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51)
아크 더 레전드-851화(851/875)
[851] SPACE 1. 그들이 움직이다! (1)“어이!”
중년 사내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사,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인사는 됐고! 내가 제대로 들은 거야?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실내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이어지는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불어 내며 대답했다.
“그게…… 보고드린 그대로입니다.”
“젠장, 그렇게만 대답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봐!”
중년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그의 이름은 솔로.
본래 현실에서 작은 도매상을 하던 유저였다. 그러나 거듭된 불황으로 사업이 힘들어질 때, 우연히 갤럭시안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알게 되었다.
현실과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의 자본이 움직이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세계라는 정보와 함께.
이에 솔로는 마지막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정리한 뒤에 직원들과 함께 갤럭시안에 입성! 운송업 전문 컴퍼니를 설립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도매업으로 잔뼈가 굵은 솔로는 풍부한 영업 경험을 살려 일을 수주받아 왔고, 직원들은 빈틈없는 업무 능력으로 신속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 나갔다.
덕분에 지금은 개척지에서도 나름 중견 컴퍼니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그러나…….
“예정대로라면 어제 지온에서 화물을 싣고 출발한 호프 호는 3~4시간 전에 U-901에 도착해서 하역까지 마쳤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도착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호프 호와 교신을 시도해 봤지만 아직 연락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사고가 터져 버린 것이다.
“대체 왜!”
이에 솔로가 버럭 소리쳤지만,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직원이라고 알 리가 없었다.
그때 한 직원이 사장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혹시…….”
“혹시라니? 혹시 뭐야?”
“요즘 은하계 곳곳에서 워프 항해 도중에 이면세계에서 나타나는 괴물에게 습격당했다는 제보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호프 호도 그런 일을 당한 건 아닌지…….”
직원의 말에 솔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소문을. 그러나 아직 그런 일을 경험한 유저는 극소수. 당연히 솔로는 자신의 컴퍼니 소속 수송선에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만약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망한다!’
보험 덕분에 우주선은 80%라도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화물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만약 수송선이 정말 그 소문의 괴물에게 당했다면 솔로가 몽땅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
1만 골드에 달하는 화물값을!
갤럭시안에서의 운송업이 꽤 장래성이 있다고 생각해 얼마 전에 대출까지 받아 수송선을 하나 더 늘린 지금, 그런 배상금을 물게 되면 솔로는 파산!
“안 돼!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돼! 난 처자식이 있는 몸이라고! 아니, 아직 몰라! 그래, 연락이 안 된다고 무조건 괴물에게 당했다고 생각할 수는 없어! 다른 사고를 당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데비, 당장 호프 호의 이동 경로를 수색한다!”
“하지만 디자이어 호는 이미 다른 업무로 델타 성계를 운항 중입니다. 그리고 만약 정말 호프 호가 소문의 괴물에게 당한 거라면 수송선인 디자이어 호를 같은 경로로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솔로가 버럭 소리쳤지만 확실히,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이에 진퇴양난에 빠진 솔로는 머리를 쥐어뜯다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맞아! 그가 있었어!”
“네? 그라면…… 혹시 그분 말입니까?”
“그래, 내게 갤럭시안을 가르쳐 준 게 바로 그 친구야. 그리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지. 그 친구는 한번 뱉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사람이야. 뭐든 시작하면 중간이 없는 친구라 걱정되는 면이 있어서 그동안 연락 않고 지내기는 했지만, 이런 일에는 그만한 적임자가 없지. 뭣보다 그라면 설사 진짜 소문의 괴물을 만나게 되더라도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 당장 연락해 봐! 아니, 내가 하지!”
솔로가 낭떠러지에서 동아줄을 발견한 사람처럼 소리쳤다. 그러자 데비라고 불린 직원이 한숨을 불어 내며 말했다.
“제가 이미 연락해 봤습니다.”
“뭐?”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급한 일이라고 메시지를 남겨 뒀는데 3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이런 젠장, 개똥도…….”
콰쾅-!
그때 뒤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이에 움찔하며 고개를 돌린 솔로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무실 문을 부술 듯이 걷어차며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 적대 종족, 라마였다.
물론 개척지에서는 라마도 딱히 적대 종족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들어오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뭐, 뭐야? 너희들은?”
“여기는 미리내 컴퍼니의 사무실이다! 누구 허락으로…….”
-시끄럽고!
