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57)
아크 더 레전드-857화(857/875)
[857] SPACE 2. 답은 그곳에! (3)그러자 다음 순간, 실버스타 주위에서 거대한 기류가 일어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점점 범위를 넓혀 가자 벼락을 뿜어내던 뇌운이 갈가리 찢어지며 흩어졌다.
바람을 다루던 무하비의 힘이었다.
물론 그게 원래 이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아크는 오리진에서 그 힘을 받았을 때처럼 시공간을 지배하는 힘은 물론, 다른 힘도 무하비 일행이 사용할 때보다 약해져 있었다.
그래도 막상 사용해 보니 상당한 위력이었다.
이 폭풍의 힘만 해도 무하비가 사용할 때처럼 성벽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웬만한 사람, 아니 토리―시험해 봤다!― 정도는 낙엽처럼 날아갔다. 뿐만 아니라 그 힘은 단발성이 아니라 계속 유지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힘을 발현시키는 것은 스킬 효과를 몇 배나 증폭시키는 이미지 웨폰! 그게 함대를 뒤덮고 뇌운을 걷어 내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
덕분에 함대는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오오! 이, 이게 뭐야? 혹시 이게 룬의 성전에서 익힌 힘? 괴, 굉장…… 아니! 이 자식, 이런 힘이 있으면서 스승님께서 죽겠다고 비명을 질러 댈 때도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거냐? 너도 아프다며? 마음이 아프다며? 야, 인마! 뭐라고 대답 좀 해 봐!
“좀!”
아크가 울컥한 표정으로 토트를 돌아보았다.
위이이잉! 콰쾅-!
그러자 소용돌이의 한 부분이 일그러지며 마크의 전함을 후려쳤다. 그저 폭풍일 뿐이라 그 자체로는 손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전함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옆의 전함과 충돌, 단숨에 실드가 찢겨지며 장갑까지 움푹 파여 들어갔다.
이게 이 힘의 단점이었다.
아크는 무하비의 힘을 물려받아 바람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었다. 한쪽으로 밀어붙이거나, 당기거나, 혹은 지금처럼 소용돌이를 만들어 유지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집중력이 흩어지면 자칫 지금처럼 되레 아군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힐 위험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남은 포스 : 70%…… 65%…… 60%…….
더 부담스러운 건 이것!
단발성으로 사용할 때도 적지 않은 포스를 잡아먹지만, 유지할 때는 그야말로 빨대로 빨리는 것처럼 포스가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갔다.
무턱대고 펑펑 내지를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아크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형님, 스캐너가 돌아옵니다!”
‘……드디어!’
밀란의 말에 아크가 살짝 시선을 돌렸다.
그것만으로도 함대를 휘감고 있는 소용돌이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실버스타로 날아오는 광학 스캐너가 8개―원래 15개다!―밖에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더 크게 출렁였지만, 아군의 피해는 없었다. 바로 무하비의 힘을 해제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학 스캐너를 회수!
광학 스캐너들이 실버스타로 돌아오자 전자기 폭풍 탓에 통신으로 받지 못했던 탐사 정보가 전면 스크린에 업로드되기 시작했다.
-광학 스캐너 스캔 결과.
NO. 2-탐사 지역에 특이사항 없음. 물질 성분 확인 불가.
NO. 3-탐사 지역에 특이사항 없음. 물질 성분 확인 불가…….
대부분 실망스러운 정보였지만.
-NO. 11-탐사 지역에서 특이사항 발견. 구체 내부에 공간이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관련 자료와 저장된 영상을 출력하겠습니다.
해냈다! 11번이!
뒤이어 떠오르는 영상은 아크가 바라 마지않던 정보였다.
아크가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실제로 혹성 같은 거대한 구체였는데, 11번은 그 구체의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발견한 것이다.
아쉽게도 11번이 출력하는 자료에는 내부 영상까지는 없었지만 전자기 폭풍이 없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순간 아크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틀림없어! 거기가 데커드가 갔던 곳이다! 그리고 내가 찾는 정보도 거기 있다! 다행히 거리도 멀지 않아! 이미 함대가 입은 피해는 만만치 않지만 이런 곳에서는 위치를 특정할 수 없으니 나갔다가 들어오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 이제 남은 중화 입자탄은 2개! 처음부터 시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뭣보다, 그런 시간도 없어! 그러니 지금!’
“3시 방향, 중화 입자탄 발사!”
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그리고 폭발하는 중화 입자탄에 의해 쉬지 않고 뇌전을 뿜어내는 검은 기류가 흩어지는 순간!
“지금이다! 돌진!”
쿠쿠쿠쿠! 쿠쿠쿠쿠!
아크는 함대를 이끌고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잠시, 흩어진 뇌운이 다시 뇌전을 번뜩이며 모이기 시작할 때였다. 그 사이로 보이는 수백 미터 크기의 구멍!
