에 그것을 확인했다.
낮에 무자드에게 어퍼컷을 날린 이유는 그저 고문실로 가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 한 방으로 무자드와 사바트, 아니 지금 아크의 힘의 차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때 어퍼컷을 맞은 무자드는 단숨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것도 일반 무자드보다 높은 계급의 상등관이.
그 반응으로 아크는 확신했다.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적어도 나라면!’
탁! 탁! 탁!
아크는 바로 자세를 전환하며 고무공처럼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뭐냐? 그 요상한 움직임은? 나와 싸워 보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그런 몰골로 너 혼자? 그것도 빈손으로? 건방진! 좋아, 그게 소원이라면 갈가리 찢어 죽여 주마!”
무자드가 분노를 터뜨리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무자드는 모르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사바트가 평범한 사바트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통통 튀어 오르는 동작이 그저 요상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위이이잉! 쩍!
검을 내리치다가 휘청거리는 무자드!
사선으로 검을 피한 아크가 놈의 허벅지에 하단 차기를 먹인 것이다.
족쇄가 채워진 다리로 턱이나 관자놀이를 다이렉트로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었지만, 익숙지 않은 타격에 무자드의 다리가 꺾이며 몸이 내려왔다.
‘딱 좋은 높이다!’
퍽!
이에 아크는 재빨리 다리를 바꿔 놈의 면상에 다시 니킥!
그렇다. 무자드가 요상하다고 지적한 움직임은 바로 어느 때라도 바로 반응하고, 어떤 자세에서든 바로 공격으로 전환해 발 차기를 날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태권도의 스텝!
비행기도 모르는 원시적인 문명의 무자드가 그런 고급 전투술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러나!
“크윽! 이, 이 자식! 사바트 따위가!”
‘쳇, 제대로 들어갔는데…….’
아크가 이를 갈아붙이는 무자드를 바라보며 한숨을 불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곳은 게임이라기보다는 거의 현실에 가까운 법칙이 적용되어 있었다.
그리고 현실이었다면 지금의 공격으로 웬만한 덩치라도 일격에 뻗어 버렸을 것이다.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 무자드와 사바트의 육체적인 차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생명력도 확인할 수 없으니 얼마나 데미지를 입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놈의 움직임을 보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저기다!”
그때 뒤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놈이 꽥꽥 질러 대는 소리를 듣고 근처의 무자드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아크의 힘으로 그런 무자드들까지 상대하기는 무리!
‘하지만 이곳이 진짜 현실과 같은 규칙에 적용되는 세계라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야. 이슈람 형님에게 배울 때는 설마 진짜 써 먹을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설렁설렁 배운 탓에 자신은 없지만 그런 말을 할 때는 아니지.’
이슈람에게 배운 필살기!
그냥 펑펑 써 대는 이름뿐인 필살기가 아니라 진짜 살인기!
‘실패하면 죽는다!’
“다른 녀석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너는 내 손에 죽을 테니까! 죽어라, 버러지 같은 사바트 자식!”
그때 무자드가 와락 달려들며 검을 내리쳤다.
순간 아크는 빠르게 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났다. 아니, 물러난 것이 아니다. 그대로 자세를 낮췄다가 뛰어오르며 도약! 그리고 바닥을 내리찍는 무자드의 팔을 밟고 다시 한 번 몸을 날리며 수갑의 사슬로 놈의 턱을 휘감으며 등 뒤로 내려섰다.
“컥! 무, 무슨…….”
이에 몸이 활처럼 뒤로 젖혀지는 무자드가 당혹성을 터뜨렸지만! 아크는 넘어지는 무자드의 몸을 어깨로 받치고 목을 휘감은 사슬을 세차게 당겼다.
그러자 사슬을 통해 뭔가 부서지는 감각이 전해지며 놈의 목이 90도로 꺾였다.
콰직! 우드드득!
‘아우, 역시나 기분 더럽군.’
뒤이어 산전수전 다 겪은 아크도 몸서리가 쳐지는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몸서리나 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것으로 놈은 축 늘어졌지만―왠지 지금은 죽였다는 표현을 쓰기가 꺼림칙했다― 다른 무자드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아크는 바로 놈이 떨군 검을 움켜쥐고 노역장으로 뛰었다.
