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45)
아크 더 레전드-845화(845/875)
[845] SPACE 7. 격동! (3)해방군의 고함에 도시의 사바트들이 주먹을 움켜쥐고 일어났다. 그리고 요새에서 일어난 일의 재방송과 같은 상황이 이어졌다. 사바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시 곳곳에서 무자드를 습격했다. 때로는 지붕 위에서 돌을 던지고, 어떤 사바트는 밧줄로 툼툼을 타고 달리는 무자드를 걸어 낙마시켰다.
“죽여라!”
그리고 곡괭이와 낫, 심지어 말뚝 따위를 들고 떨어진 무자드에게 달려드는 사바트들!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고함과 비명이 도시를 휩쓸었다.
“빌어먹을! 이건 말도 안 돼! 사바트 따위가…….”
“아직도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헉, 너, 너는 누구냐?”
“아크다.”
부우우웅! 서걱!
그리고 2시간의 혈전 끝에 아크가 영주를 처치하는 것으로 전투는 끝. 아크는 성의 창고를 열어 다시 도시에서 모인 사바트를 무장시키고 병량을 확보한 뒤에 다음 도시로 향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제국 곳곳으로 해방군의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약속의 때가 왔다! 예언에 따라 샤이어의 축복을 받은 12명의 사도가 샤이어를 깨우고 그 힘으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돌아오셨다!
일어나라, 사바트들이여!
이런 말과 함께!
이에 각지에서 사바트들이 일제히 봉기!
“사바트의 해방을 위해 싸우시는 사도님과 해방군을 영접하라!”
“우리는 이미 해방군이다! 우리 손으로 이 도시를 해방시키자! 동지들이여, 죽음을 두려워 마라!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는 자는 샤이어께서 축복을 내리리라!”
“가자! 사바트의 미래를 위해!”
반란을 일으켜 무자드와 싸우고, 혹은 도시를 탈출해 해방군에 가담했다.
아크의 사바트 해방군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흘 만에 2만 명이 넘어갔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무자드 군대에서 약탈한 병장기로 무장되었다.
그리고 나흘째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우리도 동참하겠습니다!”
상당한 크기의 도시로 진입하자 수천 명의 사바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그 전에도 해방군이 도착하기 전에 반란이 일어나 사바트들의 환호를 받으며 입성한 적이 있었지만 그 도시에서는 싸움의 흔적도 없었다.
“이 도시에는 무자드가 없습니까?”
“네, 본래 400명 정도의 영지군이 있었는데 어제 급하게 도시를 나갔습니다. 위대한 샤이어의 사도님이 온다는 말에 겁을 집어먹고 도망간 것이 분명합니다.”
아크의 물음에 도시의 사바트들이 대답했다.
“아크, 이건 혹시…….”
그 말에 무하비가 움찔하며 아크를 돌아보았다.
무하비도 이제 수만의 사바트를 거느리고 있는 일군의 지휘관,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이다.
“그것밖에 생각할 수 없겠지.”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무자드들이 퇴각한 이유! 그건 이 도시 사바트들의 말처럼 며칠 만에 수만에 달하는 군세로 돌변한 해방군을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다른 이유가 더 클 것이다.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
이미 수만이 돼 버린 해방군을 도시 규모의 군사로 막기는 힘들다. 아니, 도시 내부에서도 속속 반란이 일어나는 상황이니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도시를 포기하고 무자드 제국의 모든 병력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자드 군대가 모이는 집결하고 있을 장소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저기다!’
저 지평선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제국 수도!
지금! 그곳에서 최후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SPACE 8. 그들이 바라는 것 (1)
“말이 되는가!”
거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사바트의 반란이라니? 가축 따위가 감히 짐에게 대항하겠다고? 아니, 어떤 가축도 떼를 지어 주인에게 덤벼들지는 않아! 먹여 주고 입혀 준 은혜도 모르고 주인을 물겠다고 덤벼드는 더러운 사바트 놈들!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폐하, 진정하십시오.”
“진정? 진정하라고 했나? 경은 지금 이 상황이 진정하고 있을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네놈들이 감히 짐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네놈들이 아직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니까.”
“죄, 죄송합니다.”
백발의 노인이 소리치자 그 앞에 좌우로 나뉘어 늘어서 있는 무자드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그들은 무자드 제국 각지의 영주들이었다.
그리고 이들 역시 자신의 영지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무자드다.
그러나 백발의 노인은 그런 그들을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만으로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무자드였다. 그의 이름은 지뮤드, 바로 무자드 제국의 황제였다.
황제가 경멸 어린 눈으로 납작 엎드린 영주들을 돌아보며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하나같이 쓸모없는 녀석들 같으니! 짐이 네놈들에게 영지를 맡긴 것은 네놈들의 배나 불려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이런 사태를 막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버러지 같은 놈들이 짐에게 대항하겠다고 여기, 수도 앞까지 몰려들게 만들다니? 대체 네놈들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하, 하오나…….”
한 영주가 눈치를 살피며 살짝 고개를 들었다.
“놈들이 제 영지로 진군해 올 때는 이미 수만에 달하는 숫자였습니다. 제 휘하의 800으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네, 저 역시…….”
“게다가 놈들이 세를 불릴 때는 이미 영지의 사바트들도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방화를 저지르고 병사를 습격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자말에게 있습니다.”
“맞습니다!”
누군가의 말에 영주들이 입을 모아 떠들었다.
“처음 사바트의 반란이 일어난 곳은 동부 변경 지대에 위치한 자말의 영지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문에 의하면 반란군을 지휘하는 자들은 그 요새에 갇혀 있다고 탈옥한 사바트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건 자말과 그 휘하의 병사장, 라자한의 책임입니다.”
