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41)
아크 더 레전드-841화(841/875)
[841] SPACE 6. 샤이어의 성전! 그리고…… (1)휘이이이!
폭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 뒤를 따라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래들.
한번 바람이 일기 시작하자 사막은 순식간에 황사로 뒤덮여 낮인데도 옅은 어둠이 찾아들었다. 그런 모래 폭풍이 휘몰아치는 사막의 한복판.
“바람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서둘러!”
“퉤! 정말 지독하군.”
“머리 들지 마! 자칫하면 날아간다! 모래 같은 건 그냥 먹으라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 거꾸로 처박히기 싫으면! 전에 겪은 일 기억 안 나?”
“알고 있다고.”
“폭풍은 이제 시작이다. 점점 더 강해질 거야. 그 전에 폭풍이 지나갈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해. 아, 그리고 툼툼은 다 하나로 묶여 있지?”
“그래, 확인했어.”
“그럼 됐어. 자, 계속해! 시간이 없어!”
파파파파! 파파파파!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서 바닥의 모래를 파헤치는 10여 명의 사내들은 바로 아크와 무하비 일행이었다.
그리고 보는 바와 같이, 사막에서 아크 일행을 위협하는 것은 몬스터만이 아니었다. 아니, 사실 몬스터보다 사막이라는 환경 자체가 더 위협적이었다.
일단 기온부터가 그렇다. 사막이니 당연하지만, 낮에는 더웠다. 아니, 이건 덥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익는다! 익어! 살점이 갑옷에 녹아 붙는 것 같아!”
이건 비유가 아니었다.
오전에도 40~50도를 가뿐히 넘어가는 열기! 게다가 아크를 비롯해 일행 중 6명이 입고 있는 갑옷은 금속제였다. 덕분에 태양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면 갑옷은 순식간에 프라이팬으로 변해 정말 산 채로 구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갑옷을 벗을 수는 없었다.
크와아아아!
언제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고.
“큭! 젠장, 방심했어. 갑옷이 없었으면 즉사했을 거야.”
여기는 한 방에도 죽을 수 있는 곳이니까. 그러니 당장 죽지만 않다면 프라이팬처럼 달궈진 갑옷이라도 입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언다! 얼어! 얼음을 입고 있는 기분이야!”
황무지도 그랬지만 사막의 일교차는 그 몇 배에 달했다.
낮에서 밤으로 순식간에 바뀌고 동시에 40~50도에 달하는 열기가 영하 10도 이하로 뚝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와 함께 금속으로 되어 있는 갑옷도 급격히 차가워져 냉장도로 변했다. 그러나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아도 갑옷을 벗을 수는 없었다.
크와아아아!
뭐…… 이하 생략이다.
그러나 아크 일행은 그런 무지막지한 사막에서 나흘이나 버티고 있었다. 아니, 버티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수백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지나왔다.
아크 덕분이다.
확실히, 얼마 전까지 아크는 은하계와 다른 이 세계에 당황하고 있었다. 그동안 쌓아 온 능력과 장비품이 모두 사라지고 정보창조차 떠오르지 않으니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돌산에서의 전투로 깨달았다.
‘이곳에는 스킬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나 그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되레 그 반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크가 무하비 일행의 불평에도 몬스터의 고기며 가죽이며 뼈 따위를 꾸역꾸역 챙겨 온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아크는 붉은학살자처럼 몬스터의 가죽 따위로 망토를 만드는 스킬 같은 없지만, 그런 것은 필요 없었다.
이 세계는 뭐든 할 수 있는 곳이니까.
그리하여 슥삭슥삭.
“이 데저트 스네이크의 가죽은 신기하군.”
“음, 갑옷 위에 걸치고 있는데도 되레 더 시원한 느낌이야. 갑옷도 달궈지지 않고.”
“덕분에 어지러운 증상이 사라졌어.”
망토를 만들어 입고.
“이 만티코어 갈기는 엄청 따뜻하네.”
“이 정도면 밤에 기온이 더 떨어져도 끄떡없겠어.”
담요를 만들어 덮고.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사막을 걸었는데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아. 몬스터의 고기를 먹는다니, 지금까지는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아크 말대로 체력에 꽤 도움이 되는 모양이야. 처음에는 배가 아팠지만 그것도 구워 먹으니 나아졌어. 뭐 피는 여전히 비위는 상하지만.”
구워서 먹고, 끓여서 먹었다.
그게 아크 일행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다.
