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67)
아크 더 레전드-867화(867/875)
[867] SPACE 6. 아크 VS 데커드! (2)기습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아크가 헛바람을 들이켜며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얼음 기둥이 산산이 부서지며 산탄처럼 뿜어져 날아왔다.
“큭! 젠장, 바이우스 실드!”
아크가 황급히 왼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실드가 펼쳐지는 것과 동시에 무수한 얼음 조각들이 튕겨져 날아갔다.
그때 투명한 실드 너머로 데커드의 얼굴이 불쑥 떠올랐다. 그리고 그 위에서 호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육중한 중량감의 대검!
“기습이라니, 비겁하잖아요!”
텅-!
“초짜 같은 소리 하지 마! 싸움은 선방이다! 예고하고 날리는 선방도 있냐? 그리고…….”
데커드가 대검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기갑 무장!”
그리고 실드로 막아 내는 아크의 아래쪽으로 파고들어 오며 기갑 무장! 순간 데커드의 몸에 하얀 서리가 흘러내리는 붉은 기갑이 겹쳐지며 충격파가 뿜어져 나왔다.
기갑 무장 때 발생하는 충격파!
이건 대미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무적이 될 뿐만 아니라, 막을 수조차 없었다.
이에 속수무책으로 아래에서 뿜어지는 충격파에 튕겨져 나온 아크가 공중으로 떠올랐을 때였다.
“이전의 내가 아니다! 무한빙탑無限氷塔!”
데커드가 대검으로 수직으로 세워 바닥에 쑤셔 박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엄청난 한기가 모여들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더니 거대한 얼음 탑이 솟아올라 왔다. 그리고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 탑의 정상 부분이 공중에 떠 있는 아크를 관통했다.
아니, 관통하기 직전!
“파이지!”
아크의 가슴에서 푸른빛이 폭발했다.
그 빛은 오리진에서 만난 12명의 사바트 중 불을 다루던 파이지의 힘! 다음 순간 그 힘은 화염으로 바뀌어 회오리를 일으키며 탑을 휘감았다.
그러자 주위의 공기마저 얼릴 정도의 한기를 뿜어내던 얼음 탑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운바디!”
그리고 뒤이어 또다시 푸른 빛이 폭발하자 녹아내리던 물이 해일처럼 변해 데커드를 향해 밀려들었다.
물을 다루던 운바디의 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라자디!”
파지지지! 파지지지!
전격의 힘을 다루던 라자디의 힘!
아크가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치자 데커드를 향해 밀려가는 해일에서 시퍼런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뇌전의 해일이 데커드를 삼키는 순간!
“극한파동! 폭한의 궤櫃!”
데커드의 기갑에서 흘러내리는 서리가 확 퍼지자 해일은 쏟아지던 상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표면에 무수한 균열이 퍼지더니 폭발!
쩌쩡! 퍼펑! 퍼퍼퍼펑!
무수한 얼음의 칼날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헉! 나, 날아온다! 피해!”
그러나 정작 비명을 터뜨린 것은 아크 함대원과 데커드의 부하들이었다. 데커드는 아크를 공격할 생각이었겠지만, 산탄처럼 퍼져 나가는 얼음 조각은 눈이 없으니까!
“이게 고작 2명이 싸우고 있는 거야?”
“주위에 이런 민폐를 끼치는 싸움이라니…….”
허겁지겁 몸을 피한 아크 함대원들이 황당한 눈으로 바닥에 박혀 있는 얼음 조각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단하다면 대단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관람객(?) 입장에서는 민폐라고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때, 반대쪽에서 도망쳐 온 데커드의 부하들과 눈이 마주쳤지만.
“뭐 우리까지 멱살잡이 할 일도 아니고.”
“대장들이 알아서 결판을 내겠다니 그냥 지켜보죠. 아니, 아무래도 여기는 좀 위험한 것 같으니 숲으로 가죠. 숲이면 얼음 파편이 날아와도 여기보다는 나을 거예요.”
“네, 저희도 남의 싸움에 휘말려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혹시 식량 좀 있어요? 그동안 제대로 못 먹어서…….”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이거라도 드실래요? 지금 가진 건 이것밖에 없는데…….”
“오! 감사합니다.”
아크와 데커드처럼 이들도 불과 얼마 전까지는 전우!
금세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며 숲으로 향했다. 그리고 방패가 되어 줄 가지가 무성한 나무 아래에 모여 앉아 사이좋게 우주 식량을 나눠 먹으며 지켜보는 가운데.
파지지지! 텅! 콰직! 카카칵!
데커드의 전함 앞에서 흑과 백, 상반되는 색의 배틀슈트를 입은 2명의 기갑 전사가 쉬지 않고 충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백색 검광과 2개의 푸른 검광이 뒤엉키며 폭광과 한기의 소용돌이가 퍼져 나와 주위를 휩쓸었다.
“너도 놀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구나.”
