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승자는 누구인가 (4)
“할게요!”
미츠코는 ‘가짜 내부자 증언’이 무엇인지 고민도 하지 않고 승낙의 뜻부터 알렸다.
그만큼 미츠코의 분노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과 동시에 딸을 수십 년간 백안시한 야스다가 받아야 할 업보였다.
“제가 어떤 증언을 하면 되는 거죠? 시켜만 주세요. 아버지한테 복수할 수만 있다면……!”
주먹을 부르르 떠는 미츠코를 바라보며 윤기가 별거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어려운 건 아니에요. 그저 나중에 수사 기관에 질문을 받을 때, 아버지가 무기 탈취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만 하세요. 그리고 나중에 알려드리는 날짜에 아버지가 부하들과 차를 타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시면 될 겁니다.”
“그것이면…… 충분한가요?”
“네. 그렇게 되면 아마 우미구치구미는 미군 무기를 절도한 것으로 혐의를 받게 되겠죠. 당신의 아버지는 지금 당신이 가진 분노에 걸맞은 페널티를 받게 될 겁니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요.”
“크면 클수록…… 좋아요.”
다시 이를 빠득 가는 미츠코를 바라보며 윤기가 일어섰다.
“그러면, 저는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솔직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당신의 수십 년에 공감했다고만 해 두죠.”
윤기의 배려심 넘치는 말에 미츠코는 약간 울먹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저기……, 당신의 지인이 지금 히로코의 남편인데, 혹시 같이 덤터기를 쓰지 않을까요?”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애초에 지인은 이번 일에 관여한 적도 없고, 우미구치구미에 들어온 적도 얼마 없었으니 수사 기관도 초반에만 좀 조이다가 나중에는 신경을 끄겠죠.”
“휴우……, 그럼 다행이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미츠코를 바라보던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슬슬 가 보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리고, 꼭…… 부탁드립니다.”
절박한 미츠코의 목소리를 들으며, 윤기는 이번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줄 수 있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 * *
“이이익……!”
세스 홀딩스의 사장실.
우미구치구미의 사위로 들어가긴 했지만, 직함이 바뀌진 않았기에 박기수는 사장실에서 어제의 석간신문과 오늘의 조간신문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세스의 회장 박도철, 차남의 살인 교사에 대해 혐의 인정] [……하며 차남 박기호에 대한 살인 교사 혐의에 대하여 대부분 인정했으며, 경찰 관계자는 회장 본인은 살인 교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한, 박도철 세스 회장은 세스 홀딩스를 매각할 것임을 부연했다. 이에…….]세스 홀딩스의 매각.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아버지의 대처였기에 박기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지금 알려 주면 어쩌자는 거야!”
박기수는 신문을 와락 구겨 정동윤에게 던졌고, 덕분에 뭉쳐진 신문에 얼굴을 제대로 맞은 정동윤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어제 딸아이 생일이라…….”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몰라? 딸아이 생일이라 하더라도 항상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지, 다 큰 여자애 생일을 챙겨 주자고 이런 중요한 소식을 놓쳐? 당장 아버지한테 전화 연결도 안 되잖아!”
몇 번이고 거칠게 수화기를 누른 박기수였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라인을 동원해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야! 아버지한테 연결해! 연결하라고!”
수화기에 대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터라 박기수는 정동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만 놓치고 말았다.
약간의 분노와 섭섭함 등이 섞인 복합적인 표정.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들어서 박기수는 정동윤을 등한시했다.
류근태와 어울려 다닐 때도 정동윤을 두고 다녔고, 우미구치구미의 사위로 들어가서는 더더욱 정동윤을 등한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미구치구미에서 정동윤이 할 일이 정말로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무 보조는 야스다의 비서가 했고, 향후 사업 전략은 마사오와 상담했으며, 세스의 공략은 류근태와 이야기했다.
그렇다 보니 갑작스럽게 붕 뜬 정동윤의 존재.
물론, 박기수가 의도적으로 버리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동윤이 버려지리라는 사실은 박기수 역시 의식 아래에서 알고 있긴 했다.
