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0)
#10화 너 이 새끼 잘 만났다 (1)
순간 최덕배가 옆에서 말했다.
뭐야, 못 알아보는 거야? ‘그 새끼’잖아.>
순간 윤기의 눈이 돌아갔다.
덜컹!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의자가 거의 날아갈 듯이 뒤로 뻗어가 벽에 부딪혔지만, 그 소리가 나기도 전에 죽빵을 갈기는 소리가 교실에 먼저 울려 퍼졌다.
뻑!
“악!”
인생을 도둑질해 갔던 ‘그 새끼’는 장조림이 꽂힌 포크를 든 상태 그대로 허공에 잠시 떴다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유, 윤기야!”
원희가 깜짝 놀라면서도 감동스러운 눈초리로 윤기를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자신을 위해 이렇게도 용감하게 몸을 날려 준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순수하게 개인적인 이유로 도둑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게!”
물론 도둑놈도 한 성깔 하는 놈이라 한 대 맞고 바로 주눅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한쪽 콧구멍에서 코피를 줄줄 흘리며 몸을 일으킨 도둑놈은 윤기에게 맞서 달려들며 주먹을 뻗었다.
“네가!”
윤기는 하고 싶은 말의 앞부분만 말하며 가볍게 도둑놈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시 한번 주먹을 날려 도둑놈의 나머지 코에 주먹을 날렸다.
푸확!
코 양쪽에서 코피가 터지며 교실에 마치 피 분수가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야, 쟤 오늘 죽었다. 윤기 싸움 댑따 잘하는데.”
진수의 말에 원희를 포함한 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진짜?”
“응! 태권도랑 복싱이랑 검도 배우잖아.”
“왜, 난 몰랐지?”
“안 친하잖아.”
“야!”
진수와 원희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다시 윤기와 도둑놈으로 향했다.
이미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윤기에게 사정없이 구타를 당하는 도둑놈의 상태는 딱 봐도 반쯤 기절한 상황이었지만, 윤기는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이야, 내가 네 인생을 뺏었다고? 왜, 그래서 내가 미안하다고 말이라도 해야 해? 존나 좋은 유전자 물려받아서 그따위로 사는 주제에 남 탓이나 하니까 네 인생이 그 모양인 거야.]회장이었던 도둑놈에게 들었던 말.
그리고 그 이후에 도둑놈이 보낸 부하들에게 당한 구타.
그 모든 것이 떠오르자 윤기는 스스로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최덕배 역시 그것을 알기에 전혀 말리지 않았지만, 뜻밖의 인물이 윤기를 말렸다.
“윤기야, 그만해. 나 때문에 너무 그러지 마.”
원희가 뒤에서 끌어안자, 윤기는 잠시 희번덕거리는 눈빛을 보내다가 이내 원희라는 것을 깨닫고는 정신을 차렸다.
“이러다 얘 죽어.”
다시 이어진 원희의 말에 윤기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 같아서는 죽여 버리고 싶은데, 내가 가진 게 많아서 여기에서 참는다.’
진짜로 죽이고 싶었다.
과거에도 자신이 굴복하지 않았다면 이 녀석은 주저 없이 자신을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을 죽이는 순간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에 윤기는 일단 죽이는 것만큼은 참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아주 각 잡고 조져 주마.’
윤기가 자리에 앉자, 다른 아이들은 윤기의 눈치를 보며 차츰차츰 도둑놈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구경만 할 뿐, 정신을 잃은 도둑놈을 도와주는 애들은 아무도 없었다.
“쟨 이름이 뭐야?”
윤기가 묻자 진수가 곧바로 대답했다.
“김찬열이 몰라?”
“몰라.”
윤기는 1, 2학년 동안 학업에 거의 전념했을 뿐, 다른 일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쟤 1학년이랑 2학년 때, 11반에서 유명한 쌈짱이었잖아. 맨날 애들 때리고 돈 뺏고 그래서 애들이 다 싫어해.”
“그래?”
“애들이 돈 안 가져오면 그냥 때리는 게 아니라 손가락 부러뜨리고, 코뼈 부러뜨리고, 커터칼로 팔 같은 데 긁고. 장난 아니라고 들었어. 우리는 교실이 멀어서 괜찮았는데, 쟤랑 가까운 교실 애들은 되게 힘들었대.”
