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43)
아크 더 레전드-843화(843/875)
[843] SPACE 6. 샤이어의 성전! 그리고…… (3)제대로 맞으면 한 방에 골로 가는 살벌한 세계, 때문에 아크는 만약을 대비해 갑옷 속에 데스크로의 사체에서 떼어 낸 얇은 갑각 1장을 덧대어 놓은 것이다.
아크가 일부러 가슴을 노출시킨 이유가 그것!
그럼에도 아크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라자한의 검은 그만큼 강하니까. 그리고 실제로 라자한의 검은, 갑옷과 데스크로의 갑각을 찢고 가슴에 깊은 검상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최후의 승자는 아크! 이것으로…….
“역시…….”
그때 앞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이 내장까지 닿은 것치고는 어째 피가 적다고 생각했지. 베는 느낌도 다르고. 아마도 갑옷 속에 뭔가 다른 것을 넣어 둔 것이겠지. 하지만 비겁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아니, 되레 칭찬해 주고 싶다. 설사 갑옷을 몇 겹이나 겹쳐 입었다 해도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까. 잘 싸웠다, 사바트여.”
왼손으로 칼날을 움켜쥔 라자한의 말이었다.
검을 따라 흐르는 피는, 그 손에서 흘러나오는 피였다. 그 손에 잡혀 검은 그의 목에 닿지 못한 것이다.
아니, 움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 승리다.”
이어 라자한이 오른손으로 검을 내리쳤다.
아니, 내리치려는 순간!
“헉!”
갑자기 라자한이 비명을 터뜨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는 그 짧은 순간에 아크의 작전을 읽어 냈을 뿐만 아니라 육참골단, 아크처럼 스스로 상처 입기를 주저앉고 전세를 역전시킨 전사였다. 그러나 그도 모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것!’
라자한의 사타구니에 박혀 있는 아크의 무릎!
그리고 라자한의 눈이 그 무릎으로 향하는 순간, 무릎이 쭉 펴지며 발이 섬광처럼 솟아올라 안면에 박혔다. 라자한의 얼굴이 핏줄기를 뻗으며 뒤로 젖혀졌다.
“커헉! 이, 이게 대체 무슨…….”
“태권도라는 거다.”
이게 아크가 지금까지 발 차기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다.
검술과 달리 무자드에게 익숙하지 않은 태권도는 확실히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자한은 본인의 입으로 말한 것처럼 수많은 실전을 거친 전사. 처음 보는 무술이라도 깔짝깔짝 써 대면 바로 대응법을 찾아내리라.
그러니 써야 한다면 꼭 필요할 때!
그것으로 승부를 끝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사용해야 한다! 바로 지금처럼!
“역시 내 승리다.”
그리고 예상 못 한 충격에 라자한의 손이 힘이 풀리는 순간, 그 손에 쥐여 있던 아크의 검이 그대로 뻗어 나가 라자한의 목을 뚫고 들어갔다.
콰직-!
“컥! 너…… 그륵…… 어떻게 너 같은…… 아니…… 너 같은 사바트가 있을 리가…… 대체…… 너는 대체…… 그륵그륵…… 누구…….”
“아크다.”
아크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라자한은 대답도 듣기 전에 목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아니, 아직 끝났다고 할 수는 없었다. 무턱대고 돌진하다가 궁수부대의 화살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지만 이미 아직 주위에는 20여 명의 무자드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전열을 회복하고 무하비 일행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에 무하비 일행은 바로 방어 대형으로 전환―아크의 지시였다―, 거북이처럼 데스크로 방패로 감싸고 방어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계속된 공격에 이미 서너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아직 사망자 없이 버티고 있는 이유는 회복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아크와 달리 무하비 일행이 입은 상처는 아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지만 라자한이 쓰러지는 순간!
“이, 이럴 수가!”
“라, 라자한 님이 사바트에게 당하다니!”
무자드들이 비명과 당혹성을 터뜨리며 혼란에 빠졌다.
‘지금이 놈들을 섬멸할 기회다!’
