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훼방과 블러핑의 대결 (4)
‘잠깐, 와이케이가 닌텐도에서 패미컴을 받은 다음에 한국에서 판다면, 그것은 결국 외화 유출이 된다는 얘기잖아?’
정태룡이 할아버지를 통해 JSD에게 압력을 넣은 것은 바로 외화 유출.
그런데 이 상황에서 또다시 외화 유출이 될 패미컴 수입을 류근태가 논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면 일본에 출국한 것은 외화를 벌어들이려고 출국한 게 아니라, 그저 와이케이 백화점의 향후 계획을 위해 출국한 거라는 건가? 외화 유출과 관련된 해결은 나중으로 미루고?’
분명히 가능성이 꽤 의미 있게 존재하는 선택지.
지금까지 자신이 헛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정태룡은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는지 쓴웃음과 함께 한숨과도 같은 탄성을 질렀다.
“하!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류근태는 일본에 외화를 벌러 온 게 아니었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정태룡은 다시 새롭게 세운 토대 위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와이케이가 외화를 벌러 온 게 아니라 하더라도 와이케이를 방해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의미 있는 행동이 될 거란 말이지? 이익 사업을 방해하면, 그만큼 잉여 자금이 쓸데없이 해외로 투자될 테니까.’
올해 말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3개월.
그 시간 안에 와이케이는 어디든지 간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정태룡은 조금이라도 더 와이케이에 피해를 주기 위해 본인이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 * *
“허허, 요새 한국 사람들이 게임기에 관심이 많나 봅니다?”
닌텐도의 사장 야마우치의 말에 정태룡이 속마음을 숨기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닌텐도의 패미컴을 직접 플레이해 보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더군요.”
“한국에서는 아직 파는 물건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태룡은 어깨를 으쓱했다.
“소개해 드렸다시피, 저는 외국에 쉽게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데다가 게임에 관심이 많아서 패미컴의 출시 사실도 바로 알 수 있었죠.”
정태룡의 신분은 대한 화학의 상무이사이자, 대한 그룹 회장의 맏손자.
그런 만큼, 야마우치도 류근태를 대할 때보다 더 규범 있게 정태룡을 대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군요. 그런데 오늘 만남을 요청하신 게, 패미컴의 수입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야마우치가 말을 조심스럽게 흐리자, 정태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혹시 저 말고도 패미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죠?”
“아무래도 그렇기는 합니다.”
“혹시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정태룡의 은근한 질문에 야마우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알려 드릴 수가 없습니다. 상대가 나중에 저희와 어떤 거래를 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명확히 선을 긋는 야마우치를 향해 정태룡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찔러 보았다.
“혹시 류근태라는 사람 아닌가요?”
순간 움찔거리는 야마우치의 모습.
정태룡에게는 이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많은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역시 맞구나.’
하지만 정태룡은 티를 내지 않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입이 무거우시네요. 뭐,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 제 목적은 패미컴의 구매니까요. 혹시 지금의 제 행동으로 구매가 안 된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길까요……?”
짐짓 우는 소리를 하는 정태룡의 모습에 야마우치는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런데 대한 그룹은 패미컴을 팔 수 있는 여건이 되나요?”
정태룡은 지금 대한 화학의 상무이사가 아니라 대한 그룹의 손자로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그렇기에 나온 야마우치의 질문.
여기서 정태룡은 판단의 근거를 하나 더 알아냈다.
통역에게 재차 확인까지 거친 주어와 관련된 사항.
‘대한 그룹은, 이라고? 그렇다는 건 와이케이 백화점은 팔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었다는 뜻인가? 아니지, 여기서는 부정의 의미로서의 은이 아니라 확인의 의미로서의 은이라고 봐야겠어. 와이케이가 패미컴을 팔 여력이 없는 곳은 절대 아니니까.’
본 백화점과 미니 백화점까지 합치면 와이케이에서 패미컴을 팔 장소는 차고도 넘쳤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대한 그룹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입니다. 저희 대한 그룹은 전자 제품도 생산하니까요. TV와 함께 판촉 행사를 벌이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협약은 실무진들을 통해서 하기로 하지요. 날짜는 언제가 좋겠습니까?”
“일주일 안으로 실무진들을 보내겠습니다.”
“좋습니다.”
야마우치와 정태룡의 협약.
이 와중에 류근태는 1층 접객 전 대기실에서 야마우치와의 두 번째 만남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 * *
“이거 참, 몇 번을 봐도 재밌어.”
요즘 정태룡이 즐겁게 여기고 있는 것은 바로 닌텐도 본사를 방문하는 류근태의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아예 호텔 숙소까지 옮겼을 정도였는데, 정태룡은 스위트룸 창문에서 망원경을 통해 오늘도 어깨가 축 늘어진 채 나오는 류근태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 비서.”
“예, 이사님.”
원래는 정태룡을 대신해서 한국의 일을 처리하던 한상윤이었지만, 실무진 협약으로 인해 정태룡이 일본에 소환하면서 잠시 일본에 체류하게 되었다.
“협약은 어떻게 되고 있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가 제안한 조항은?”
“그건 아무래도 성사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일본 녀석들도 머리가 보통 좋은 게 아니더군요.”
