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키덜트? (2)
“윤!!!”
메릴이 윤기에게 안기자, 윤기 역시 그런 메릴을 다정히 안아 주었다.
“오랜만이야.”
“응! 응!”
고개를 끄덕이는 메릴은 어느새 대학교 1학년이 되어 더욱 성숙미를 뽐내고 있었다.
“방학이라서 온 거야?”
“응. 원래 더 일찍 오고 싶었는데 촬영 스케줄 때문에 올 수가 없었거든. 조금 더 일찍 오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워.”
메릴은 윤기에게 더욱 밀착했고, 윤기 역시 그런 메릴을 받아 주며 향기로운 메릴의 머리카락을 즐겼다.
“그러면 언제까지 한국에 있는 거야?”
“9월 초?”
메릴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연스럽게 메릴을 떼고는 바로 거실의 전화기를 들었다.
“아, 류 비서? 저 9월 초까지 쉽니다.”
짤막한 대화를 마무리 지은 윤기는 수화기를 내려놓았고, 그 모습을 바라본 메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펴졌다.
“다 필요 없어. 나도 9월 초까지 휴가야.”
“윤!!!”
더욱 신이 난 메릴은 다시 윤기에게 안겼고,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진정이 된 메릴은 윤기를 향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9월 초까지 어떻게 나를 즐겁게 해 줄 거야?”
“일단 따라올래? 보여 주고 싶은 곳이 있거든.”
메릴은 윤기를 따라 차필규의 차에 올라탔고, 차량은 경기도 외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어때?”
윤기가 손으로 가리킨 전원주택.
화려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넓은 부지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와……, 정말 빨간 머리 앤의 배경이 떠오르는 곳이야.”
메릴의 말처럼 잔디들은 잘 손질되어 있었고, 화려한 정원수들은 없었지만 몇 개의 나무들이 저택의 주변을 잘 수놓고 있었다.
더군다나 근처의 지류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오고 있었고, 주변 역시 인적이 아예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초원의 집’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비싸지 않았어?”
메릴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생각보다 많이 쌌어. 여기를 지은 사람이 중산층이었는데, 로망만 생각하고 이런 집을 지었다가 로망을 완전히 잃었다고 하더라고. 생필품 사러 나가려면 왕복 몇 시간이 걸리지, 뭐 고장 나면 직접 고쳐야지, 정원 관리하기는 상상을 초월하게 어렵지, 밤에 인적이 아예 없다 보니 치안이 무섭지. 그렇다 보니 몇 달 살다가 포기하고 내놨다는데 안 팔려서 내가 싸게 샀지.”
윤기의 말은 서민이 전원주택에서 생활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었다.
“우린 괜찮을까?”
약간 겁을 먹은 메릴의 말에 윤기가 미소를 지으며, 메릴의 어깨에 오른팔을 올리며 슬쩍 끌어당겼다.
“걱정하지 마. 생필품은 고용인들이 알아서 사다가 채워 넣을 거고, 두 명의 경비가 상시 주변을 감시하는 데다가, 정원 손질 같은 것도 정원사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당연히 뭐가 고장 나더라도 고용인들이 전부 고칠 수 있거든.”
“정말 낭만적인 곳이네…….”
전원주택에 어울리는 재력.
윤기는 그걸 가지고 있었기에 메릴에게 자랑스럽게 이곳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더군다나 메릴이 이곳에 거주하는 동안에는 거스터가 보내 준 전직 미군 몇 명이 주변을 경계할 테니, 치안에 있어서는 가히 최상급의 저택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윤, 저쪽은 집인데, 저기 큰 창고 같은 곳은 뭐야?”
“아, 저기?”
윤기는 메릴을 다정히 이끌고 창고처럼 생긴 장소로 향했다.
“어머……!”
외부는 창고처럼 보였지만, 내부는 마치 귀족의 서재 같은 느낌으로 인테리어 된 공간이 나타나자 메릴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양쪽 벽을 따라 세워진 진열장.
그곳에는 얼마 전 윤기가 일본에서 들여온 패미컴을 비롯한 수많은 게임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물론 가져온 물량 전부가 진열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80퍼센트 이상을 원희와 진수를 비롯한 친구들과 둘째 작은아버지인 최철규의 아들인 인기 등의 사촌, 와이케이 백화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권력가의 자제들에게 선물로 뿌렸으니까.
