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871)
아크 더 레전드-871화(871/875)
[871] SPACE 8. 마나홀 (PART : 2) (2)-짐작 가는 곳이 있어요.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이 영롱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리나였다.
-전에 얘기한 거 기억하죠? 내가 모은 데이터 중에 워프에 진입해 1시간이 되기 전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은 우주선은 전체의 0.5%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던 거 말이에요.
뭐 그런 내용까지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계속 말해 보세요.”
-실은 그때 미처 얘기하지 못했던 게 있었어요. 그때는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게 뭔데요?”
-바로 그렇게 빠른 시간에 습격이 이루어진 장소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거예요.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습격률은 비정상적으로 높아요. 다른 지역의 3~4배. 아니, 좀 더 범위를 확대시키면 그 이상이에요.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몬스터의 습격률이 다른 곳보다 높다면…….”
-다른 곳보다 많다는 거죠.
이리나가 아크의 말을 받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그때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왜 유독 그 지역에 몬스터가 많이 모여 있는지는 알 수 없었죠. 그런데 공동 퀘스트를 받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마나홀이라는 게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야 하는 장소라면서요? 그 해결이라는 게 뭐죠? 몬스터를 다시 봉인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만약 몬스터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
아크는 그제야 이리나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이해했다.
몬스터들이 ‘검은 혼’을 되찾으려 하는 이유는 그게 놈들을 다시 봉인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열쇠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마나홀!
‘검은 혼’은 마나홀의 에너지를 충전해야 비로소 놈들을 봉인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몬스터들이 취할 행동도 두 가지. ‘검은 혼’을 찾는 것과 누군가 ‘마나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 몬스터들이 특정 장소에 많이 모여 있다면 후자밖에 없었다.
이미 이리나는 수송 방법을 찾을 때 몬스터가 이면 세계를 항해하는 전함의 에너지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마나홀은 우주와 이면 세계를 관통하는 에너지. 놈들이 그 엄청난 에너지의 파장을 감지하지 못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마틴 후작이 보내온 녹음 파일로 이미 놈들이 생각 없는 몬스터가 아닌, 언어까지 구사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하지만…….’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
개척자가 마나홀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런 자신들의 움직임이 마나홀의 위치를 알려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이건 몬스터가 멍청한 게 아니다. 이리나가 대단한 거다.
아크도 그런 방법으로 마나홀을 찾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못하고 있었으니까! 더구나 다른 유저와 달리 그녀는 모함에서 모은 데이터만으로 그런 답을 찾아낸 것이다.
“아유! 예뻐! 대체 누구 여자 친구이기에 그렇게 똑똑해요?”
-아직 확실한 건 아니에요.
아크의 호들갑에 이리나가 쑥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아니, 전화를 받았을 때는 아직 경험해 보기 전이었지만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
‘검은 혼’을 찾아 비정규 항로에까지 나타나는 몬스터! 그리고 고대 신의 둥지와 데커드, 마틴 후작을 통해 모은 정보에 이리나의 말을 더하면 흩어진 퍼즐이 맞춰지듯이 모든 그림이 딱 들어맞는 것이다.
“위치는 알고 있죠?”
-물론이죠. 하지만 그런 장소는 세 곳이나 돼요. 제가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제가 입수한 정보에도 마나홀이 하나만 있다는 얘기는 없었어요. 세 곳 다 마나홀일 수도 있어요. 그런 건 직접 가서 확인해 보면 돼요.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도 하고.”
-그렇기는 하지만…… 거기가 마나홀이든 아니든 몬스터가 많이 모여 있는 것만은 확실해요. 그냥 우주를 비행하는 게 아니라면 위험할 텐데…… 그래도 갈 거죠?
“걱정 말아요.”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마틴 후작에게 임무 중에 발생하는 피해를 다 보상해 주기로 약속받았거든요.”
-누가 돈 때문에 걱정하는 줄 알아요?
이리나가 짐짓 토라진 목소리로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아크는 영상 통화로 전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런 때의 이리나는 정말 귀여우니까!
“네, 살아서 돌아가죠.”
-진즉 그렇게 대답했어야죠. 흥, 됐어요. 이제 죽든 말든. 좌표 보낼게요.
그렇게 이리나가 보내 준 3개의 좌표!
* * *
‘그리고 여기가…….’
아크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리나에게 3개의 좌표를 전송 받은 것이 어제저녁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크 함대는 그중 페리쉬에서 가장 가까운 좌표에 도착해 있었다. 전면 창 너머로 보이는 옅은 노란색의 혹성, 아폴리온이 바로 그 장소였다.
그러나 창 너머로 보인다고 바로 앞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아폴리온까지는 수백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일반 항해로는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 평소라면 당연히 워프를 했겠지만.
“이제 워프는 무리다.”
아크가 함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페리쉬에서 막 출발했을 때도 30분 만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어둠의 혼’ 때문에 몬스터의 반응이 빨라진 탓이겠지만, 그 덕에 피할 수 있었다.
몬스터가 공간을 찢고 나오기 전에 ‘어둠의 혼’이 반응해 바로 워프 게이트를 생성, 전투에 걸리기 전에 이면 세계를 빠져나온 것이다.
그러나 간격이 점점 좁아졌다.
아폴리온과 가까워질수록, 30분이었던 것이 20분, 10분, 급기야 2~3분으로 줄어들었다. 숫자도 대여섯 마리였던 것이 방금 전에는 한꺼번에 10여 마리나 나타났다. 심지어 그중에는 크기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놈도 섞여 있었다.
