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상상도 못 한 OO (3)
‘곱다고? 무슨 소리지?’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최덕배의 시선을 따라 자신 역시 시선을 맞췄다.
‘잘 안 보이네.’
윤기는 몸을 옮겨 최덕배와 몸을 겹쳤다.
아, 비켜! 안 보이잖아!>
‘할아버지는 비킬 수 있지만, 저는 비키기 힘들잖아요.’
에잉!>
최덕배는 빠르게 몸을 움직이더니 자동차와 몸을 겹친 상태로 다시 한 곳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어디 보자, 할아버지의 시선이…….’
윤기는 최덕배의 시선을 따라 시야를 집중했고, 그러자 어느 한 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아…….’
윤기가 발견한 것은 모처럼의 귀신.
40대 초반 정도일까?
하지만, ‘참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과부’ 느낌의 여자 귀신이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에 직접 보는 귀신이네.’
최덕배가 본다고 해서 자신이 꼭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신기한 우연에 윤기는 약간이지만 흥미를 느꼈다.
에잉, 못 참겠다.>
최덕배는 자동차에서 스르륵 나가더니 미망인 귀신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윤기는 미망인 귀신 앞에서 손짓, 발짓 다 해 가며 이야기하는 최덕배와 울면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미망인 귀신, 그리고 굉장히 흥분하는 최덕배를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런 궁금증도 잠시.
최덕배는 꽤 빠른 속도로 자동차로 돌아와서는 윤기를 향해 조금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윤기야, 나가서 저기 저 아낙의 이야기 좀 들어보지 않으련?>
‘뭐예요, 그 평상시하고 전혀 다른 말투는.’
윤기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지만, 최덕배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아니……, 그게……, 내가 오랜만에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쿨럭!”
그야말로 대놓고 한 기침.
만약 리무진의 차단막이 내려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운전사와 차필규 모두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냐?>
‘아니, 지금까지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인 적이 없었잖아요.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네요.’
내가 예전에도 말했잖냐. 나처럼 제정신인 귀신 보기가 쉬운 편이 아니라고. 하물며 내 마음에 쏙 드는 귀신이 그렇게 쉽게 눈에 뜨이겠어? 그런데 이번엔……, 정말 100년 만에 내 새로운 사랑을 찾은 기분이야.>
‘…….’
도와주라. 응……?>
윤기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와준다고 확답은 못 하겠지만, 이야기는 들어볼게요. 강요하시지 않는 건 참 좋네요.’
네가 강요한다고 들을 녀석이냐?>
객관적인 최덕배의 판단에 윤기는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죠.’
잠시 후, 윤기는 차내의 수화기를 들어 리무진 기사에게 말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요.”
기사의 대답을 들은 윤기는 차 문을 열었고, 잠시 뒤 미망인 귀신이 있는 곳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도 같이 안 가도 괜찮을까요?”
“아아, 바람만 쐴 거라서요. 저기 벤치에 앉아 있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수석에서 내린 차필규를 다시 차에 태운 윤기는 천천히 벤치를 향했고, 이내 미망인 귀신의 옆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보시오. 이 사람이 내 손자요. 당신의 억울함, 내 손자에게 말하면 다 해결해 줄 테니, 날 믿고 말해 보시오.>
윤기는 ‘들어준다고는 안 했지만 말이죠’라며 최덕배에게 속마음을 전달했지만, 최덕배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일단 말을 이어 나갔다.
걱정하지 말고 손자에게 부탁하시오. 이래 뵈어도 내 손자가 마음만 먹으면 이 동네 지역 야쿠자 정도는 우습게 쓸어 버릴 수 있으니까.>
이 말이 나오고 나서야 미망인 귀신은 흘리고 있던 눈물을 닦고는 고개를 들었다.
[정말이신가요?]그럼. 그러니까, 억울한 일이 있으면 얼른 말해 보시오. 당신의 눈물을 보고 있으려니 내 가슴이 다 아프다오.>
‘으윽!’
뜬금없는 로맨틱한 말에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목에 버터가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래도 확실히 곱긴 곱구나. 가까이서 보니까 더 알겠네.’
최덕배가 조선 선비들의 특징인 두루마기를 입고 있다면, 미망인 귀신은 조선 시대 왕비들이 입고 다니는 화려한 한복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머리까지도 중전들과 똑같은 것이 최덕배가 눈이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조선 시대 중전이었나? 그런데 그러면 할아버지가 저런 어체를 쓰진 않을 텐데? 뭐지?’
윤기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을 때, 마침내 미망인 귀신의 입이 열렸다.
[제발, 제 아들을 해방시켜 주세요.]* * *
눈물을 뚝뚝 흘리는 미망인 귀신의 이름은 김련(金蓮).
한국에서 드문 여성 외자로, 부모님이 연꽃같이 이쁘게 크라는 의미로 지어 주셨다고 미망인 귀신, 김련은 이야기했다.
그리고 김련은 죽은 지 대략 10년쯤 되었으며, 죽기 직전의 나이는 45살이었노라고 고백했다.
일찍 죽었구려, 쯔쯔쯔…….>
안타까워하는 최덕배는 은근슬쩍 김련의 옆에 가까이 붙어 앉았고, 김련은 그런 최덕배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여겼는지 자리를 옮기거나 하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연탄가스를 5분 동안 들이마시면 제 가게를 살려 주겠다니.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런 제안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문에 제 아가는……, 제 아가는…….]김련이 말하는 아가는 당시 중학생이던 자신의 아들.