그럼에도 많은 물량이 남아 양쪽 벽 전체를 진열했는데, 이게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가운데 공간에는 아주 편안한 소파 여러 개와 더불어서 80년대로서는 정말 드문 20인치의 컬러TV가 있었고, 심지어 음료수들이 들어 있는 냉장고까지 있었기에 게임을 하기에 정말 최적화된 구성을 보여 주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남은 공간 곳곳에 놓여 있는 80년대 오락실의 게임기들까지.
신기해하는 메릴을 바라보며 윤기가 멋쩍게 웃었다.
“내가 이런 취미를 가져도 괜찮을까?”
게임 하는 남편을 구박하는 아내의 이야기.
2010년대에 이러한 이야기는 정말 흔하디흔한 레퍼토리였기 때문에 윤기의 태도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메릴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되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의 취미에 내가 관여할 이유가 없잖아. 오히려 윤이 관심을 가진 취미라면 나도 경험해 보고 싶어.”
“그렇게 말해 주면 나야 정말 고맙지. 그러면 이곳은 이따가 경험해 보기로 하고 다시 밖으로 나갈까?”
“응!”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하는 메릴의 손을 잡아 주며 윤기는 메릴을 집 안으로 이끌었다.
* * *
전원주택에 오는 데까지, 윤기와 메릴은 짐을 챙길 필요조차 없었다.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저택에 있었고, 그래도 부족한 것들은 차필규를 비롯한 고용인들이 전부 가져다주었으니까.
덕분에 집안을 구경시켜 준 뒤, 윤기는 메릴을 데리고 근처 호숫가로 향했다.
“메릴, 웃어 봐.”
“응?”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메릴은 자신도 모르게 영업용 포즈를 취하며 웃었다.
“에이, 그렇게 말고.”
“평상시 습관이 되어서…….”
멋쩍게 웃은 메릴은 이내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포즈를 잡아 보았지만, 어쩐지 어색함은 남아 있었다.
“하긴, 사진을 찍으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윤기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진을 찍어 놓으면, 이제 메릴이 미국에 있어도 매일 메릴을 볼 수 있겠네.”
그야말로 마음에 쏙 드는 윤기의 말에 메릴이 다시 포즈를 잡았다.
“마음껏 찍어!”
영업용 자세는 비록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시각적인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호수를 뒤에 둔 여신의 자태.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사진을 찍었다.
‘비너스?’
아주 오래전, 교과서에서 비너스 뭐시기라는 그림이 떠오를 정도로 메릴은 아름다웠다.
“나도 윤 사진 가지고 싶어!”
촬영이 완료되자 메릴은 뛰어와서는 카메라를 빼앗듯 가져갔고, 윤기를 향해 렌즈를 들이밀었다.
“자연스럽게! 릴렉스!”
“어……, 이러면 되나?”
아주아주 어색한 모습.
뭔가 잘 찍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메릴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셔터를 눌렀다.
지이이잉-!
카메라가 뱉은 아직 현상되지 않은 사진.
잠시 뒤, 사진이 현상되자 아주 어색한 윤기의 모습이 나타났다.
“너무 이상하다. 다시 찍으면 안 돼?”
윤기의 말에 메릴이 고개를 저었다.
“이런 어색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잖아? 난 오히려 더 좋아.”
말을 들은 윤기가 곧바로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메릴의 영업용 포즈.
“어허!”
윤기의 한 마디에 메릴의 몸이 굳으며 순간적으로 어색한 모습이 튀어나왔다.
찰칵-!
“좋았어!”
윤기는 환호와 함께 카메라가 뱉어낸 사진을 받았고, 메릴은 황급히 윤기에게서 그 사진을 빼앗으려 했다.
“앗! 안 돼! 예쁜 모습만 보여 주고 싶단 말이야!”
“나도 이게 더 좋아!”
“달라니까!”
메릴은 윤기를 붙잡기 위해 달렸고, 윤기는 그런 메릴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일부러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조절하던 윤기는 이윽고 일부러 등을 내어주었고, 동시에 둘은 바닥에 가볍게 엎어지며 초원을 굴렀다.
“하하하하하!”
“꺄하하하하!”
둘의 소리를 제외하면 자연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초원.
바닥에 누워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메릴의 위에 자신의 몸을 겹친 윤기가 메릴의 눈을 바라보았다.
“정말 안 돼?”
“그냥……, 부끄러우니까…….”
메릴은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너의 그런 모습까지도 사랑해.”
모처럼 윤기에게서 듣는 뜨거운 메시지.