-함대장, 저건……?
“설명할 시간 없어! 뇌운이 모이고 있다! 일단 들어가!”
아크가 소리치며 구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사드와 히터, 마크를 포함해 15척의 전함이 그 뒤를 따라 구체 내부로 진입했다.
동시에 아크 함대의 눈앞에 괴이한 공간이 펼쳐졌다.
마치 혹성의 잔해가 모여 있는 것처럼 작은 소혹성이 흩어져 있는 공간. 20여 일 전 이곳을 찾은 데커드 일행이 본 바로 그 광경이었다. 그리고 데커드 일행이 그랬듯이 아크도 그 중심에서 딱 보기에도 수상한 소혹성이 발견했다.
다른 소혹성들은 모두 검붉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것만 유난히 하얗고 옅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저기가 분명해! 모두 저 소혹성에 착륙한다!”
그리고 데커드 일행처럼 아크도 그 소혹성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같은 장소라도 데커드와 아크는 상황이 달랐다.
뭐가 다르냐 하면, 아크보다 먼저 데커드가 이곳에 다녀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데커드는…….
“힉! 혀, 형님, 저기 봐요!”
“빌어먹을!”
토리의 비명에 고개를 돌린 아크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이 공간에는 전함보다 약간 큰 크기의 검은 소혹성도 꽤 있었다. 아니, 소혹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게 좌우로 갈라지며 악마 같은 형상의 떠오르고 있었다. 그 정체는 박쥐처럼 날개로 몸을 감싸고 있던 몬스터!
……이미 저질러 버린 것이다.
SPACE 3. 포악! 고대의 신! (1)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은하계, 그중에서도 개척지 끝자락의 혹성에는 그와는 또 다른 이유로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사내들이 있었다.
그 혹성은 블랙시티 스컬.
“흠…….”
자못 심각한 표정의 이 남자는 정의남이었다.
표정을 보면 짐작되겠지만 지금 정의남에게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두 가지나!
“세상일이 다 내 뜻대로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건 뭐, 정말 산 넘어 산이로군.”
정의남이 한숨을 불어 내자 칼리도 답답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치킨집 차리자마자 AI 터진 꼴 아닙니까?”
첫 번째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너브 전쟁이 끝난 이후, 정의남의 지상 최대 목표는 해적의 교화였다.
블랙시티라는, 이름부터 시커멓기 짝이 없는 곳에 모여 암울한 인생을 살아가는 해적을 밝은 세상으로 이끄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꾼으로 만드는 것!
누구도 등 떠민 적이 없지만 정의남이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그건 현실과 게임을 아우르는 정의남의 인생 과제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뭐래?”
“갱생? 저 녀석 어디서 이상한 약이라도 먹은 거 아니야?”
“벌건 대낮부터 무슨 헛소리야?”
해적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나쁜 놈은 없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정의남은 포기하지 않고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퍽! 퍽! 퍽!
“윽! 윽! 윽! 그, 그만!”
믿음과 소망, 사랑이 가득한 주먹으로!
“모름지기 정의란 것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윽! 윽! 윽! 그, 그만!”
그리고 믿음과 소망, 사랑이 가득한 나머지 사흘 밤낮으로 계속되는 설교로!
“할게요! 갱생! 합니다! 갱생!”
덕분에 정의남의 진심(?)을 뼈저리게(?) 느낀 해적들은 속속 갱생 사업에 동참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멀지 않은 블랙시티에는 그런 정의남의 행보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해적이 있었다. 당시 해적왕이라고 불리던 크로이츠였다. 그리고 압도적인 군세를 앞세워 갱생 사업을 그만두라고 정의남을 협박했지만.
“협박에 굴하는 것은 이미 정의가 아니다!”
정의남은 바로 칼리 일행과 소수의 특공대를 조직해 크로이츠의 본거지를 급습!
하룻밤 만에 크로이츠와 추종자 세력을 괴멸시켜 버렸다. 그리고 아쉽게도 크로이츠와 심복들은 갱생시키지 못했지만―전멸했으니까!― 그들의 본거지인 스컬을 통째로 접수!
이에 정의남은 본격적으로 자신이 구상한 갱생 사업, 해적을 상단 호위 함대로 전환시키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잘되는 분위기였다.
너브 전쟁 때 만들어 놓은 인맥 덕분에 개척지 각지에서 상당한 의뢰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일이 터졌다.
-얼마 전에 의뢰한 호위 함대 파견을 취소하겠습니다.
정의남 님이 좋은 조건으로 일을 맡아 주셨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지만, 저희 컴퍼니는 당분간 운송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운송 업무를 재개하면 꼭 연락 드릴 테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날아든 의뢰 취소 메시지!