‘이곳은 분명 내가 아는 갤럭시안과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과 같아도 여기 역시 게임 속. 그리고 게임 속에서 필요한 것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이곳도 그런 법칙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크는 어디를 가든 아크!
지금도 마찬가지다.
파파파파!
아크 일행의 손에서 빠르게 모래를 파헤치는 도구!
바로 단검을 이용해 끈으로 만든 가죽으로 몬스터의 뼈를 적당히 이어 붙여 만든 삽이었다.
그리고 이미 삽질에는 도가 튼 아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시시때때로 모래 폭풍이 몰아칠 때마다 같은 작업을 해 온 무하비 일행 역시 이제 삽질에 도가 터 있었다.
그리하여 불과 몇 분 만에 만들어지는 구덩이!
“됐어! 모두 들어가라!”
아크 일행이 구덩이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위에 가죽을 덮는 것으로 작업 완료!
휘이이잉! 콰콰콰콰!
그사이에 한층 기세를 더한 모래 폭풍이 휘몰아쳤지만 이미 방공호(?)로 대피한 아크 일행은 안심!
엄청난 양의 모래가 그 위로 비처럼 쏟아져도 안심!
“휴, 그럭저럭 시간은 맞췄군. 뭐 툼툼도 저렇게 짐을 많이 싣고 있고 한데 모여 있으니 어지간한 폭풍에는 끄떡없을 거고. 이제 남은 일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뿐인가? 어이, 너희도 이참에 뭣 좀 먹으면서 쉬어 둬.”
아크 일행은 이제 이런 모래 폭풍을 휴식 시간으로 활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여유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확실히, 아크 일행은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나름 잘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해졌다 해도 일행을 한 방에 골로 보낼 수 있는 몬스터가 도처에 도사리고, 느닷없이 이런 모래 폭풍이 밀어닥치는 사막이니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꾸준히 아크 일행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었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아크는 이미 목격했기 때문이다.
모래 폭풍이 몰려오는 사막 저편으로 보였던 그것을.
“아크,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아.”
“좋아. 나가자.”
그리고 모래로 뒤덮인 가죽을 벗으며 밖으로 나오는 순간!
“역시 신기루가 아니었어!”
아크는 다시 한 번 목격할 수 있었다.
모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덕분에 한층 맑아진 사막 저편에 떠 있는 삼각 형태의 구조물!
그 구조물의 정체는 바로 거대한 피라미드였다. 왜 이런 사막에 저런 피라미드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거기가 아크 일행의 목적지라는 것!
“샤이어의 성전이다!”
“드디어!”
“도착했어! 사바트의 성지! 샤이어의 성전에!”
“가자!”
아크는 감격하는 무하비 일행을 이끌고 바로 행군을 시작했다. 그리고 약 1시간, 드디어 샤이어의 성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피라미드 앞에 도착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째 낯이 익은데…….’
기시감旣視感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뭐 피라미드는 이전에도 많이 봤으니까.’
그러나 아크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피라미드가 샤이어의 성전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하비 일행이 장로라는 사바트에게 들었다는 위치와도 일치하고.
“뭐지, 이 느낌은?”
“마치 이 피라미드가 부르고 있는 것 같은…….”
무하비 일행이 이런 반응을 보이니까.
그러나 정작 이들도 샤이어의 성전 안에 뭐가 있는지는 모른다. 아니, 뭐가 있는지는 둘째치고 이런 사막에 그렇게 오래 방치되어 있었으니 몬스터의 서식지가 되어 있지 말라는 보장도 없었다.
아직 좋아할 때는 아니라는 말이다.
현실이든 게임이든 갖은 고생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한순간의 방심으로 죽어 나가는 일도 드물지 않으니까.
“일단 툼툼을 데리고 들어가기는 힘들 것 같아. 그러니 툼툼은 여기 대기시켜 두고 필요한 장비만 챙겨 들어가자. 혹시 모르니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 그리고 이참에 장비품도 한 번 더 점검하고.”
“됐어.”
“좋아. 내가 앞장서지. 긴장을 늦추지 마라.”
아크는 준비를 끝내고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피라미드로 들어섰다. 그렇게 입구로 들어서자 아크 일행 앞에 네 갈래로 갈라진 분기점이 나타났다.
이에 아크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쪽이야.”
왠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다음 분기점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피라미드 내부는 미로처럼 수 미터 간격으로 서너 개의 통로로 나뉘는 분기점이 나왔지만 아크는 방향을 잡았다.
‘뭐지? 내가 왜 이렇게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거지?’
이런 상황에 정작 아크도 당황스러웠지만.
