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55)
아크 더 레전드-855화(855/875)
[855] SPACE 2. 답은 그곳에! (1)-아우, 삭신이야.
토트가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냥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함장석 옆에 떠 있는 빛이 흐리게 깜빡거리고 있었다. 뭐랄까, 골병들어 숨이 깔딱거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연기다.
이건 그냥 아크 보라고 그러는 거다.
“그만 좀 해요. 딱히 상한 곳도 없어 보이는데 무슨 엄살이에요?”
-뭐야, 인마? 엄살? 네가 한 번 당해 봐라! 이 자식아, 그런 말이 나오나! 남의 일이라고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씨불이면 되는 줄 알아?
남의 일 아니다.
치사해서 굳이 따지고 싶지는 않지만 애초에 실버스타는 아크의 전함이다. 거기에 허락도 없이 무임승차해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 떠들어 대는 토트다.
아니, 차라리 주인 행세만 하면 그나마 낫지만 제 몸인 양 뭘 할 때마다 바로 옆에서 사사건건 구시렁대니 고막이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그게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왼쪽 귀가 먹먹하다고!
“형님, 왼쪽 청음기의 감도가 10% 이하로 떨어져 있습니다. 아까 그 부분에 맞은 스파크가 기기 내부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요추가 시큰거려!
“후미 장갑에서도 작은 균열이 발견되었습니다.”
승무원보다 실버스타의 문제를 더 빨리 캐치해 말해 주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모래 폭풍 속에 처박아 두더니 이제는 전자기 폭풍이냐? 정말 가지가지 하는군. 적당히 좀 하라고, 인마!
이렇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과 함께.
“젠장, 아직도 그 얘기예요? 다 그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그리고 이미 지난 일인데 불평한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행복도만 떨어지지. 그냥 모래찜질 좀 하고, 고주파 물리 치료 같은 거 받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 더 좋지 않겠어요?”
-고막이 나가고 요추가 골절되는 물리 치료도 있냐!
“작은 사고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죠.”
-작은 사고?
토트가 울컥한 목소리로 되묻자 아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승무원들을 돌아보았다.
“아, 아, 됐어요. 치료해 줄게요. 치료해 주면 되잖아요. 어이, 너희들. 노인네께서 힘들어 돌아가시겠단다. 얼른 나가서 좌현 청음기하고 후미 장갑 수리 시작해.”
이런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다.
전함에 문제가 생기면 함장으로서 당연히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아크 역시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다. 그런데 토트가 먼저 이런 식으로 불평불만을 쏟아 내니 자기 전함인데도 어째 마지못해 수리를 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다.
그래도 토트와 둘만 항해할 때는 상관없다.
그냥 귀만 닫으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승무원들이 있을 때는 좀 그렇지 않은가? 뭐랄까, 사장으로서의 위신! 함장으로서의 위신! 뭐 그런 게 말이다.
‘한번 제대로 얘기를 해 봐야겠어.’
그러나 지금은 그런데 소비할 칼로리는 없었다.
아니, 이미 꽤 많은 칼로리를 소비한 상태였다. 은하계를 마비 상태로 만들어 놓고 냅다 잠수를 타 버린 그 문제의 인간, 데커드 때문이다. 뭐 데커드 입장에서 생각하면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나지.’
그런 데커드를 찾아야 하는 아크.
사실 마틴 후작에게 퀘스트를 받을 때만 해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크는 세븐 소드 중에서도 데커드와 꽤 친분―데커드 혼자만의 생각이지만!―이 있는 사이다. 그러니 당장은 아니라도 꾸준히 연락하면 곧 답장이 있으리라. 그때 갖은 협박과 회유로 구슬려 자수하게 만들면 깨끗하게 상황 종료!
‘……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것도 힘들게 되었다.
바로 모함에 붙어 있던 이벤트, 아니, 데커드의 현상 수배 전단지 때문이다.
‘젠장,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런 식으로 대놓고 수배를 때려 버리면 제 발로 걸어 나올 놈이 어디 있어? 더 꽁꽁 숨을 거 아니야? 게다가 상금 5천 골드? 돈이 썩어 나냐? 그런 돈 있으면 나나 달라고! 적자나 메우게!’
