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69)
아크 더 레전드-869화(869/875)
[869] SPACE 7. 마나홀 (PART : 1) (2)물론 정확히 ‘어둠의 혼’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엎어 치나 메치나! ‘어둠의 혼’이나 ‘악의 혼’이나! 문맥만 보면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닌가?
아니, 설사 그런 말이 적혀 있지 않아도 문제의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 진동하는 목걸이다. 상식적으로 그게 몬스터와, 그것도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아크가 이 많은 아이템을 뒤지는 동안 정작 문제의 목걸이는 제 목에 걸고 있었다니!
아크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자.
“나, 나도 알고 있었어. 그냥 목걸이를 잊어먹고 있었던 거야.”
이런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덕분에 아크의 분노 지수는 하염없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흑! 아크야, 우리가 이런 사람하고 이 사태의 해결 방법을 찾고 있었다.”
“고맙다, 나타나 줘서. 이제 우리는 너만 믿는다.”
“뭐? 형님? 누구야, 그게?”
“아, 그 저주받을 손가락을 달고 다니는 사람? 됐어. 따라다녀 봐야 버섯밖에 더 먹겠어? 그리고 어차피 곧 감방에 들어가겠지.”
데커드의 부하 중에는 아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었다.
모두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크 함대원들도 ‘저런 대장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불어 내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데커드보다 낫다는 말이 아메바보다 낫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일단 어둠의 혼은 찾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제야’ 찾은 것이지만.
‘하지만 이 목걸이에도 마나홀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없어. 뭐 미확인 상태니 분석까지 해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지금 실버스타에는 아이템 분석 스킬을 가진 헤겔이 타고 있었다. 그러니 확인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여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Lv.4의 분석 스킬을 요구하는 아이템이라면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만 거의 하루.
그것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설사 뭔가 있다 해도 결정적인 단서는 아닐 확률이 높았다.
‘일지에는 마나홀의 위치가 수십 년 주기로 바뀐다고 했으니 어차피 정확한 좌표는 나오지 않을 거야. 있어 봐야 약간의 단서 정도겠지. 그 단서로 다시 마나홀을 찾는 데는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도 힘들어.’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아크에게는 그런 데 허비할 시간이 없다는 점이다.
이리나가 수송 방법을 찾았다고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임시방편. 그리고 그 수송 방법으로 숨통이 트이는 것도 이큘러스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개장 휴업 상태나 다름없는 모함은 매 시간마다 무지막지한 돈을 잡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 고민하던 아크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그 방법밖에 없겠군.”
* * *
“이놈이…….”
이스타나의 타투인, 연방군 사령부.
은하연방의 실권을 한 손에 쥐고 있는 마틴 후작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일그러졌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면 세계에서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한 뒤로 개척자들은 물론 연방군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니까. 그러니 마틴 후작의 얼굴에도 바람 잘 날이 없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방금 전에 받은 한 통의 전문電文 때문이다.
“아크가 보낸 것 아닙니까?”
“맞다. 그놈이지.”
볼티미어의 물음에 마틴 후작이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렇다. 이 은하연방의 실권자를 불쾌하게 만든 전문을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아크! 이에 볼티미어가 대강 상황을 짐작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데커드를 못 찾은 모양이군요.”
“아니, 찾았다고 한다.”
“네? 아니, 그런데 왜……?”
“이 자식이 잡아 오라는 데커드는 안 데려오고 협박장을 보내왔다.”
“협박장요? 아크가? 무슨 협박 말입니까?”
“뭐 이런저런 말이 적혀 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돈이지.”
“돈? 뭐 그야…… 어차피 데커드를 잡아 오면 보상을 해 주기로 한 것 아닙니까? 새삼스럽게 요구할 것도 아니고, 딱히 화낼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게 아니니까 하는 말이다.”
마틴 후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놈은 지금 데커드를 데리고 올 수 없다고 한다. 데커드가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타투인으로 오겠다며 너무 완강하게 버티고 있어 당장은 데려오기 힘들다고 하더군. 그래서 이 사태를 해결한 뒤에 오겠다고 적혀 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볼티미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요점은 일을 더 하게 됐으니 보수를 올려 달라는 말이군요.”
