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44)
아크 더 레전드-844화(844/875)
[844] SPACE 7. 격동! (2)“감회가 새롭군.”
툼툼 위에서 한 사내가 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 옆에는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12명이 서 있었다. 이들은 바로 아크, 그리고 무하비 일행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실실 쪼개며 바라보는 것은…….
“저기를 죽을 둥 살 둥 탈출할 때가 있었지.”
성벽이었다.
열흘 전에 아크와 무하비 일행이 탈출한 요새의 성벽!
아크가 무하비 일행을 데리고 이곳으로 돌아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때, 그러니까 샤이어의 성전에 있던 석탑이 폭발하듯이 빛을 뿜어내던 그때! 아크는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보는 바대로 끝나지 않았다.
아직 아크는 이 세계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깨달았다.
룬의 성전 시험의 최종 목표를!
“그렇게 죽을 고생을 했던 곳으로 돌아오니 감개가 무량하지만 언제까지나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겠지?”
“뭐 그렇지.”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누가 먼저 할래?”
“여기는 내가 맞을 것 같군.”
아크의 말에 무하비가 툼툼에서 내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성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나와라, 샤이어!”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전에 라자한의 추격대를 피해 숨어 있던 돌산에서는 이렇게 소리치면 방귀만 픽픽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아니, 뭔가가 픽픽 나온다는 점은 같았지만 규모가 달랐다.
무하비의 몸에서 푸른 빛이 터져 나오자 갑자기 대기가 요동치며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한 지점에서 실타래처럼 얽히며 순식간에 거대한 소용돌이로 변했다. 이어 대지를 긁으며 날아가 그대로 성벽과 충돌!
콰쾅! 콰콰콰콰!
성벽이 굉음을 일으키며 허물어졌다.
그러자 성벽 너머로 넓게 펼쳐진 광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크와 무하비 일행이 채찍질을 당하며 끊임없이 집채만 한 바위를 옮겨야 했던 노역장!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사바트들이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바로 그 노역장!
“핍박받는 나의 동족들…….”
무하비가 슬픈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노역장에는 사바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서, 성벽이? 방금 전의 그 회오리는 대체 뭐야?”
“저기 봐! 사바트다! 밖에 사바트가 있어!”
“저 녀석들은…….”
“본 적이 있어! 얼마 전에 탈옥한 놈들이다!”
“제 발로 돌아오다니, 미친놈들이군. 아마도 성벽이 무너진 건 저 녀석들과 관련이 있을 거다! 아니라도 상관없어! 그냥 저놈들이 한 짓이라고 하면 돼! 잡아라! 아니, 죽여!”
아크 일행을 발견한 무자드들이 고함을 질러 대며 무너진 성벽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린 무하비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무자드!”
“저 녀석들은 내게 맡겨! 나와라, 샤이어의 힘이여!”
그때 비운디가 뛰어나가며 발을 굴렀다.
콰쾅-!
동시에 굉음이 터지며 들썩거리는 대지!
비운디가 일행 중에서 가장 뚱뚱하지만 단연코! 그 진동은 체중 때문이 아니었다.
이를 증명하듯이 비운디가 발을 구른 지점에서 푸른 빛이 터져 나오더니 무자드들이 모여 있는 대지가 상하좌우로 요동치며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자드들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넘어지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헉! 이, 이게 뭐야?”
“지, 지진? 왜 갑자기 지진이?”
그러나 무자드들은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바란디가 나서서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샤이어!”
바란디가 소리치자 무너져 내린 성벽의 무수한 돌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먹만 한 크기의 자갈에서 집채만 한 크기의 바위까지! 그리고 바란디의 시선이 무자드들을 향하는 순간!
위이이잉! 펑! 펑! 펑! 펑!
섬광처럼 뻗어 나가 놈들을 몸에 박히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아무리 무식한 무자드라도 돌아가는 상황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컥! 도, 돌이…….”
“피, 피해라! 돌이 살아서 움직인다! 컥!”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이런 일이? 저놈! 저놈들이다! 저놈들이 뭔가 사악한 마법으로 돌을 움직이고 있는 거야! 저놈들은 분명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사악한 힘을 얻은 거야! 아니, 저놈들이 바로 악마다! 사바트 모습을 한 악마야! 아욱!”
그러나 여전히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그런 헛소리를 나불거리는 놈들의 입에 짱돌을 박아 넣는 것은 분명 바란디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 힘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얻은 것도 아니고, 아크나 무하비 일행이 악마가 돼 버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 푸른 빛과 함께하는 힘의 정체는 바로 샤이어!