당사자인 정동윤은 의식 아래가 아니라 거의 대놓고 불안에 빠진 상태였는데, 중요한 소식을 나름대로 알자마자 달려왔음에도 이런 푸대접을 받으니 여러모로 회한이 든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아버지가 이런 악수를 둘 사람이었나?”
박기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시국에 세스 홀딩스를 매각해?’
현재 세스의 주식은 살인 교사 혐의로 인해서 수직 낙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국민들이 세스의 상품을 사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세스 홀딩스의 상대적 가치가 상당히 커진 상황이었는데, 아버지가 그냥 세스 홀딩스를 버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박기수의 생각.
물론,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박도철은 세스의 머리를 살리기 위해 몸통을 포기한 것이다.
실제로 어젯밤 박도철이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 급락하던 주식이 아침 장이 열리기가 무섭게 소폭 올랐다.
물론 예전의 숫자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겠지만, 최소한 수직 낙하 자체는 막았다는 이야기다.
“아니, 기호 녀석은 감방에서 평생 썩을 텐데, 나를 버리면 도대체 세스의 후계자를 누구로 세울 생각이라는 거야?”
평상시라면 절대 입을 열지 않았겠지만, 빈정이 조금 상한 정동윤은 정확한 상황 분석을 통한 대답을 내어놓았다.
지금까지 입을 다문 건 박기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함이지 무능해서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손자들……, 그중 동생분의 아들은 아버지의 오점 때문에 논란이 생길 수 있을 테니 힘들 테고, 아마 사장님의 아드님이 뒤를 잇게 되겠죠.”
“지금 그게 말이라고 해? 내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왜 내 아들이 후계를 물려받을 거라고 말을 하는 거야!!”
박기수는 전화기를 들어 그대로 정동윤에게 던졌다.
쾅!
급하게 정동윤이 피한 덕분에 전화기는 그대로 양주 진열장에 부딪혀 와장창 소리를 냈고, 덕분에 바닥에는 깨진 유리들과 술이 흘러 알코올 냄새를 진득하게 뿌렸다.
“사장님, 전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판단을…….”
“닥쳐! 나가! 감히 어디서 그딴 망발을 지껄여?!”
마침 나가라는 말이 나왔기에 정동윤은 두 번 물어보지 않고 바로 사장실을 나섰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아예 세스 홀딩스의 건물을 나온 정동윤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후우, 내 직장 생활도 여기까지인가 보네. 박기수 그놈이 자기 능력 이상의 일을 벌였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려고 할 때, 홀딩스의 직원 중 한 명이 정동윤을 알아보고는 웃으며 다가왔다.
“전무님, 제 담배 피우시죠.”
“그럼, 나야 좋지.”
입에 담배를 물려주고 불까지 붙여 주는 싹싹한 직원.
급한 일 때문에 죄송하다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동윤이 씁쓸하게 웃었다.
“나한테 잘 보여 봤자 이제 의미가 없을 거 같은데 어쩌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정동윤은 담배를 다 피우고 홀딩스 정문과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어차피 망할 거, 그냥 지금부터 손 떼자.’
몇 달 정도는 더 버티며 월급을 받아 낼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 박기수에게서 푸대접을 받으며 정동윤은 오랜만에 자존감이라는 게 무엇인지 느꼈다.
‘주인이 나를 알아주면 똥물에도 뛰어들 수 있지만, 주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1급수에도 들어가기가 싫어지는 거구나…….’
그저 한숨을 내쉬고,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로를 걷던 정동윤은 홀딩스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를 떠올렸지만, 그냥 무작정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정처 없이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정동윤의 옆에 차가 한 대 서더니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거 정 전무님 아니십니까?”
* * *
화려한 리무진.
그 리무진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류근태의 얼굴에 정동윤이 질투심을 느끼며 다소 빈정대는 어조로 답했다.
“아, 예. 여기엔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 정 전무님 오늘따라 안 좋으신 일이 있나 봐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류근태의 모습에도 정동윤은 삐딱선을 좀 더 탔다.
“예, 뭐. 사람이 안 좋은 일이 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바쁘실 텐데 먼저 가 보시지요.”
이쯤 되면 정색을 하고 떠날 만도 하지만, 류근태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창문을 통해 위스키와 잔을 들어 보였다.
