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54)
아크 더 레전드-854화(854/875)
[854] SPACE 1. 그들이 움직이다! (4)“그 자식이 한 짓 때문에 입은 손해를 생각하면…….”
카이저가 전단지를 움켜쥐며 이를 갈았다.
이미 아슐라트. 아니, 은하계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카이저도 당연히 아크처럼 스페이스 유니온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상인 연합도 포함되어 있었다.
카이저의 이름을 간판 삼아 은하계 전역으로 영역을 넓히는 상인 연합.
카이저의 든든한 돈줄이었다.
그러나 박살 났다. 이면세계에서 나타난 몬스터에게. 10여 척 규모로 움직이던 상선 함대가 연이어 세 번이나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전멸한 것이다. 그리고 그 상선과 함께 사라진 화물의 25%가 카이저의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상인 연합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어 적자까지 쌓여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몬스터가 데커드 때문에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용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직 데커드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아니, 놈이다!”
에리얼의 말에 카이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나는 그 자식을 잘 알아! 그리고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그 자식은 언제든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칠 거라고!”
뭐 이런 이유란다.
역시 평소의 행실이 중요하다.
“하지만 데커드가 이 전단을 보면 더 꽁꽁 숨지 않겠습니까?”
“그래 봐야 벼룩이지. 이 은하계가 아무리 넓어도 유저가 숨어 있을 만한 장소에는 다른 유저도 갈 수 있다. 놈이 아무리 꽁꽁 숨어도 모든 유저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지. 게다가 500도 아니고 5,000골드다. 친분 있는 사람을 팔아넘기기에도 충분한 금액이지. 놈이 아예 게임을 접으면 모를까, 놈의 성격으로 봐서 다른 유저들이 쫓는다고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터! 놈은 결국 내 손에 잡히게 될 것이다.”
카이저의 볼이 실룩거렸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관심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데커드, 그 자식을 잡아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뿐이다!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어! 내가 입은 피해에 그 경비까지 포함해 받아 낼 테니까!”
“그건 저희도 동감입니다.”
에리얼과 바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하여 글라도스, 그리고 카이저와 에리얼, 바론, 거기에 너브 전쟁을 통해 이얀을 밀어내고 새로 세븐 소드에 진입한 아크까지! 세븐 소드 중 1명인 데커드를 잡기 위해 이미 같은 세븐 소드 소속의 5명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아니, 5명이 아니었다.
* * *
파지지지! 파지지지!
우주 공간이 출렁이며 푸른 빛이 링 모양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 안쪽에서 자잘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솟아 나오는 2척의 전함! 그중 검은 늑대 문양이 새겨진 전함의 함교에서 한 사내가 긴 숨을 불어 내며 고개를 돌렸다.
“흠! 저게 바로 소문의…….”
그의 붉은 눈동자에 후미의 게이트 너머로 자색 비늘에 뒤덮인 거대한 동체가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보였다. 그 동체는 여기저기가 움푹 파이고 푸른 피에 물들어 있었다.
바로 그, 붉은 눈동자의 사내가 입힌 상처였다.
그러나 그의 전함 역시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다. 여기저기 찢기고 갈라진 장갑 사이로 시커먼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고, 함교의 패널도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다른 1척의 전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괜찮습니까?
그때 노이즈가 번지는 모니터에 척안의 사내 얼굴이 떠올랐다. 고개를 돌린 붉은 눈의 사내가 고소를 지었다.
“뭐 괜찮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놈을 피해 탈출하는 데는 성공했군요.
“그것밖에 못했다고 해야겠지요.”
-놈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몬스터였습니다. 게다가 저 형태! 유저들에게 들은 바로는 저것과 비슷한 몬스터에게 20척 규모의 함대가 전멸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저 몬스터가 놈이라면 상처를 입힌 것만도 대단한 겁니다. 뭣보다 살아 나오지 않았습니까?
