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40)
아크 더 레전드-840화(840/875)
[840] SPACE 5. 위험한 놈 (3)콰쾅! 푸확!
굉음과 함께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래 먼지.
“빌어먹을, 산 너머 산이군.”
그 속에서 굴러 나오는 이 남자는 바로 아크였다.
라자한의 예상대로 그때, 자비드 부대를 처리한 아크는 돌산의 동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라자한이 추격을 재개할 때에는 이미 사막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사막도 안전한 곳은 아니었다.
크와아아아-!
“큭! 젠장, 만티코어라니?”
괴성을 터뜨리며 아크 일행을 따라 나오는 이놈!
10여 미터나 되는 거대한 사자의 몸에 전갈의 꼬리가 붙어 있는 몬스터 만티코어였다.
아크 일행은 사막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이런 몬스터와 만나 버린 것이다. 아니, 만티코어는 아크 일행이 사막에서 만난 몬스터 중 일부에 불과했다.
그 외에도 거대한 개미 모습의 데스크로, 작지만 수십 마리씩 몰려나오는 뱀의 무리 데저트 스네이크, 딱 보기에도 위험한―맞아 본 적은 없다. 맞으면 죽으니까!― 푸른 액체를 뿌려 대는 코끼리 같은 모습의 몬스터 포이즌 엘리펀트까지!
사막에 들어온 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아 이미 그 많은 몬스터와 만나 보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몬스터가 그렇듯이 놈들도 자기 영역에 들어온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지금 아크의 앞에서 울부짖는 만티코어 역시 마찬가지!
콰아아아! 콰쾅!
굉음을 일으키며 바닥을 내리찍는 발톱! 그 뒤로 채찍처럼 휘둘러 대는 전갈 꼬리!
“딱히 새삼스러운 상황도 아니지만.”
아크가 쉬지 않고 바닥을 굴러 대며 한숨을 불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유저의 숙명, 딱히 새삼스러운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때와는 다르다.
‘발톱이든 꼬리든…….’
퍼펑-!
‘제대로 맞으면 한 방에 죽는다!’
아크가 움푹 파이는 바닥을 돌아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다. 지금은 다른 때와 달리 현실과 같은 규칙이 적용되어 있다. 그러니 저런 한 방에 골로 갈 것 같은 발톱에 맞으면 그 느낌 그대로 한 방에 골로 가는 것이다.
이건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나마 무자드와 싸울 때는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하며 치명타를 날리는 전법도 써 먹을 수 있었지만, 한 방에 골로 보내는 발톱을 휘둘러 대는 몬스터를 상대로는 무리!
다시 말해 한 방도 맞지 않고 싸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아크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됐어! 지금이다!”
그때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만티코어의 배 아래에서 모래를 뚫고 솟아 나오는 사람들! 바로 무하비와 비운디, 기타 등등의 사바트들이었다.
이들이 왜 그런 곳에서 튀어나오느냐 하면…….
하루 전 돌산.
“맙소사!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밖을 살피러 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혼자 이 많은 무자드와 싸우고 있을 줄은…….”
“용감한지 무모한 건지 모르겠군.”
“내, 내가 살인을…….”
무하비 일행이 자비드 부대와 싸우느라 피투성이로 변한 아크 주위에 모여 웅성거렸다.
“그나마 우리가 호각 소리를 듣고 나와 봤으니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죽을 뻔했다고! 알아?”
“대체 왜 혼자 이런 짓을 한 거야?”
‘뭐 니들은 도움이 안 되니까.’
이에 아크는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아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하비 일행이 자비드를 돌로 쳐 죽여 준 덕분이다.
그러니 그런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또다시 그런 짓을 할 생각도 없었다. 일격에 죽고 죽일 수 있는 이 세계의 살벌함을 몸소 경험해 봤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런 짓을 할 이유도 없지.’
그사이 다리의 마비가 풀린 아크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근처의 무자드 시체로 다가가자 비운디가 눈을 동그랗게 만들며 물었다.
“뭐,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이 녀석의 갑옷을 벗기고 있잖아.”
“갑옷을 벗겨? 이런, 아무리 무자드라지만 죽은 사람을 갑옷을 벗기다니? 그건 도둑질이나 다름없다고! 아니, 왜?”
“왜냐니…….”
아크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비운디를 돌아보았다.
이 녀석들은 정말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건가? 아니면 갑옷이 뭐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는 건가? 아크는 한숨을 불어 내며 비운디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명치를 세게 때려 주었다.
퍽!
“욱! 무, 무슨 짓이야? 아프잖아!”
“그렇지? 아프지? 자, 그럼 이제 이거 받아 봐.”
아크가 시체에서 벗겨 낸 갑옷을 비운디에게 던져 주었다.
퍽!
그리고 다시 명치를 세게 때려 주었다.
