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93)
아크 더 레전드-93화(93/875)
[93] SPACE 6 아웃랜드 (3)수십 마리의 벨로스 떼가 한순간에 증발!
덕분에 아크는 그 한번의 전투로 단숨에 레벨이 6이나 올릴 수 있었지만…….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레벨 60~70대의 적은 수십 명이 몰려들어도 일격에 몰살시킬 수 있어. 다시 말해 STK-VII를 가지고 있는 한 무적! 목숨을 여벌로 몇 개는 더 가지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어. 맙소사, 그런 귀한 수류탄을 고작 벨로스 따위 때문에 낭비하다니!’
STK-VII의 위력을 실감한 아크는 피눈물을 쏟을 정도로 아까웠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벨로스의 떼죽음과 동시에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그렇게 올라간 레벨이 4!
그러나 아크는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 덕분에 100%죽을 상황에서 살아남았지만!
덤으로 며칠을 사냥해야 올릴 수 있는 경험치도 얻었지만!
그 대가로 목숨과 동등한 가치를 가진 STK-VII이 하나 더 줄어든 것이다. 이제 남은 STK-VII는 달랑 하나!
“젠장, 너무 욕심을 부린 건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지만 이미 써버린 아이템이다.
게다가 애초에 STK-VII를 고이고이 간직해두려고 했던 이유도 이럴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목적에 맞게 쓰여진 셈이지만…….
그래도 역시 아까운 건 아까운 것이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위력의 STK-VII도 단점은 있었다. 그 폭발에 휘말린 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STK-VII로 처리한 벨로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은 0. 그나마 되져볼 시체라도 남아있는 것은 아크가 검으로 쓰러뜨린 처음의 두 마리뿐이었다.
아크는 한숨을 푹푹 불어내며 몸을 일으켜 처음 벨로스를 습격했던 장소로 돌아갔다.
터덜터덜 걸어가 시체를 뒤적이자 ‘벨로스의 가죽’을 몇 장 얻을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가죽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하급 가죽이지만 아직 저레벨 유저가 많아 그럭저럭 괜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재료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아크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부러 벨로스를 찾아다닌 이유는 이딴 가죽이나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벨로스가 쌍으로 있었으니 분명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텐데…….”
아크가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를 잠시.
이내 빽빽한 하게 우거진 넝쿨 아래에 숨겨진 둥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크의 타겟은 벨로스가 아닌 바로 이 둥지, 벨로스의 둥지였다.
“쳇, 이번에도 헛 탕인가?”
둥지를 살펴본 아크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아크가 벨로스의 둥지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아웃랜드의 몬스터들은 장비품을 떨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전리품은 대부분 가죽이나 뼈, 살덩이, 광석 같은 재료아이템이었다. 그런 벨로스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몬스터와 달리 벨로스는 주변에서 잡다한 물건을 쓸어모아 둥지에 갖다놓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잡다한 물건 가운데는 때때로 개척자가 떨군 장비품도 섞여있는 것이다.
지금 아크가 신고 있는 신발이 그런 장비품이었다.
-개척자의 부츠(매직)
아이템 타입: 신발 착용제한: 레벨 50
방어력: 15 내구도: 8 50
초보 개척자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신발입니다. 대체적으로 이런 가죽 부츠는 몬스터의 가죽으로 제작되어, 그 몬스터가 서식하는 혹성의 환경에 가장 적합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츠는 고급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해 종아리까지 감싸도록 제작되어 테라포밍이 되지 않은 이스타나 아웃랜드의 각종 유해 물질로부터 발을 안전하게 보호해 개척자가 거리낌없이 걸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자연적인 유해 환경에 노출됐을 때 피해를 5%줄여줍니다.》
매직템!
방어력이나 옵션은 그저 그렇지만 착용제한 레벨이 아크에게 딱 맞는 신발이었다.
아직 장비품을 풀 셋으로 갖추지도 못한 아크에게는 감지덕지. 때문에 아크는 그때부터 아예 벨로스를 타겟으로 잡고 둥지 털기에 전념했지만, 기대만큼의 소득은 아직 없었다. 장비품이 더러 나오기는 했지만 레벨 30대의 일반 품이라 큰 메리트가 없었던 것.
이번에 찾은 둥지에도 거의 고철이 된 녹슨 검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둥지에서 얻을 수 있는 전리품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알은 5개나 있네?”
아크가 흐뭇한 표정으로 둥지에 놓여있는 알을 바라보았다.
사실 아크가 벨로스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바로 이 알을 얻기 위해서였다.
보통 둥지에 2~5개까지 있는 이 알은…….
“만복도도 많이 내려갔으니 기념으로 일단 하나 먹어볼까?”
아크가 냉큼 알을 집어들고 위아래, 뽕뽕 구멍을 뚫고 한 입에 들이켰다.
-벨로스의 알을 섭취했습니다.
약간의 독성이 있었지만 ‘강철같은 위장’ 덕분에 문제없이 소화했습니다.
고밀도의 영양성분이 다량 포함된 벨로스의 알을 섭취해 부가 능력치를 얻었습니다.