“칭찬인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눈의 사내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제가 너무 섣불리 판단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요. 은하 3국의 시선이 놈들에게 집중되어 움직이기 수월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래서야 저희도 움직이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우리보다는 다른 조직원들이 걱정입니다. 지금 생명의 나무 조직원들은 모두 ‘그것’을 찾아 은하계 전역을 수색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면세계에서 저런 놈들이 날뛰고 있다면 자칫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아직 보고를 받지 못했을 뿐, 이미 당한 조직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겠지요.”
붉은 눈의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척안의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생명의 나무는 아직 쓸모가 많습니다. 그러니 조금 지체되더라도 방향을 틀어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보를 모아 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척안의 사내는 바로 호크였다.
“그럼 그쪽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다른 유저와 접촉하기 힘들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 사내는 펜릴!
바로 너브 전쟁에서 패망한 신의 군대 소속임에도 세븐 소드의 일원으로 등극한 유저였다.
그리하여 6명의 세븐 소드가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타깃이자 나머지 1명의 세븐 소드는…….
* * *
어두운 동굴 속.
“형님, 이걸 보십시오!”
한 사내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소리쳤다.
“요 앞의 마을에 붙어 있는 것을 떼어 온 겁니다!”
“뭔데 그렇게 호들갑이야?”
백발의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사내가 건네주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읽어 보던 사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동시에 들고 있던 종이도 자신의 얼굴처럼 와락 일그러뜨리고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이런 망할!”
그 고함에 주위의 사내들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종이를 주워 펴 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만들며 사내를 돌아보았다.
“우와! 형님, 이거 이벤트 전단지잖아요? 그것도 상금이 5천 골드나 된답니다!”
구겨진 종이는 바로 카이저가 뿌린 전단지였다.
“그래, 나를 잡으면 말이지.”
“에? 어? 그러고 보니…… 헉! 이, 이게 뭐야?”
“빌어먹을 카이저 자식! 이벤트는 무슨 얼어 죽을 이벤트야? 볼일이 있으면 직접 찾아오든지! 왜 멀쩡한 사람을 갑자기 현상 수배범으로 만드는 거야?”
바로 이 사내, 데커드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데커드가 아무리 바보라도 카이저가 이런 전단지를 살포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었다.
뭔가 감을 잡을 것이다. 지금 은하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데커드가 관련이 있다는.
‘빌어먹을, 대체 그 자식이 어떻게 눈치챘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거 큰일이잖아요. 이런 전단까지 살포하고 있다면 거의 확신하고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이런 변경 혹성의 마을에까지 나붙을 정도라면…….”
이미 은하계 전역에 뿌려졌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5천 골드라면…….”
믿고 연락할 놈도 없다고 봐야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카이저가 그만한 보상금까지 걸고 찾고 있다면…….”
좋은 일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답은 하나!
“……망했다!”
데커드의 부하들은 일제히 OTL 상태가 되었다. 아니, 사실 그들이 OTL 상태로 돌입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이었다.
그때! 그러니까 데커드가 그 저주받을 손가락으로 수상하기 짝이 없는 버튼을 누르고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럼에도 데커드 일행은 그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었다. 몬스터의 습격으로 그때 이미 2척의 전함을 잃은 것이다. 그래도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살아 나온 것만도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할 만했다.
그리고 기적은 계속 이어졌다.
도망쳐 나온 데커드 일행은 일단 근처의 혹성에서 전함을 수리한 뒤에 다른 성계로 이동했다.
그런데 다시 나타났다. 이제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계의 몬스터가! 워프 항해에 돌입하자 이면세계에서 또다시 나타나 데커드 일행을 습격한 것이다.
그래도 데커드는 용케 몬스터를 피해 도망쳤지만, 그런 상황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몬스터들과 끊임없는 추격전을 벌이는 사이에 알게 되었다. 그런 일이 은하계의 모든 개척자들에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데커드 일행이 그들과 다른 것은 하나!
다른 유저들은 항상 그런 일을 겪는 것이 아니지만, 데커드 일행은 어디로 가든 워프에 돌입하면 100% 확률로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데커드 일행은 살아 있으니까. 그러나!
