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5)
아크 더 레전드-85화(85/875)
[85] SPACE 3 미완 퀘스트×3 (4)짚이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행기 장난감 속에서 찾은 메모리의 데이터를 다운로드받고 님프가 맛이 갔을 때!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 맛이 갔던 님프는 수리된 게 아니었다. 벨타나로 강제징용 되기 전에 프리즈너 코팅을 받을 때 죄수용 OS가 덮어씌워진 덕분에 정상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아크의 님프가 다른 유저나 NPC의 것과 다르다면 이유는 그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뭔가 다른 데이터가 님프에 등록되어 버린 것이리라.
‘뭐 있던 데이터가 날아간 것도 아니고, 님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적도 없어. 따지고 보면 오히려 다른 님프보다 기능이 늘어난 셈이니 불평할 이유가 없지만…….’
찜찜한 면이 없지 않았다.
정상적이지 않다면, 언제 무슨 문제가 생길지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러나 당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수리를 맡길 수도 없는 노릇. 게다가 문제의 시발점이 해킹으로 다운받은 데이터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은하연방에 사정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결과는 잘해야 다른 유저의 님프와 같아지는 것.
오히려 있던 기능이 없어지는 것뿐이었다.
‘일단 정상적이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니 알아보기는 해야겠지만 은하연방에 맡길 수는 없어. 다행히 아직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으니 당분간은 이대로 사용하는 수밖에.’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밀란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쨌든 형님이 무라트 문자를 해독할 수 있다면 단서를 추적할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고?”
“후후후, 형님. 제 직업이 뭡니까? 트레져헌터라고요. 옛날 트레져헌터는 삽 하나 달랑 들고 근성과 오기로 보물이 나올 때까지 무작정 땅을 팠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24세기입니다. 그런 식으로 칼로리 낭비를 하는 시대는 갔다고요. 첨단 장비를 다룰 줄 모르면 트레져헌터도 못해 먹는 시대란 말입니다. 이게 바로 그런 첨단 장비죠.”
밀란이 방구석에 놓여있는 기계를 툭툭 치며 히죽 웃었다.
“3D 복원기라는 겁니다.”
“3D 복원기?”
“예를 들어 조각상을 찾았는데 팔이 하나 떨어져 나간 상태라고 가정해보죠. 그럼 조각상의 다른 부분을 보고 떨어져 나간 팔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3D 복원기는 그런 식으로 남아있는 물건의 전체 모양을 기본 틀로 훼손된 부분을 복원해주는 기계입니다. 뭐 완전히 파손된 물건은 3D 복원기로도 알아낼 방법이 없지만 일부가 훼손되어 그대로는 알아볼 수 없는 문자 정도는 문제없죠. 이 석판의 경우에는 비교적 훼손도가 높지 않아 70~80%는 복원이 가능할 겁니다.”
방금 전 아크가 해독한 부분은 전체 내용의 30%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밀란의 말대로 3D 복원기라는 기계로 70~80%의 문자를 복원할 수 있다면 무라트 유적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얻게 될 확률이 높았다.
‘알아낼 방법이 생겼다!’
아크는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그럼 석판을 복원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이 기계가 좀 오래된 기종이지만 이만한 석판이라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좋아, 그럼 복원이 끝나는 대로 연락해. 내 인식코드는 알지?”
“네, 당장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끝낸 게 사흘 전.
그 뒤로 아크는 마틴 후작에게 끌려 다니며 은하연방 홍보 활동을 계속하며 틈틈이 님프의 메일 함을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어제 오후, 밀란이 보낸 메일이 발견할 수 있었다.
-From: 밀란
형님, 석판의 복원작업이 끝났습니다!
아크의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서바이버 코팅으로 얻은 스킬을 빨리 테스트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밀란이 복원한 석판에 정말 무라트 유적의 정보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돌아다닌 도시는 12개.
아직 8개나 되는 도시가 남아있었다.
‘12개 도시를 돌아다니는데 닷새가 걸렸으니 적어도 사흘은 더 이 짓을 해야하는 건가?’
인터뷰를 마치고 휴게실로 돌아온 아크가 한숨을 푹푹 불어내고 있을 때였다.
잠시 어딘 가로 사라졌던 마틴 후작이 들어오며 말했다.
“일정에 변동이 생겼다.”
“네?”
“이제 홍보 활동은 그만해도 된다는 말이다.”
……길었던 홍보 여행이 끝났다.
SPACE 4 경계 너머로! (1)
‘어째…….’
절로 찜찜한 표정이 떠올랐다.
은하연방 홍보 활동이 딱히 시간낭비였던 것만은 아니다.
