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92)
아크 더 레전드-92화(92/875)
[92] SPACE 6 아웃랜드 (2)‘하지만…….’
철컥, 촤르르르.
전면전을 벌이는 벨로스가 휘청거리며 물러난 사이, 아크는 재빨리 임팩트 블레이드의 실린더를 젖혔다. 그러자 연기와 함께 4개의 탄피가 우수수 떨어졌다.
‘이걸로 끝장을 내주지!’
실린더에 4발의 탄환을 채우고 실린더를 다시 잠근다.
그야말로 손가락에 피멍이 들 정도로 연습한 덕분에 순식간에 재장전을 마친 아크가 튕기듯 쏘아져 나가며 벨로스의 품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벨로스가 아크의 머리통을 물어뜯으려는 찰나, 아크는 검을 세워 놈의 턱을 향해 수직으로 내질렀다.
칼날이 턱 관절을 부수며 쑤셔 박히는 감각이 전해졌다.
순간 방아쇠에 걸려있던 아크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집탄사격!”
철컥, 철컥, 철컥, 퍼퍼펑—!
3발의 탄환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집탄사격!
게다가 이번에 장전한 것 평범한 탄환이 아니었다. 생명체에 추가 데미지를 주는 화염탄!
-헤드샷!
《적의 머리에 타격을 입혀 150%의 추가 데미지가 적용됩니다.》
-화염탄에 의해 적의 생체조직에 화염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탄환 수×5의 추가 데미지. 발화로 인해 1분 간 50의 데미지를 받습니다.》
메시지가 주르륵 떠오르며 벨로스의 머리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크아아아아! 끼아아아아!]머리가 불길에 휩싸이자 벨로스가 괴성을 질러대며 발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미 빈사상태까지 몰려있던 벨로스는 움직임이 점점 둔해지더니 이내 몇 걸음 떼어놓다가 풀썩 쓰러졌다. 그때 붉게 변해있던 방어막이 유리처럼 깨져나가며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벨로스에게 백스텝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그와 함께 쫙 빨려나가는 생명력!
결국 마인드 실드로 만든 방어막이 깨져버린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젓듯 받아온 데미지에 백스텝까지 더해지자 생명력이 40%넘게 깎여나갔다.
그러나 빙글 몸을 돌린 아크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이제 너 하나만 남았다!”
거칠 것 없는 탐욕을 뿜어내는 아크의 눈동자!
뒤에서 가열 찬 공격을 퍼붓던 벨로스가 움찔하며 뒷걸음칠 정도!
그러나 벨로스도 나름 아웃랜드의 포식자 가운데 하나! 게다가 남편인지 부인인지, 아니면 그냥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료가 머리가 시커멓게 구워지는 비참한 몰골로 당했다는 원한도 있었다.
[크르르르! 크아아아아!]벨로스가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안타깝게도 벨로스는 산수도 제대로 못하는 몬스터였다.
둘이 덤벼서 아크의 생명력을 겨우 40% 줄였다. 그러나 방금 한 마리를 머리구이가 되어 버렸다. 남은 벨로스가 갑자기 기연 같은 깨달음을 얻어 전투력이 2배쯤 강해져도 승산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물며 복수에 눈이 뒤집혀 무턱대고 달려드는 데야…….
“소닉 소드! 임팩트 샷!”
서걱서걱! 탕! 탕! 서걱서걱! 탕! 탕!
칼에 썰리고 총알에 맞아 구멍이 뻥뻥 뚫리고…….
1대 1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벨로스는 보기도 민망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안타깝게도 벨로스는 기연 같은 깨달음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쉬지 않고 머리통을 두들겨 맞은 덕분에 없던 산수 능력이 생긴 모양이다.
벨로스의 생명력이 10%아래로 떨어졌을 무렵.
[크르르르…… 크앙! 크앙!]미친 듯이 들이대던 벨로스가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뒷걸음쳤다.
그리고 짖어대듯이 괴성을 터뜨리다가 와락 몸을 돌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크의 얼굴에 짜증이 번진 것은 그때였다.
‘놓치면 귀찮아진다!’
사실 벨로스를 상대할 때 골치 아픈 게 이것이었다.
벨로스는 한 마리만 남은 상태로 궁지에 몰리면 때때로 이렇게 도망칠 때가 있었다.
처음 벨로스와 싸웠을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고, 또 아크 역시 빈사상태라 그냥 놔두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벨로스의 시체를 뒤적거리고 있을 때였다.