데커드가 그 전단을 보게 되면 무슨 생각을 할지는 뻔하다.
-사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
……라고!
그리고 다시 생각할 것이다.
-어떤 놈이 밀고할지 몰라! 아무도 믿어서는 안 돼!
……라고!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물론 그건 아크 입장이고, 수배를 때린 사람 입장에서는 확실히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만한 상금이라면 유저란 유저는 모두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 테니까. 그게 아크가 더 다급해진 이유다.
‘상금을 건 사람은 카이저!’
그러나 이게 카이저 혼자만의 행동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혼자 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5천 골드나 퍼부을 리가 있겠는가?
애초에 카이저가 이번 사태의 배후에 데커드가 관련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도 그렇고, 굳이 현상 수배를 이벤트로 가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답은 하나다.
‘분명 카이저의 배후에는 아슐라트가 있어! 아슐라트도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카이저에게 의뢰한 거다.’
아마도 그때 카이저는 아크와 비슷한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은하연방이나 라마보다 먼저 카이저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고, 물론 은밀히!
그게 수배 전단이 이벤트로 위장된 이유다.
뭐 그렇다고 마틴 후작이 전단지에 숨겨진 의도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지만 아는 내색은 못할 것이다.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
그리고 아크도 거기까지는 관심 없었다.
지금 아크에게 중요한 것은 아슐라트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고, 꽤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 방법이 성공하면…….
‘내 퀘스트는 실패다!’
아니, 이건 이미 퀘스트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크는 이번 사태로 이미 상당한 손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아슐라트에 선수를 빼앗기면 데커드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도 힘들어지고, 마틴 후작에게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이미 3천 골드 가까이 쌓여 가는,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불어나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적자를 몽땅 아크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오한이 들었다.
“으……!”
상상만 해도 무섭다.
그래서 아크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그러나 머리를 쥐어짠다고 갑자기 기가 막힌 생각이 툭 튀어나올 리가 없었다. 아니, 작정하고 잠수를 타고 있는 놈을, 그것도 이 넓은 은하계에서 찾아낼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 아크의 머릿속에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데커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숨어 있는 거지? 숨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 되레 악화될 뿐이지. 결국 시간을 끌면 끌수록 데커드 입장도 나빠질 수밖에 없어. 데커드가 바보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도 생각 못 할 정도는 아닌데…… 아니, 가만? 애초에 데커드가 그런 성격인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고 숨어 버리는?’
아니다!
순간 아크는 깨달았다.
‘그래, 지금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데커드의 행방이 아니다. 그런 건 고민해 봤자 어차피 답은 안 나와. 중요한 것은 데커드와 왜 숨어 있냐는 거다. 그 이유를 알아야 행방도 추측할 수 있어. 그리고 내가 아는 데커드는…….’
남의 말은 듣지도 않는다.
닥돌! 불길로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무턱대고 돌진하는 그 머릿속에는 다른 사람과의 협력이라는 단어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인간이다.
‘……그렇군.’
거기까지 생각하자 바로 답이 나왔다.
‘분명해. 데커드는 이 사태를 자기가 직접 해결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러나 그거야말로 불나방 같은 짓이다.
데커드는 바보니까! 그러나 데커드는 자기가 바보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니 지금쯤 분명 어딘가 숨어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으리라.
‘아니, 꼭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지. 어쩌면 데커드는 이미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그래,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혼자 해결해 보겠다고 무턱대고 숨어서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것보다는 그편이 더 자연스럽지.’
데커드는 그러고 있었다!
그러나 데커드의 상황을 모르는 아크의 생각은 이어졌다.
아크의 추측대로라면 늦든 빠르든 데커드는 그 정보를 따라 움직일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정보의 내용을 알 수 있다면 데커드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어디로 가야 할지 답이 나왔다.
“여기가 문제의 미라쥬 성계인가?”
회상에 잠겨 있던 아크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옅은 붉은색을 내는 태양을 중심으로 8개의 행성이 공전하는 개척지 동부의 태양계. 마틴 후작이 보여 준 동영상에서 데커드의 전함이 공간을 뚫고 나온 미라쥬 성계였다.
