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70)
아크 더 레전드-870화(870/875)
[870] SPACE 7. 마나홀 (PART : 1) (3)-마틴 후작…….
패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
그 중심에 서 있는 청년 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 속 인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좋은 말을 가졌군.
그는 바로 벨테란 공작, 그 앞의 청년은 이얀이었다.
너브 전쟁 이후, 벨테란 공작의 영지를 맡게 된 이얀은 그와 빈번한 만남을 갖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숨을 고르는 단계라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들 나름대로 은하연방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마틴 후작과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벨테란 공작이 불쑥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이에 이얀이 미간을 모으며 물었다.
“무슨 말입니까?”
-은하 3국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공식적으로는 아무 발표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미 한참 전부터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방금 전에 마나홀이라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직전에 마틴 후작이 라마와 아슐라트의 대사를 불러 회의를 했다고 하더군.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나?
“마나홀에 대해 알아낸 게 마틴 후작이라는 말입니까?”
-아니지.
벨테란 공작이 이얀을 흘기며 말을 이었다.
-답답하군. 지금껏 타투인의 연방군 사령부에 앉아 있던 녀석이 무슨 재주로 그걸 알아내겠나? 잊은 건가? 마틴의 뒤에서 움직이는 개척자를?
“아크!”
-그런 거다.
벨테란 공작이 금세 적의를 드러내는 이얀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보아하니 아직 먼 것 같아 보이는군, 네가 아크를 상대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무슨 말입니까? 저는 공작님이 때를 기다리라고 해서 참고 있는 겁니다! 그것만 아니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모르겠나, 그런 게 문제라는 것을?
“문제?”
-싸움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필연에 의해 하는 것이지. 안달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싸울 기회가 온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싸움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되지. 내가 기다리라고 한 이유다.
벨테란 공작이 눈매를 좁혔다.
-알겠나? 내가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마냥 시간을 죽이라는 말이 아니다. 준비하며 힘을 키우라는 말이다. 하지만 넌 그조차 못하고 있지.
“공작님도 지금 상황을 아시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이리나라는 녀석은 했지, 그 뭔가를.
“네? 이리나? 혹시 연방군 장교 말입니까?”
-이렇게 정보가 느려서야…….
이얀의 반응에 벨테란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이리나는 얼마 전에 연방군을 나와 이곳, 너브 지역에 와 있다. 아크가 아도니스 궤도에 띄워 놓은 모함의 관리자로. 그리고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지금, 몬스터의 습격을 피해 항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 연방군의 물자 수송을 맡았다. 나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뭐 이유는 너라도 알 수 있겠지.
“이리나가…….”
이얀이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벨테란 공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항해법을 알아내는 데 아크가 관여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관여하지 않았어도 뛰어난 동료를 옆에 두는 것 또한 능력. 그에 반해 너는 어떤가? 그 핌이라는 녀석 말이다. 너와 몰려다니는 놈들 중에서는 그나마 나은 녀석이었지만 결국 너를 떠났지.
“그, 그건…….”
-충고했을 텐데, 변명 따위는 듣지 않겠다고?
이얀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떠듬거리자 벨테란 공작이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끊었다. 그리고 노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분위기로 이얀을 압도하며 말했다.
-너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할 말은 이전과 다름없다. 너는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기회란 상대가 가장 경계하고 있을 때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 자중해라.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사실 이번 회합은 이얀의 신청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이번 사태로 궁지에 몰려 있는 아크를 더 압박하기 위해 전면적인 행동에 돌입하는 것을 허가받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며칠을 고민해 작전까지 생각해 두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것이다.
이얀은 그 불만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회의는 여기까지다. 물러가라.
그리고 이어지는 벨테란 공작의 말에 바람이 일 정도로 몸을 돌리고 방을 빠져나갔다.
-뛰어난 놈을 옆에 두는 것도 능력이라……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
벨테란 공작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긁어 놨으니 저 녀석도 좀 달라지겠지. 뭐 가망이 보이지 않으면 버리면 그만이고. 대체할 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흠, 그렇게 생각하니 그 핌이라는 녀석이 좀 아쉽기는 하군. 적어도 저 녀석보다는 나은 놈이었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혼잣말을 하던 벨테란 공작이 미간을 좁히며 중얼거렸다.
-마나홀이라…… 분명 어디서 들어 봤는데…….
* * *
은하 3국의 공동 개척 퀘스트!
이 소식이 은하계 전역에 전해지자 유저들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런 퀘스트는 모든 유저에게 주어지는 것이니 당연히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쟁률이 높은 만큼 제대로 완료하면 대박!
거의 로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저들이 들썩이는 이유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마나홀을 찾으면 마음 편히 항해할 수 있다!
지난 20여 일, 유저들은 목말라 있었다.
이전처럼 NPC에게 몽땅 떠넘기고 빈둥거릴 수 있는 워프 항해에!
심지어 돈이 썩어 나는 어떤 유저―예를 들면 카이저!―는 자체적으로 현상금까지 걸고 해결 방법을 찾고 있을 정도였고, 또 닥치는 대로 폭력을 휘둘러 대며 해결 방법을 찾는 유저―예를 들면 글라도스!―도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된 것이다.
-좋아! 모여!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로또를 위해! 빈둥거릴 시간을 위해!
-누구라도 좋다! 찾아라! 마나홀을!
마냥 사태 해결을 기다리며 술집에 죽치고 있던 유저들은 환호성을 터뜨리며 혹성 밖으로 뛰어나갔다.
함대를 이루고!
그러나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어떤 똑똑한 여자―예를 들면 이리나!―의 분석 결과에는 이면세계에 우주선이 많이 모여 있을수록 습격을 받을 확률도 급증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분석 내용은 사실이었다.
콰쾅! 콰쾅! 콰쾅!