이를 시작으로 협력을 약속했던 컴퍼니들의 취소가 줄을 이었다.
“이제야 겨우 제대로 일을 시작할 준비를 끝냈는데 정작 고객인 상인과 운송 업자들이 몽땅 휴업을 해 버리다니…….”
이유는 알고 있었다.
머릿속에 ‘정의’라는 단어밖에 없는 정의남이지만, 그 역시 눈이 있고 귀가 있다. 그러니 은하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그 사건을 모를 리가 없었다.
바로 이면 세계에 나타나는 몬스터!
그 때문에 은하계의 상인과 운송 업자들이 대부분 잠정 휴업에 돌입했고, 그 탓에 정의남 일파까지 덩달아 잠정 휴업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건 뭐랄까, 정말 칼리의 말처럼 치킨집 차리자 AI 터진 것과 같은 꼴이었지만.
“그래도 말이지, 애초에 호위라는 게 위험한 상황을 대비해 고용하는 거잖아? 항해 중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면 되레 장사가 더 잘돼야 하는 거 아니야?”
“몬스터도 몬스터 나름이라는 말이죠.”
정의남의 말에 칼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커뮤니티 게시판을 좀 둘러봤는데 상인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호위 함대도 몬스터에게 박살이 났답니다. 소문에는 은하 3국의 정규군 함대도 당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결정타는 카이저였습니다.”
“카이저?”
“네, 카이저는 휘하에 상인 연합을 거느리고 있어요. 뭐, 카이저가 어떤 녀석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 없죠? 사건이 터지자 카이저는 당연히 상인 연합의 호위 함대를 강화시켰어요. 5~6척에서 10척 이상으로. 그런데 박살이 났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났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그 녀석은 뼈에 자존심만 붙어 있는 놈이라서…….”
오기가 발동한 카이저는 수송을 중지하기는커녕 아예 작정하고 호위 함대를 20척 규모로 늘리고 기세등등하게 영업을 계속했다.
그리고 며칠 뒤…… 박살 났다.
대부분의 상인과 운송 업자들이 휴업에 돌입한 데는 이 사건이 주효했다.
물론 카이저가 직접 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스터 넘버원이라고 불리는 세븐 소드 필두의 카이저 휘하 함대다. 해적들도 건드리지 못하던! 그런데 카이저가 작정하고 보낸 20척이나 되는 함대가 괴멸돼 버린 것이다.
하물며 평범한 함대로는 무리!
이에 유저들은 이면 세계에서 몬스터를 만나면 100% 박살 나 빚더미에 앉게 된다는 공포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흠, 그렇게 된 거라 이거지?”
설명을 들은 정의남이 턱수염을 긁적이며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은 기회로군.”
“네?”
“생각해 봐라. 그 잘난 카이저도 당했다. 그런데 우리가 몬스터를 해치운다면 어떻게 되겠냐? 바로 은하계 전역에 소문이 퍼지겠지. 그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한 호위함대로 말이야. 이만한 광고 기회가 더 있겠냐?”
“그럼 형님은…….”
“놔둘 수 없잖아, 정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놈을.”
정의남은 겁이 없었다.
정의는 무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 칼리도 그런 정의남을 믿어 의심치 않는 추종자가 되어 있었지만, 그는 비교적 정상적인 머리―대머리지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그 정상적인 머리로 종합해 볼 때, 지금 그들의 전력으로는 승산이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뭐, 할 수 없지요.”
그러나 칼리는 대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의남은 한번 결정한 일을 바꾸는 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위험하기도 했다.
정의남은 스컬까지 더해 이제 2개의 블랙시티를 장악하고 있었지만 모든 해적이 정의남을 추종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추종 세력이 보다 많아져 나머지는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해적들에게 약속했던 호위 임무가 몽땅 취소되었다.
돈벌이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당연히 이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불만이 쌓여 갈 것이고, 그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정의교’의 기반을 흔들 위험요소였다.
뭐 정의남이 거기까지 생각해서 나서겠다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칼리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스컬에 머물고 있었다.
두 번째 문제 때문이다.
-말했지?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기다려라! 모레 오전, 정의인지 뭔지 헛소리를 떠들어 대는 네놈은 물론, 그런 네놈을 해적왕이라고 떠들어 대는 멍청한 해적 놈들! 그리고 블랙시티까지!
몽땅 불바다로 만들어 주마!
그게 바로 이거다.
얼마 전 스컬을 방문했던 제스터는 약속을 잘 지키는 유저였다. 당시 그가 크로이츠와 했던 계약을 정의남이 파기하자 스컬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이를 박박 갈더니 약속대로 이런 선전포고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대체 이 자식들은 뭐야?”
솔직히 정의남은 어이가 없었다.
“고작 그 정도 일로 진짜 전쟁을 하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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