그때 우르르 쏟아져 들어온 수십 명의 라마 사이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좌우로 갈라지는 라마들 사이에서 2명이 걸어 나왔다. 남자와 여자, 뒤이어 여자 라마가 님프 위로 한 사내의 입체 영상을 띄우며 말했다.
-이 자식, 알지?
“그건…… 아니…… 갑자기 무슨…….”
-다 알고 찾아왔으니까 발뺌할 생각하지 마! 너희가 이 녀석과 잘 아는 사이라고 떠들고 다녔다면서? 불어! 이 자식 지금 어디 있어?
멍하니 영상을 바라보던 솔로가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그래, 아는 사이다! 그래서? 내가 왜 다짜고짜 남의 사무실에 쳐들어온 놈들이 묻는 말에 대답해야 하는데? 대체 니들 뭐야? 이게 개척지 의무 규정 위반이라는 걸 알고 이러는 거냐? 당장 꺼지지 않으면 평의회에 재소해서…….”
-역시 말로는 안 되겠군.
여자 라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뇌雷! 광光!
콰지지지! 콰지지지!
그리고 느닷없이 그녀의 양 주먹에서 터져 나오는 스파크!
그게 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게 뭘 의미하는 건지는 알 수 있었다. 이에 솔로와 데비를 포함한 6명의 직원들이 황급히 검과 총을 꺼내 들었을 때였다.
-익! 바보야! 그만둬!
여자는 남자 라마의 제지도 무시하고 도약!
다짜고짜 스파크에 휩싸인 주먹을 휘둘러 대기 시작했다. 아니,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다.
유통업 종사자라도 나름 개척지에서 컴퍼니를 운영하는 유저들, 솔로와 직원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전투력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여자 라마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뇌전! 주먹은 기관포!
투콰콰콰콰! 투콰콰콰콰!
그녀의 주먹이 번뜩일 때마다 튀어 오르는 피! 피! 피!
단 1명의 여자 라마에게 6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검 한 번, 총 한 번 제대로 쏴 보기도 전에 피 떡으로 변해 날아갔다. 그리고 솔로 역시 그 주먹에 안면이 붕괴!
“컥! 뭐 이런…….”
수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피가 콸콸 쏟아지는 코를 움켜쥐고 몸을 일으킬 때였다. 그 앞으로 님프 위에 떠오른 사내의 영상이 다시 들이밀어졌다.
-이제 생각이 나나?
다짜고짜, 그리고 순식간에 솔로 일행을 피 떡으로 만든 여자 라마가 그 영상 뒤에서 살벌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에 솔로는 울컥한 표정을 지었지만 여자 라마가 멱살을 움켜쥐자 움찔하며 소리쳤다.
“젠장! 몰라! 모른다고! 아, 아니,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라 어디 있는지 몰라! 사실 우리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찾고 있다고?
“그래! 오늘 아침에 우리 컴퍼니 수송선이 워프 항해 도중에 실종됐어! 그래서 수색을 의뢰하기 위해 연락해 봤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고!”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쳇!
남자의 말에 여자 라마가 짜증 나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 망할 자식은 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할 수 없지. 어이, 철수하자!
그리고 멱살을 놓고 몸을 돌리며 소리쳤다.
동시에 솔로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곧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을 깨닫고 성난 표정으로 여자 라마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이런 빌어먹을! 대체 뭐야? 다짜고짜 남의 사무실로 들어와서 사람을 쥐어 패 놓고 그냥 가겠다고? 이런 짓을 하고도 그냥 넘어가리라고 생각하는 거냐?”
-맘대로 해! 평의회에 신고를 하든, 용병을 모아 떼거지로 복수를 하러 오든 맘대로 하라고! 싸움이라면 언제든지 받아 줄 테니까!
“뭐 이런…….”
그리고 뒤이은 여자 라마의 대답에 어이없는 표정이 되어 버린 얼굴에 치미는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냈지만.
‘……돌겠군.’
정작 돌아 버릴 것 같은 사람은 남자 라마였다.
왜냐 하면, 그가 보기에도 방금 전에 여자 라마가 한 짓은 심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하필이면(?) 그 여자 라마가 그의 여자 친구라는 점이었다.
덕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세트로 묶여 솔로의 원망을 받고 있는 이 남자는 붉은학살자.
그리고 여자 라마는 정체는 글라도스.
바로 세븐 소드의 일원이자 라마 최강 최악의 깡패라고 불리는 여자였다.
