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k The Legend RAW novel - Chapter (97)
아크 더 레전드-97화(97/875)
[97] SPACE 8 검은 물밑에서……. (2)“제가 찾아보겠습니다.”
[뭐, 뭐라고? 지금 자네 뭐라고 했나?]“제가 금역으로 들어가서 어린 자렌족을 찾아보겠다고 했습니다.”
[무, 무슨 그런…… 못 들었나? 금역은 한 번 들어가면 살아서 나오지 못하는 곳이야.]“그래서 제가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아크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개척자입니다. 미지(未知)야말로 개척자가 추구해야하는 목표! 물론 개척자에게도 목숨을 귀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여러분보다 귀하다고는 할 수 없겠죠. 누군가 가야한다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제가 가장 적임자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녀석들이 사라진 게 벌써 며칠 전이네. 아마도 이미…….]“그걸 확인하게 위해서 가겠다는 겁니다.”
아크가 어깨를 쭉 펴고 한 걸음 다가가며 장로 문어를 바라보았다.
“말했다시피 저는 자렌족을 마음의 벗으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하물며 아직 어린 자렌족이 가족을 찾아 위험을 무릅쓰고 금역으로 들어간 겁니다. 그런 얘기를 듣고 모른 척 한다면 제가 어떻게 자렌족을 마음의 벗으로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금역을 알려주십시오. 설사 그곳이 죽음의 장소라도 자렌족을 위해 기꺼이 들어가겠습니다.”
자렘을 찾기 위해서라도 한 번은 탐색해 봐야하는 곳이다.
그러나 기왕 들어가야 한다면 문어들에게 생색이라도 내두는 편이 이득이다.
물론 몬스터와 노예사냥꾼에게 쫓겨 이런 바위틈에 숨어사는 문어에게 뭐 볼 게 있겠냐 싶지만, 호수 아래에는 각종 잡템이 떨어져 있었다. 문어들도 일단은 외계종족이니 물건의 가치 정도는 알고 있을 터. 어쩌면 쓸만한 아이템을 찾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
문어들은 감동했다.
얼마나 감동했는지 불게 변한 머리통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빵빵해졌다.
[들었어? 내가 데려온 인간이라고!]아크에게 낚였던 문어가 으스대며 떠들었다.
[멋져! 저렇게 용감한 사람은 처음이야!]몇 몇 문어는 먹물을 질질 흘리며 몸을 배배 꼬기도 했다.
하는 짓을 보니 암놈인 모양이다, 라는 생각을 하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네는 정말…….]잠시 꾸물꾸물, 질척질척 대는 감동의 시간이 지나고.
다른 문어처럼 감동의 직격탄을 먹은 장로 문어가 거대한 머리통을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알겠네. 자네 뜻이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 만류하지 않겠네.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 없지만 자네에게 정중히 도움을 청하는 바이네. 그러나 나 역시 자렌족의 명예를 대변하는 장로로서 자존심이 있네. 죽음마저 불사하고 자렌족의 아이들을 찾아 금역에 들어가겠다는 자네를 그냥 보낼 수는 없네.]‘선금인가? 선금으로 뭐라도 주려는 건가?’
역시 생색은 내고 볼 일이다.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장로 문어가 증표를 만지작거리다가 각오를 굳힌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 증표는 아직 봉인이 해제되지 않았군.]“네? 봉인이요?”
[그래, 본래 자렌족의 장로에게 주어지는 이 증표에는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특별한 비술의 힘이 담겨있네. 물론 지금 이대로도 그 비술의 힘이 발휘되기는 하네. 하지만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의식을 거쳐 봉인을 풀어야하지. 아마도 자네에게 이 증표를 준 부룸이라는 장로는 어렸을 때 자렌 혹성을 떠나왔거나, 그 이후에 태어나 장로 직을 물려받게 되어 그것까지는 몰랐던 모양이야.] [자, 장로님! 서, 설마……?]이어지는 장로의 말에 문어들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 안 됩니다! 어찌 장로님이 그런…….] [네, 장로님은 우리가 자렌 혹성을 잃고 난민이 되기 이전부터 살아오신 분입니다. 은하계를 통 털어도 몇 분 남아계시지 않을 대장로님이란 말입니다. 물론 저 인간의 뜻이 고맙다고는 하나, 아직 어린 자렌족을 찾아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하시는 건…….]‘뭐야, 이것들? 왜 이렇게 난리야?’
모처럼 뭔가 줄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그런데 문어들이 꾸물거리며 초를 치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장로 문어는 한 번 한다면 하는 문어였다.
[이미 결정한 일이다!]장로 문어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는 게 아닌가?