《만복도 +60%, 3분에 걸쳐 생명력과 정신력이 800만큼 회복됩니다.》
※1시간 동안 각종 상태이상의 저항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
이게 아크가 벨로스의 알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
알 하나만으로 만복도가 60%나 올라가고 생명력과 정신력이 800이나 회복된다. 게다가 고단백 저칼로리 음식이라 1시간 동안 상태이상 저항력 30%상승! 언제나 각종 상태이상의 위험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아웃랜드에서는 가장 필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엿새, 아웃랜드에서 찾을 수 있는 각종 나무 열매나 몬스터의 고기를 모두 먹어봤지만 벨로스의 알처럼 페널티 없이 부가능력치를 올려주는 음식은 없었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은…….
“따지고 보면 이 알은 벨로스의 자식이나 다름없는데…….”
부모를 해치우고 자식을 잡아먹는, 그야말로 천인공로 할 짓이었다.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에 어머니가 임신했다는 얘기를 들은 아크로서는 아무리 몬스터라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치킨이나 삶은 계란도 못 먹는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생명을 빼앗아야하는 죄 많은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내가 지금 몬스터 걱정할 때냐? 쭉쭉 성장해 루시퍼를 막지 못하면 택산 지구의 부동산이 똥이 될 판이라고. 그런 식으로 가진 돈 다 털리면 내 동생 장난감은? 분유 값은? 학비? 경제관념 없는 아버지나 어머니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단 말이지! 나밖에 없어! 그래, 동생을 위해서라면 나 아크, 피도 눈물도 없는 악귀가 되리라!’
언제나 정신무장 하나만큼은 철저한 아크였다.
덕분에 가방에는 지난 며칠, 닥치는 대로 벨로스 둥지를 털어 모은 알이 70개나 있었다.
한동안 식량 걱정은 안하고 살아도 될 양이었다.
“하지만…….”
아크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정보가 부족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했지만, 역시 썩어도 아크(?)!
엿새가 지난 지금은 아웃랜드의 환경에도 완전히 적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방금 전의 레벨 업까지 무려 13레벨을 올렸고, 비록 잡템이지만 그럭저럭 발품 값은 받을 수 있는 아이템도 꽤 모을 수 있었다.
그뿐인가? 이런 불모지에서는 필수품인 식량도 고단백 저칼로리 벨로스의 알을 70개 모아뒀으니 배 곪을 걱정도 없었다. 그런 성과에도 불과하고…….
“그게 STK-VII를 쓰지 않고 얻은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3개나 써버린 STK-VII를 생각하면 역시 아깝다.
“젠장, 이제 알도 넉넉하게 모았으니 벨로스 사냥은 그만두는 편이 좋겠어. 괜히 욕심부리다가 지금처럼 또 수십 마리가 몰려나오면 하나밖에 남지 않은 STK-VII까지 써버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아크가 아웃랜드로 들어온 목적은 단순한 앵벌이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마틴 후작에게 받은 《자렘 잠입》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숨겨진 도시라도 일단 목적지까지만 오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베실에서 자렘이 있다는 곳까지는 1,000킬로미터.
걸어왔다면 아무리 게임 속이라도 한 달은 걸렸겠지만 아크에게는 에어보드가 있었다.
아웃랜드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아무리 에어보드를 타고 이동해도 간간이 몬스터의 습격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먼저 습격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데 눈 돌리지 않고 날아온 덕분에 나베실을 출발한지 이틀만에 퀘스트 수행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틴 후작이 준 정보는 자렘의 정확한 위치가 아니었다.
아니, 자렘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었다면 애초에 아크에게 퀘스트를 주지도 않았으리라.
마틴 후작이 아크에게 알려준 정보는 근방, 그러니까 자렘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경 100킬로미터 범위의 지역이었다.
‘그걸 정보랍시고 준 게 어이없지만 그래도 자렘은 도시다. 바늘 하나 찾아내라는 것도 아니고, 도시를 찾는 일이니 에어보드를 타고 돌아다니면 하루도 걸리지 않을 거야. 봉쇄된 도시에 들어가는 게 문제지, 도시를 찾아내는 건 걱정할 일이 아니야.’
아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나흘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지 오늘로 나흘, 여전히 도시는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냥에 정신이 팔려서가 아니었다. 아크가 지금처럼 마틴 후작이 지정해준 범위를 벗어나 사냥을 하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3~4시간. 나머지 5~6시간은 눈을 부라리며 에어보드를 타고 자렘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나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 도시는커녕 다른 유저나 NPC조차 만나지 못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틴 후작이 지정해준 장소는 바로…….
“그나마 만약을 위해 이런 장비라도 사들고 오기를 잘했지. 빌어먹을 마틴 후작, 정보를 주려면 좀 제대로 주던지. 까딱했으면 다시 나베실까지 갔다 와야할 뻔했잖아?”
알을 챙긴 아크가 구시렁거리며 숲을 가로질렀다.
그렇게 잠시, 넝쿨 밖으로 나온 아크가 에어보드를 꺼내들었다.
“가자! 오늘은 기필코 찾아내고 말 테다!”
위이이이이이—!
아크가 올라타자 에어보드가 바람을 가르며 아웃랜드를 가로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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