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39)
아크 더 레전드-839화(839/875)
[839] SPACE 5. 위험한 놈 (2)그러나 무자드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당한 동료가 눈앞의 시체만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남은 무자드는 삑삑대는 그 두 놈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너희들도…….’
이에 아크가 바위를 돌아 나오며 호각을 불어 대는 무자드를 향해 시위를 당겼다.
피융! 퍽!
“큭! 뭐, 뭐야?”
그러나 당혹성을 터뜨린 사람은 아크였다.
화살을 날리기 직전에 아크의 등에 뒤에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화살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공격에 아크가 휘청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멍청한 놈들! 뒤다!”
20여 미터 아래에서 붉은 갑옷을 입은 무자드가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걸며 소리치고 있었다.
“자비드 상등관님, 저, 저놈은?”
“보면 모르나! 20분이 넘도록 연락이 없어 올라와 봤더니 이 무슨…… 고작 사바트 따위에게 당하다니? 무자드라는 이름이 아까운 한심한 놈들 같으니! 저놈이다! 네놈들 발밑에 널브러져 있는 병신 같은 놈들을 죽인 사바트가!”
‘빌어먹을, 실수다!’
아크가 자비드라는 무자드를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건 100% 아크의 실수였다.
아크는 무하비에게 이 세계에도 툼툼이라는 탈것이 존재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아크도 당연히 무자드가 툼툼을 타고 추격해 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예상했어야 한다.
‘모든 무자드가 돌산을 수색하던 것이 아니야. 밑에서 툼툼과 짐을 지키는 놈이 남아 있었던 거다.’
피융! 피융! 피융!
그게 바로 뒤에서 연이어 화살을 날리는 자비드!
보고가 늦어 직접 돌산에 들어왔다가 호각 소리를 듣고 아크를 발견한 것이다. 다행히 자비드도 급하게 화살을 날린 탓인지 일격에 아크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쳇! 이런 쥐새끼 같으니! 뭘 보고만 있는 거냐? 놈을 죽여라!”
“네? 네! 이 사바트 자식!”
상황이나 파악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비드의 고함에 검은 뽑아 들고 아크를 향해 뛰어오는 2명의 무자드!
몸을 굴리며 화살을 피하던 아크는 어금니를 깨물며 등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 그리고 바위를 돌아 등지고 달려드는 무자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캉! 카카카칵!
‘강하다!’
쇳소리와 함께 뒤로 확 밀리는 아크의 검!
지금 아크가 사용하는 몸은 사바트 최강의 전사 비비디의 몸이다. 그리고 앞서 확인한 대로 그 몸은 아크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유연함과 민첩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비비디의 몸도 힘에서는 무자드에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싸움은 힘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아크는 검을 회전시키며 맞붙은 무자드의 검을 옆으로 튕겨 냈다. 이어 사선으로 한 발 내디디며 한 동작으로 무자드의 목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일단 바위를 등져 화살은 피했지만 놈들은 3명이다. 하지만 아직 놈들은 나를 사바트라고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어. 그러니 놈들이 처음 공격할 때가 기회다. 놈들이 제대로 협공을 시작하기 전에 한 놈이라도 먼저 처리해 둬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날린 공격이다.
그리고 무턱대고 검을 휘둘러 대는 무자드는 확실히 아크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무자드만이 아니었다. 아크도 상대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큭! 이, 이 자식이!”
검은 확실히 무자드의 몸에 박혔지만 목이 아닌 어깨!
거의 찰나에 가까운 시간에 검의 궤도를 읽고 머리를 피한 것이다. 그리고!
서걱-!
동시에 아크의 어깨에서도 피가 튀었다.
호각을 불던 나자니라는 무자드가 그사이에 검을 휘두른 것이다.
이렇게 결국 무승부. 아니, 아크는 그 전에 이미 등에 화살까지 맞았다. 게다가 이제 ‘만만치 않은’ 무자드 2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그리고 검상을 입는 순간 깨달았다. 이 세계는 현실과 같아 일격에 적을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아크 역시 일격에 죽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싸움이란 결국 의지다. 그건 일격에 적을 살상하는 검을 가지고 싸울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검이 닿지 않는 거리는 내 검도 닿지 않는다. 상대의 검을 두려워하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검술 스승 박종훈의 말이었다.
-싸움은 시합이 아니다. 누가 더 많이 때렸는지는 상관없어. 중요한 건 누가 먼저 치명타를 먹이느냐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치명타만 먹지 않으면 돼, 치명타만. 그리고 가서 먹여 주는 거다, 치명타를!
태권도 스승 이명룡의 말이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상처 따위!’
아크는 되레 앞으로 뛰어나갔다.