그러나 비운디도 이번에는 비명을 터뜨리지 않았다. 당연하다. 비운디가 들고 있는 갑옷 위를 때렸으니까.
“그렇지? 안 아프지? 그게 저 녀석들이 갑옷을 입는 이유야. 뭐 목 같은 곳을 찔리면 얄짤 없이 죽겠지만 일단 이 갑옷으로 막고 있는 부분은 맞아도 안 아프거든. 그게 내가 이 녀석들 갑옷을 벗기는 이유다. 너희들을 안 아프게 해 주려고.”
“에? 우, 우리?”
“그래, 바로 너희들.”
아크가 무하비 일행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시체를 터는 이유는 바로 무하비 일행―뭐 아크도 하나쯤 챙길 생각이지만!―에게 입히기 위해서였다. 왜인지는 방금 전에 비운디가 몸소 체험한 대로!
‘내가 이곳에 들어와 파악한 것은 단 하나, 이들을 샤이어의 성전까지 데리고 가야 한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중 몇 명이나 살려서 데려가야 하는지는 몰라. 1명만 도착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1명이라도 죽으면 실패할지도 모른다. 그걸 모르는 한 1명이라도 죽어서는 안 돼. 하지만 나 혼자 이들을 모두 보호하기는 역시 무리다.’
방어구가 필요한 이유다.
갑옷을 입고 있으면 적어도 눈먼 화살에 픽 죽어 버리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나 사실 무하비 일행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크! 이들이 살아도 정작 아크가 죽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이것도 받아.”
그래서 아크는 거기에 하나 더 추가시켜 주었다.
“이, 이건?”
“보면 몰라? 칼이잖아. 그것도 어디에 쓰는 건지 보여 줘?”
“아, 아니,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이걸 우리보고 어쩌라고? 우리는 싸우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 아니, 검을 잡아 보는 것도 처음이라고.”
물론 그건 아크도 알고 있었다.
“괜찮아.”
그러나 아크에게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아크는 이미 몇 번이나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선생이니까.
그리하여 돌산에서 죽은 자비드 부대의 무자드는 아크의 손에 의해 몽땅 알몸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들이 입고 있던 장비품은 그대로 무하비 일행의 몸에 장착!
무하비 일행은 완전무장을 하게 된 것이다.
‘뭐 그래도 난생처음 무장을 해 본 녀석들에게 전투력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그것도 써먹기 나름이지.’
‘바로 이렇게!’
“우앗! 모, 모래 먼지가 눈에…….”
“안 보여도 괜찮아! 무조건 위로 찔러! 찔러! 찔러!”
푸칵! 푸칵! 푸칵!
아래에서 만티코어의 배를 찔러 대는 사바트들!
이게 바로 아크가 말했던 ‘써먹기 나름’이라는 전법이었다. 무하비 일행을 모래 속에 숨겨 두고 아크가 만티코어를 그 위로 유인한 뒤에 공격시키는 전법!
‘사막 전투 정도는 해 본 적이 있다고!’
과거 무라티우스타에서! 아크는 그때 이미 사막 전투를 지긋지긋하게 경험해 보았고, 지형을 이용하는 전법 역시 모두 꿰고 있는 것이다.
크와아아아-!
덕분에 배에 수십 개의 구멍이 생긴 만티코어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분노의 포효를 터뜨리며 발톱으로 배 아래를 긁어 대려고 했지만!
“네 상대는 나다!”
아크가 그런 짓을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아크는 바로 몸을 날리며 광란하는 만티코어의 오른쪽 눈에 검을 박아 넣었다. 뒤이어 발목에 채워져 있는 단검―당연히 이것도 장물!―을 뽑아 왼쪽 눈까지!
크와아아아아-!
순식간에 장님이 돼 버린 만티코어가 앞발로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며 몸부림쳤다. 이에 아크가 놈의 몸에서 떨어져 뒤로 물러났을 때였다.
갑자기 만티코어가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만티코어는 무지막지한 발톱과 전갈 꼬리도 모자라 10여 미터나 되는 거구로 하늘을 나는 날개까지 가지고 있는 몬스터인 것이다. 그리고 비록 눈이 멀어도 하늘에서 전갈 꼬리를 휘둘러 대는 만티코어는 위협적이었지만.
“어림없지!”
아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잠시 설명하자면, 아크가 돌산에서 처리한 무자드는 7명. 무구도 7명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중 한 세트는 아크가 챙겼으니 남은 무구는 6명분.
무하비 일행 중 비운디―이 녀석은 뚱뚱해서 맞는 게 없었다.―를 포함한 6명은 갑옷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아크 역시, 설사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배를 찌르는 작전이라도 그런 사바트들을 만티코어와 직접 상대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게 그들이 할 일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있었다, 할 일이!