백색 검신은 바로 이 남자, 데커드의 대검이었다.
“뭐 약소하죠.”
그리고 2개의 푸른 검광은 아크의 블레이드다.
그러나 여유 있는 표정과 달리 아크는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사실 아크는 데커드를 좀 무시하고 있었다.
세븐 소드니 당연히 널리고 널린 유저보다 강하기는 하겠지만, 딱 그 정도. 데커드가 세븐 소드의 한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보다는 그 물불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아크는 데커드와 붙어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데커드가 보여 준 단순 무식한 전투 방식은 그것밖에 몰라서가 아니었다.
그 이상의 전투 방식을 보여 줄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아하! 이런 말을 할 때가 아닌 줄은 알지만 꽤 즐겁구나! 사실 너와 한 번은 제대로 붙어 보고 싶었거든. 자, 또 간다! 실망시키지 말라고!”
쾅! 쾅! 쾅! 쾅!
데커드가 맞붙은 아크를 밀어내며 대검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바닥이 푹푹 파여 들어갔다. 한 방 한 방에서 압도적인 힘이 느껴지는 검격! 어설프게 막는 시늉을 하다가는 방어와 함께 박살이 나리라.
그러나 그게 아크가 불리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후회하게 될 텐데요?”
“네가? 내가?”
“당연히 후자죠! 마이트! 폭격!”
한 걸음 물러났던 아크가 앞으로 돌진하며 소리쳤다.
동시에 데커드의 대검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아크의 블레이드! 그렇다고 힘이 약한 것이 아니었다.
그 역시 일격, 일격이 상대의 방어를 분쇄하는 힘이 담겨 있는 ‘폭격’!
“얼음의 방패!”
아크가 공세로 전환하자 데커드가 거대한 얼음 방패를 소환했다. 그러나 아크는 알고 있었다.
데커드는 방어 스킬 따위는 안 키우는 유저라는 것을.
악마의 몸속에서 패러사이트와 싸울 때 데커드가 제 입으로 나불댄 적이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폭격’을 막아 내던 얼음 방패에 균열이 번지더니 무수한 파편이 되어 날아왔다.
그러나 아크도 이미 기갑, 비스트를 장착한 상태다.
‘비스트의 방어력이면 작은 건 무시해도 돼!’
아크는 쏟아지는 파편 중에서 큰 파편만 바이우스 실드로 막으며 돌진했다. 그러자 데커드가 다시 바닥에 검을 박아 넣으며 소리쳤다.
“기갑 스킬, 혹한의 대지!”
그와 함께 안개처럼 퍼져 나가는 한기!
-‘혹한의 대지’ 영향권에 들어왔습니다!
《빙결 속성의 대미지를 받고 모든 움직임이 20%만큼 감소합니다.》
타투인에서 호크와 싸울 때 보여 준 광역 스킬이었다.
아크가 자신이 있다고 한 이유가 이것이다. 물론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도 있지만 아크는 이미 타투인과 너브 전쟁, 두 번의 전투를 함께한 덕분에 데커드의 기술을 꿰고 있는 것이다. 물론 데커드도 눈이 있으니 그 역시 아크의 기술을 알고 있겠지만.
“바란디!”
중력을 다루던 바란디의 힘!
순간 아크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허공을 밟듯이 뛰어가며 두 자루의 검으로 소나기 같은 검기를 쏟아부었다. 이에 데커드가 바닥에 박아 넣었던 대검을 황급히 뽑아 들었지만 그사이 서너 개의 검기가 그의 몸에서 폭발한 뒤였다.
“큭! 뭐야? 막 날아다니고! 전에는 그런 거 없었잖아!”
휘청거리며 물러난 데커드가 불평을 쏟아 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이 힘은 데커드가 모르는, 불과 며칠 전에야 얻은 따끈따끈한 신상 스킬인 것이다. 더구나 일반 스킬과는 아예 발동 방식이나 효과도 다른 힘!
아크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그게 불만이면 형님도 경험시켜 드리죠. 바란디!”
“헉! 이, 이게 뭐야? 왜 이래?”
그러자 뒤로 물러나던 데커드가 기우뚱거리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뭐 당혹스럽기는 할 거다.
데커드가 서 있는 공간의 중력을 뒤틀어 버렸으니까. 그 영향으로 데커드는 평형감각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설명해 줘 봤자 이해하지 못할 테니 패스!
그리고 이 상태는 오래 유지할 수도 없었다.
일단 새로 얻은 12개의 룬은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거리나 발동 시간에 따라 소모되는 포스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길어 봤자 몇 초!
그러나 그 몇 초면 충분하다.
“각성 스킬, 귀영!”
치명타를 입히기에는!
순간 아크의 몸이 2개, 4개, 8개, 16개…… 기하급수적으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확 퍼졌다가 급격히 방향을 바꾸며 모여들었다.