“놀고들 있군.”
황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확실히, 영주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수만으로 불어난 반란군이 제국 수도 앞까지 몰려와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떠들어 대며 이미 죽어 버린 놈들을 입에 올리다니, 영주들의 작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너무 오래되었다.’
황제가 눈매를 좁히고 웅성거리는 영주들을 훑어보았다.
물은 고이면 썩는 법이다. 사람도 그렇다. 권력을 가진 자리에 오래 머물다 보면 누리는 것에만 익숙해져 썩어 가는 것이다. 전사 부족인 무자드의 자긍심을 잊어버리고 수도까지 도망쳐 온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저 영주들처럼 말이다.
‘썩은 것은 뽑아내는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그것도 이번 사태를 해결한 뒤의 일이다.
지금 제국 수도로 몰려오고 있는 수만의 사바트, 일단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저런 영주들이라도 다독여 사태를 수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만들 하라.”
황제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으니 이번 사태의 책임은 묻지 않겠다. 그러니 너희들은 다시 영지로 돌아가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도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할 수 있을 때의 얘기겠지.”
“그야 물론!”
“말씀드렸다시피 우리가 수도로 퇴각한 것은 압도적인 병력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제국 수도! 각지에서 모인 병사들과 수도의 정예병이 있습니다. 놈들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전군을 동원하면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황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묻는 것은 그런 당연한 게 아니다. 저 반란군에는 샤이어의 사도라는 자들이 있다고 들었다. 가축이나 다름없는 놈들이 저렇게 와글거리는 모여든 것은 그자들 때문이라고. 그리고 듣자니 놈들은 폭풍을 부르고 대지를 흔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그, 그건…….”
영주들이 웅성대자 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물론 나도 그런 헛소리를 모두 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소문은 없는 법. 놈들이 뭔가 사악한 술수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이겠지.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런 놈들의 술수를 막을 방안이 있느냐는 것이다.”
영주들은 침묵했다.
그 샤이어의 사도라는 자들이 이끄는 반란군과 싸운 영주들은 모두 죽었다.
물론 이들도 그런 소문은 들었다. 그러나 직접 본 적은 없다. 본 적도 없는 뭔가에 대항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멀쩡한 두피만 긁적이고 있을 때였다.
“정말이지 쓸모없는 놈들이군.”
황제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혀를 찼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샤이어의 사도든 뭐든 놈들은 사바트다. 그리고 사바트에게는 결코 숨길 수 없는 약점이 있지.”
“약점이라면…….”
“기억을 떠올려 봐라.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사바트를 지배해 왔는지.”
황제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흠…….”
아크가 미간을 모으며 침음성을 발했다.
그 앞으로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성이 눈에 들어왔다.
네 번째 도시를 함락시킨 이후, 급격히 세가 불어나기 시작한 해방군을 이끌고 파죽지세로 진군하던 아크도 이 성 앞에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눈앞의 성채 도시는 바로 무자드 제국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나?”
아크가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샤이어의 성전에서 돌아와 변경 요새를 함락시켰던 것이 닷새 전이었다.
처음 이 세계로 들어왔을 때부터 계산하면 거의 20여 일. 아크는 길고 긴 길을 돌아 20여 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룬의 성전 시험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아크는 되레 20여 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안 그래?”
“음.”
무하비가 끄덕이며 대답했다.
“나도 이렇게 빨리 이곳으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크,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무슨 말이야?”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 거냐고 묻는 거야.”
무하비가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저 성벽 너머에는 무자드 제국의 군사 대부분이 모여 있겠지. 전투가 벌어지면 많은 희생이 따를 거다. 아니, 이미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어. 무자드도, 사바트도.”
“다른 방법이 있어?”
무하비의 말에 아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되물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 나도 가능하면 다른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 하지만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무자드는 설득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아크도 알고 있었다.
지난 닷새 사이에 수많은 영지에서 일어난 약탈과 방화, 그리고 살인! 살인! 살인! 그 거대한 소용돌이에 무자드는 물론 사바트도 많이 죽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건 전쟁이다. 죽이지 않고, 죽지 않고 치를 수 있는 전쟁은 없다.
“그래, 하지만…….”
“너희가, 아니, 우리가 노예가 된 이유가 그거다.”
아크가 무하비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하지. 그건 자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자드를 원망했을 뿐이야. 무서워서. 물론 자유를 억압한 무자드가 나쁜 놈들이지만 자신의 손으로는 뭔가 해 볼 생각도 않고 원망만 하는 것도 비겁한 짓이야.”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무하비의 입에서 답답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크는 그런 무하비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방금 전에 한 말은 그저 무하비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그건 아크의 평소 생각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한다. 그게 절실한 것이라면 더더욱.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리고 사바트들은 이제야 자신의 손으로 원하던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 네 말대로 이미 수많은 희생을 치렀음에도 그들이 우리를 따르는 이유가 그거야. 그리고 너희는 그들을 이끄는 사도야. 그런데 너희가 그런 말을 하면 어쩌자는 거야?”
“미안하다.”
무하비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막상 이렇게 나오니 그것도 좀 뭐하다.
“됐어. 뭐 네 기분도 이해는 되니까. 너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입장이니 마음이 복잡하겠지. 하지만 그것도 이제 마지막이야. 그리고…….”
아크가 무하비를 돌아보며 씨익 웃었다.
“나는 질 생각이 없어.”
그래야 아크도 고생한 보답을 받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히! 자신이 있었다. 그만한 준비를 해 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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