“여기다, 아크!”
그러자 100여 미터 앞에 모여 있는 무하비 일행이 소리쳤지만.
“에? 뭐야? 어디로 가는 거야?”
아크는 급격히 방향을 바꿔 노역장 중심의 동상 뒤, 바위들이 쌓여 있는 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들과 달리 아크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언덕 위로 뛰어올라 간 아크는 바로 그것을 찾아냈다.
거대한 바위 아래에서 반짝이는 물체. 바로 아크가 나타나기 전까지 무하비 일행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찻숟가락이었다.
그게 왜 바위 아래 끼어 있느냐 하면, 아크가 시켰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윽!”
그때 갑자기 섬뜩한 통증이 전해졌다.
아크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리자 어깨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젠장, 저 자식이 경비를 죽였다! 쏴라! 무자드를 살해한 저 자식을 고슴도치로 만들어라!”
그리고 뒤에서 화살을 날리며 언덕을 올라오는 무자드들!
아크는 날아드는 화살을 검으로 쳐 내며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자세를 낮춰 뛰어가며 찻숟가락을 검으로 내리쳤다.
팅-!
그 충격에 찻숟가락이 튕겨 나가는 순간!
쿠쿵! 쿠쿠쿠쿠! 쿠쿠쿠쿠!
바위가 굉음을 일으키며 경사를 따라 구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무하비 일행에게 바위를 그 위치로 옮기라고 한 것도, 그 아래에 찻숟가락을 꽂아 놓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니까!
‘이제 남은 것은…….’
“놈이다! 놈이 나왔다! 쏴라!”
피융! 피융! 피융!
아크가 바위 밖으로 뛰어나오자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러나 아크는 활을 당기는 놈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따라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지금은 화살도 당연히 위험하지만.
‘바위보다 늦으면 죽는다!’
아크가 굉음을 일으키며 떨어지는 바위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늦으면 죽는다고 말한 것은 바위가 아니다.
그사이 바위는 다른 바위와 충돌해 지금은 집채만 한 바위가 10여 개 굴러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바위들이 굴러가는 방향에는 ‘그것’이 있었다.
“헉! 뭐, 뭐야?”
“바, 바위가 황제 폐하의 동상으로 굴러간다!”
“안 돼! 막아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무자드들이 비명을 터뜨렸다.
그러나 수십 개나 되는 집채만 한 바위를 화살 따위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하여 무자드들이 비명을 질러 대는 사이에 바위는 그대로 동상을 직격!
콰쾅! 쿠쿠쿠쿠! 쿠쿠쿠쿠!
20여 미터 높이의 동상이 괴음을 일으키며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상이 기울어지고 있는 방향이 바로!
“아, 아크, 이건…….”
무하비 일행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였다.
“시간이 없어! 모두 목재 위로 올라가 가능한 한 몸을 웅크려라!”
“모, 목재 위로?”
“그래, 이제 곧 동상이 쓰러지면…….”
아크가 무하비 일행에게 소리치며 거대한 목재 위로 올라갔다. 그 목재 역시 아크의 지시로 비운디와 몇몇 사바트가 목공 작업을 맡았을 때 근처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아크가 경비와 싸우는 사이, 무하비 일행은 그 목재를 ‘아크가 지시한 대로’ 바위에 걸쳐 놓았다.
마치 시소와 같은 모양으로.
그리고 그 한쪽에는 아크와 무하비 일행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콰콰콰콰콰! 콰콰콰콰콰!
20여 미터 높이의 동상이 떨어졌다.
“우와아아아악!”
“헉! 뭐, 뭐야? 저놈들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비명과 당혹성!
당혹성은 화살을 날리며 아크를 따라오던 무자드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이었다. 비명을 터뜨리며 성벽 밖으로 날아가는 아크와 무하비 일행을 바라보며.
아크가 세운 탈출 방법이 바로 이것!
널뛰기를 하듯이 동상의 중량을 이용해 날아서 성벽을 넘어가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런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상 제작 작업을 하며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풍덩! 풍덩! 풍덩!
성벽 너머에 흐르는 강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