진수의 말을 듣자, 확실히 도둑놈과 자신의 성격이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은 허구한 날 개백정에게 개 잡듯이 맞아서 숫기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쪽이었는데, 도둑놈은 그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었다.
심지어 영악했다.
옛날에도 어린아이들의 살벌한 범죄가 종종 일어나곤 했는데, 그런 애들은 어떻게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왜냐하면, 법에 처벌 조항이 없으니까.
김찬열은 어린 나이에도 그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불과 국민학교 3학년이 다른 아이들의 손가락을 스스럼없이 부러뜨린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만에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름까지 똑같으니 아주 안심이야. 안심하고 조져도 되겠어.’
이미 최덕배가 확인해 준 사항이기는 했지만, 워낙 곤죽을 만들어서 혹시나 다른 사람이 아니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정말로 복수할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윤기야, 쟤 양호실에 데려가야 하지 않을까? 저러다 쟤 잘못되면 너만 손해 볼 거 같은데…….”
원희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놔둬. 감히 내 주변 사람을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지. 만약 내가 없었으면 네가 표적이 되었을 거 아냐?”
말을 들은 원희는 굉장히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맞아. 나도 들었는데, 쟤 진짜 표적 하나 삼으면 엄청 괴롭힌다고 했어. 2학년 때 문방구 집 애가 쟤한테 표적이 되어서 1년 내내 준비물이랑 다 가져다 바쳤잖아.”
원희가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떡해, 윤기가…….”
“내가 당한다고?”
짐짓 화난 표정을 짓자, 원희는 곧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밥이나 먹어.”
“알았어.”
점심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온 박선자는 교실 뒤쪽 중앙에 널브러진 김찬열을 보고는 깜짝 놀라 낮게 비명을 질렀다.
“꺅-! 얘들아,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어?”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진실을 이야기하면 윤기를 고자질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물음임에도 답하지 않았다.
“반장! 무슨 일이야?”
귀찮은 일을 하기가 싫었기 때문에 반장은 윤기가 아닌 원희가 하고 있었다.
물론 부반장은 윤기가 하고 있었지만.
“저, 그게…….”
원희는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제가 때렸습니다!”
“제가 때렸어요!”
동시에 두 곳에서 들린 말.
진수까지 손을 들고 자기가 했다 그러니 박선자는 눈을 찡그렸다.
“너희들, 지금 거짓말하는 거야?”
서슬 퍼런 박선자의 말에 진수도 원희도 찔끔하면서 몸을 떨었지만, 다시 한번 외쳤다.
“제가 했어요.”
“제가 했다니까요.”
하지만 이내 윤기가 손을 들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점심시간에 아이들 도시락을 뺏어 먹고 분위기를 흐려서 제가 때렸어요.”
“아무리 그래도……. 일단 선생님은 찬열이 양호실에 데려다주고 올 테니, 다들 자습해!”
박선자는 찬열을 들쳐 안고 빠르게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들었지? 모두 자습해!”
원희의 말에 반 아이들 모두가 윤기를 바라보고는 조용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 * *
김찬열은 결국 근처 병원까지 가야만 했다.
하지만, 김찬열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입원을 하기로 한동안, 박선자와 윤기는 아무도 없는 양호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윤기야. 오늘 너무 심하게 때린 것 아니니……?”
만약 김찬열과 비슷한 급의 아이가 사고를 쳤다면 스트레스도 풀고, 공포 분위기도 조성할 겸 곧바로 귀싸대기가 날아갔겠지만, 상대가 윤기인 만큼 박선자의 태도는 흡사 교장 선생님을 대하듯 굉장히 공손했다.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 유명한 애라서 그 정도는 해야 조용히 지낼 것 같았거든요.”
일을 터뜨리고 들은 말이었지만, 윤기는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고, 박선자 역시 그 말을 믿었다.
“그래도 너무 심한 것 같은데…….”
“앞으로는 주의할게요. 죄송합니다.”
윤기가 고개를 숙이자 박선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김찬열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자기가 손해 볼 일은 딱히 없었으니까.
‘괜히 윤기 기분 거슬렀다가 과외 잘리면 나만 손해지.’
반면 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회장님한테 운동을 배우게끔 말해 달라고 한 건가?’
윤기는 박선자에게 과외를 받지는 않았지만, 공부하는 속도나 방향을 정하는 데에는 꽤 도움을 받았다.