이게 무하비 일행이 샤이어의 성전에서 얻은 힘이다.
그때 석탑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모두 무하비 일행에게 흡수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하비 일행은 알게 되었다.
그 빛이야말로 샤이어, 이 세계 오리진의 생명 그 자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샤이어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니 뭘 할 수 있는지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아크는!
“가자!”
아크가 툼툼을 몰고 뛰어가며 검을 뽑아 들었다.
이 장면만 봐도 짐작이 가겠지만 아크에게는 아무런 힘도 생기지 않았다.
무하비 일행은 하나같이 딱 보기에도 엄청난 힘을 얻었지만 정작 가장 고생한 아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딱히 상관없다.
“큭! 저, 저놈이!”
콰직-!
고개를 돌리는 무자드의 목에 박히는 검!
아크에게는 이 요새의 병사장마저 해치운 검술이 있는 것이다. 하물며 채찍질이나 해 대는 간수 따위는 아크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샤이어!”
화르르르! 퍼퍼퍼펑!
파이지―있었다! 그런 놈이!―의 고함과 함께 10여 명의 무자드를 휩쓰는 거대한 불길! 아크에게는 이런 샤이어의 힘을 다루는 12명의 사바트가 있는 것이다.
펑! 콰직! 서걱!
“무하비, 비운디, 진격이다!”
그때 혼란에 빠진 무자드를 베어 넘기던 아크가 툼툼을 타고 질주하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무하비 일행도 툼툼을 타고 진격!
사방에서 모여드는 무자드를 샤이어의 힘으로 불러낸 폭풍과 지진, 화염의 파도로 박살 내며 단숨에 요새 안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러자 노역장의 사바트들이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대, 대체 저들은 뭐지?”
“사바트? 아니, 정말 사바트인가? 사바트가 어디서 저런 힘을…….”
“바란디!”
“알고 있어! 샤이어여!”
그때 아크를 따라 들어온 바란디가 소리쳤다.
그러자 사바트들의 손과 발에 채워져 있던 수갑과 족쇄가 저절로 풀리며 떨어졌다.
“이, 이건? 수, 수갑과 족쇄가…….”
“사바트들이여!”
아크가 툼툼을 세우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친 것은 그때였다.
“이제 핍박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 사바트는 무자드에게 착취당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의지로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대들은 앞으로도 일을 하겠지만 그건 당신들 자신을 위해! 당신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유는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싸워라, 사바트들이여! 그대들의 손으로 무자드를 무찌르고 완전한 자유를 얻는 그날까지!”
아크에게 남은 일이 바로 이것!
무하비 일행이 샤이어의 힘을 손에 넣고도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그들이 샤이어를 깨우려던 목적!
바로 사바트의 해방이다.
그러나 그건 아크와 무하비 일행의 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사바트의 해방은 곧 무자드 제국의 멸망!
아무리 샤이어의 힘을 가지고 있어도 불과 13명―아크는 그조차 없지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니, 샤이어의 힘에도 한계가 있으니 그들만으로는 작은 도시 하나도 점령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그게 지금 아크가 소리치는 이유다.
‘이 세계에는 무자드보다 사바트가 더 많이 살고 있다! 사바트는 무자드보다 약하고 싸워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 숫자는 무시할 수 없는 힘! 그 힘을 한데 모을 수 있다면 무자드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게 아크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크의 웅변에도 사바트들은 그저 멍하니, 혹은 되레 공포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크는 그런 상황도 예상하고 있었다.
패배주의와 노예근성이 뼛속까지 물들어 있는 그들이 아크의 말 한마디에 바뀔 리가 없는 것이다. 아니, 그리 쉽게 바뀔 거라면 지금까지 수대에 걸쳐 노예로 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그들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샤이어의 사도들이다!”
아크가 무하비 일행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대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바트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샤이어의 전설을! 샤이어의 축복을 받고 태어나 그대들을 구원해 줄 인도자! 그게 바로 이들이다! 그 증거가 바로 저것! 샤이어의 사도들이 보여 준 저 힘이 바로 사바트를 자유로 이끌 것이다!”
“샤이어!”
“저, 저게 사바트를 구원할 샤이어의 힘!”
아크의 고함에 사바트들이 경악성을 터뜨리며 샤이어의 사도들을 돌아보았다.
그 와중에도 폭풍과 화염을 일으키는 무하비 일행!
지금까지 사바트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만 생각해 온 무자드들이 그 힘 앞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 막강한 힘! 사바트를 구원할 힘!