말하자면 이 성계가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답은 항상 문제 옆에 있는 법이지.”
그게 이곳에 온 이유다.
아크는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다.
데커드가 문제를 일으킨 장소에. 데커드가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그곳에서 얻었을 테니까.
그러나 당연히!
-시야에 잡히는 특이점은 없습니다.
그때 스크린에 작은 창이 열리며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크는 이곳에 혼자 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말했듯이 이곳은 이번 사태의 시발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아니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런 대비도 없이 혼자 털레털레 찾아올 수는 없다.
방금 스크린에 떠오른 사내는 아사드. 그 외에도 히터와 마크를 포함해 스페이스 유니온에 소속된 유저 가운데 전투에 익숙한 15명이 각자의 전함을 이끌고 동행 중이었다.
물론 이들에게는 대강의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데커드 대신 용의자 ‘X’라는 명칭으로.
“그렇겠지.”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본 동영상에서 X는 이 성계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워프 게이트는 보이지 않았지만 정황상 X가 나온 곳은 이면 세계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지. 그러니 수리를 마친 전함부터 순차적으로 광투상 레이더를 전개해 수색해라.”
-뭘 찾아야 하는데요?
“모르지.”
아크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제대로 찾아왔다면 뭐든 있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마크, 너희는 성계 좌측을 수색해라. 우리는 우측을 맡을 테니. 그리고 히터, 너는 나머지 전함이 수리를 끝내면 태양 주위에서 수색을 시작해.
-라저!
쿠쿠쿠쿠! 쿠쿠쿠쿠!
아사드와 마크가 각자 전함을 이끌고 좌우로 흩어졌다.
“주파수를 링크시켜 함대 전함의 데이터를 실버스타의 스크린에 출력하겠습니다. 시스템 초기화. 링크 확인. 출력하겠습니다.”
동시에 아크가 바라보는 화면이 미라쥬 성계 전체 영상으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좌우에서 조금씩 밝아지는 화면.
아사드와 마크 함대가 광투상 레이더로 훑은 지역의 데이터가 업로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조작하고 있는 것은 헤겔이었다.
그 외에도 함교에는 밀란과 토리, 그리고 그 둘이 지켜보는 모니터는 외부 청음기와 후미 갑판을 수리하는 친위대원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함대를 대동하고 온 것처럼 이번에는 실버스타에도 승무원을 태우고 온 것이다.
어차피 이큘러스와 모함이 개점휴업 상태라 할 일도 없었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리고 이들이 수리를 끝내고 함 내로 들어왔을 때쯤.
-수리를 끝냈습니다. 수색을 시작하겠습니다.
스크린 아래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히터다. 실로 과묵하기 짝이 없는 히터는 교신도 문자―대체 왜?―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와 동시에 성계의 중심 부분도 밝아지며 점차 범위를 넓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걸리는군.’
미라쥬는 그리 큰 성계는 아니다.
그러나 15척의 전함으로, 워프도 없이 성계 전체를 수색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3시간이 지나도 밝혀진 부분은 불과 20분의 1.
‘젠장, 이런 식으면 성계를 수색하는 데만도 꼬박 이틀은 걸리겠어.’
그런 생각을 하니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지금 아크에게 시간은 돈! 그냥 넋 놓고 있어도 하루에 수백 골드의 적자가 쌓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항로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어? 가만? 그래,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그러고 보니 내가 찾는 게 항로가 아니잖아? 이 성계의 이면세계 어딘가에 몬스터와 관련된 뭔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항로와 연결되어 있다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리가 없어. 당연히 항로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일 거다. 그렇다면!’
“헤겔, 성계 지도 위에 워프 항로를 겹쳐 봐라!”
“네, 항로 데이터를 불러오겠습니다!”
헤겔이 빠른 속도로 패널을 조작하며 대답했다.
그와 함께 스크린 위로 수십 개의 빛나는 선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미라쥬 성계를 지나는 워프 항로 노선이었다.
“이, 이건…….”
그러자 놀라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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