그때부터 수직선을 그리며 치솟는 몬스터 습격률!
은하계 곳곳에서 날아오른 함대는 이면세계 곳곳에서 우주의 먼지가 변해 흩어졌다.
그리하여 분위기에 휩쓸려 뛰어나온 수많은 유저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덩달아 우주 보험회사들도 피눈물을 쏟아 내는 가운데!
“예상과는 다르지만 기회라고 했던 제 말이 틀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사내가 있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을 은하계의 모든 유저들이 나서서 찾아 주다니, 고맙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닙니까?”
이렇게 말하는 사내는 펜릴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펜릴이 생명의 나무를 동원해 찾고 있던 것이 바로 그 마나홀이었다.
물론 그 목적은 이면 세계의 몬스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전, 본래 대공이 찾던 것이었고, 이제 펜릴이 찾고 있던 것이다. 대공의 목적이 이제 펜릴의 목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펜릴이 돌아보자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던 호크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 남자, 이제 펜릴과 한배를 타고 있는 호크의 목적이기도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게 보였다.
“별거 아닙니다. 네, 확실히. 운이 따르는군요.”
“운?”
호크의 대답에 펜릴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세계가 원하고 있는 겁니다. 그로 인해 벌어질 피의 축제를,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 겁니다, 이 세계는.”
“그럼 좀 더 상황을 지켜보시겠습니까?”
“아니, 움직여야지요.”
펜릴이 몸을 돌리며 대답했다.
“설사 이 세계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손을 뻗지 않으면 아무것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찾아야지요, 마나홀을. 그리고…….”
SPACE 8. 마나홀 (PART : 2) (1)
파직! 파지지지!
우주 공간이 일렁이며 10여 개의 스파크가 떠올랐다.
그리고 링 모양으로 벌어지는 스파크 속에서 솟아 나오는 12척의 전함들!
“휴, 아슬아슬했다.”
선두의 은빛 전함 속에서 한숨을 불어 내는 사람은 아크.
-이번에는 정말 꼼짝없이 잡히는 줄 알았습니다.
-대체 몇 번이나 죽을 뻔한 건지…….
-이제 무섭지도 않아.
스크린 속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은 아사드와 히터, 마크, 기타 등등의 함대원들이었다.
그리고 대화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지금 아크 함대는 막 이면 세계의 몬스터를 피해 도망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이게 처음도 아니었다.
페리쉬에서 나와 여기까지 항해하는 사이에 수십 번이나 습격을 받았다. 그러나 이건 아크 함대가 운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뭐? 왜? 내가 뭐?
함대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스크린 구석에서 입술을 삐죽이는 바로 이 사내! 바로 데커드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 덕에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 알아채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거잖아! 알아? 니들은 지금 내 덕에 살아 있는 거라고!
이렇게 떠들어 대는 걸 보면 100% 데커드 때문이라고 말하며 패고 싶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바로 데커드의 목에 걸려 있는 ‘봉헌의 목걸이’, 그 펜던트에 박혀 있는 보석 ‘검은 혼’이다.
목걸이에 적혀 있던 대로 경고문은 심심해서 써 놓은 것이 아니었다.
아크는 페리쉬에서 나와 워프 항해를 시작했을 때 당연히 비정규 항로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리나가 이미 전함이 많을수록 습격률이 높아진다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알려 준 적이 있었지만, 비정규 항로로 이동할 때는 습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데커드를 달고 들어가자 불과 30분도 되지 않아 몬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이리나가 내놓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놈들은 이면 세계에서 전함의 에너지를 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비정규 항로를 이동할 때 습격을 받지 않은 건 그래서야. 정규 항로의 몇 배나 되는 전자기장과 중력장이 전함의 에너지 파장을 가려 주고 있었던 거다.’
물론 이전까지 아크가 비정규 항로를 이용한 것은 거기까지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답이었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데커드와 합류하자마자 그런 효과가 사라졌다면 그 목걸이 때문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얼마 전에 도착한 마틴 후작의 메시지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임무만 성공하고 돌아오면 네 요구는 다 수용하겠다.
그리고 얼마 전,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 전멸한 연방군 17사단 휘하 3보급 함대 기함의 블랙박스가 회수되었다. 거기에는 함대를 습격했던 몬스터가 알려지지 않은 언어로 말을 하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는데, 정보부가 해독에 성공했다. 혹시 도움이 될지 몰라 첨부한다.
-여기에는 없는 건가…… 대체 어디 있는 거냐…….
메시지와 함께 흘러나오는 섬뜩한 목소리.
고대 신의 둥지에서 아크가 들었던 몬스터의 언어였다.
뭐 시기적으로 생각하면 뒷북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지만, 아크는 그것으로 꽤 많은 의문을 풀 수 있었다.
먼저 초기에 몬스터의 활동 범위가 한정적이었던 이유.
그때 몬스터들은 데커드를 추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데커드는 그 이후로 개척지 변경의 혹성에 숨어 버섯 재배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에 데커드의 종적을 놓쳐 버린 몬스터들은 수색 범위를 은하계 전역으로 확대!
‘애먼 개척자들을 박살 냈지.’
이건 뭐,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었다.
결국 이 사태가 벌어진 이유도! 그 피해가 은하계 전역으로 확산되어 20여 일이나 지속된 이유도! 다 데커드 때문이라는 말이니까.
‘하지만 이제 곧 그것도 끝난다!’
아크가 그런 위험하기 짝이 없는 데커드를 달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그것이다.
드디어 찾은 것이다, 마나홀이 있을 유력한 장소를!
그러나 아크에게 그 정보를 전해 준 사람은 지금도 무수히 우주로 날아오르고, 무수히 박살 나고 있는 유저들이 아니었다. 아니, 그녀 역시 유저였지만 아크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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