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56)
아크 더 레전드-856화(856/875)
[856] SPACE 2. 답은 그곳에! (2)미라쥬 성계는 수십 개의 항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지만 북부 끝자락, 거의 혹성 하나 크기의 공간이 마치 텅 빈 것처럼 어떤 항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항로는 연결되어 있었지만 모두 일부러 피하듯이 그 지역의 외곽을 우회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항로가 겹쳐진 지도로 보면 그 부분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였다.
이쯤 되면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사드, 히터, 마크, 모두 북부 지역으로 이동하라! 좌표를 보내겠다!”
-좌표 확인! 이동하라!
아크의 지시에 흩어져 있던 15척의 전함이 모두 북부로 이동했다. 그리고 좌표 주위를 광투상 레이더로 훑어 내리자 실버스타의 스크린 위에 나타났다.
진짜 혹성처럼 공 모양의 뭔가가!
그러나 그게 뭔지는 레이더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기대도 안 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겠지.”
-뭐, 뭐야? 들어간다고? 저긴 항로가 아니잖아!
토트가 펄쩍 뛰며 소리치자 아크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나 참, 그럼 여기는? 항로로 왔어요?”
당연히 아니다.
딱히 몬스터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뭐 본 적도 없으니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칠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각종 커뮤니티에 제보를 올리는 유저들처럼 허망하게 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데커드를 잡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니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편이 좋다.
물론 아무리 ‘특수 레이더’가 있어도 항로 외의 지역을 관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무수한 유저의 우주선을 박살 내 보험회사를 우울하게 만드는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는 피해가 적을 테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이미 이면세계를 지나느라 입은 상처가 아직 제대로 아물지도 않았는데 또 들어간다니? 나를 죽일 생각이냐? 좀 아끼라고! 전함을! 아니, 나를!
이에 토트가 소리쳤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광투상 레이더로 찾아낸 것이 정말 이 사태가 시작된 장소라면, 지금 은하계 전역에서 날뛰는 몬스터가 모두 그곳에서 나왔다는 뜻! 당연히 몬스터와 조우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아크는 물러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벌충할 방법은 이것뿐이니까!
“실버스타가 장식품입니까? 아끼게? 전함은 필요할 때 쓰라고 있는 거라고요.”
-그럼 나는?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뛰어다니는 제자와 고통을 함께하는 훌륭한 스승이지요.”
-뭐가 고통을 함께야? 아픈 건 나뿐이잖아!
“나도 아파요, 마음이.”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승무원들에게 알린다! 이제 곧 다시 워프에 돌입한다! 당연히 정규 항로는 아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사고에 대비하라! 밀란, 워프 돌입!”
그리고 토트의 말을 씹으며 워프 강행!
지체 없이 15척의 전함과 함께 이면세계로 돌입했다.
콰지지지! 콰지지지! 퍼펑!
-우악! 아다다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굉음과 비명!
-이면 세계에서 Lv.4 등급의 전자기 폭풍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Lv.2 등급 이상의 전자기 폭풍은 전함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신속히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실드가 30% 감소했습니다!
-전자기의 영향으로 항해 시스템 일부에서 에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속히 시스템을 점검해 문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엔진이 과부하되어 Lv.1 수준의 화재가 발생…….
그리고 모니터 위로 주르륵 떠오르는 메시지! 메시지! 메시지!
“뭐 이런…….”
아크가 황당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서는 시커먼 뇌운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쉬지 않고 청백색의 뇌전을 뿜어내고 있었다. 물론 이런 것은 항로를 벗어나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규모였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뇌전의 두께는 지금까지 보아 온 것의 서너 배에 달했다. 당연히 위력도 서너 배! 예상 못 한 위험에 대비해 이미지 웨폰으로 룬 문자 ‘쿠온’을 발동시켜 함대의 방어력을 상승시켰음에도 일격에 실버스타의 실드가 30%나 날아가 버린 것이다.
회피도 힘들었다.
아니, 회피는커녕 일대에 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기류 탓에 타이탄급인 실버스타조차 수평을 유지하지 힘들 정도였다.
-아파! 아프다고!
-큭! 저는 실드가 50%나 날아갔습니다!
-아픈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어!
