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62)
아크 더 레전드-862화(862/875)
[862] SPACE 4. 고대 신의 정체 (2)발포 명령과 동시에 빗발치는 탄환! 탄환! 탄환!
100여 명에 이르는 총기병이 포화를 쏟아붓자 수십 미터 넓이의 협곡은 문자 그대로 탄환에 뒤덮였다. 그리고 안개처럼 일대를 뒤덮는 폭연.
이에 잠시 광선이 멎는다 싶었지만!
번쩍! 번쩍! 번쩍!
그 직후에 수십 줄기의 광선이 폭연을 뚫고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다시 전방에 배치된 전사들이 펑펑 날아가고 총기병들이 당혹성을 터뜨렸다.
“뭐, 뭐야? 총격이 먹히지 않습니다!”
“아니, 맞지 않습니다! 탄환이 그냥 관통하고 있습니다!”
“역시 그런 건가?”
그러나 아크는 당황하지 않았다.
대강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되레 늦은 감이 있었다.
눈앞에 있는 것은 하얀 빛 덩어리. 이건 정신체 계열의 몬스터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놈들에게는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RPG의 상식!
당연히 대응 방법도 상식에 속하는 지식이다.
“속성 탄환으로 바꿔라!”
바로 이것!
그리고 이미 히터는 아크가 소리치기 전에 탄창을 바꿔 끼우고 있었다.
아니, 사용하던 탄창을 아래로 떨구며 몸을 회전시키자 가이드 레일에서 솟아오른 탄창이 정확하게 히터가 들고 있는 두 자루의 기관총에 장착!
대체 뭐 하러 그렇게 복잡한 동작으로 탄창을 끼워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투투투투!
기관총이 불을 뿜자 2개의 빛이 불길에 휩싸이며 휘청거렸다. 화염탄으로 바꾸자 제대로, 아니 당연히 공격이 먹히는 것이다. 화염탄만이 아니었다. 전격탄이나 빙결탄 등의 다른 속성 탄의 공격도 먹히고 있었다.
화염과 전격, 냉기가 휘몰아치자 수호정령들은 광선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이쯤 되면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도 할 일이 있기는 하군.’
“전사 부대, 진군!”
“우와아아아!”
아크의 명령에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뜨리며 돌진했다. 이에 수호정령들이 광선을 뿜어내며 저지했지만 전사의 숫자는 100여 명! 10여 명이 날아가는 사이에 거리를 좁힌 나머지 전사들이 수호정령 무리와 충돌했다.
물론 그래 봤자 실탄처럼 전사들의 검도 그저 수호정령의 몸을 그냥 관통할 뿐이겠지만.
“엘리멘탈! 부여! 화! 화! 화! 화! 화!”
아크의 등 뒤로 연이어 떠오르는 5개의 불 구슬!
그 불 구슬이 아크의 시선을 따라 날아가 전사들의 몸에 흡수되자 그들이 들고 있는 검이나 방패, 창이 화염에 휩싸였다. 아군의 모든 공격에 화염 속성 대미지를 더해 주는 위저드의 마법 ‘부여’ 효과였다.
물론 이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크만이 아니었다. 마법은 아니지만 함대의 에스퍼들도 대부분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속성 변환! 전격 주입!”
“화학 반응! 타올라라, 화염이여!”
전사들의 무기에서 솟아오르는 뇌전과 화염!
물론 그중에는 아예 자체적으로 특수 효과를 발휘하는 장치가 붙어 있는 무기를 보유한 전사들도 있었다.
“부스터 가동! 파괴의 미학!”
푸화아아아! 퍼펑-!
대표적인 것이 아크의 친위대원 베라드가 휘두르는 멸절의 해머! 후미에 붙어 있는 부스터로 속도를 폭발적으로 상승시킨 해머가 바닥을 내리찍자 폭발이 일어나며 서너 마리의 수호정령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스크류 블레이드!”