[크와아아아아!] [카악! 카악! 카악! 쿠오오오!]울창한 넝쿨 사이에서 수십 쌍의 붉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지금 벨로스는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근처에 사는 벨로스들에게 아크의 만행(?)을 일러바치러 가는 것이다. 그때 아크는 배틀슈트를 걸치고도 탈출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리고 배틀슈트의 마나를 소진할 때까지 회복 앰플을 들이키며 수십 마리의 벨로스에게 개 쫓기듯 도망 다녀야했다. 그러나 그것도 도망칠 여력이 있을 때의 얘기다. 한 번은 완전히 포위되어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아크는 단숨에 6레벨이 올라갔다.
아크가 아웃랜드에 들어온 지 엿새만에 9레벨 가운데 6이 그때 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공짜는 아니었다. 그때 아크는 6레벨을 올리기 위해.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기해야했던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건 바로…….
‘젠장, 그런 생각이나 할 때가 아니야! 놓치면 엿 된다!’
아크는 곧바로 벨로스에게 따라붙으며 검을 휘둘렀다.
“놓칠 것 같으냐? 받아랏, 결박의 검!”
공격력이 50%감소하는 대신 적을 1~3초 간 묶어둘 수 있는 서바이버 스킬!
1~3초라도 일단 발만 묶으면 어떻게든 놈을 처리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공격이 적중했습니다!
《그러나 집중력이 부족해 벨로스를 결박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빌어먹을! 결박의 검!”
-공격이 적중했습니다!
《그러나 집중력이 부족해 벨로스를 결박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서바이버 코팅을 받아 얻은 스킬은 3개.
그 중 스텔스와 마인드 실드는 처음에 걱정했던 것과 100%는 아니라도 나름 꽤 쓸만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때문에 만족스러워하고 있었지만 딱 하나!
결박의 검만은 예외였다.
다른 스킬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전투 초반에 사용하는 것이라 집중하기도 그만큼 쉬웠다. 그러나 결박의 검은 공격력을 50%나 희생하면서도 고작 1~3초 동안 적을 묶는 것 뿐이라 여유가 있을 때는 사용할 필요가 없는 스킬이었다.
굳이 사용해야한다면 지금처럼 적에게 포위 당하거나, 반대로 적이 도망칠 때.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는 스텔스나 마인드 실드를 사용할 때처럼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쫓기거나 추격해야하는 상황이니 집중력을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렇지 않아도 결박 확률이 30%밖에 되지 않는 스킬인데 집중력까지 떨어지니 결과는 뻔하다.
미스! 미스! 미스!
그래도 모처럼 배운 스킬이다.
요령을 익히기 위해 전투가 벌어지면 최소 한 두 번은 사용해보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대로 결박이 발동한 것은 엿새 동안 고작 5번 밖에 되지 않았다.
발동확률은 30%지만 성공확률은 1%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결박이 발동하지 않으면 결박의 검은 그냥 공격력을 50%깎아먹는 기술에 불과했다.
‘괜히 별 1개 짜리 스킬이 아니었어!’
그런 주제에 정신력은 소닉 소드나 집탄사격보다 많은 50이나 잡아먹는다.
그런 스킬을 연달아 사용하니…….
“결박의 검!”
-정신력이 고갈되어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휴식이나 정신력 향상 앰플을 사용해 회복해야합니다.》
서바이버 코팅을 받은 아크의 정신력은 현재 800대.
그러나 스텔스와 마인드 실드가 잡아먹는 정신력이 각각 200이다.
전투 시작과 동시에 400의 정신력을 소모하는 것이다. 거기에 한 마리를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소닉 소드와 집탄사격을 줄기차게 사용하고, 50짜리 결박의 검까지 난사하니 정신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젠장, 아예 봉인을 해버리던지 해야지 이건 뭐…….’
결박의 검이 아니라 스트레스의 검이라고 불러야할 지경이다.
어쨌든 스트레스의 검으로 쓸데없이 정신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벨로스와의 거리가 10미터나 벌어졌다. 야생 몬스터인 벨로스는 당연히 아크보다 이동속도가 빠른 것이다. 게다가 넝쿨이 뒤엉킨 숲이라 이곳에서는 에어보드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크도 결박의 검만 믿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지. 어떤 정신나간 유저가 성공확률 1%짜리 스킬만 믿고 이러고 있겠는가?
‘좀 전에 정찰할 때 이 근처에서 분명히…… 있다!’
넝쿨을 헤치며 벨로스를 추격하던 아크가 씨익 웃었다.
‘거리는 불과 10미터. 이 정도 거리라면 아무리 나라도…….’
그리고 임팩트 블레이드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힘차게 앞으로 내밀었다.
탕—! 탕—! 탕—! 탕—!
뒤이어 4발의 총성이 숲을 뒤흔들었을 때였다.
돌연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푸른빛이 번쩍이더니 벨로스가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그 옆에는 시퍼런 스파크를 뿜어 올리는 선인장이 있었다.
바로 일렉티아!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전기를 뿜어내는 괴상한 선인장이었다.