-저는 우측 외부 장갑이 손상됐습니다! 엔진룸과 가까운 곳이라 이 상태로 낙뢰에 맞으면 엔진이 파열될지도 모릅니다! 보조해 주십시오!
토트의 비명과 뒤섞여 함교를 울려 대는 함대원들의 목소리!
“토리, 승무원들을 지휘해 함 내의 사고를 수습하라! 다른 함대원들도 각자 사고를 수습하고 현 진형을 유지, 실드를 중첩시켜 뇌전에 대응하라! 현 진형을 유지하면 실드를 외곽에 집중시켜 방어도를 올릴 수 있으니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다! 제인, 너는 함대 안쪽으로 이동해 인시너레이터 함의 긴급 수리를 받아라!”
아크가 숨도 쉬지 않고 소리쳤다.
확실히 눈앞의 장면은 충격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실버스타의 ‘특수 레이더’는 항로 외의 지역을 항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가 아니다. 항로 외의 지역에서 비교적 안전한 장소를 찾아 주는 장치다.
그러나 ‘특수 레이더’로 감지되는, 수상한 공간 주위는 모두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최고 위험 등급의 표시다. 당연히 다른 때라면 우회해야 하지만!
‘다른 길이 없으니 뚫고 가는 수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리고…… 할 수 있다!’
아크가 함대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함대는 폭풍에 휩쓸려 좌우로 요동치면서도 아크의 지시대로 원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때 너브 지역에서 아크와 함께 수없이 비정규 항로를 왕복한 유저들! 때문에 단련되어 있는 것이다. 정규 항로보다 높은 수준의 위험 상황에!
물론 이 정도 수준의 전자기 폭풍은 그들도 처음이지만 적어도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다.
-조종 완료!
-실드 에너지를 진형 외곽에 집중시켜 대미지를 20% 이하로 감소시켰습니다!
-그래도 오래 버티는 힘듭니다!
“오래 버틸 필요 없어!”
아크가 함대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우리가 들어온 곳은 그 수상한 장소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어! 이면세계는 우주와는 공간의 개념이 달라 정확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멀지는 않을 거야! 방향만 잃지 않는다면 곧 그 위치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때문에 직접 가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저라고 꼭 이런 뇌전을 무식하게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임시방편이지만 있었다, 대응 방법이!
“파스트, 지금이다! 중화 입자탄 발사!”
아크의 고함에 함대 내부에서 뻗어 나가는 미사일!
그 미사일이 수 킬로미터 앞에서 폭발하자 옅은 푸른색의 입자가 확 퍼져 나갔다. 그러자 굵은 뇌전을 줄기줄기 뿜어내던 뇌운이 작은 스파크에 휩싸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에스퍼 계열 유저의 전용함인 퍼큘리어에 탑재되는 중화 입자탄의 효과! 이름 그대로 뇌운을 형성하는 에너지를 중화시켜 없애는 것이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하나에 150골드나 된다. 이면 세계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을 때 비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가격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진격!”
쿠쿠쿠쿠! 쿠쿠쿠쿠!
그러니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돌진!
-특수 레이더 : 전방에서 확인할 수 없는 ‘???’가 감지되었습니다!
그 직후에 모니터에 떠오르는 메시지!
‘이거다!’
“다 왔어! 바로 앞이다!”
아크는 가속을 더하며 다시 모여드는 뇌운 사이를 뚫고 들어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헉! 머, 멈춰!”
당혹성을 터뜨리며 명령을 번복했다.
뇌운을 뚫고 나온 실버스타 앞에 갑자기 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 벽! 그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바위라고 보기에는 너무 매끈하고, 금속이라고 보기에는 투박한, 정체불명의 물체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대체 이게 뭐지?”
“형님, 다시 뇌전이 시작됐습니다!”
파지지지! 콰쾅-!
헤겔의 목소리와 함께 함대 후미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전자기 폭풍 속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중화 입자탄의 효과가 끝나 버린 것이다. 이에 함대 주위에서 다시 굵은 뇌전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함대장, 이제 뭘 해야 합니까?
“뭘…….”