그러자 곧바로 그 수호정령을 따라 뛰어오르며 검을 뻗는 사내가 있었다.
친위대의 검사 랄프였다. 그리고 그의 특기가 바로 검을 회전시켜 돌파력을 극대화시키는 ‘스크류 블레이드’! 여기에 아크의 ‘부여’로 화염이 더해지자 랄프의 검은 불길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일격에 3마리의 수호정령을 관통했다.
감탄사가 나오는 팀 플레이!
그러나 친위대―원년 멤버는 아니지만!―에는 그들도 한 수 접어주는 또 1명의 전사가 있었다.
바로 쿠산족 최강 전사 엘라인!
그리고 엘라인에게는 아크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전수받았다.
“멸사참격!”
쩌렁쩌렁한 고함과 함께 번뜩이는 섬광!
유형, 무형 존재를 가리지 않고 어떤 존재든 찢어 버리는 힘을 발휘하는 검기 ‘멸사참격’!
아크가 전수해 준 스킬이지만, 조디악 나이트로 전직하며 기존의 스킬을 모두 잃었으니, 이제 다크에덴에서 ‘멸사참격’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사는 엘라인!
엘라인은 ‘멸사참격’을 난사하며 주위의 수호정령들을 닥치는 대로 찢었다. 거기에 베라드와 랄프도 가세!
펑! 콰콰콰콰! 서걱! 서걱!
친위대의 전사 3명은 쉬지 않고 폭발을 일으키는 해머, 불길을 일으키는 검, 그리고 수호정령을 찢어 내는 검기를 날리며 날뛰었다. 그렇다, 날뛰었다!
이유가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알아?”
“우리도 헤겔이나 토리, 밀란, 쿠파처럼 형님이 안 계시는 동안 놀고 있던 게 아니라고! 그런데 그 녀석들이 실력을 보여 주는 사이에 우리는 공구와 소화기나 들고 뭐 빠지게 뛰어다니기만 하고!”
“우리도 뭔가 보여 주고 싶다고!”
함대전에서는 전사가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우리도 형님이 안 계시는 사이에 쌓은 실력을 보여 드릴 기회가 생겼다! 와라! 몽땅 없애 주마! 파괴의 미학!”
“뚫어 주마! 스크류 블레이드!”
“찢어 주마! 멸사참격!”
그리하여 의욕이 넘치다 못해 광분하며 닥치는 대로 수호정령을 박살 내고, 꿰뚫고, 찢어 대는 베라드와 랄프, 엘라인! 뭐랄까…… 흐뭇한 장면이었다.
지금 아크는 위저드의 특성상 아무래도 워리어 때와 달리 보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휘하 전사들이 이렇게 열심히, 그것도 전보다 강해진 모습으로 임팩트 넘치는 싸움을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의 성장도 흐뭇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아크도 함대장으로서 함대원들에게 면이 서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함대원들이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빈사 상태에 빠진 놈들이 도망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놈들은 다른 몬스터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으니 한 놈도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방패병, 뒤로 돌아가 퇴로를 봉쇄하고 방패 치기로 빠져나가는 다시 몰아넣어라! 딜러들은 우측으로 집결! 놈들을 밀어붙어라!”
아사드가 방패로 수호정령을 후려치며 소리쳤다.
그러자 방패를 든 대원들이 퇴로를 봉쇄, 뒤이어 우측에 집결한 전사들이 일제히 불과 냉기, 전격을 뿜어내는 무기를 앞세우고 돌진하자 수호정령들이 좌측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때 뿜어져 나오는 총성!
-지금이다! 놈들이 좁은 장소에 밀집해 있으니 조준 따위는 필요 없다! 자동으로 전환해 있는 대로 속성 탄환을 쏟아부어라! 쏴! 쏴라! 쏴! 쏴!