단어의 선택만으로도 김련이 자신의 아들을 얼마나 아꼈을지 느끼며 윤기는 자신 역시 김련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 아가는 커서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뭔지는 몰랐지만, 아가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 주고 싶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장사가 안되는 바람에……, 흐흑…….]김련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김련은 한복집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장사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연탄가스로 자살했다는 경찰서의 소식을 들었고, 싸늘한 주검이 된 자식의 장례식이 끝나고 자신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귀신이 되고 나서 자식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던 중 묘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같은 반이었던 부잣집 학생이 자신의 측근과 한 말.
김련의 아들은 연탄가스로 자살을 한 것이 아니고, 어머니의 한복집이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 연탄가스를 마셨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그런 짓을 할 수가 있는 겁니까. 연탄가스를 마시면 당연히 죽는 건데……, 그 말을 믿은 제 아가가 어리석은 것도 사실이지만, 제 아가를 자신의 쾌락에 이용한 그 녀석을 저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런 힘도 없고, 그저 따라다니는 것밖에 할 수 없으니 그저 그 녀석에게 불행이 일어나기만을 바라며 따라다니는 것밖에 할 수 없어요. 흑흑…….]‘저 기분 어쩐지 공감이 가네.’
윤기는 예전, 진실을 알게 된 후의 자신을 떠올렸다.
도둑놈이 인생을 다 빼앗아 갔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한 인생.
윤기야, 들어보니까 정말 불쌍하지 않느냐? 나를 봐서라도 이 불쌍한 아낙을 도와주려무나. 응?>
애원에 가까운 최덕배의 말에 김련이 윤기를 바라보았다.
마치 ‘정말 도와줄 수 있나요?’라고 말하는 듯한 간절한 눈빛.
하지만 윤기는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윤기야, 부탁이다.>
어쩐지 최덕배가 ‘나 새장가 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결국……, 안 되나 보네요…….]김련은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를 저었을 뿐이지 안 된다고 한 건 아니에요.’
미소와 함께 이어진 윤기의 말에 김련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리에서 멈추었다.
[안 되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상대가 제가 컨트롤이 가능한 부자라면 3년, 컨트롤이 안 되는 부자라면 그 부자의 세력을 뛰어넘을 때까지.’
여기까지 말한 윤기가 마음속 대화를 잠시 멈추더니, 조용히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저를 도와주셔야겠어요. 할아버지처럼요.’
* * *
윤기가 대놓고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최덕배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존재다.
당장 최덕배가 가져오는 정보만 해도 천금을 주고 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그것은 존슨 역시 마찬가지.
존슨을 영입하면서 생긴 장점은 바로 동시에 두 곳을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최덕배와 존슨은 각자 미약한 능력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었다.
최덕배는 한 번 본 사람에게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고, 존슨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 사람이 할 법한 말’을 실제로 하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류근태의 비서였던 최종효가 그러한 방식으로 경찰서 지하에서 ‘공산주의 만세’라고 외쳤다가 난리가 났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윤기는 김련에게 계약을 제시했고, 김련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바로 동의했다.
그리고 퍼지는 실낱같은 미소.
지금까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김련이었기에 마음속에 희망이 심어지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저나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존재하네요……?]나도 신기했어. 나도 이렇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건 얘가 처음이었으니까.>
어느새 최덕배는 김련에게 말을 놓았고, 김련은 그러한 최덕배를 알아서 잘 모셨다.
[정말 감사드려요. 선비님이 아니었으면 전 아직도 울고 있었을 텐데…….]선비라……, 오랜만에 들어보는 명칭이로구만. 핫핫핫!>
[불편하신가요? 어렸을 때, 두루마기를 입으신 분들을 이렇게 부른 적이 있어서…….]아니, 아니야. 정말 듣기 좋은 소리인걸. 할아버님보다야 훨씬 낫지.>
호탕한 최덕배의 대답에 김련은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본 최덕배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건 그렇고, 당신이 말한 그 부잣집 녀석은 누구죠?’
어느새 차 안에 들어온 윤기의 말에 김련이 조용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저 녀석이에요…….]윤기가 바라본 곳에 있는 20대 남성.
그것은 바로 정태룡이었다.
물론 윤기는 정태룡과 면식을 가진 적도 없고, 정태룡에 대한 정보를 가진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누구죠?’
리무진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태룡은 캔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저 녀석이 제 아들을 죽였어요. 제 아들을…….]치맛단을 붙잡고 다시 눈물을 흘리려는 김련을 보며 윤기가 빠르게 말을 걸었다.
‘아뇨……, 그러니까 어디의 누구냐고요.’
[아앗……! 죄송해요. 저 사람은 지금 대한 그룹의 상무이사를 하고 있는 정태룡 상무예요.]‘정태룡 상무……?’
안타깝게도 윤기는 정태룡에 대해 정말로 들은 바가 없었다.
‘이 귀신은 어째 허당 끼가 좀 있어 보이는데……, 나한테 주는 정보에 어디까지 신뢰성을 부여해야 하나…….’
김련이 이쪽을 속일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보지만, 김련이 ‘잘못 알고 있을’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고 여겼기에 윤기는 김련이 주는 정보를 적당히 거르고 분석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할아버지도 저 사람이 누군지 모르죠?’
[그야……, 나도 모르지.]‘어이쿠, 허당이 둘이야.’
윤기가 속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모든 생각이 최덕배에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 전달되기에 윤기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최덕배와 김련, 둘 다 알지 못했다.
‘대한 그룹의 상무이사 정태룡이라……. 작은아버지에게 연락해서 정태룡이 현재 일본에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윤기가 슬슬 리무진 기사에게 복귀 의사를 전달하려고 할 때, 류근태가 아까 들어갔던 건물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어?’
류근태가 건물에서 나오기 무섭게 반응하는 정태룡의 모습.
윤기는 무언가 끈을 잡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