볼티미어도 이제 아크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정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아크가 제시한 보상의 내용이었다.
“아크는 데커드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다가 함께 움직이던 전함 5척을 잃었다고 한다. 그 전함을 다시 건조하는 데 필요한, 보험 처리 되는 액수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모두 지불해 달라고 하는군. 그리고 그 전함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이 부활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임무 수행 중에 입은 피해라면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그리고 앞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동안 드는 비용! 또 전함이 격침당했을 때 드는 비용은 물론 에너지에 포탄, 심지어 탄환까지 모두 경비 처리 해 달라고 한다.”
“음, 뭐 그것도 어느 정도는…….”
“그리고 또! 이번 사태로 인해 이큘러스와 모함에서 발생된 적자도 내가 지불해 달라고 하더군.”
“그건 좀…….”
마지막 말에는 볼티미어도 할 말을 잃었다.
임무 중에 입은 피해나 경비는 그렇다 쳐도 자기 영지 혹성과 모함에서 발생한 적자까지 은하연방에 떠넘기다니? 이건 납득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니었다.
그리고 사실, 아크도 그런 요구를 한 것은 아니었다.
아크가 돈독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유저다.
하물며 상대는 마틴 후작!
아크와 마틴 후작은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지만 악어는 어디까지나 마틴 후작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지만 악어가 울컥해서 확 입을 다물면 악어새는 한 방에 DIE!
아크 입장에서는 함부로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아크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작금의 사태로 인해 얼마나 심려가 크십니까? 막중한 책임감으로 불철주야 사태 해결을 고심하는 후작님의 모습을 생각하면 한낱 개척자에게 불과한 저마저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뭐 이런 속이 뻔히 보이는 내용은 됐고!
-다름이 아니오라, 이미 충분히 짐작하고 계시리라고 생각되지만 저 역시 이번 사태로 수송 길이 막히는 바람에 이큘러스의 자원을 팔 수 없어 상당한 적자가 쌓였고, 모함마저 개장 휴업 상태가 되어 부담에 부담을 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걸 마틴 후작님이 어찌해 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태는 말할 것도 없이 모두 데커드가 벌인 일 때문!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한다면 그 역시 당연히 데커드에게 받아 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부탁드리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아시다시피 데커드는 세븐 소드.
물론 데커드는 제가 받은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도 제가 강제로 돈을 받아 내기 힘든 상대입니다. 이에 걱정이 앞서 임무에 집중할 수 없는 바, 후작님이 보증을 서 주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은하연방의 실권을 쥐고 계시는 후작님이 보증을 서 주신다면 저는 안심할 수 있고, 보다 빨리 사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거다.
아크는 처음부터 자신이 입은 피해를 데커드에게 청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막상 데커드를 잡고 보니 좀 불안하다.
3척이나 되던 전함도 1척밖에 없고, 그동안 버섯이나 따 먹고 있었다니까. 물론 고대 신의 둥지에서 쓸어 온 잡템은 꽤 가지고 있었지만 아크가 받은 피해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이에 마틴 후작에게 보증을 서 달라는 부탁이다.
그러니 마틴 후작에게 대놓고 돈을 내놓으라는 말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엎어 치나 메치나!
“결국 누구 돈이든 상관없다는 거지.”
마틴 후작이 보증을 서면 데커드에게 받아 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설사 데커드가 이번처럼 잠적하더라도 마틴 후작에게 받아 내면 된다.
아니, 받아 내겠다는 말이다, 보증을 세워서.
그러니 덤터기 쓰기 싫으면 데커드에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라, 이런 뜻이다.
“확실히 협박이군요.”
대강의 상황을 파악한 볼티미어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마틴 후작이 못마땅한 눈으로 흘겼다.
“웃음이 나오나?”
“아니, 죄송합니다. 그 앞에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이 너무 아크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
“난 그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거다. 젠장, 속이 뻔히 보이는 짓이나 하고 말이야.”
“뭐 보기에 따라서는 귀엽지 않습니까?”