당연하다. 지금 아크는 몬스터가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놈들의 습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놈들이 아무리 강해도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이면 세계뿐. 그리고 아직 아폴리온까지 꽤 거리가 남아 있지만 꼭 워프를 해야 하는 거리는 아니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이제 일반 항해로 이동하면 안전하게 아폴리온까지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지만.
“형님, 함대입니다!”
그때 헤겔이 고개를 돌리며 보고했다.
“함대?”
“네, 숫자는 8척! 좌측 10시 방향에서 저희 쪽으로 빠르게 접근해 오고 있습니다!”
아폴리온은 개척지의 끝자락에 위치한 혹성이다.
게다가 아직 대부분의 유저들은 모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무수한 몬스터가 모여 있었다. 원래 인적이 드문 곳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우주선, 그것도 함대라니?
‘잘은 모르겠지만…….’
“진형을 갖추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
잠시 생각하던 아크가 함대원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그렇게 잠시, 레이더에 잡힌 함대가 육안으로도 확인될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였다.
“상대가 통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연결하라.”
아크의 대답과 동시에 스크린 상부에 한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을 확인한 아크의 눈이 이따만 해졌다.
-아크, 역시 너였군.
“에리얼?”
스크린 속에서 아크를 바라보는 사내는 다름 아닌 에리얼!
세븐 소드의 일인이자…….
-쳇!
아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유저였다.
“네가 왜 여기에……?”
-뭐냐? 그 질문은? 나는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거냐?
“에? 아니, 뭐…… 젠장! 질문도 못 하냐? 이 넓은 우주에서 마주쳤는데 그 정도는 물을 수 있잖아?”
-질문의 저의가 기분 나쁘다는 거다.
“저의?”
-너만 머리가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게 무슨…….”
갸웃거리던 아크가 움찔하며 다시 에리얼을 바라보았다.
그 대답으로 에리얼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세븐 소드씩이나 되는 녀석이 함대까지 대동하고 이런 곳에 있다면 이유는 하나! 에리얼도 알아낸 것이다.
아폴리온이, 마나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력한 후보지 중 하나라는 것을 말이다.
뿐만 아니라…….
-너는 몇 군데나 알아냈지?
에리얼이 살짝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마나홀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를 몇 개나 찾았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이에 아크는 잠시 고민했지만 숨길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좌표를 말해 주는 것도 아니었고…….
“세 곳이야.”
-쳇, 정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크의 대답에 에리얼이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 말대로, 그런 장소가 여러 개라고 말하는 것은 그 역시 이리나와 같은 방법으로 이 장소를 찾아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싫은 표정을 지어야 할 사람은 아크였다.
모든 유저에게 주어진 《마나홀 수색!》 퀘스트는 당연히 아크와 함대원들도 받았다. 다시 말해 에리얼은 경쟁자라는 말이다. 그리고 아직은 에리얼도 아폴리온에 들어가 보지는 않은 것 같지만 경쟁이라면 아크 함대가 불리하다.
에리얼은 카이저, 바론과 한 세트!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은 나머지 2명도 알고 있다는 말이다.
-이미 카이저 님과 바론은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아크와 달리 그들은 셋으로 나뉘어 동시에 세 곳을 모두 조사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마나홀이 하나뿐이고 그게 아폴리온 외의 지역이라면 당연히 카이저나 바론이 먼저 발견. 아크는 《마나홀 수색!》 퀘스트의 보상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게 딱히 나쁜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마나홀을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 사태를 끝낼 수 있다면 누가 마나홀을 찾든 상관없어. 애초에 내가 마틴 후작에게 마나홀을 찾는 퀘스트를 발동시켜 달라고 부탁한 이유가 그거니까.’
뭐 이리나가 그런 정보를 찾아내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굳이 마틴 후작에게 그런 부탁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지금 아크에게는 《마나홀 수색!》보다 중요한 퀘스트가 있었다.
-《용의자 X를 찾아라!》 퀘스트가 《사건의 중심으로!》로 갱신되었습니다.
이거다.
아크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마틴 후작의 답장이 도착하자 《용의자 X를 찾아라!》가 《사건의 중심으로!》 퀘스트로 갱신된 것이다.
그리고 이 퀘스트의 보상 중 일부는 이미 정해졌다.
퀘스트에 참가한 뒤로 아크 함대가 받은 피해 보상과 경비 일체! 그리고 앞으로 받을 피해 보상과 경비 일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받은 아크 사업체의 적자 일체―보증이지만―! 물론 거기에 +α가 붙겠지만 일단 그것만으로도 적은 보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하나 더! 하이데커의 일지로 받은 《거짓된 신의 봉인》 퀘스트도 있다.
그러니 지금은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의 부산물에 불과한 《마나홀 수색!》 1등 수상자의 영광 따위는 누가 가져가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최종 목표!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리얼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왜 이 근처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던 거야?”
-얼쩡?
에리얼이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일일이 그런 식으로 반응하지 말라고! 그리고 사실이 그렇잖아. 왜 여기까지 와서 아폴리온에 들어가지도 않고 이런 곳에 있느냐고.”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뭘?”
-좀 더 가 보면 안다. 따라와라.
에리얼이 함대를 돌려 아폴리온으로 날아가며 말했다.
그리고 아크 함대도 그 뒤를 따라 아폴리온과 거리를 좁혀 가고 있을 때였다.
-뭐, 뭐야 저게?
-모, 몬스터? 저게 다 몬스터야?
함대원들이 입을 쩍 벌리며 당혹성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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