뭔가 주겠다더니 왜 갑자기 자기 다리를 잡아뜯으며 자해를 한단 말인가? 혹시 금역을 수색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문어다리라도 씹으라는 걸까? 아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장로 문어가 뭔가 중얼거리며 잘린 문어다리를 증표에 갖다대었다.
그러자 꼴뚜기처럼 생긴 증표가 찰싹 달라붙었다.
뽁! 뽁! 뽁! 뽁!
그리고 뽁뽁거리며 빨아대기를 잠시.
이내 탱탱했던 문어다리가 말린 문어다리처럼 탄력을 잃고 떨어졌다.
문어다리를 빨아대던 꼴뚜기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 건 그때였다.
-‘자렌족의 증표(특수)’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자렌족의 증표(특수)Lv:2
아이템 타입: 회복
R-14의 부룸에게 받은 자렌족의 증표는 본래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특수한 비술의 힘이 봉인되어 있었습니다. 이스타나의 아웃랜드에 숨어사는 자렌족 장로 바쿰은 당신이 보여주는 용기와 헌신에 감동해 몸의 일부를 희생해 봉인을 해제해주었습니다. 이로서 봉인이 풀린 자렌족의 증표는 이후 1분 이상 부착하고 있으면 독 계열의 상태이상을 회복하고, 10분 간 4초에 2의 생명력을 회복시켜줍니다. 또한 성장의 힘을 갖게 되어 사용 횟수에 따라 별도의 경험치를 축적해 더 강한 증표로 진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 계열의 상태이상 회복, 10분간 4초에 2씩 생명력이 회복됩니다.》
※대기 시간: 1시간
‘뭐, 뭐야? 자렌족의 증표가 성장형 아이템이었어?’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창에 아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 자렌족의 증표 능력은 10분간 3초에 1씩 200의 생명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었다.
때문에 생명력이 200~300대 시절에는 꽤 요긴하게 사용했지만 1,000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4초에 1씩 300의 생명력을 회복시켜주는 아이템으로 변했다. 뭐 그래봤자 10분에 100을 더 회복하는 수준. 그리 큰 차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주목할 부분은 100늘어난 회복 수치가 아니라 레벨이 올라가게 됐다는 점이었다.
꾸준히 사용하면 100, 200, 300…… 능력을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성장할 수 있다!
RPG유저에게 이보다 설레는 말은 없었다.
그게 무엇이든, 어떤 식이든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박!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낚시에 문어가 걸리는가 싶더니 이런 대박이 터진 것이다.
게다가 자렘을 찾을 단서-아직은 모르겠지만-도 얻었다.
‘월척이다! 정말 월척을 낚았어!’
역시 게임 속에서는 뭐든 일단 해보고 볼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울컥한 기분도 들었다.
‘젠장, 부룸 자식! 처음 줄 때부터 봉인 해제인지 뭔지 해줬으면 진즉에 증표 레벨이 올랐을 거 아니야? 아, 그렇게 생각하니 겁나 열 받네. 유료 사냥터 경영권까지 넘겨줬는데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고 달랑 증표만 넘기다니, 치사한 자식! 다리가 여덟 개나 달려있으면서 고작 하나 떼어내는 게 그렇게 아깝냐?’
남의 몸뚱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아크였다.
어쨌든 봉인을 푸느라 장애 문어가 되어버린 장로가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게 내가 자렌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금역에 들어가기를 자청한 자네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보답이네. 이제 막 봉인이 풀려 아직 미력하지만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이로서 나 역시 자네에게 떳떳하게 부탁하겠네.]장로 문어가 꾸물거리는 다리로 아크의 손을 휘감았다.
[부탁하네. 이미 모성을 잃은 우리에게 어린 자렌족은 단 하나의 희망이네. 이미 늦었다고 말했지만 난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어. 하다 못해…… 하다 못해 아이들의 시신이라도 찾고 싶네.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늙은이의 마지막 부탁이네.]동시에 눈앞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검은 물밑에서》
당신은 이스타나의 북부 호숫가에 숨어사는 자렌족에게 호수에 숨겨진 무서운 비밀을 전해들었습니다. 북부 호수에는 때때로 소용돌이가 일어나는 지역이 있는데, 그곳에 들어간 자렌족은 누구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괴담 같은 얘기였습니다.
자렌 혹성이 카카족에게 점령되기 전부터 살아왔다는 대장로 바쿰은 얼마 전에 자렌족 아이 몇 명이 괴담의 금역으로 사라져 깊은 시름에 젖어있었습니다. 이에 당신은 자청해 금역을 조사하는 임무를 받아들였고, 바쿰은 그런 당신의 정의로움에 감동해 일족의 비술로 자렌족의 증표를 업그레이드 해주었습니다. 이미 보상을 받았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합니다. 금역을 조사해 괴담의 원인을 파악하고 자렌족 아이의 행방을 찾아야합니다.