이에 아크가 무자드들에게 몸을 돌리며 공격으로 전환하려 할 때였다.
웅웅웅웅! 퍼펑! 콰콰콰콰!
갑자기 폭음과 함께 광장에 휘몰아치는 빛의 폭풍!
그 와중에도 계속 빛이 강해지던 석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SPACE 7. 격동! (1)
“뭐냐…….”
중년 사내가 망연한 표정으로 웅얼거렸다.
그의 이름은 바락. 은하연방 소속 장교로 17사단 휘하 3보급 함대의 함대장이다. 주 임무는 정기적으로 연방 국경의 기지에 보급품을 수송하는 것.
바락은 그 임무만 20년째였다.
그리고 그동안 단 한 번도 임무를 실패한 적이 없었다.
아니, 실패는커녕 문제가 생긴 적도 없었다. 당연하다. 그가 물자를 운송하는 곳은 은하연방의 영내, 그런 곳에서 문제가 생길 일이 없었다. 덕분에 바락은 20년째 무사고 안전운행을 해 왔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지금 눈앞에서 쉴 새 없이 뿜어지는 불기둥!
바로 바락이 지휘하는 수송 함대가 뿜어내는 포격이었다. 다시 말해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락이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니었다.
“대체 저게…… 뭐냐고…….”
3보급 함대가 포격을 뿜어 대는 적!
그건 해적이 아니었다. 그리고 라마 같은 적국의 함대도 아니었다.
위이이잉! 콰쾅! 콰콰콰콰!
그때 굉음이 일며 바로 옆의 전함이 불길에 휩싸였다.
그와 함께 바락이 바라보는 창밖으로 확 스쳐 지나가는 비늘! 그렇다. 비늘이었다. 일격에 전함을 격침시킨 것은 그 비늘이 붙어 있는 거대한 동체.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확인한 바락의 입에서 신음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뱀…….”
그게 지금 3보급 함대가 싸우는 상대였다.
뱀! 이면 세계를 항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공간을 찢으며 나타난 뱀!
물론 평범한 뱀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 뱀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길이는 거의 3킬로미터, 그리고 머리 부분에는 팔이 6개나 달린 사람의 상반신 같은 것이 붙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뱀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그 무언가에게 전함이 연이어 폭발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바락이 지금까지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보급 부대라고는 하지만 그 역시 전투 능력은 가지고 있었다.
투콰콰콰! 퍼퍼퍼펑! 콰콰콰콰!
그리하여 기관포와 함포, 미사일, 주포까지, 무기란 무기는 몽땅 쏟아부으며 응전했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어…….”
놈은 그런 공격을 비웃듯이 상처 하나 없이 이면 세계를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 휘하의 전함들이 폭발을 일으키며 산산이 흩어졌다.
“이제…….”
바락이 허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전함 주위로 떠다니는 무수한 잔해들, 그 휘하의 전함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10여 척에 달하던 5보급 함대의 전함 중 남은 것은 이제 그의 기함 단 1척!
“하, 함장님, 놈이 옵니다!”
“3시 방향에서 선회하며 엄청난 속도로 접근 중!”
“5킬로미터! 3, 2, 1! 충돌합니다!”
콰쾅-!
부하들의 비명 같은 목소리와 함께 전함이 요동쳤다.
이에 한쪽으로 와르르 넘어졌던 승무원들이 고개를 들어 올리다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굳었다. 전함의 전면 창으로 떠오르는 장면 때문이었다.
전함만큼이나 거대한 얼굴!
바로 뱀의 동체에 붙어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괴물이 6개의 팔로 전함을 움켜쥐고 악마와 같은 형상의 얼굴을 들이민 채 함교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승무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굳어 버렸지만.
“이 빌어먹을 자식! 뭐냐! 대체 네놈은! 뭐냐고!”
바락은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평생을 함께해 오던 함대가 전멸당했다. 그런데 그게 뭐에 전멸당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다고 바락이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소리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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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공간을 울리는 음성!
