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7)
아크 더 레전드-87화(87/875)
[87] SPACE 4 경계 너머로! (3)가장 가까운 도시라고는 해도 자렘이 있는 곳까지는 1,0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고 한다.
아크가 임무를 수락하면 필연적으로 이동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마틴 후작이 한 행동은 모두 아크가 이번 임무를 좀 더 받아들이기 쉽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냄새가 난다.
굵직한 퀘스트의 냄새가.
은하연방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밀수도시를 제압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울 수 있는 퀘스트. 마틴 후작은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성공보수가 어마어마하리라는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벨타나의 영웅이 될 때 받은 보상과 맞먹는 수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위험부담이 높으면 돌아오는 대가도 많다. 돌려 말하면 돌아오는 대가가 많은 것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만하다는 뜻이다.
‘연방군의 정보원들도 찾아내지 못하는 도시를 찾아내, 온통 적밖에 없는 곳에 잠입해, 아마도 주요시설일 통신용 안테나에 GPS발신기를 연결해야 한다는 건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지 짐작도 할 수 없는 퀘스트였다.
오는 퀘스트 막지 않고, 가는 퀘스트는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서라도 잡아두는 아크다. 그런 아크조차 이번 퀘스트는 무턱대고 받아들이기가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단순히 난이도에 대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밀란이 석판을 다 복원했다는데…….’
며칠 동안 아크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밀란의 석판.
불과 몇 시간 전에 그 석판의 복원 작업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약 아크와 밀란의 기대대로 석판에서 무라트 유적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분명 상당한 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마틴 후작의 퀘스트보다 적다는 보장은 없었다.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룬 문자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건 당장 뛰어가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느긋하게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 만약 무라트 유적이 이스타나에도 존재한다면, 아크가 늦장을 부리는 사이에 다른 개척자에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실제로 밀란이 석판을 찾아낸 곳도 이미 다른 개척자에게 털린 유적지였다지 하지 않았던가.
원래 보물이란 먼저 찾는 사람이 임자.
그런 상황에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조차 알 수 없는 퀘스트를 수락하기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일단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보상이 기대되는 퀘스트. 받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니다. 거절하기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뭣보다 걱정스러운 건 밀란의 석판이 기대와 다를 때야. 마틴 후작의 퀘스트를 거절하고 찾아갔는데 석판에 별 내용이 없으면 레어 퀘스트 하나를 날려먹게 될 뿐이잖아. 하지만 아무래 생각해도 무턱대고 받을만한 퀘스트도 아니고. 게다가…… 어? 가만? 그러고 보니…….’
그런 고민을 하던 아크는 문득 이상한 부분을 깨달았다.
“하지만 저는 지금 전쟁영웅으로 지난 며칠 동안 은하연방의 매스컴에 쉬지 않고 나온 사람 아닙니까? 연방군의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정보망을 갖춘 자렘이 저를 모르고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제가 이런 임무를 맡을 수 있을까요?”
바로 이 문제였다.
마틴 후작의 퀘스트는 일종의 스파이가 되라는 것.
그러나 지난 며칠 각종 매스컴을 탄 덕분에 아크는 유명인이 되어있었다.
일단 퀘스트의 첫째 목표인 자렘에 몰래 잠입한다는 것부터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러나 마틴 후작은 예상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뭔가를 꺼내들었다.
“설마 내가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했겠는가?”
-하이드 헬멧(퀘스트 아이템)
아이템 타입: 헬멧 착용제한: 레벨 31(신체코팅 필수)
방어력: 5 내구도: 30 30
얼굴 전체를 감쌀 수 있는 풀 헬멧입니다. 겉보기는 보통 라이더용 헬멧처럼 보이지만 이 제품에는 특별한 성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전면 유리에 특수 코팅이 되어있어 상대가 투시나 적외선 스코프를 사용해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탐지되지 않는 전파교란 장치가 탑재되어 상대가 추적이나 정보확인을 사용해 확인할 수 있는 이름을 착용자가 임의로 설정해 보여줄 수 있습니다.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싶은 당신! 하지만 이름만은 숨기고 싶은 당신! 그런 비겁한 당신에게 하이드 헬멧은 최선의 선택입니다.
※범죄를 저지를 경우 카오틱 수치는 원래대로 적용됩니다.
《상대가 확인할 수 있는 이름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이건?”
아크가 놀란 눈으로 파란 헬멧을 바라보며 물었다.
“예전에 자렘에 잠입했던 정보원이 구해온 물건이네. 자렘은 은하연방이나 아슐라트, 라마족까지. 아무래도 정체를 숨기고 싶어하는 무리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이런 헬멧을 쓰고 다니는 자들이 많다고 하더군. 자네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빌려주지.”
