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어그러지는 후계 구도 (3)
[세스 그룹 차남 박기호, 살인 교사 의혹?!]그야말로 1면에 대문짝만 하게 고딕체로 실려 있는 충격적인 기사는 박도철을 잠시 유체 이탈시키기에 충분했다.
“으윽!”
“회장님!”
비서실장이 황급히 박도철의 뒤를 붙잡자, 경호원들 역시 빠르게 박도철을 부축했다.
“병원으로 모셔!”
비서실장의 지시. 하지만 정신을 차린 박도철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회, 회장실. 회장실로 가자.”
“회장님, 일단은 건강을…….”
“회장실로 가자고!”
박도철의 고함에 비서실장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한 채로 박도철과 함께 비서실로 향했다.
“아!”
막 회의실을 나서려던 비서실장은 황급히 자신이 가져왔던 신문을 박도철의 자리로 가서 주워들었고, 그 덕분에 간신히 이사들이 신문 기사를 보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문 한 부의 가격은 고작해야 동전 하나.
비서실장은 결국 큰 실책을 저지른 셈이 되었다.
* * *
철썩!
회장실에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
볼이 시뻘겋게 부어오른 박기호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푹 숙였다.
“이게! 이게! 이게! 이게! 이게!”
박도철의 ‘이게’라는 반복은 그야말로 끝없이 반복되었다.
회장실 책상 위에 놓은 수많은 신문들.
그 신문들 대부분 1면에, 1면에 없다면 다른 면에라도 박기호의 살인 교사 의혹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서실장이 가져온 첫 번째 신문, 그리고 이어서 비서들이 가져온 또 다른 신문들.
이사회를 아침 일찍 시작했는데, 그렇다는 것은 각 신문사에 정보가 들어간 것은 아무리 늦어도 어젯밤이라는 것이었다.
“너는 지금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기나 하느냐?”
분노로 인해 떨리는 박도철의 목소리에도 박기호는 그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철썩!
다시 한번 가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박도철이 바닥을 구둣발로 내리찍었다. 아니, 아들인 박기호의 왼발을 내리찍었다.
“크윽!”
이 고통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는지, 박기호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본능적으로 자신의 발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픈 거냐? 지금 이게 아픈 거냐? 나는 더 아프다!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네가 전혀 모르고 있기에 나는 더 아파!”
이번에도 아들이 대답하지 않자 박도철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아들의 머리칼을 붙잡아 위로 확 젖혔다.
“말해 봐라. 지금 이게 왜 큰일인지 정말 모르겠느냐?”
“제가 일 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해서…….”
철썩!
마침내 박기호의 입에서 실핏줄이 터지며 입가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둔한 자식아! 한두 곳의 신문사가 특종을 내보낸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신문사에서 일제히 기사를 내보냈다. 이것은 신문사에서 독자적으로 알아낸 게 아니라 누군가가 정보를 뿌렸다는 거야!”
그제야 박기호의 눈동자에 경악이 어렸다.
“그, 그건…….”
“넌 올가미에 걸렸어! 신문사들이 우리 세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감히 이런 기사를 올렸다. 우리를 적으로 상정한 녀석들이 최소한 우리 수준 혹은 그 이상이라는 거야!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했기에 이런 걸 들킨 거야! 그리고 죽이다니. 내가 언제 이 녀석들을 죽이라고 시켰느냐!”
신문 기사에 나온 것은 약 12년 전 인수 합병을 거절한 중소기업 사장 부부에 대한 이야기였다.
부부가 실종되면서 세스는 자연스럽게 해당 중소기업을 합병했지만, 사실 부부는 실종이 아니라 박기호가 지시한 부하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아버지가 조용히 처리하라고…….”
철썩!
박기호의 입 안 양쪽 볼의 핏줄이 터지면서 입 밖으로 나오는 피의 양이 좀 더 많아졌다.
“내가 조용히 처리하라고 했지, 언제 죽이라고 시켰느냐! 그때가 무슨 일제 강점기였던 것도 아니고, 양지에서 일해야 하는 기업이 그 정도의 일을 하면 어떡해! 협박, 납치 정도까지가 마지노선인 것을 몰랐던 거냐?”
박도철은 아들이 죽인 중소기업 부부의 신상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박도철이 현재 화를 내는 부분은 전혀 다른 부분.
“그래, 백번 양보해서 죽일 수도 있지. 그런데 들켰다. 이따위로 일을 처리한 녀석을 내가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
박기호가 후계자의 지위를 공고히 한 방법.