처음 아웃랜드에 들어왔을 때는 전투 도중에 선인장을 건드려 피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아크도 아웃랜드에 들어온 지 엿새나 되었다. 전투 전에 미리 주변을 살펴 위험요소를 파악해두는 것은 기본, 이제는 오히려 역으로 이용할 정도로 익숙해져있었다.
이게 아웃랜드에서 정찰이 중요한 이유였다.
뭐 어쨌든…… 일렉티아에 감전되면 5분 간 모든 능력치가 10%나 감소하고 님프에 에러가 발생해 재 부팅이 될 때까지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보다 전투 시에는 그보다 치명적인 페널티가 10초간 몸이 마비되는 상태이상이었다.
도망치던 중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크으, 헥헥! 크르르르, 헥헥!]벨로스가 바닥에 뻗은 채 혀를 길게 내밀고 헥헥거렸다.
막상 무지막지한 공룡 같은 놈이라도 그러고 있는 걸 보니 좀 불쌍하다.
그러나 지금 아크에게는 공룡의 사정 따위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아직 벨로스의 생명력이 10%나 남아있다. 그리고 이미 처음 있던 장소에서 꽤 멀리까지 도망친 상태였다. 근처에 다른 벨로스가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만약 마비가 풀리기 전에 남은 생명력을 없애지 못한다면!
‘내가 위험해진다!’
카각! 카각! 카각! 카각!
아크는 헐떡거리는 벨로스에게 속사포 같은 공격을 퍼부었다.
그렇게 벨로스의 생명력이 4%대까지 떨어진 순간! 그 사이에 회복된 정신력을 쥐어짜 필살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자, 이게 마지막이다! 집탄사격!”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아차!’
아크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이제 당당히 아크의 필살기로 자리잡은 집탄사격. 집탄사격으로 헤드샷을 먹이면 고작 4%대의 생명력밖에 남지 않은 벨로스는 일격에 숨통이 끊어지리라.
그러나 마음이 앞선 나머지 아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임팩트 블레이드의 장전 탄환 수였다. 임팩트 블레이드에 장전할 수 있는 탄환은 4발. 그리고 그 4발의 탄환은 방금 전에 일렉티아를 방전시키기 위해 모두 사용해버린 것이다.
[끼야아아아아아아—-!]순간 마비가 풀린 벨로스가 숲을 쩌렁쩌렁 울리는 괴성을 뿜어냈다.
그 직후 아크의 검에 숨이 끊겼지만…….
‘……와, 왔다!’
아크가 창백한 얼굴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버석버석! 버석버석!
벨로스의 괴성이 숲에 퍼져나간 직후.
주위의 수풀이 들썩이며 어둠 속에서 수십 쌍의 붉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동료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벨로스 떼였다. 레벨 65짜리 몬스터 수십 마리! 놈들에게 포위되면 이미 생명력이 바닥난 아크는 순식간에 뼈만 남게 되리라.
“빌어먹을! 기갑무장!”
아크는 곧바로 배틀슈트를 걸치고 냅따 도망쳤다.
그러나 배틀슈트를 입어도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벨로스를 따돌리기는 무리였다. 게다가 놈들은 이미 아크를 포위하고 있는 상황. 사방에서 날아드는 어금니와 발톱이 날아들자 20%대까지 떨어져 있던 생명력이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무리다! 이대로는 뒈진다! 하지만…… 하지만…….’
아크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대로 죽으면 지난 엿새동안 올린 레벨 9의 경험치가 날아간다. 그 경험치를 얻기 위해 치러야했던 대가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살아 남아야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게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갤럭시안의 절대 법칙!
“빌어먹을—!”
아크는 욕설을 내뱉으며 작은 물체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순간!
퍼펑! 콰지지지지지!
작은 물체가 폭발하며 일대의 공간이 검은 기류에 휩싸였다.
아크를 쫓아오던 벨로스 떼가 그 검은 기류에 휩싸이는 순간, 몸이 마치 모래처럼 부서져 내리기 시작하더니 수십 마리가 순식간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아크의 표정은 침통하기 짝이 없었다.
‘빌어먹을, 이걸로 벌써 STK-VII를 2개나…….’
며칠 전 지금처럼 벨로스 떼에게 둘러싸였던 아크가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 아니,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험치를 챙길 수 있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STK-VII!
직경 20미터 공간의 모든 적에게 1,500의 데미지를 입히는 무지막지한 파괴력의 수류탄. 심지어 방어력 무시! 다시 말해 생명력이 1,500이하라면 몬스터든 유저든 한 방에 몰살시켜 버릴 수 있는 일발 역전의 무기!
당연히 아크는 STK-VII를 비장의 카드로 고이고이 간직해 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전에 벨로스 떼에게 포위 당해 어쩔 수 없이 하나를 사용해버린 것이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