모두 푸른 검광을 번뜩이는 두 자루의 블레이드를 그 중심에서 버둥거리는 데커드를 향해 내뻗으며!
“젠장! 얼음의 방패! 파!”
데커드가 황급히 얼음 방패를 소환해 무수한 파편으로 만들어 뿜어냈다.
그 와중에도 방어보다는 공격을 택하는 데커드!
과연 닥돌의 데커드라고 불릴 만했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었다. ‘귀영’은 일단 발동되면 방어가 거의 불가능한 기술이다. 지금 수십 명으로 분열된 아크는 분신이 아니라 모두 실체! 때문에 화력도 엄청나지만 몇 명만 막는다고 막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귀영’의 약점이기도 하다.
모두 실체라는 말은, 모든 분신이 대미지를 받을 수도 있다는 뜻! 반면 아무리 아크라도 수십 명을 동시에 움직일 수는 없으니 공격, 특히 이런 광역 스킬에는 되레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크도 이미 그 약점을 알고 있었다.
타투인에서 호크에게 간파되어 일격에 스킬이 깨지고 엄청난 대미지까지 입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귀영’은 그때의 ‘귀영’이 아니었다. 아크는 이미 그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진화의 신전에서 Lv.2로 상승시키며!
‘여러 명으로 나뉘는 것이 문제라면…….’
“다시 하나로 합치면 돼! 합合!”
아크가 소리치자 수십 개로 나뉘었던 몸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러나 이건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실체와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던 분신이 겹쳐지며 그 힘도 함께 모인 것이다.
그게 Lv.2의 ‘귀영’!
수십 명으로 나뉘기만 하던 스킬에서 이제 그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도 가능해져 약점을 보완한 새로운 ‘귀영’이었다.
그리고 모든 분신이 하나로 뭉치는 순간!
파지지지! 콰콰콰콰콰!
두 자루의 블레이드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검광!
데커드가 폭발시켰던 얼음 방패의 파편 따위는 그 검광에 닿는 것만으로도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이에 아크는 얼음 파편을 뚫고 그대로 데커드와 충돌!
“받아라! 끝장이다!”
아니, 이대로 죽어 버려도 곤란하지만!
그야말로 빛의 기둥처럼 변해 버린 검광이 충돌하자 데커드는 비명을 터뜨리며 10여 미터나 날아갔다. 그러나 다행히(?) 데커드는 살아 있었다. 아니,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아우! 빌어먹을! 뭐 이렇게 무식한 스킬이 다 있어?”
그 무지막지한 검기에 맞고, 날아가 처박히고, 다시 바닥을 10여 미터나 굴러가고서도 바로 벌떡 일어나며 구시렁거렸다.
그때 데커드의 몸에 균열이 번지더니 작은 얼음 조각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번에 얻은 빙갑氷甲이 없었으면 한 방에 골로 갈 뻔했네. 젠장, 죽이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어? 보통은 죽는다고! 그런 거 제대로 맞으면!”
그 와중에도 뭔가 스킬을 사용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되도 않는 불평을 떠들어 대는 데커드의 생명력은 아직 40%나 남아 있었다.
“앓는 소리 하지 말아요! 봐주면서 하는 결투가 어디 있어요! 마이트! 격돌!”
이에 아크가 지체 없이 데커드를 향해 돌진할 때였다.
데커드가 얼른 손을 흔들어 대며 소리쳤다.
“익! 됐어! 됐다고, 인마! 그만해!”
“에? 뭐예요? 그럼 패배를 인정하겠다는 거예요?”
아크가 스킬을 취소하며 멈춰 서자 데커드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젠장, 한번 붙어 보자고 했더니 아주 죽자고 덤비네. 뭐,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윽!”
그때 데커드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마, 만복도가 0.1%야…… 이러다가는 굶어 죽겠다고…… 사흘 동안 몇 개 되지도 않는 버섯만 따 먹고 있었다고…… 아우야, 뭐든…… 뭐든 먹을 것 좀…… 형님 죽는다…….”
그리고 바닥을 기어오며 떠듬거렸다.
“쯧, 저럴 줄 알았지.”
“숨만 쉬어도 간당간당한데 저렇게 난리 법석을 떨어 대니 만복도가 배겨 나겠냐고. 그래서 말렸건만, 우리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더니…….”
“야, 하루 이틀이냐? 저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있겠어? 20일이나 동굴에 처박혀 버섯이나 키우고 있었으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온통 싸울 생각밖에 없었겠지.”
“자업자득이야, 동정할 필요 없어.”
“다행이다. 아크가 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하이데커의 일기를 받아도 저 머리로는 가망 없잖아. 안 그래?”
“그렇지. 무리야, 저 머리로는.”
저 멀리 떨어진 숲에서 데커드의 부하들이 우주 식량을 우물거리며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대체 뭐였던 거냐? 이 싸움은…….’
싸움은 이겼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다. 그냥 기분 탓이라고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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