그것은 바로 ‘들키지 않는 것’이었다.
다소 과한 손속을 쓰더라도 자신의 측근들을 제외한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면 된다.
그렇기에 남들이 시간을 2배 들여서 할 일을 빠르게 처리해서 아버지의 인정을 받았던 것인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올라 버린 것이다.
‘도대체 누가……, 12년이나 된 사건을 도대체 누가…….’
분명 그 당시의 일 처리는 완벽했다.
그러니까 12년 동안이나 걸리지 않은 것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당시에 일 처리를 담당한 ‘은퇴한 직원’들도 중국 조직에 의뢰해서 하나둘 처리했다.
그런데 들키다니.
도대체 누가 퍼뜨린 것인지 박기호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어디냐.”
“……네?”
아버지의 말에 박기호는 순간 당황하여 반문했다.
“시체들을 어디에 묻어놨냐고! 빨리 증거를 은폐해야 할 거 아니야!”
“헉!”
박기호는 사태의 심각성을 마저 파악하고는 발의 고통도 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증거를 은폐해! 일단 증거를 없애고 기자들에게 돈을 뿌려. 그리고 정정 보도를 내게 하는 거야. 그 수밖에 없어!”
“알겠습니다!”
회장실을 고속으로 나간 박기호는 자신의 측근들을 데리고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장소로 향했다.
제발 살려만 달라고 울부짖던 부부들을 생매장한 바로 그 장소로 말이다.
“빨리! 더 빨리!”
박기호의 측근들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미친 듯한 속도로 도로를 달려 추레한 기억의 땅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땅에서 낯선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호오, 진짜로 오셨네?”
종로경찰서의 서인표 형사과장이 부하들과 함께 두 구의 백골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로 박기호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 * *
“아이고, 우리 박 사장님, 어쩌다가 그곳에 오셨을까? 그것도 헐레벌떡? 얼굴 보니까 누구한테 아주 된통 맞으신 거 같은데 누구한테 맞으신 거예요?”
종로경찰서 형사과.
서인표 경정의 이죽거림을 들었지만, 박기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벌레 보는 듯한 표정으로 서인표 경정을 바라보며 ‘감히 너 따위가 나에게 말을 걸어?’라는 말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태도를 서인표 경정 역시 모를 리는 없는 노릇.
하지만 서인표 경정의 한계는 딱 이죽거리는 것 정도였다.
애초에 박기호는 서인표 경정이 건드릴 만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서 경정님, 이러지 마시고 저랑 얘기하시죠.”
뒤늦게 세스 법무팀 소속의 변호사가 나타나 서인표 경정에게 말을 걸었고, 박기호는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보는 일 없도록 합시다?”
서인표 경정의 말을 무시한 채, 밖으로 나가는 박기호.
반면 변호사는 남아서 서인표에게 길거리 호빵 봉투를 건넸다.
물론 안에 든 것은 호빵이 아니라 돈다발.
“에헤이, 이 정도로는 안 되는 거 아시면서. 이게 보통 일이 아닌 거 알잖아?”
‘쌍놈의 새끼!’
교묘하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는 서인표 경정의 행동에 변호사는 억지로 미소를 유지하며, ‘잠깐 기다리세요.’라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변호사는 서인표 경정에게 호빵 봉투를 하나 더 건넸다.
“크흠! 뭐, 그 자리에 왔다고 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증거도 아니고 하니 이번에는 변호사님 얼굴 봐서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는 힘들 거예요.”
“두 번째가 있겠습니까?”
“모르는 일이죠. 장담할 수 있어요?”
“예, 장담할 수 있습니다. 쯧!”
목표를 이룬 변호사는 불편한 기색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밖으로 떠났고, 서인표 경정은 곧바로 자신의 측근들을 불러 돈다발을 배부했다.
“야! 수고했다! 너희들 절대로 이번 일에 대해서 매수되면 안 돼. 매수되는 것보다 이 형님 말 따르는 게 훨씬 이득이야. 알았어? 가족들한테 가게 하나 뻑적지근하게 차려 주려면 내 말 들으라고.”
그야말로 신신당부.
돈다발의 효과가 대단한 데다가, 그동안 서인표 경정이 섭섭하게 대한 적이 별로 없었기에 부하 경찰들은 환히 웃으면서 우렁차게 대답했다.
[[[[[예!]]]]]“좋았어. 그러면 다른 장소로 향하자고. 이번엔 흩어져!”