‘비싼 화염탄으로 바닥에 낙서나 하지 말고 너나 쏴!’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게 만드는 히터의 명령이었다. 그러나 아크 함대의 병사들은 이제 이런 히터의 명령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투투투투! 투투투투!
그리하여 협곡을 가득 채우며 쏟아져 나가는 탄환! 탄환! 탄환!
아사드 부대의 공격으로 구석에 몰려 있던 수호정령들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탄환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지금이다! 에스퍼, 광역 스킬 발동!”
“공간 변이! 화염의 대지!”
펑! 쿠콰콰콰콰!
그리고 마크의 고함과 함께 쏟아지는 광역 스킬!
10여 명의 에스퍼가 일제히 광역 스킬을 발동시키자 지면에서 화염이 치솟고,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고, 녹색의 산성비가 쏟아졌다.
그것으로 상황은 끝이었다.
아니, 시작이었다. 일단 몰려든 수호정령들은 해치웠지만 협곡을 따라 이동하자 곳곳에서 적게는 수십, 많게는 100여 마리가 넘는 수호정령들이 쉬지 않고 습격해 왔다.
그러나 최초의 전투에서 입증됐듯이 수호정령들은 아크 부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덜렁덜렁 왔다면 고전했을지도 모르지만, 아크는 이미 이곳으로 출발할 때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한 준비를 해 두었다. 그리고 뭣보다, 숫자가 많다!
그리하여 나오는 족족 박살 내며 진격!
“나와라, 바사크!”
-네, 형님! 오랜만에 부르셨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그냥 구경이나 해. 뭐 심심하면 좀 돕든가.”
간만에 소환한 바사크도 딱히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굳이 불렀다. 너브 전쟁 때나 잡퀘를 정리할 때는 그나마 간간이 불러내 성장시켰지만 《고대의 부름-Ⅱ》와 《룬의 비밀》 퀘스트 때는 사용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때라도 꺼내서 밥―경험치― 좀 먹여 둬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약한 게 아니었어!”
어쨌든 꾸역꾸역 몰려나오는 수호정령들은 되레 악마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우울해하던 함대원들의 사기를 높여 주었다. 덕분에 한층 더 속도가 붙어 진격은 쾌속으로!
엄청난 속도로 협곡을 가로질렀다.
-타이탄Titan 등급의 보스 ‘최후의 수호정령’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빛으로 이루어진 보스 몬스터와 조우했지만.
“덩치가 커 봤자 어차피 거기서 거기야!”
“박살 내라!”
-보스 ‘최후의 수호정령’이 사망했습니다!
넘치는 사기로 이름처럼 바로 최후를 맞게 해 주었다.
여기까지 진행하는 동안 전사자는 불과 4명! 그것도 실수로 에스퍼들의 광역 스킬에 휘말려 죽은 대원들이었다. 다시 말해 수호정령에게 당한 대원은 0!
그야말로 무적 행군이라고 할 만했다.
‘뭐, 불만은 없지만…….’
그러나 아크의 표정이 딱히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사이에 해치운 수호정령은 적게 잡아도 600~700마리. 그러나 그사이에 레벨이 오른 함대원들은 불과 10명밖에 없었다. 그것도 이미 경험치가 90% 이상 차 있던 대원들이다.
하지만 그건 부대원이 200명이나 되니 그렇다 치자.
600~700마리라도 대원들 숫자로 나누면 1명당 2~3마리 분밖에 되지 않으니까.
문제는 전리품도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많은 수호정령을 해치우고 얻은 전리품은 고작 50여 개. 그것도 잡템이었다.
뿐만 아니라 즉결 처형 당하듯이 죽어 나갔지만 명색이 보스라는 최후의 수호정령이 떨군 전리품도 2개. 그건 잡템이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 역시 타이탄 등급의 보스가 떨군 것이라고 보기에는 허접하기 짝이 없는 매직 템이었다.
이유는 짐작이 되었다.
‘마틴 후작에게 듣기로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약 20일 전후, 결국 데커드가 여기 와서 무슨 짓인가 한 것도 그때겠지.’