‘이런 헬멧이 있을 줄이야!’
아크의 귀에 마틴 후작의 말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쩌다보니 은하연방의 홍보 대사가 되어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지만, 사실 그런 유명세는 아크에게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
이미 아크라는 이름 탓에 본의 아니게 유저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벨타나의 영웅이라는 이름까지 덧붙여져 서포트라이트까지 한 몸에 받았으니 얼굴까지 팔려버린 것이다. 때문에 일전에 하마드란이나 아스란, 밀란을 만나러 갈 때도 최대한 사람들 시선을 피했지만 수군거리는 소리를 적지 않게 들어야했다.
이제 아마도 어딜 가나 한동안 그런 상황이 계속되리라.
뭐 그래도 그냥 관심을 보이는 정도라면 상관없다. 사인이나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해도 기꺼이 받아줄 용의가 있었다. 문제는 악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놈들이다.
세상에는 이상한 놈도 많아서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비를 거는 놈들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크가 매스컴을 타기 시작하자 공개적으로 척살대를 모집하는 놈도 있지 않았던가. 그런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런데 얼굴을 가리고 이름을 숨길 수 있다면?’
문제가 한방에 해결되는 것이다.
비록 방어력 5밖에 되지 않지만 지금의 아크에게는 유니크 템 이상의 가치가 있는 헬멧!
그러나 하이드 헬멧은 임대, 퀘스트가 끝나면 돌려줘야 하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잠시 머리를 굴리던 아크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후작님의 부탁대로 자렘을 찾아 GPS발신기를 설치해보도록 하죠. 하지만 누구보다 후작님이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 임무는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리고 실패한다면 저는 목숨을 둘째치고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니 최소한의 보상을 약속 받고 싶습니다.”
“말해보게.”
“하이드 헬멧을 그냥 제게 주십시오.”
“그러지.”
“물론 미리 보상을 챙겨달라는 게 좀 억지스럽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렘은 이곳에서 1,000킬로미터나 되는 곳입니다. 일단 그곳까지 가는 것만도 제게는…….”
“그러니까 주겠다지 않는가.”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에? 주겠다고요?”
“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게 만들 셈인가?”
마틴 후작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런 마틴 후작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해진 것은 아크였다.
하이드 헬멧은 비록 방어력은 저급 아이템 수준이지만 기능성은 어지간한 레어템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적어도 아크 입장에서는 그랬다. 게다가 정상적인 루트로는 구할 수도 없는 아이템. 물론 마틴 후작이라면 몇 개쯤 더 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NPC. 수년 간 게임을 해왔지만 유저가 달란다고 아이템을 덥석 주는 NPC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하물며 지난 닷새 동안 아크의 유명세를 사골처럼 울궈먹던 마틴 후작이?
아크가 멍청한 표정을 짓자 마틴 후작이 불쾌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그만큼 시급한 문제라는 뜻이니까. 너도 그걸 알고 있으니 뻔뻔스럽게 그런 조건을 내민 것 아닌가? 눈치를 보아하니 어떻게든 받아내고 싶은 모양인데,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지 않은가. 굳이 입 아프게 떠들어댈 이유가 없지.”
‘뭐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쿨 하게 나오니 되려 찜찜하다.
보통 유저라면 이런 상황에서 그런 자잘한 찜찜함 따위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아크는 보통 유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두루 섭렵한 경험치 만땅의 유저!
‘상대는 NPC다. 유저와 달리 기분만으로 행동하지는 않아.’
아크는 알고 있었다.
유저가 머리를 굴려야할 때는 NPC가 각박하게 굴 때가 아니다.
그럴 때는 대부분 타협의 여지가 없을 경우, NPC도 딱히 아쉬울 게 없다는 뜻이었다. 경험 상 그럴 때 괜히 잔머리를 굴리면 되려 손해를 보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의 마틴 후작처럼 넉넉하게 나오면 사정은 달라진다.
가상현실 게임을 하다보면 너무나 실제 같은 모습에 종종 착각하게 되지만, NPC는 NPC. 게임의 일부일뿐이다. NPC의 모든 행동은 게임의 시스템, 호감도 따위의 수치가 복잡하게 적용되어 나오는 결과물이었다. 따지고 보면 친위대원의 맹목적인 충성이나 실버핸드의 협조도 그런 수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이다.