그리고 붉은학살자도 이런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딱히 이견을 제시할 수가 없었다. 불행히도 말이다.
그러나 그런 글라도스라도 지금처럼 무턱대고 남의 사무실에 쳐들어와 사람을 팰 정도로 경우 없는 여자는 아니었다.
당연히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며칠 전 글라도스와 붉은학살자가 워프 항해를 할 때였다.
갑자기 둘의 앞에 이면 세계의 공간을 찢으며 기괴한 형상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바로 얼마 전부터 은하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소문의 몬스터였다.
그리고 놈을 보는 순간 붉은학살자는 예감했다.
-오호! 저게 소문의 우주 몬스터인가? 한번 직접 보고 싶었는데 찾는 수고를 덜었군. 저거 무지하게 세다며? 어디, 얼마나 센지 이 글라도스 님이 직접 봐 주지!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예상한 그대로! 글라도스는 등 떠미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몬스터를 향해 돌진! 무차별적으로 함포를 퍼부으며 전투에 돌입했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강하다!’
바로 몬스터의 전투력이었다.
딱히 글라도스가 실수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그녀는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힘을 발휘하는 타입. 되레 평소보다 더 잘 싸웠다. 그리고 붉은학살자도 그녀와 보조를 맞추며 전력을 다해 전투를 벌였지만.
퍼펑! 콰콰콰콰!
결과는 글라도스의 패배!
몬스터의 압도적인 전투력에 내내 속수무책으로 몰리다가 격침되고 만 것이다. 덩달아 붉은학살자도.
당연히 글라도스는 분노했다. 그리고 그녀는 한번 꽂히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 부활과 동시에 그 몬스터를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라마의 3황자로부터 연락이 온 건 그때였다.
-근래 이면세계에서 나타난다는 정체불명의 몬스터에 대해서는 너희도 들어 봤을 것이다. 그 몬스터 탓에 라마 정규군 수송 함대의 피해가 막심하지만 아직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 하지만 얼마 전에 단서가 될 만한 정보를 입수했다. 너희들을 부른 이유가 그것이다. 이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미라쥬 성계의 위성에 잡힌 영상인데…… 직접 봐라. 일단 자세한 얘기는 보고 나서 얘기하지.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유력한 용의자를!
-남자는 닥돌!
영상 속의 전함에 이런 글자가 대문짝만 하게 적혀 있었으니까!
그렇다. 지금 글라도스의 님프 위에 떠 있는, 그리고 글라도스가 눈이 뒤집혀 찾고 있는 사내는 사람은 바로 그 전함의 주인, 데커드였다.
‘이 멍청한 자식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자기 때문에 은하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기는 한 거야? 난리가 났다고, 이 자식아!’
그리고 이제 붉은학살자도 피해자.
더불어 3황자로부터 퀘스트까지 받았으니 그 역시 일단 데커드를 잡아야 한다는 것에는 동감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붉은학살자가 이를 박박 갈며 노려보는 솔로와 미리내 컴퍼니 직원들을 돌아보며 한숨을 불었다.
그들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 뒤로 글라도스는 데커드와 알고 지내는 유저나 컴퍼니를 찾아 돌아다니며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쓸데없이 당당해서.
-난 글라도스다!
아예 광고까지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글라도스? 글라도스라면 그 라마의…… 그렇다면 혹시 옆에 있는 놈은…….”
-뭐 해? 이제 여기에 볼일은 없어! 가자, 붉은학살자!
더불어 바라지도 않던 붉은학살자의 광고까지!
“글라도스와 붉은학살자! 좋아, 그 이름 기억해 두지! 아니, 일부러 기억할 것도 없지! 알고 있으니까! 라마의 세븐 소드와 너브 전쟁의 3위 공훈자! 어째 눈에 뵈는 것 없이 행패를 부리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거지? 거기다 싸움은 언제든지 받아 줄 테니 불만 있으면 덤비라고? 그래, 좋다! 빌어먹을! 니들이 얼마나 대단해서 그렇게 설치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대로 해 주마! 이대로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기억해! 이대로 끝내지 않는다고!”
덕분에 붉은학살자도 악명을 드날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붉은학살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황자가 의뢰한 《용의자 X를 찾아라!》는 극비 임무였고, 이런 짓을 하는 여자라도 일단은 그의 여자 친구니까.
-하아…….
정말이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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