“하긴, 그렇지. 사람 좋은 미소 지으면서 뒤에 칼 꽂는 놈들이니까.”
사실 정태룡부터가 닌텐도의 등에 칼을 꽂으려고 했지만, 이러한 자각 없이 정태룡은 그저 닌텐도만을 비난했다.
“일단은 그대로 진행을 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좀 더 강하게 닌텐도에 요구해 보는 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한상윤의 말에 정태룡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목적은 와이케이를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와 닌텐도의 거래가 불발 나면 곤란해. 당장 거래가 불발 나면 우리의 거래를 저기 류근태라는 녀석이 받을 거잖아?”
“그렇게 추정되기는 합니다.”
정태룡이 닌텐도와의 거래에 넣으려던 독소 조항.
그것은 바로 3개월 뒤에 거래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조항이었다.
애초에 정태룡은 12월까지만 와이케이를 방해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방해하는 게 목적이지, 게임기를 수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만큼, 정태룡은 거기에까지 생각을 뻗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도 상대가 바보인 것은 아니었기에 이러한 시도는 결국 불발에 그쳤다.
‘뭐, 상관없어. 어차피 물건은 한국에서 판매하면 그만이니까.’
뭣 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와이케이에 패미컴을 팔아 버리면 된다는 생각까지 하며 정태룡은 미소를 지었다.
‘나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용서할 수 없지. 와이케이는 무진장 쪼그라들어야 해. 동네 슈퍼처럼 말이야.’
* * *
“으아아, 돌아 버리겠다!”
류근태는 닌텐도 본사를 나오기가 무섭게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무려 일곱 번이나 닌텐도를 방문했음에도 도무지 닌텐도의 주식을 살 수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조금 전 만남은 사장인 야마우치가 아니라 부장급이 나왔다.
한 마디로, 더 이상 이야기를 나누기조차 싫다는 의미.
그렇기에 류근태는 그야말로 환장할 지경이었다.
‘그냥 주식 시장에서라도 사?’
하지만 류근태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윤기가 사라고 하는 물량은 그 정도가 아닐 것이 분명할뿐더러, 그렇게 확보해 봤자 신임만 잃을 테니까.
‘콜슨 준장님한테 고민 상담을 해 봐? 그리고 거스터 님까지 연결되어서 닌텐도에 총부리를 들이대?’
말도 안 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정신이 몰린 상황.
하지만 류근태는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누군가가 자신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채, 류근태는 결국 소득 없이 자신의 호텔 숙소로 돌아왔다.
‘하아,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한다……. 최 사장한테 한 번 도와달라고 해 볼까? 나 혼자서는 힘들지만 최 사장이랑 힘을 합친다면…….’
최철규 특유의 친화력이라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류근태는 진지하게 최철규에게 연락하기를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그것도 패스.
그렇게 해결하면 자신이 일을 수행한 게 아니라 최철규가 수행한 것이 되기에 윤기의 생각과 다른 일 처리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솔직하게 보고를 드리자.’
류근태는 거스터의 비밀 회선을 통해 윤기에게 연락을 넣었다.
[아, 류 비서. 무슨 일이에요?]“저……, 회장님.”
류근태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네?]“죄송합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핀잔을 듣기를 바라며 용기를 내서 한 고백.
하지만 회선 너머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잘했어요!]* * *
“저는 진짜, 회장님이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 전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류근태의 말에 윤기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하지만, 류 비서가 내용을 알게 되면 자연스러움이 떨어지는 일이었거든요.”
“아, 화가 나거나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저 그때는 엄청 당황하고 황당했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회장님한테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 윤기와 류근태는 한국에 돌아와 서재에서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저번에 했던 비밀 회선에서의 대화.
이후로 류근태는 네 번이나 더 닌텐도 본사 앞을 서성거렸다.
물론 사실을 어느 정도 들었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나긴 했지만, 그게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어차피 안 될 거’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의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11번이나 방문을 하다니. 닌텐도도 참 대단하긴 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솔직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경영을 잘하고 있는 거죠. 상대가 절실하게 다가온다고 이쪽이 절실하게 대해 줄 이유는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습니다.”
바로 수긍하던 류근태가 윤기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는 손해 본 것이 아무것도 없고, 그 정태룡이라는 녀석은 막대한 물량의 패미컴을 떠안게 되는 건가요?”
“본인 스스로는 떠안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에게 물량을 넘길 생각을 아마도 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보니 우리가 주식을 구매하려는 게 아니라, 패미컴을 수입하려고 생각할 거라고 말씀하셨었죠?”
“그렇죠.”
“그렇다 하더라도 떠안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네요.”
류근태의 표현에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JSD의 압박을 받게 되면, 그때 자신의 카드를 빌미로 물량 떠넘기기를 시도할지도 모르죠.”
잠시 잊고 있었던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
외화 유출 건에 대해 떠올리자 류근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보니 그 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좋을까요? 닌텐도의 주식은 살 수가 없는 상황인데…….”
여기까지 말하던 류근태가 순간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에이’하는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회장님,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뭔가 해 놓고 오셨죠?”
류근태의 말에 윤기가 짓궂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