‘바로 지금!’
“놈의 날개를 노려라!”
피융! 피융! 피융!
아크의 고함에 만티코어를 향해 뿜어져 올라가는 화살! 화살! 화살!
후방에 배치된 비운디와 5명의 사바트들이 날리는 화살이었다. 아크는 검과 갑옷을 받지 못한 사바트들에게 대신 활과 화살을 장비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사바트 궁수부대 탄생!
물론 궁수부대라고는 해도 전투 경험이 없는 사바트라 명중률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전갈 꼬리로 바닥을 찍어 대는 만티코어의 높이는 불과 3~4미터!
‘이 정도도 못 맞히면 장님이지.’
크와아아아! 쿠쿵-!
다행히 비운디 들도 장님은 아니었다.
그들이 날리는 화살이 하나둘 날개에 박히자 중심을 잃은 만티코어가 바닥에 처박혔다. 이쯤 되면 이미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찔러! 찔러! 찔러! 찔러!”
모래 속에서 쉬지 않고 만티코어를 찔러 대는 검사부대!
“쏴! 쏴! 쏴! 쏴!”
멀리서 화살을 퍼붓는 궁수부대!
그리고…….
“이제 숨통을 끊어 주마!”
아크가 몸을 날리며 발버둥치는 만티코어의 목에 검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좌에서 우로! 다시 우에서 좌로!
깊게 파고 들어간 검으로 긁어 대자 그 궤적을 따라 목이 쩍 갈라지며 피가 쏟아져 나왔다.
일격이라도 치명상을 입으면 죽는다. 그런 세계의 규칙은 몬스터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목이 갈라진 만티코어는 결국 자신이 쏟은 피 위에 털썩 쓰러졌다.
“해, 해치운 건가?”
“이러고도 안 죽으면 만티코어가 아니라 좀비지.”
무하비의 목소리에 아크가 만티코어의 몸 아래에서 기어 나오며 대답했다. 이렇게 아크 일행은 또다시 몬스터의 습격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나 이따위로 생겨 먹은 세계라 이런 힘든 전투를 끝내도 경험치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이 몸이지!’
아크가 만티코어의 사체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여기서 다시 여러모로 고마운(?) 자비드 부대 얘기를 하자면, 아크가 놈들을 처리하고 얻은 것은 갑옷이나 검 같은 무구만이 아니었다.
놈들이 타고 온 툼툼, 그리고 툼툼의 등에 묶여 있는 가방에는 몇 가지 약초와 함께 식량도 들어 있었다.
사실 아크가 추격해 온 무자드를 처리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런 이유도 있었다.
무하비 일행의 목적지인 샤이어의 성전까지 가기 위해서는 사막을 수백 킬로미터나 지나야 한다. 때문에 무장도 무장이지만 최소한의 보급 정도는 해 둬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자비드 부대는 그런 문제도 해결해 주었지만 13명이나 되는 아크 일행이 수백 킬로미터나 되는 사막을 횡단하는 데 사용하기는 부족했다.
“이 녀석은 독이 없는 몬스터야.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지. 자, 해체하자. 피도 물 대신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수통에 담아.”
그리하여 슥삭슥삭!
방금 전까지 펄펄 뛰어다니던 만티코어는 순식간에 뼈와 가죽만 남겨졌다.
“털은 담요로 쓸 수 있어! 가죽도 챙겨! 장비품 수리할 때도 쓸 수 있고 잘라서 끈으로 만들어 두면 의외로 쓸데가 많아! 그리고 뼈도! 화살촉이나 도구를 만들 수 있어!”
아니, 뼈와 가죽도 남지 않았다.
“그 많은 짐을 다 어디 실어? 그렇지 않아도 툼툼이 7마리밖에 되지 않아서 돌아가며 타는 상황인데.”
뭐 이런 불만도 있었지만.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그리고 언제 뭐가 필요할지 몰라. 그러니 챙긴다!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모조리 챙긴다! 그러니까 그냥 걸어!”
눈앞에 있는 건 일단 챙기고 본다.
그런 아크의 습성은 이런 세계에 들어와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리하여 아크와 무하비 일행은 각종 고기와 가죽을 그득 실은 툼툼을 끌며 사막을 행군하기 시작했다.
“음, 이제야 알겠어. 내가 계속 쫓기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이유. 빈털터리여서 그랬던 거야.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 당연히 쫓기고 불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겠지. 하지만 이제 장비품에 각종 보급품까지 빵빵하게 챙겨 놓았다.”
그리고 피를 뒤집어쓴 채 히죽거리는 아크.
“후후후! 이제 무서울 게 없다 이거야. 그래서 그런지 이런 현실 같은 상황도 이제 스릴이 있다고 느껴지는데?”
라자한의 말대로 확실히, 위험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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