“기분 나쁠 때는 이게 최고죠. 한잔하시죠? 제가 한 잔 대접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술 생각이 떠올랐던 정동윤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못 이기는 척 차를 향해 다가갔다.
“그럼, 한 잔만 하겠습니다.”
“이 좋은 술을 한 잔만 하고 가는 것은 불가능할걸요?”
류근태가 자리를 옮기자 기사가 내려 정동윤에게 문을 열어 주었고, 정동윤은 일단 리무진에 올라탔다.
“응……?”
맞은편 자리에 10대로 보이는 청소년이 자신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기에 정동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류근태를 바라보았다.
“이쪽은……?”
“와이케이 백화점의 실소유주이십니다.”
“예?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장은 류 사장님으로 알고 있는데…….”
정동윤이 말을 흐리는 이유는 사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소유자는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유자가 나이 지긋한 노인이나 하다못해 중장년도 아닌, 10대 청소년이란 사실에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삼우 그룹의 맏손자라고 하면 어느 정도 충격이 상쇄되려나요?”
“아……, 삼우 그룹…….”
같은 대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세스에 비하면 한참이나 낮은 그룹.
‘가만, 요즘 세스 주가를 생각해 보면 삼우가 오히려 세스보다 높겠는데? 삼우가 올라온 게 아니라 세스가 내려간 거지만.’
쓴웃음을 짓던 정동윤이 류근태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와이케이 백화점은 삼우의 자본으로 지어졌다는 말씀인가요? 와이케이 백화점이 삼우의 자회사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본사 전략팀에서 일을 했다면 알았겠지만요.”
“아뇨, 전략실에서 근무하셨어도 모르셨을 겁니다.”
“네? 세스의 전략실을 너무 만만하게 보시는 거 아닙니까?”
어쨌거나 세스의 이사라는 자랑스러운 명예가 있었기에 정동윤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순간 발끈했다.
“아뇨, 너무 유능하기 때문에 모를 거란 말이죠.”
“그게 무슨……?”
“와이케이 백화점 건설에는 삼우의 자본이 일절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실소유자의 이름을 알아낸다 하더라도 삼우의 맏손자 이름이라고 생각의 확장은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백화점이 무슨 동네 슈퍼 가격으로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삼우의 자본이 들어가지는 않는 대신 삼우 관계자들의 자본이 들어갔거든요.”
“설마…….”
류근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청난 리스크를 감안하고 삼우 삼 대의 재산이 거의 전부 투자되었죠.”
“말도 안 돼……. 왜 투자를 받는지 모르는 겁니까?”
“잘 아니까 리스크를 감수한 겁니다. 덕분에 와이케이 백화점 주식의 90퍼센트는 여기 도련님이 가지고 계시죠. 현재 와이케이 백화점의 매출에 대해서는 적당히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되는데, 아닌가요?”
류근태가 나타난 이후로 조금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동윤은 질투심을 조금 섞어 와이케이 백화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결과는 유래를 알아볼 수 없는 초호황 백화점.
그렇기에 정동윤은 지금 류근태의 질문의 저의를 잘 알 수 있었다.
‘극한의 리스크를 감수한 덕분에 극한의 이익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정동윤을 보며 류근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와이케이 백화점은 여기 눈앞에 있는 최윤기 도련님, 아니 최윤기 회장님의 작품입니다. 저는 그저 지시를 받아 수행했을 뿐, 사업 구상이나 계획 등 전부 이분의 작품이시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고작해야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애가요? 백화점의 건설은 몇 년 전부터, 계획은 그보다 또 더 전에 세워졌을 텐데, 그러면 국민학생이 백화점 사업을 계획했다는 겁니까?”
“놀랍게도 사실입니다.”
“사람을 불러다 놓고 이런 허언을……, 애초에 삼우의 맏손자는 맞는 겁니까?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야! 이거 안 열어? 이거 문 막고 있는 거 누구야!”
문 앞에서 차필규가 지그시 문을 누르고 있었기에 안의 정동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리무진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던 윤기가 입을 열었다.
“세스 홀딩스의 사장이 되고 싶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