이에 나자니의 검이 어깨에 더 깊이 박혔지만 아크는 어금니를 깨물며 버텼다. 그리고 물러나던 무자드가 공세로 전환하며 아크를 향해 검을 내리치는 순간!
번쩍! 텅-!
놈의 팔보다 빨리 움직이는 아크의 다리!
아크의 앞차기가 적중한 무자드의 손에서 검이 떨어져 나갔다. 이에 무자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목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났지만, 오른발을 디디며 몸을 날린 아크의 검이 그보다 먼저 목을 가르며 지나갔다.
“컥! 이, 이런…….”
푸화아아아!
“마, 말도 안 돼! 사바트 따위가 어떻게 그런 움직임을…….”
동료가 피를 뿜어 올리며 쓰러지자 나자니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그러나 아크는 그런 말에 일일이 반응해 줄 여유가 없었다. 이건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싸움인 것이다. 이에 아크가 바로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자니의 면상에 돌려 차기를 날릴 때였다.
피융! 팍-!
왼쪽 허벅지에 박히는 화살!
“멍청한 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저놈은 이미 다른 부대원을 죽인 놈이다! 평범한 사바트가 아니라고! 그따위로 어설프게 싸울 거면 차라리 물러나! 물러나서 그냥 놈이 도망치지 못하게 잡고만 있어라! 놈은…….”
아크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옆에서 자비드의 고함이 들려왔다.
“내가 죽인다!”
자비드가 연이어 화살을 날리며 소리쳤다.
아크가 한 놈을 처리하는 사이에 바위 옆으로 이동해 화살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다급해진 아크는 발치의 무자드 시체를 들어 화살을 막았다.
“쳇, 무슨 사바트 자식이 저렇게 싸움에 익숙한 거야? 하지만 놈은 이미 내 화살을 두 방이나 맞았다! 다리에도 부상을 입었으니 좀 전처럼은 못 움직일 거야! 나자니, 뒤로 돌아가 놈이 바위에 숨지 못하게 막아라!”
“네!”
“……빌어먹을.”
아크가 뒤로 뛰어가는 나자니를 돌아보며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본래의 은하계라면 이런 상황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스킬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나 다름없는 싸움.
몸만으로 싸워야 하고, 그 몸은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 한 방에도 죽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슈람 형님 말대로!’
죽음에 이르는 상처만 아니면 버틸 수 있다는 말이다!
“받아라!”
아크가 벌떡 일어나며 시체를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 자비드의 화살이 시체에 박히는 순간, 아크는 지체 없이 나자니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아니, 날릴 생각이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덜컥!
“헉! 뭐……?”
갑자기 힘을 잃고 꺾이는 무릎!
털썩 주저앉은 아크는 퍼렇게 물들어 있는 허벅지를 본 뒤에야 이유를 깨달았다.
그 허벅지에 박혀 있는 것은 자비드의 화살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화살이 아니라 설사 포탄에 몸이 너덜너덜해져도 살아만 있으면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상태 이상 창만 떠오르지 않으면!
아크가 잊고 있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움직임에 지장을 주는 상황이 생기면 친절하게 정보창이 떠올라 주었다. 그러나 이 세계는 그렇게 친절한 시스템은 없었다.
“크하하하! 역시 효과 하나는 끝내주는군! 아무리 잘난 사바트라도 독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지? 방금 전에 네가 맞은 것은 독을 발라 둔 화살이다! 한 방 맞으면 팔이든 다리든 10분 이상 마비시키는 독!”
아니, 친절한 구석도 있었지만 어쨌든.
아크가 주저앉은 이유가 그것이었다. 정보창 시스템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다리가 마비되어 있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사바트에게 쓰기는 아깝지만, 아직까지 다른 놈들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 모두 네놈에게 당했다는 뜻. 부대원을 다섯이나 죽인 사바트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없지.”
씨익 웃으며 시위를 당기는 자비드!
설사 그 화살을 피한다 해도 뒤에는 나자니가 있다. 왼쪽 다리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비드의 화살과 나자니의 검을 모두 피하기는 무리!
‘끝장이다!’
이에 아크가 절망할 때였다.
“헉! 아, 아크!”
“무자드다! 역시 무자드와 싸우고 있었어!”
“젠장, 이대로 두면 죽는다! 놈이 화살을 쏘지 못하게 해야 해! 뭐든…… 그래! 돌이다! 짚이는 대로 다 집어 던져!”
갑자기 위에서 와글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짱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뭐야? 저 녀석들은…… 컥!”
그리고 그중 하나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는 자비드의 면상에 적중! 자비드가 비명을 터뜨리며 경사를 따라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이런…… 자비드 님!”
‘기회다!’
아크가 당혹성을 터뜨리는 나자니를 향해 몸을 굴리며 다가갔다. 그리고 왼팔로 다리를 잡고 검 자루로 무릎을 내리찍자 나자니가 털썩 주저앉았다.