명성과 연방정부에 대한 공헌도를 적지 않게 올렸고, 공짜로 스타게이트를 이용하며 이스타나 세계일주도 할 수 있었고, 여러 하마드란, 아스란, 밀란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쭉쭉 올라가던 명성과 연방정부에 대한 공헌도는 요 며칠은 어째 신통치 않았고, 세계일주라고 해도 정작 도시를 구경할 짬도 없었고, 옛 전우를 만나봤지만 정작 보상 퀘스트는 뭐 하나 깔끔하게 완료된 게 없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고 행사장에 불려나가고 다른 도시로 이동, 인터뷰를 하고 행사장에 불려나가고 다른 도시로 이동, 인터뷰를 하고 행사장에 불려나가고 다른 도시로 이동…… 닷새 동안 하루 평균 18시간씩 쉬지 않고 이런 일을 반복하니 이제 숨이 턱턱 막혔다.
‘그런 짓을 앞으로 최소 사흘은 더 해야한다니…….’
절로 한숨을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만해도 된단다. 아크로서는 바라 마지않던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막상 갑자기 그만두라니 좋아할 새도 없이 찜찜함이 엄습했다.
그래서 물었다.
“아직 일정이 남았는데 왜 갑자기 그만두자는 거죠?”
그러자 마틴 후작이 대답했다.
“약발이 내 예상보다 빨리 떨어졌다.”
그게 뭘 뜻하는 말인지는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처음 아크가 전쟁영웅이 되어 귀환했을 때, 스타게이트 앞에는 기자가 벌떼처럼 모여들었었다. 그런 뜨거운 취재열기는 홍보 여행을 시작했을 때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도시를 지나올 때마다 그런 취재열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정보화 시대. 연일 새로운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 같은 얘기 거리에 언제까지나 대중의 관심이 쏟아질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하는 얘기는 언제나 똑 같은 전쟁 얘기와 은하연방 홍보, 솔직히 시청자도 지겨울 만 했다.
결과는 굳이 시청률을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은하 방송에 출연해 약간 더 얼굴이 알려졌습니다.
《명성 +20》
-열심히 홍보 활동에 전념해 은하연방의 이미지가 약간 좋아졌습니다.
《은하연방에 대한 공헌도 +30》
초반에는 명성이 100, 공헌도가 150씩 들어왔다.
그러나 횟수를 반복할수록 슬금슬금 내려가더니 이제 고작 명성 20에 공헌도 30.
메지지도 처음에는 더욱 유명해졌거나, 은하연방의 이미지 쇄신에 보탬이 됐다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약간 더 얼굴이 알려졌다거나, 은하연방의 이미지도 약간 좋아졌다는 식으로 바뀌어있었다. 이제 그만큼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하긴 요 며칠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매스컴에 노출되기는 했지. 그래도 라마족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 이후 첫 승전의 주인공이라 조금은 더 이용해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매스컴을 탈 이유는 없겠지. 이미 대중의 관심이 식었는데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되려 반감을 살수도 있겠지. 버리기 아깝다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나는 법이니까.”
어째 한물 간 연예인 취급을 받는 기분이다.
그러나 마틴 후작은 아크의 기분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요즘 내가 좀 바빠졌거든.”
“아…… 네…….”
아크의 얼굴이 썩소가 떠올랐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이! 뭐 바빠졌다고? 닷새 동안 쉴 시간도 없이 사람을 개처럼 끌고 다니며 부려먹다가 약발이 떨어지니까 지가 바빠져서 때려치우자는 거냐?’
새삼스럽지만 마틴은 후작이다.
우주선이 날아다니는 시대에 후작이니 뭐니 하는 계급이 웃기지만, 어쨌든 귀족이라는 거다. 그것도 모자라 은하연방의 의원이라는 명함까지 갖고 있었다. 그런 고위 NPC가 지난 닷새 동안 아크의 매니저를 자처하며 동행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크가 예뻐서?
약발 떨어졌다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이나, 한물 간 연예인 취급을 하는 놈이 그럴 리가 없다. 마틴 후작이 그동안 아크를 챙긴 데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었으니…….
-다시 말하지만 벨타나 전쟁의 승리는 마틴 후작님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인터뷰를 할 때마다 아크가 꼭 한마디씩 집어넣던 이 대사!
마틴 후작은 은하연방의 위원, 그러니까 정치인이다. 그리고 정치인이란 예나 지금이나 연예인과 비슷한 면이 있었다. 대중적인 인기가 곧 힘이 되는 것이다. 마틴 후작이 아크와 동행한 이유가 그것, 유명세를 타는 아크를 앞세워 자신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자,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기게 된다.
아크는 절대 미련한 인간이 아니다.
벨타나에서 거래를 할 때부터 마틴 후작의 목적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군말 없이 살인적인 스케줄의 홍보 여행을 하고, 마틴 후작이 집필한 대본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심지어 방금 전에는 한물 간 연예인 취급을 받으면서도 대놓고 욕을 하기는커녕 짜증조차 내지 못하는데는 아크도 나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아크와 마틴 후작 사이에는 정산해야할 일이 남아있었다.
원래 아크가 은하연방의 선전용 영웅 역할을 맡아주는 조건으로 마틴 후작에게 약속 받은 보상은 세 가지. 그 중 두 가지는 1등 시민권과 3세대 기술로 제작된 신체코팅 용 IC카드.