《난이도: ???》
*****
뽈뽈뽈뽈, 뽈뽈뽈뽈.
아크가 에어보드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어보드가 적갈색으로 출렁이는 호수를 가로지르며 향하는 곳은 바로 바쿰에게 들은 괴담의 장소, 일명 금역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좀 불안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퀘스트를 받고 다짜고짜 금역까지 달려왔지만 막상 근방에 다다르니 살짝 불안해지기는 했다.
‘그러고 보니 문어들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금역에 대한 쓸만한 정보는 하나도 없었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심지어 뭐가 있는지조차 몰라.’
아크가 알고 있는 정보는 하나.
그곳에서 갑자기 사라진 문어가 부지기수라는 것뿐이었다.
자렌족은 전투력은 전무하지만 환경 적응능력만큼은 뛰어난 종족이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문어라 원래 수중에서 생활하던 종족, 그런 자렌족이 때때로 일어난다는 소용돌이 때문에 사라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니, 정말 소용돌이에 휘말려 죽었다해도 그런 경우는 호수에서 시체라도 찾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소용돌이 외에도 다른 뭔가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아직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일을 당한 문어들은 한 마리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면 위험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걱정되는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만약 정말 금역이 자렘과 관련이 있다면?’
그러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아크는 마틴 후작의 밀명을 받고 자렘의 GPS정보를 연방군에게 송신하기 위해 잠입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적지. 도시라고는 해도 결코 안전한 장소는 아니었다. 아니,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몬스터가 날뛰는 사냥터보다 위험한 곳이었다.
‘어쨌든 위험하다는 것만은 틀림없어.’
우연히 자렘을 찾아냈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리 위험을 알면서 찾아가려는 중이다. 그러자 사망 페널티에 대한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 아크에게 죽음이란 호수에 도착한 이후 여드레 동안 사냥과 낚시, 그리고 STK-VII를 2개나 써가며 올린 15레벨 분량의 경험치를 한 방에 몽땅 날려먹게 된다는 의미인 것이다. 불안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막상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불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 근처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전장이나 아웃랜드로 들어오자 페어리에 등록된 경험치나 스킬 정보만 유지되는 갤럭시안의 사망 페널티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냥터에 있는 시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레벨이 많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사망 페널티도 커지는 시스템인 것이다.
하물며 위험을 앞두고 있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부담 100배! 그렇다고 위험지역에 들어갈 때마다 일일이 도시에 다녀올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갤럭시안의 부활 시스템도 그렇게 가혹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아크 같은 유저를 위해 아웃랜드에도 등록 가능한 페어리가 있는 곳이 있었다.
섹터(sector)라고 불리는 개척자 마을이었다.
‘하지만 나베실 북부 지역은 아직 유저가 많지 않아 여기서 가장 가까운 섹터도 6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게다가 그곳은 나베실과 북부 호수 사이의 아웃랜드보다 고레벨 몬스터가 서식하는 지역이다. 만약 섹터로 가는 도중에 재수 없게 레벨 100이상의 몬스터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얄짤없이 GAME OVER.
등록하러 가다가 뒈져버리는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페어리에 등록하겠답시고 왕복 나흘이나 걸리는 나베실까지 갔다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 좀 불안하기는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다. 위험하다는 것도 내 짐작일 뿐, 막상 들어가 보면 별 게 아닐 수도 있어. 확인되지도 않은 위험 때문에 여기서 나흘이나 더 허비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갤럭시안을 하면 비슷한 상황을 많이 겪게 될 텐데 그때마다 도시나 섹터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 갤럭시안을 하는 이상 어떤 유저든 위험부담은 감수할 수밖에 없어. 그래서 생존이 모토인 서바이버 코팅을 선택한 거잖아. 페어리 등록은 이곳을 조사해 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아.’
일단 그렇게 마음먹은 아크였지만.
“어째…….”
사실 금역이니 뭐니 하면서도 정작 바쿰조차 문어들이 실종되는 곳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일’을 당했다가 살아 돌아온 문어가 없으니 당연했다.
[여기서 북쪽으로 30킬로미터 쯤 가면 수면 위로 솟아오른 바위가 터널 같은 형태를 만들고 있는 곳이 나올 거네. 자렌족이 사라진 것은 그 바위 주변이네.]바쿰이 알려준 정보는 이게 전부였다.
그러나 목적지를 찾는 건 생각보다 쉬웠다. 자렌족이 사는 곳에서 호숫가를 따라 이동하자 바쿰이 말처럼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바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터널처럼 양쪽이 뚫려있었는데, 안쪽은 그늘이 드리워져 적갈색 물이 시커멓게 보였다.
그 시커먼 물 속이 바로 괴담의 발원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