“이, 이건…… 저 녀석이…… 말을 하고 있는 건가? 아니, 말을 할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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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교를 들여다보던 괴물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바락과 승무원들의 눈에 놈의 거대한 입이 벌어지는 장면이 들어왔다.
콰직! 콰콰콰콰콰-!
* * *
사건은 갑자기 일어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척자는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소문은 줄어들지 않고 되레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에 실제 피해 사례까지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도 봤습니다!
-워프 항해 도중에 갑자기 공간에 균열이 생기더니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지네처럼 생긴 괴물이었어요! 다행히 그 괴물과 꽤 거리가 있는 상태라서 바로 워프를 해제하고 도망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섬뜩해요!
-젠장, 난 당했다고!
-나도 당했어! 내가 본 건 머리만 둥둥 떠다니는 괴물이었는데, 크기는 작지만 엄청 빠르더라고. 제대로 싸워 보기도 전에 놈이 뿜어내는 광선에 맞아 전함이 박살 났어!
-싸워도 소용없어! 그 자식들, 엄청나게 강하다고!
-우리는 파티가 전멸당했어!
항해 중에 우주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 일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레이더를 가동시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일정 수준 이상의 전함을 가지고 있는 개척자라면 그리 위협적인 상대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갑자기 이면 세계에 난입해 엄청난 힘으로 전함이든 함대든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니 피할 수도 없고, 대항하기는 더 힘들었다.
이에 개척자들은 깨달았다.
-이제 워프 중에도 쉴 수가 없어!
……라는 사실을!
유저들은 당연히 분개했다.
워프 중에 그런 괴물의 습격을 받으면 항해 시간이 10시간이든 20시간이든 주야장천 전함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니까. 지금까지 워프 항해에 돌입하면 대부분 NPC 승무원에게 맡겨 놓고 밖에서 띵가띵가 하던 유저들에게 당연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어떤 유저는 제작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고, 어떤 유저는 은하 3국에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이건 정식 이벤트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라 제작사는 관여할 수 없습니다.
이게 제작사의 답변이었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그때까지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이게 은하 3국 정부의 답변이었다.
그렇게 제작사와 은하 3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사건 발생 횟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갔다. 그리고 발생 장소도 은하계 전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게 정식 이벤트 때문이라고?”
“말도 안 돼! 대체 어떤 자식이 이런 짓을 한 거야?”
“망했다! 이제 어쩌라는 거야?”
이에 갤럭시안의 개척자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운이 따르는군.”
되레 미소를 짓는 개척자가 있었다.
“이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럴 리가요. 저라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도 당혹스럽습니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죠.”
“기회?”
“네, 우리는 지금 은하 3국에 지명수배되어 있는 입장입니다. 그건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꽤 지장을 줄 수 있는 문제죠. 하지만 개척지는 물론 은하 3국의 영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개척자나 각국 정부도 우리의 동향 따위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겠죠.”
“하지만 우리가 당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당하면 할 수 없지요.”
사내가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었다.
“그건 우리가 그것밖에 안 된다는 말이니까. 그게 운이든 실력이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은 기회입니다. 가죠, 기회는 왔을 때 활용해야 하니까.”
몸을 돌리며 중얼거리는 붉은 눈동자의 남자는 바로 펜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르는 사람은 호크였다.
그리고 또!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은하계 어딘가에서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었다.
“대공이 죽어 버린 탓에 적적했는데 이렇게 흥미로운 사건이 일어나 주다니 말이야. 개척자들도 그렇지만 연방 보급 함대까지 속속 피해가 잇따르니 마틴 녀석, 골치깨나 썩고 있겠군. 자, 이제 마틴이 어떻게 나올라나? 아니, 내가 뭘 할지가 문제로군. 이 기회에 골치 썩는 마틴을 더 괴롭혀 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아크라는 녀석을 괴롭히는 편이 좋을까? 어느 쪽이든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겁군.”
행복한 표정을 떠올리는 이 노인은 벨테란 공작이었다.
그리고 그때 아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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