“뭐, 뭐야?”
“왜 이렇게 많은 몬스터가…….”
무하비 일행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앞에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 이미 오래전에 죽은 듯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썩어 있는 사체였다. 이에 무하비와 비운디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몬스터 사체로 다가갈 때였다.
“물러나!”
“응? 아크? 왜…….”
위이이잉! 쿠쿵! 콰콰콰콰!
움찔하며 물러나는 무하비 앞으로 쏟아지는 화살!
“헉! 이, 이게 뭐야? 하, 함정? 그럼 저 몬스터들이 여기 죽어 있는 이유가…… 우…… 네가 소리치지 않았으면 얄짤 없이 죽었을 거야. 아니, 가만? 아크, 너 여기에 함정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
사색이 되어 떠듬대던 무하비가 의아한 눈길로 아크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때, 아크는 무하비가 아닌 그 옆의 벽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벽에 그려진 벽화를 잠시 만지작거리다가 몸을 돌리며 방금 전 칼날이 지나간 통로를 향해 몬스터 가죽을 묶어 놓은 꾸러미를 집어 던졌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함정이 해제된 거야.”
아크의 대답에 무하비 일행의 눈이 동그래졌다.
“하, 함정이 해제됐다고?”
“그럼 네가 방금 전에 벽을 만지작대던 게 함정을 해제시키느라고 그런 거란 말이야? 네가 어떻게? 저건 그냥 벽화잖아. 기관 장치가 거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는데?”
“나도 모르겠어.”
“뭐?”
“여기에 왔을 때부터 그냥……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았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 이 성전의 모든 것을.”
“그, 그런…….”
무하비 일행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바란디가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그래! 그런 거야! 난 알 것 같아! 우리는 샤이어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사바트야. 아크는 아니지만, 그 역시 태어날 때부터 우리를 이곳까지 수행하는 사바트로 선택되었지. 말하자면 아크 역시 샤이어의 가호를 받는 사바트라는 말이야!”
“그렇다면…….”
“이건 샤이어의 인도야! 샤이어가 아크를, 아니 우리를 인도하고 있는 거라고!”
“오오! 샤이어가!”
바란디의 말에 무하비 일행은 새삼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크는 알고 있었다. 이건 샤이어의 인도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인도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쿠휀…….’
바로 아크를 룬의 성전으로 이끈 쿠휀!
아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고, 함정의 위치와 해제하는 방법까지 모두 알고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크도 그저 기시감이라고 생각했지만 방금 전에 함정을 해제시키며 확신했다. 그리고 두 번째 함정을 해제할 때는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
함정 해제 기관이 숨겨져 있는 벽화의 글자!
-Å♂¥£¢∮Å, ţŢŢ£.
……모르는 글자다.
그러나 아크는 같은 문자를 본 적이 있었고, 그때는 님프를 착용하고 있어 이 문자를 해독할 수 있었다.
-죽음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삶은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그게 바로 이거였다.
바로 룬의 성전에서 본, 두 번째 함정의 해제 방법이 적혀 있던 문장.
그렇다. 지금 아크가 들어와 있는 피라미드는…….
‘룬의 성전!’
왜 무하비 일행이 이곳을 샤이어의 성전으로 부르는지, 아니 왜 무라트의 성지인 룬의 성전이 무자드니 사바트니 하는 종족이 사는 세계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피라미드는 의심할 바 없는 룬의 성전!
“따라와.”
아크는 무하비 일행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곳이 룬의 성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더는 불안해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망설일 것도 없었다. 이미 성전의 내부 지리와 함정의 위치는 모두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가야 할 곳은 하나!’
그리하여 함정을 해제하며 통로를 따라 걷기를 4시간여.
“여, 여기는?”
“여기가 우리의 최종 목적지다.”
삼각뿔 형태의 천장으로 되어 있는 광장에 들어선 아크가 검은 석탑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크가 이 세계로 들어온 입구를 만들어 주었던 석탑이었다.
그런데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Å℃℃℃¥¢Å.
역시 모르는 글자였다.
“하나가 되어…… 어둠을 밝히리라……라고 적혀 있는데?”
그때 뒤에서 띄엄띄엄 글자를 읽은 무하비가 아크를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뜻일까?”
“그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이 세계의 입구를 열었을 때를 생각하면…….’
잠시 생각하던 아크가 석탑으로 다가가 손을 가져가 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뒤이어 무하비가 석탑을 만졌을 때였다.
웅웅웅웅! 웅웅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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