그때는 은근슬쩍 뭉개고 넘어갔지만 실은 하나가 더 있었던 것이다.
벨타나에서 마틴 후작과 밀담을 나눌 때였다.
“정규병과 같은 조건. 그러니까 정규병이 너와 같은 공적치를 쌓았을 때 받을 수 있는 포상을 원한다. 그게 네가 공적을 세우고도 영창에 갇혔던 일을 입 다무는 조건이라 그건가?”
“그렇습니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니지.”
마틴 후작이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다.
“아니, 경우에 따라서는 거기에 그 못지 않은 포상품을 하나쯤 더 얹어줄 수도 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 공짜는 아니다. 대신 네가 당분간 은하연방의 홍보 활동을 해줘야한다는 조건이다. 말하자면 추가로 얹어주겠다는 포상품은 광고 모델료 같은 거지. 네가 뭘 받게 될지는 네가 하기에 달려있다. 네가 얼마나 성실하게 홍보 활동을 해주느냐에 따라 대가도 달라진다는 말이지. 뭐 인센티브 정도로 생각하면 돼.”
이게 제 3의 보상을 받는 조건.
그리고 지겨웠던 홍보 여행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도 찜찜한 이유였다.
‘원래 계약은 이스타나의 도시를 모두 돌아다니며 은하연방의 광고판 역할을 하는 거였어. 하지만 지금까지 돌아다닌 도시는 12개. 말하자면 목표치의 60%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지겨운 인터뷰를 안 하게 된 건 좋지만 홍보 활동이 도중에 중단됐다는 핑계로 보상을 떼어먹거나, 되도 않는 허접한 아이템이나 하나 던져주고 말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이건 내가 그만두겠다고 한 게 아니야. 먼저 그 점을 확실하게 해야한다!’
그런 생각이 든 아크가 얼른 입을 열려 할 때였다.
“그렇게 찜찜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홍보 활동을 그만두기로 한 건 내가 내린 결정이다. 어쨌든 그동안 대본대로 충실하게 인터뷰를 해준 것은 사실이니 약속은 지킬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후작 아닌가? 그런 문제로 쩨쩨하게 굴 생각은 없다.”
마틴 후작은 의외로 쿨 한 녀석이었다.
“게다가 인기가 떨어졌다지만 전쟁영웅이라는 녀석이 나에게 사기를 당했네, 물건을 떼어먹혔네, 라는 식으로 떠들고 돌아다니면 곤란하니까.”
……계산적인 쿨 한 녀석이었다.
어쨌든 계약된 일을 다하지 못했는데도 보수는 제대로 주겠단다.
아크로서는 일단 약속했던 보수만 제대로 받을 수 있다면 마틴 후작의 성격이 어떻든 관심 없었다. 보상을 미끼로 사람을 개처럼 부려먹는 악덕 매니저와는 다시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아크는 얼른 찜찜한 표정을 지우며 양손을 비비적거렸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후작님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벨타나 영창에서 푹푹 썩고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제가 약속했던 보상을 못 받게 됐다고 후작님의 욕을 하고 다닐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 물론 후작님은 보상을 주겠다며 사람을 개처럼 부려먹고 도중에 일이 틀어졌다고 보상을 떼먹거나, 아무거나 대충 던져주고 무마시키려는 쩨쩨한 인간이 아니지만 말입니다. 분명 후작님의 인품에 걸맞는 보상을 받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아부하듯이 떠들어댔지만 사실 이건 협박이었다.
좋은 보상을 주지 않으면 네 말대로 뒤에서 욕을 하고 다니겠다는 협박!
마틴 후작쯤 되는 녀석이 못 알아들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불쾌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아크가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알기 쉬운 녀석이군. 싫지 않아. 아니,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인간보다 너 같은 녀석을 좋아한다. 주고받는 게 확실한 관계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어떤가? 일전에 내가 한 말은? 그동안 생각 좀 해봤나?””
마틴 후작이 슬쩍 아크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며 말했다.
“네게 영웅 칭호를 내린 것은 분명 은하연방의 홍보를 위해서다. 하지만 죄수였다는 문제만 아니면 네가 영웅적인 활약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나는 누구보다도 그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누구보다도.”
마틴 후작이 진지한 눈빛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휴전 상태였던 라마족과의 전쟁이 벨린 성좌를 중심으로 다시 시작되었다. 수백 년이나 정체되어 있던 은하연방도 이 전쟁으로 싫든 좋든 많은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지. 그건 나 같은 귀족들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지. 바로 너처럼 능력 있는 부하가 말이다. 나는 네가 벨타나에서 증명한 능력을 사고 싶다. 네가 내 밑에 들어온다면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지.”
-은하연방의 의원 마틴 후작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일 경우 은하연방의 유력 귀족인 마틴 후작을 스폰서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런 귀족을 스폰서로 삼을 경우 계약과 동시에 직업 [프라이빗(private)]를 얻게 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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