“하! 어디가?”
마틴 후작이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볼티미어는 알고 있었다. 마틴 후작은 진짜 화가 났다면 이런 대화조차 할 사람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화난 표정을 짓는 이유는 이미 아크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그냥 불평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볼티미어도 거기에 맞춰 말했다.
“어쨌든 그런 일이라면 후작님이 힘을 좀 써 주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데커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이 있으니 징계도 해야 하고. 설사 연방군이 지불하게 되더라도 지금 은하연방이 받고 있는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렇기는 하지. 아크도 그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일 테고.”
“결국 아크를 인정하신다는 말이군요.”
“인정하지.”
마틴 후작이 찜찜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내가 화난 이유가 그거다. 그 녀석이 돈 밝히는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뭐 자네 말대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 준다면 그만한 요구를 할 자격은 있지. 그래, 난 그 녀석이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을 맡긴 거니까. 그런데 정작 그 녀석은 나를 인정하지 않는 모양이야. 괘씸하게도 말이지. 자, 봐라.”
마틴 후작이 불쾌한 표정으로 전문의 아랫부분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아직 글이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데커드의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를 끝내기 위해서는 마나홀이라는 장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아낸 정보는 마나홀이 은하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집중되는 장소라는 것뿐입니다.
때문에 저 혼자 찾아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은하연방만이 아니라 라마나 아슐라트의 도움도 필요할 것 같은데…… 마틴 후작님이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실 아크가 마틴 후작에게 전문을 보낸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었다.
마나홀 수색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게 왜……?”
전문을 읽어 보던 볼티미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의 내용이라면 몰라도 이 부분에서는 딱히 불쾌하게 받아들일 부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마틴 후작이 맨 끝의 ‘?’를 손가락으로 찍으며 말했다.
“안 보이나? 이 물음표! 도와 달라는 것도 아니고,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이 마틴에게! 게다가 그 앞의 ‘……’은 뭐야? ‘……’은! 마치 안 될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하고 있던 것처럼 보이잖아!”
마틴 후작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볼티미어, 당장 아슐라트와 라마 대사관에 연락해라! 이 망할 놈에게 나, 마틴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 줘야겠다!”
이런 마틴 후작의 불호령에 볼티미어가 웃음을 터뜨리며 뛰어나갔다.
그로부터 약 3시간 뒤.
《마나홀 수색!(개척 퀘스트)》
은하 3국에서 전 은하계의 개척자에게 알립니다!
얼마 전 은하계 각지에서 벌어진, 이면 세계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로 인해 수많은 개척자가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은하 3국은 다각도로 해결 방법을 모색하던 중, 이번 사태를 끝내기 위해서는 마나홀을 찾아야 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은하 3국의 정보로는 마나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은하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개척자들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마나홀을 찾는 데 도움이 준 모든 개척자에게는 은하 3국 황제의 이름으로 상당한 포상이 주어질 것을 약속드립니다. 현재 은하계를 항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개척자가 참가해 주기를 바랍니다. 은하 3국과 함께 은하계의 평화를 되찾아 주십시오!
난이도 : –
은하 3국과 평의회가 관리하는 모든 도시의 유저들에게 이런 퀘스트가 떠올랐다.
“용케 아슐라트와 라마의 협조를 받아 냈군요.”
“자네까지 나를 놀리는 건가?”
마틴 후작이 못마땅한 눈으로 웃음기를 머금은 볼티미어를 돌아보았다.
“뭐 라마나 아슐라트도 우리와 사정은 다르지 않으니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래서 더 불쾌하지만. 어쨌든…….”
마틴 후작이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 너머에는 무수한 우주선이 섬광을 뿜으며 떠오르고 있었다. 사건 발발 이후 항해를 자제해 오던 개척자들이 퀘스트를 받고 다시 우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해 달라는 것은 다 해 줬다. 아크 녀석, 이러고도 실패하고 돌아오기만 해 봐라. 볼 때마다 그 히죽거리는 면상에 주먹을 박아 줄 테니까.”
“그래도 안 보겠다는 말은 안 하시네요.”
볼티미어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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