“헛소리다! 샤이어 따위는 없어!”
“그래, 네놈들은 노예다! 노예로 태어나 노예로 죽는 것이 네놈들의 운명이다!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엉뚱한 짓을 하면 네놈들은 모두 처참하게 죽을 뿐이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무자드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짱돌에 맞고, 폭풍에 날아가고, 불에 구워지면서 떠들어 대는 소리가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뭣보다, 분위기는 바뀌어 있었다.
“닥쳐! 우리는 노예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자식도 네놈들의 노예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살아가기 위해서다! 이 세계를! 싸우자! 우리와 가족의 자유를 위해서!”
“샤이어의 사도님들을 따라라!”
“와아아아!”
노역장을 뒤덮는 함성!
사바트들은 샤이어의 힘에 죽어 나간 무자드의 무기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무기가 없는 자들은 노역장의 공구와 돌 따위를 들고 무자드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것으로 이미 상황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이런…… 저놈들이 모두…….”
구름처럼 몰려드는 사바트들의 모습에 무자드는 이미 전의를 상실했고.
“죽여라!”
해방된 사바트들의 분노는 해일과 같았다.
그럼에도 무자드들은 필사적으로 맞섰지만―뭐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당연히 중과부족!
거기에 툼툼을 타고 질주하며 무자드를 허수아비처럼 베어 넘기는 아크와 폭풍을 부르고 불길을 일으키는 무하비 일행이 가세하자 수백의 무자드는 순식간에 괴멸되었다.
“와아아아! 해냈다!”
“우리 손으로 무자드를 무찔렀다!”
그동안 수많은 사바트가 죽어 나간 요새가 사바트의 손에 함락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런 작은 승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바트의 해방! 그건 무자드 제국의 멸망으로밖에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무하비, 죽은 무자드와 요새의 무기고를 열어 사바트들을 무장시켜라! 비운디, 식량 저장소를 열어 병량을 확보한다! 작업이 끝나는 대로 다음 도시로 진격한다!”
“지금 바로? 하지만…….”
“네 의견에 따르기로 했지만 당장은 위험해. 이 요새는 어찌어찌 함락시켰지만 사바트들은 전투 경험이 없어. 바로 다른 도시를 공격하기는 무리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의 힘에도 한계가 있어. 아니, 무한대의 힘이라도 이들을 모두 지켜 줄 수는 없다고. 최소한 훈련이라도 시켜야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무하비 일행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싸움은 기세다. 그리고!
‘시간이 없다고!’
아크는 이 세계에 들어온 지 보름 가까이 되었다.
이 시험을 통과해 뭘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퀘스트 하나에 이미 보름이나 소모해 버린 것이다.
이제 딱히 이 세계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아크도 나름 공사다망한 유저! 이런 곳에서 한도 끝도 없이 묶여 있을 시간 따위는 없는 것이다.
“그런 건 가면서 하면 돼!”
그리하여 바로 사바트들을 이끌고 진군! 쉬지 않고 이동해 하루 만에 성벽에 둘러싸인 도시에 도착했다.
“나와라, 샤이어!”
위이이잉! 쿠콰콰콰! 퍼펑-!
그리고 바로 무하비 일행의 힘으로 성벽을 파괴!
“큭! 버러지 같은 사바트 놈들이 감히 반란이라니? 대체 성벽을 무슨 수로 무너뜨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는 사바트다!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
당연히 무자드 군대도 화살을 소나기처럼 퍼붓고 기마대까지 동원하며 응전했다.
이에 아직 전투 경험이 부족한 사바트들은 무수히 죽어 나갔지만, 그들에게 샤이어는 종교다. 그리고 정의남의 부하들을 보면 알겠지만 종교의 힘은 화살이나 검, 창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진짜 막을 수 없었다.
“나와라, 샤이어!”
“노, 녹는다! 검이! 창이! 아니, 내 몸이! 으아아아아!”
파이지가 일으킨 화염의 불길에 휩싸이며 비명을 터뜨리는 무자드들! 사바트들은 그런 무자드를 뚫고 도시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우리는 사바트 해방군이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샤이어의 사도가 함께한다!”
“검을 들어라, 동지들이여! 우리의 손으로 사바트를 해방시켜 후손들에게 자유를 물려주자! 샤이어의 축복이 그대들과 함께할 것이다!”
“샤, 샤이어의 사도! 해방군!”
“올 것이 왔다!”
“싸우자! 사바트가 일어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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