예를 들어서 중학 레벨의 공부라든가 신체 단련을 위한 운동 같은 것 말이다.
“운동을?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지 않겠니?”
할아버지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한테 들어보니 운동을 해서 체력을 길러야 공부할 수 있는 체력도 생긴다고 했어요.”
“정말인가?”
최기현의 진지한 눈길에 박선자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공부도 체력이 있어야 잘할 수 있는 거니까요. 더군다나 나중에 교련 과목을 생각해 본다면 미리 체력을 길러서 나쁠 건 없어 보여요.”
“그러다가 애가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그쪽으로 빠져 버리면…….”
“그런 일은 절대 없도록 제가 책임지고 교육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럼, 일단 믿을 수밖에. 믿는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해도 되겠지?”
“물론이죠.”
예전 최기현과의 대화가 다시 떠오른 박선자는 그때의 긴장감이 떠올라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한편, 자신의 생각이 억측이라고 판단이 되어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애인데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태권도는 진수랑 같이 배우고 싶다고 한 거였고, 권투도 TV 보고 멋져 보여서 배우고 싶다고 한 거였으니까.’
저울질이 끝난 박선자는 사르르 웃으며 윤기를 향해 말했다.
“윤기야, 네가 부반장이고, 반의 분위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알겠지만, 오늘처럼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은 조심하는 게 좋단다. 알았지?”
“네, 앞으론 조심할게요.”
이번 일을 제외하곤 사고를 한 번도 안 쳤던 윤기였기에 박선자는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까 하다가 이내 ‘회장님 손자’라는 생각에 손은 뒤로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돌아가 보렴.”
“네. 그럼, 먼저 가 볼게요.”
박선자를 향해서 등을 돌린 윤기의 표정을 본 최덕배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이야, 이 녀석 이거, 악마 같은 표정 봐라.>
* * *
3일 만에 퇴원한 김찬열은 윤기에게 호되게 당한 뒤 그야말로 윤기하고는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뿐.
윤기와 진수, 원희를 제외한 아이들은 건드려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쉬는 시간이 되기가 무섭게 집이 슈퍼를 하는 집 아이의 책가방을 열어 안을 확인하고 있었다.
“뭐야, 돌려줘…….”
숫기 없는 아이는 아무 의미 없는 저항을 한 번 했지만, 그 소리는 오히려 김찬열에게 빌미를 줄 뿐이었다.
“야, 내가 보기만 했지, 가져가냐, 어?”
좋은 게 있으면 가져가려고 들춰본 거지만, 김찬열의 말에 감히 대항할 깜냥은 아이에게 없었다.
하지만.
빡!
그야말로 찰진 소리와 함께 김찬열의 이마가 책상을 향해 수직 낙하하며 쾅 하는 소리를 추가로 만들어 냈다.
“누구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한 표정을 짓던 김찬열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대지 마라.”
“으, 으응…….”
윤기의 서슬 퍼런 눈빛을 본 김찬열은 금세 꼬리를 말고는 가방을 놓은 채 자신의 자리로 향했고, 윤기는 가방을 들어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고마워, 윤기야!”
마치 히어로를 만난 것 같은 아이의 말에 윤기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걸로 끝날 리는 없겠지. 저놈은 독종이니까.’
윤기의 예상대로 김찬열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계속해서 ‘꺼리’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윤기가 나서서 뒤통수를 치거나, 엉덩이를 발로 차는 등 제압을 하자, 점점 학급 내에서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이 며칠밖에 안 되었는데, 아이들이 벌써 서서히 김찬열에게 반항을 하기 시작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클라이맥스는 따로 있었다.
김찬열이 반에서 거의 완벽하게 고립이 되었을 때, 윤기가 김찬열에게 다가가 책가방을 내밀었으니까.
“오늘부터 내 책가방 네가 들어. 너도 다른 애들 잔뜩 시켰었으니까 불만 없지?”
아무리 이전에 교육을 당한 경험이 있더라도 최근 열흘간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김찬열은 윤기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고, 또다시 죽기 일보 직전까지 맞아야만 했다.
지금 소환술이라도 쓰는 거냐?>
최덕배의 의미심장한 질문.
‘그 개백정 새끼는 자식이 죽어도 술이나 퍼마실 놈이에요.’
하지만 소환술 맞지?>
윤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미소처럼, 다음 날, 개백정이 잔뜩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교실에 나타났다.
“최윤기가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