“헉! 네놈…… 대체 네놈은…….”
나자니가 바로 눈앞으로 다가오는 아크를 바라보며 떠듬거렸다. 그러나 그때, 이미 아크의 검은 나자니의 목에 박혀 있었다. 이에 나자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피가 콸콸 쏟아지는 목을 부여잡으며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한편!
“놈이 아직 살아 있다! 계속 던져!”
굴러떨어진 자비드의 몸에는 여전히 짱돌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에 경련을 일으키던 자비드가 축 늘어지자 위에서 12명의 사바트가 경사를 따라 아크를 향해 뛰어왔다.
“아크!”
무하비 일행이었다.
* * *
“뭐냐, 이건?”
라자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앞에는 7구의 무자드 시체가 모여 있었다.
추격대를 10개 부대로 나눠 황무지 수색 작업을 시작한 지 만 하루, 이렇다 할 보고를 받지 못한 라자한은 수색 범위를 이동시키기 위해 각 부대에 전령을 보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상상도 못 했던 보고를 받았다.
그게 바로 지금 라자한의 앞에 늘어서 있는 7구의 시체였다. 시체가 되기 전에는 그의 휘하에 있던 부대원들이었다. 그러나 라자한이 분노하는 이유는 부하의 시체를 목격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의 사인死因 때문이었다.
“모두 자상입니다.”
“상처 위치로 미루어 대부분 암습에 당한 모양입니다. 싸우다가 당한 것처럼 보이는 부대원도 두세 명 있습니다만, 그들도 일격에 당했습니다, 목에. 그것도 상처의 형태로 보아 모두 한 사람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예외는…….”
한 무자드가 핏덩이로 변해 버린 시체를 돌아왔다.
“저 시체입니다. 치명상이 될 만한 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으니 보시는 대로 돌에 맞아 죽은 것 같습니다. 얼굴이 완전히 뭉개져 버렸지만 아마도…….”
“자비드!”
라자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다. 이들은 자비드와 그 휘하의 부하들. 그리고 저런 상태로 죽어 있다면 누가 한 짓인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사바트 녀석들…… 아니, 한 놈이 한 짓이라면 역시 그놈인가…….”
사바트를 이끌고 있는 리더!
그놈 혼자서 7명이나 되는 무자드―뭐 자비드는 모르겠지만―를 살해한 것이다.
부하의 말대로 암습이라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암습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훈련까지 받은 무자드가 사바트에게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역시 평범한 사바트가 아니라는 말이겠지만…….”
잠시 불쾌한 시선으로 시체를 바라보던 라자한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놈들의 흔적은?”
“동쪽으로 이동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동쪽…….”
“하지만 그 역시 위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여기서 동쪽이라면 사막입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바로 ‘그’ 검은 사막.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검은 사막으로 갔을 리가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겠지.”
“네?”
“감옥을 탈출한 사바트는 대부분 자신들의 부락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나도 대부분의 부대를 사바트 부락 방향에 집중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여기, 우리가 포위망을 좁히면 사막으로밖에 도망갈 길이 없는 이곳에 와 있었다. 이 주변 지리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사막으로 가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아니, 하지만…….”
라자한의 말에 부하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동쪽에 위치한 사막은 평범한 사막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끝을 본 사람이 없다고 전해지는 수만, 수십만 킬로미터나 되는 열사의 대지! 뿐만 아니라 도처에 식인 몬스터가 들끓는 곳이었다.
이에 절망뿐인 곳이라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 검은 사막!
아무리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런 사막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도 만약 놈들이 정말 검은 사막으로 향했다면 더 추격할 필요도 없겠군요.”
“뭐?”
“그렇지 않습니까? 검은 사막은 우리처럼 훈련받은 무자드도 버티기 힘든 곳입니다. 하물며 사바트 따위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
“이 시체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부하의 말에 라자한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나? 우리가 쫓는 사바트는 평범한 사바트가 아니라고. 이 시체는 그 리더라는 놈이 적어도 이 멍청한 놈들을 다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놈은…….”
위험하다.
지금까지 그저 가축에 불과했던, 그리고 스스로도 가축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온 사바트 중에 그런 놈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일이었다.
그런 놈이 그저 추격대에 쫓겨 검은 사막으로 갔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뭔가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 그리고 처음부터 검은 사막으로 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 부하들의 말처럼 사막을 헤매다 죽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게다가 놈, 아니, 놈들은 이제…….”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시체를 바라보던 라자한이 툼툼에 오르며 소리쳤다.
“설사 놈들이 사막을 헤매다 죽는다고 해도 직접 이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 모두 준비하라! 바로 놈들을 추격한다!”
“네, 출발한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라자한의 추격대가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돌격했다.
그들이 향하는 동쪽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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