다시 말해 지금 아크 부대가 처리한 수호정령들은 이때 데커드 일당에게 죽고 다시 리젠된 몬스터라는 말이다.
그러나 몬스터라고 죽자마자 리젠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일반 필드가 아닌 이런 특수한 장소의 몬스터는 리젠이 느리다. 최소 열흘. 결국 아크 부대가 박살 낸 수호정령들은 생후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은 놈들이었다는 말이다.
그게 이유다.
안타깝게도 몬스터는 모두 흙수저다.
좋은 아이템을 떨구는 몬스터라도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
몬스터는 오래 된 녀석일수록 강해져 상대하기 더 힘들어지지만 대신 경험치는 물론, 좋은 아이템을 떨굴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갤럭시안의 유저들은 퀘스트 때문이 아니라면 이미 다른 유저에게 털린 던전은 몬스터가 리젠돼도 한 달 이상은 들어가지 않는다.
몬스터를 숙성(?)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제 겨우 생후 열흘이 지난 몬스터를 잡아 족쳤으니 좋은 아이템이 줄 리가 없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쁘다는 말이다. 전리품도 전리품이지만 이래서야 마치 데커드가 먹은 그릇에 붙어 있는 밥풀을 떼 먹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뭐 덕분에 쉽게 오기는 했지만.’
아크의 목적도 경험치나 전리품은 아니다.
은하계를 들쑤시고 있는 사태가 일어난 이유, 그리고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해결 방법은 아직이지만.
“형님, 이쪽으로 와 보십시오!”
그때 보스가 있던 자리 뒤쪽의 수풀을 뒤지던 밀란이 소리쳤다. 덕분에 아크는 곧 알 수 있었다,
이번 사태가 왜 일어나게 됐는지. 아직 관련 정보는 아무것도 없지만 딱 보는 순간 알았다.
스위치!
그것도 해골 문양이 새겨져 있는 스위치!
그 스위치가 꾹 눌려 있는 것이다. 누가 보기에도, 심지어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 수 있는 경고가 붙어 있는 스위치를 누른 사람이 누군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눌렀구먼, 그 인간!”
바로 그 인간! 데커드밖에 더 있겠는가?
그러니까 데커드는, 굳이 이런 곳까지 찾아와, 굳이 수호정령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녀석들을 해치우고 여기까지 와서, 굳이 해골 모양이 붙어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는 말이다. 누가 닥돌의 데커드 아니랄까 봐 뒷일 따위는 생각도 않고!
“하지만…… 정말 이 스위치 때문인가? 고작 이런 스위치 하나 눌렀다고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야? 누른 놈도 누른 놈이지만 스위치를 만들어 둔 녀석도 어이가 없군. 아니, 해골 문양까지 새겨서 위험을 경고할 거면 애초에 스위치를 만들지 않으면 되잖아? 대체 스위치는 왜 만들어 둔 거야?”
이놈이나 저놈이나 이해 안 가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나 아크가 뭐라고 생각하든 이미 어떤 멍청한 놈이 스위치를 만들었다. 그리고 더 멍청한 놈이 스위치를 눌렀다. 덕분에 애먼 아크는 해결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
“이미 눌러 버린 건 어쩔 수 없다고 치고, 대체 어떻게 해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지? 설마하니 눌린 스위치를 다시 잡아 뺀다고 해결될 리는 없고…….”
아크가 스위치를 잡아당기며 중얼거릴 때였다.
철컥! 쿠쿠쿠쿠!
갑자기 기음이 울리며 스위치가 붙어 있던 비석이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비석 사이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타났다.
“이건 뭐…….”
누르지 말라고 해골 문양까지 붙여 놓고 눌렀다가 잡아 빼야 열리는 문이라니?
이건 놀리는 거냐? 가지고 노는 거냐?
아크는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었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런 이유로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니 불평을 접어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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