서인표의 측근들은 각자 자신들의 측근들을 데리고 담당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박기호의 추억의 장소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모든 장소에서 박기호의 측근들이 서인표의 측근들에게 체포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 * *
“그래, 서 과장.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그래, 걱정하지 말고 이 기회에 돈이나 확실히 우려내. 어차피 돈 받아도 증거도 안 남고, 거기에 그놈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살인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 입건 못 할 바에야 돈이나 받아 내서 서 과장 가계에 보태.”
[감사합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가 나와서 다들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급 정보를 그냥 주실 줄이야…….]“그게 다 서 과장이 줄을 잘 서서 그런 거지. 하지만 이번 일은 마무리가 가장 중요해. 알지?”
[물론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하게 마무리 짓겠습니다.]통화를 끊은 류근태는 사장실로 임시찬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장실.
류근태의 호출에 임시찬은 약간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공손하게 자리에 섰다.
“그래, 이번 임 과장의 정보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거든. 그래서 공치사를 하려고 불렀어.”
“제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니……, 과찬이십니다. 솔직히 별로 도움이 안 될 내용들이었는데 그걸 쓸모 있는 것으로 바꾼 것은 전적으로 사장님의 능력이시죠.”
임시찬은 공손했지만, 상당 부분 사실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임시찬은 시체들이 묻혀 있는 대략적인 위치만 알 뿐, 자세한 곳까지는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임시찬은 류근태의 정보 분석 능력에 그야말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물론 류근태는 윤기의 분석 능력에 놀라워했고, 윤기는 최덕배에게 부탁해서 매장 장소로 추정되는 곳 근처의 지하에 묻혀 있는 백골들을 확인한 것뿐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박기호, 그 녀석은 외부에 드러난 이미지와 달리 정말 살벌하게 일을 처리했더군. 거의 일본 야쿠자 후계자 같은 느낌이야.”
“저도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전 선배들이 저하고 술을 마시면서 ‘언젠가 이런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줬던 것들인데 그게 정말로 있었던 일들이라니……. 그분들하고 연락이 두절되었던 게…….”
임시찬은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보다 더 전에 세스에 충성을 바쳤던 선배들.
그 선배들이 살인을 불사하고 충성을 바쳤는데, 결국 작업당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던 것이다.
자신들이 떳떳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지만, 주인 대신 손을 더럽혀줬으면 최소한 토사구팽을 해선 안 됐다고 임시찬은 분노하고 있었다.
“자네는 살인을 해 본 적이 없나?”
임시찬은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운이 좋았는지 그 단계까지는 안 갔습니다.”
“하긴, 더러운 일을 하는 것도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이지. 아무튼, 부하들은 지금 잘 움직이고 있고?”
“그렇습니다. 현재 서인표 경정을 도와서 박기호의 더러운 흔적을 같이 모으고 있습니다.”
“좋아. 이번 일이 잘 풀리든, 안 풀리든 그에 대한 보상은 해 줘야겠지. 저 가방, 가져가.”
돈다발이 꽤 들어갈 것 같은 서류 가방.
그것을 본 임시찬이 허리를 배꼽이 허벅지에 닿을 정도로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뛰겠습니다.”
“기대하지.”
축객령을 선고받은 임시찬은 돈 가방을 들고 공손하게 나갔고, 류근태는 곧바로 비밀 회선을 통해 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그간 쌓아 둔 막대한 비자금.
그 비자금이 정말 엄청난 속도로 빨려 나가고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회장실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세스의 회장 박도철.
차남 박기호의 죄를 덮기 위해 종로경찰서로 빠져나가는 돈이 그야말로 눈알이 튀어나올 수준이었다.
원래 그런 곳에 사용되면 안 되는 비자금인데, 방법이 없었다.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라니, 미친…….’
처음에는 아들이 하나의 사고만 친 줄 알았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총애를 얻기 위해 그야말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이 있는 줄 알았던 아들이 알고 봤더니 야쿠자로서의 자질이 뛰어났을 줄이야.
박도철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도대체 누가 종로경찰서에 소스를 뿌리고 있는 거야? 이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기호 녀석이 잘 은폐했던 사건이 이렇게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종로경찰서장보다 윗선에 줄을 대서 상황을 중지시키려고 했지만, 상대가 이미 손을 썼는지 윗선과 만족스러운 대화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
박도철의 머리가 터지려고 할 때, 회장실의 전화가 울렸다.
“누구야!”
성질 가득한 외침.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아직도 동생을 후계자로 생각하시는 거예요?]그제야 박도철은 이번 사건의 그림을 일부 파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