“은하계 전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보통 일이 아니야! 게다가 이미 몬스터에게 당한 유저가 한둘이 아니잖아! 만약 이게 우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우리는 끝장이다! 은하계 전체가 적이 될 거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동 OTL!
그리고 OTL 상태 그대로 엉금엉금 기어서 블랙시티를 찾아가 도색을 바꾸고 어찌어찌 이런 변경의 동굴 속에 숨은 것이다.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며.
그런데 진정되기는커녕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급기야 이런 전단지까지 나돌고 있는 것이다.
“흑! 전쟁 영웅에서 한순간에 현상 수배범이라니?”
“이렇게 빨리 추락하기도 쉽지 않을 거야.”
“젠장! 그래서 말렸잖아요! 우리가! 하이데커가! 누르지 말라고!”
부하들이 원망 어린 눈으로 데커드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이런 젠장, 나라고 누르고 싶어서 눌렀냐? 사나이의 혼이야! 그래, 난 사나이다! 그래서야! 눈앞에 스위치가 있는데 눌러 보지도 않고 물러날 수는 없는 거라고!”
그러나 데커드는 아직 반성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부하들은 한숨을 불며 입을 모았다.
“이제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응? 뭔데?”
“자수하며 광명을 찾는 수밖에 없어요. 네, 다른 사람에게 발각되어 잡히는 것보다 차라리 그게 낫지 않겠어요?”
“아! 그거 좋다! 그래, 혹시 알아? 제 발로 찾아가면 우리에게 5천 골드를 줄지? 아니, 뭐 솔직히 그건 무리다 싶지만 우리가 형님을 잡아가면…….”
“뒈질래?”
데커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부하들도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그럼 어쩌자고요!”
“난 사나이다!”
“이런 곳에 숨어 있는 게 무슨 사나이입니까?”
“나라고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곳에 숨어 있는 게 아니야! 난 사나이! 내가 저지른 일의 뒷수습은 내가 한다! 놈들은 내가 스위치를 누르기 전까지 봉인되어 있었어! 그렇다면 다시 놈들을 봉인할 방법도 있을 터! 자수를 하더라도 내 손으로 놈들을 다시 봉인시켜 놓고 하겠다! 그게 여기 숨어 있는 이유야!”
데커드의 말에 부하들이 눈이 동그래졌다.
“왜 그런 표정이야?”
“아니, 형님도 생각이라는 걸 하는구나 싶어서…….”
“뭐, 인마?”
“아, 아닙니다!”
부하들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의외이기는 하지만, 데커드의 말은 설득력―사나이라는 말은 빼고!―이 있었다. 확실히, 자수를 하더라도 직접 사태를 해결한 뒤라면 아무래도 정상참작이 되리라.
아니, 일단 사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모르쇠로 잡아떼며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뭔가 방법은 찾은 겁니까? 벌써 며칠 됐잖아요.”
이에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지만.
“모르겠어.”
“네?”
“모르겠다고, 인마!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
……데커드는 바보였다.
뿐만 아니라 뻔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건 배가 고파서야! 배가 텅텅 비어 있으니 머리까지 텅텅 비는 거지! 음! 밥부터 먹고 생각하면 분명 뭔가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밥부터 내놔!”
“없는데요?”
“에? 뭔 소리야? 너, 밥 사러 마을에 갔다 왔잖아?”
“저도 사려고 했죠. 그런데 없답니다. 요즘 운송 업자들이 대부분 휴업 상태라 이런 변경까지는 물자가 들어오지 않는데요. 그래서 마을 주민이 먹을 것도 부족해 외지인에게는 당분간 식량을 팔 수 없답니다.”
이제 데커드 일행은 몬스터와 유저 들에게 쫓기는 것도 모자라 굶어죽을 위기까지 처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불평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자업자득이니까. 그리하여 데커드를 마지막으로 세븐 소드 전원이 등장했지만.
꼬르륵, 꼬르륵.
1명은 곧 죽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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