아크도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일단 눈앞의 벽이 광투상 레이더에 감지된 수상한 장소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데도 뭔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대로 이면세계를 나가면 ‘수상한 장소를 찾아 들어갔더니 역시 수상한 것이 있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그러니 최소한 이게 뭔지라도 알아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함대가 입은 피해도 피해지만 150골드나 하는 ‘중화 입자탄’까지 터뜨린 것이 몽땅 삽질이 되는 것이다.
‘아직은 버틸 수 있다!’
함대 상태를 확인한 아크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함대, 광학 스캐너다! 광학 스캐너로 이 물체를 조사한다!”
-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아크가 주춤하는 아사드를 돌아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달리 방법이 없잖아!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직접 이 물체를 조사할 수는 없으니까! 밀란, 시간이 없다! 당장 광학 스캐너를 방출해!”
“네, 형님!”
밀란이 황급히 패널을 조작하자 실버스타의 하부가 개방되며 10여 개의 금속 구체가 쏟아졌다. 그러자 다른 전함의 하부에서도 같은 금속 구체가 쏟아졌다.
단거리 비행은 전함보다 몇 배나 빠를 뿐만 아니라, 수십 종의 탐지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탐사용 유닛 광학 스캐너였다. 때문에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파지지지! 퍼펑-!
약하다!
아크가 머뭇거린 이유가 그거다.
광학 스캐너는 맷집이라는 게 아예 없는 녀석이라 뇌전에 한 방만 맞아도 박살! 방출되자마자 서너 기의 광학 스캐너가 불길을 일으키며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윽!”
그리고 그건 그대로 아크에게 정신 대미지를 안겨 주었다.
비싸니까! 그러나 지금은 일일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데커드, 이 망할 인간! 잡히기만 하면 이것까지 다 계산해서 청구할 테다!’
“분산!”
아크가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와 함께 100여 기의 광학 스캐너가 탄환처럼 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 와중에도 서너 기의 광학 스캐너가 뇌전에 적중되어 가슴을 쓰리게 만들었지만 나머지는 수십 줄기의 빛으로 더듬으며 벽면을 따라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콰지지지! 콰지지지!
다시 말해 이런 전자기 폭풍 속에서 더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직접 앞의 물체를 조사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악! 아악! 따가워! 아니, 뜨거워!
일단 옆에서 꽥꽥 소리치는 토트 목소리에 고막에 지속 대미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대로, 실드를 중첩시켜 분산시키고 있었지만 뇌전이 떨어질 때마다 실버스타, 아니 함대 전체로 스파크가 퍼지며 꾸준히 크고 작은 대미지가 가해지고 있었다.
-젠장! 봤잖아! 봤으면 됐잖아! 그럼 나가자고! 뭐? 조사? 이런 상황에 무슨 얼어 죽을 조사야! 고집 피우면 다 죽는다고! 아니, 중화 입자탄! 없어? 그거 없어? 있으면 당장 쏴! 어차피 죽으면 소용없잖아! 아끼다가 똥 된다고!
있었다! 중화 입자탄!
작정하고 이런 곳에 오면서 준비성 좋은 아크가 달랑 하나만 챙겨 왔을 리가 없다. 준비해 온 미사일은 3개. 아직 2개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판단되면 아크도 망설임 없이 쓸 생각이다.
토트의 말처럼 아끼다가 똥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시험해 볼 만한 것이 있었다.
바로 룬의 성전에서 얻은 12개의 새로운 룬!
그러나 사실 이건 새로운 룬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미 과거의 오리진에서 만난 12명의 사바트가 사용하던 샤이어의 힘이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크가 새로 얻은 샤이어의 힘을 사용하려고 할 때…….
‘이거 어떻게 쓰는 거지?’
이런 황당한 상황에 봉착해 버린 것이다.
아크는 이미 오리진에서 그 힘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의지만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연하지만 밖에서는 의지만으로 힘이 발동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룬의 성전의 시험이 끝날 때 떠오른 그 많은 정보창 어디에도 그 힘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크는 그 사실을 막상 힘을 시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때문에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아크는 곧 깨달았다,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그 힘은 룬 문자가 아니라 아크와 함께했던 열두 사바트의 의지 그 자체! 그러니 오리진 때처럼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샤이어나 룬 문자가 아니라 그들을!
“무하비!”
위이이이! 콰콰콰콰콰!
아크가 소리치자 가슴에서 빛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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