메릴의 얼굴이 다시 확 하고 붉어졌다.
“……말로만?”
메릴은 양팔로 윤기의 목을 감쌌고, 자연스럽게 윤기의 고개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은 경기도 포천.
둘로 인해 포천은 어느새 할리우드가 되어 있었다.
* * *
“앗싸, 스트라이크!”
윤기의 환호와는 반대로, 메릴은 승리욕에 불타는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렸다.
“분명히 버튼 눌렀는데!”
“메릴 씨,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답니다?”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순간 표독스럽게 눈을 뜨는 메릴의 모습에 윤기는 조용히 다음 타자에게 홈런을 내주었다.
“꺄하하, 홈런이야! 홈런!”
애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윤기는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릴과 함께 게임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행복했으니까.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서로 다리와 어깨를 맞대고 하는 게임.
다리와 어깨에서 느껴지는 메릴의 체온과 코로 느껴지는 메릴의 향기가 더없이 좋았기에 윤기는 적당히 점수를 조절하며 메릴과 패미컴을 즐겼다.
“신기해. 이렇게 TV로 내가 직접 야구를 즐길 수 있다니 말이야.”
메릴의 평가에 윤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야구처럼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하는 게 더 즐거운 것도 똑같은 것 같고.”
“나도 그런 거 같아. 혼자서 하면 어쩐지 별로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지금 시간은 새벽 2시.
윤기와 메릴은 그만큼 게임에 몰입하며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 윤기가 모르는 사실 하나.
현재 둘이 즐기고 있는 ‘베이스 볼’이라는 패미컴 게임은 원래 12월에 나와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패미컴 발매와 동시에 출시되었다.
이것이 바로 윤기가 만들어 낸 나비효과.
큰 역사는 변하지 않지만, 이런 자잘한 역사는 바뀌고 있었기에 원래 발매 동시에 나와야 했던 오목 게임인 ‘오목 나라베’가 12월로 발매가 밀렸다.
물론 윤기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흐아아암, 인제 그만 잘까?”
메릴이 졸린 기색을 보였기에 윤기는 자신 역시 기지개를 켰다.
“아, 아냐. 더 할 수 있어.”
메릴은 애써 졸린 기색을 지우며 고개를 저었다.
윤기가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최대한 배려를 해 주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윤기 역시 그런 메릴을 배려하며 파자마 차림의 메릴을 공주님처럼 번쩍 들어 안았다.
“괜찮기는, 눈꺼풀이 셔터를 내리기 직전인데.”
쑥스러워하는 메릴을 안은 상태로 윤기는 저택으로 이동했고, 메릴의 침실 침대에 메릴을 내려놓아 주었다.
“그럼, 이따가 아침에 보자.”
메릴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고 나가려던 윤기였지만, 메릴은 그런 윤기의 목을 다시 양팔로 붙잡았다.
“안 돼!”
“으, 응?”
당황한 윤기의 대답에 메릴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기까지 와서 다른 침대 쓸 거야?”
“하, 하지만…….”
“우리 약혼 사이인 거 잊었어?”
“그렇긴 한데…….”
“내가 싫은 거야?”
“그럴 리가!”
“그럼, 된 거잖아.”
메릴의 미소에 윤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메릴의 이불을 걷고는 같은 이불에 들어갔다.
“하아……, 빨리 윤이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약 지금 이곳에 최덕배가 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어른이 되기 딱 좋은 시점 아니냐?>
순간 최덕배의 말이 들린 것 같은 윤기는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그래?”
의아한 메릴의 말에 윤기가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냐, 뭔가 소리를 들은 것 같았거든.”
“그러지 마, 무서우니까.”
“미안, 미안.”
최덕배가 없는 것을 확인한 윤기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현재 최덕배는 윤기의 부탁에 저택에서 대기하기로 했고, 그 대가로 이번 휴가가 끝난 뒤 적절한 보상을 받기로 했다.
한마디로 저택 외곽에 있는 경비나 경호원들을 제외하면 이 저택에 있는 것은 오로지 윤기와 메릴뿐.
그렇기에 윤기는 안심하며 다시 누운 뒤, 몸을 돌려 메릴을 바라보았다.
“잘 자.”
“응…….”
최덕배가 아쉬워할 대화를 마친 둘은 눈을 감았고, 그렇게 둘은 잠드나 싶었다.
하지만 몇 분 뒤.
갑자기 저택 거실의 수화기가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