‘그래, 마냥 헤벌쭉할 상황은 아니야. 사실 따지고 보면 에어보드는 벨타나 전쟁의 공적치로 받을 보상이었잖아. 마틴 후작이 은근히 생색을 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당연히 받았어야할 걸 이제야 받은 것뿐이야. 하이드 헬멧도 그래. 은하연방의 도시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하지만 자렘에서는 살 수 있다며? 어차피 자렘에 잠입하는 퀘스트를 진행하게 되면 얻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는 거잖아. 게다가 레벨 제한 31이니 그리 비싸지도 않겠지. 그렇게 따져보면 마틴 후작이 후하게 인심을 썼다고는 할 수 없어. 그렇다면…….’
뭔가 더 뜯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무턱대고 뭔가를 더 내놓으라고 닦달할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NPC의 모든 행동은 여러 수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때문에 그 한계치를 넘어서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 이건 절대적인 법칙! 괜히 욕심이 앞서 그 한계를 넘어버리면 아예 퀘스트가 취소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모처럼 올려둔 호감도만 깎아먹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크는…….
“저는 마틴 후작님에게 여러 모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벨타나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것도따지고 보면 후작님 덕분이죠. 제가 한시도 쉬지 못하고 홍보 여행을 다니면서도 불평하지 않은 이유는 그런 후작님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후작님의 부탁이니 설사 어떤 고난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해도 거절할 수 없겠죠. 네,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부탁을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깔아둔 뒤에…….
“걱정스러운 것은 고난과 위험이 아니라, 제가 그 고난과 위험을 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도중에 쓰러져 죽는 건 무섭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다면 저를 믿고 임무를 맡겨준 후작님의 기대를 배신하게 되는 셈이고, 혹시라도 그 때문에 후작님이 곤경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게 무엇보다 걱정입니다. 나베실 북부는 상당한 고레벨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벨타나의 영웅이라지만 개척자로서는 아직 경험이 적은 제가! 그냥 그런 수준의 장비밖에 갖추지 못한 제가! 그런 곳에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그 말은 일정부분 사실이었다.
나베실 북부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도 레벨 60~70대의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것이다. 하물며 1,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반면 아크의 레벨은 이제 52.
지금의 아크에게 나베실 북부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하는 지역이었다.
물론 마틴 후작의 퀘스트는 나베실 북부의 몬스터를 때려잡으라는 것은 아니었다. 숨겨진 도시인 자렘을 찾아 잠입, 그곳에서 첩보원 노릇을 해달라는 퀘스트였다. 그럼에도 아크가 고레벨 몬스터 운운하며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자, 뭔가 내놔! 그러니까 방어력 빵빵한 갑옷 같은 거라도 하나 내놔 보라고!’
아크가 그런 의미를 꾹꾹 눌러 담은 눈빛으로 마틴 후작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마틴 후작은 빙빙 돌려가며 말하는 아크의 의도를 이해 못할 정도로 멍청한 NPC는 아니었다.
“과연…….”
마틴 후작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하지. 뭐 에어보드를 타고 요리조리 잘 피해가면 무리가 없겠다 싶지만…… 그래, 네 말대로 위험부담은 줄이는 편이 좋겠지. 네가 자렘 근처에도 못 가보고 죽어버리면 나도 곤란하니까.”
“네? 그럼?”
아크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되물었을 때였다.
잠시 고민하던 마틴 후작이 품에서 작은 사각 케이스 하나를 꺼내들었다.
뭔가 쓸만한 방어구라도 하나 건질 수 있을까 기대하던 아크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케이스 개봉과 함께 떠오른 정보창을 확인하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STK-VII(×3)
아이템 타입: 특수 수류탄(구세대 유물)
은하계에는 특별 조약에 의해 개발과 생산이 금지된 병기가 몇 가지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가 미립자 분해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일명 TK라고 불리던 기술입니다. TK는 특정 물체를 미립자 단위로 분해시켜 증발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파괴 기술로서, 이 기술이 적용된 병기는 일단 발동되면 어떤 방어구나 실드로도 막을 수 없는 궁극의 파괴력을 발휘합니다. 때문에 TK기술이 적용된 병기가 실전에 배치됐던 1차 우주전쟁 당시, 은하연방과 라마족은 수치화 시키기조차 힘든 수준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후 양국이 과학자들은 TK기술의 위험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TK기술이 적용된 병기가 남발된 지역은 일종의 블랙홀 같은 공간왜곡이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에 양국은TK 기술이 적용된 병기의 개발과 사용을 금지하는 특별 조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STK-VII는 이 특별 조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은하연방이 연구하던 개인 화기로, 소형 수류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투척과 동시에 직경 20미터 범위의 모든 물체를 미립자 단위로 분해시켜 괴멸적인 타격을 입히는 가공할 위력의 수류탄입니다.
《직경 20미터 범위에 방어력을 무시한 1,500의 무속성 데미지를 입힙니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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