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실패를 겪어 보렴 (1)
류근태가 윤기의 지시를 받아 닌텐도의 사장인 야마우치와 두 번째 만남을 실행하고 있을 때, 윤기는 닌텐도가 아닌 세가의 사장인 ‘나카야마 하야오’를 만나고 있었다.
류근태에게 상대적으로 집중된 감시 체제.
그 덕분에 윤기는 새벽을 틈타 조용히 저택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비밀리에 숙소를 도쿄의 한 호텔로 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거스터에게 부탁하여 일본의 재력가를 통해 세가의 사장인 나카야마 하야오에게 만남 약속을 타진.
그리하여 지금 호텔 객실에서 나카야마 하야오와 비밀 회담을 가질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한국 와이케이 백화점의 실소유자이자 삼우 그룹의 맏손자인 최윤기라고 합니다. 외국에서는 보통 윤이라고 불리니 편하게 불러 주시길.”
정중한 윤기의 인사에 나카야마 하야오는 순간 당황하면서도 일단은 손을 붙잡았다.
“세가의 사장, 나카야마 하야오라고 합니다.”
숱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포마드를 바른 이 대 팔 가르마.
얇은 테 안경에 깐깐해 보이는 눈, 거기에 약간 큼지막한 코.
성격이 상당히 강해 보이는 인상의 나카야마 하야오는 실제로 윤기를 보자마자 미간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부탁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중학생과 만남을 가져야 한다니…….’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가의 회장이 이런 어린아이와 비밀 회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부탁을 한 지인을 생각해서라도 나카야마는 일단 자리에 앉았다.
“요즘 닌텐도의 패미컴이 매우 잘 나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순간 나카야마는 열불이 확 뻗치는 것을 느꼈다.
‘참자, 참아.’
숱이 별로 없는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나카야마의 앞에서도 윤기는 닌텐도의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실제로 게임을 해 보니 정말 재미가 있더군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스포츠에 직관성 있는 게임화면까지. 실패하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더군요.”
윤기는 나카야마가 주먹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면서도 말을 이었다.
“반면에 세가에서도 패미컴 출시일에 똑같이 게임기를 내놨죠? ‘SG-1000’이라는 이름이었는데, 맞나요?”
확인하는 듯한 윤기의 물음에 나카야마는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듣기로 나카야마 사장님은 굉장히 통찰력이 뛰어나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패미컴과 SG-1000의 대결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G-1000에 승산이 있다고 보시나요?”
“지금 저를 모욕하시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하신 겁니까?!”
나카야마가 마침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다시금 외쳤다.
“지인의 부탁으로 인해 이 자리에 오기는 했지만, 당신의 무례함에 도저히 이곳에 계속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죠!!”
“200억.”
윤기의 말에 순간 나카야마 하야오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비록 불같은 성격이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냉철한 경영인의 자세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나카야마였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 200억 엔 정도 되는 금액을 투자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원래 백화점을 세울 투자금이었는데, 어떻게 그게 좀 싸게 해결되면서 투자금이 붕 떴거든요.”
꿀꺽!
나카야마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SG-1000의 초기 발매 성적은 그야말로 참패.
애초에 지금의 세가는 닌텐도보다 규모가 훨씬 큰 회사였는데, 이로 인해 SG-1000을 제작할 때, 그야말로 오만함이 그지없는 발상을 하며 제작했다.
그것은 바로 ‘감히 우리가 만드는 데 사람들이 안 사겠어?’ 급의 생각.
당연히 SG-1000의 판매량은 패미컴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패미컴에 대한 실례일 정도로 지지부진했고, 이로 인해 세가의 주식까지 곤두박질치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200억 엔의 투자라니.
이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2018년 세가의 영업 이익이 119억 엔. 시대의 물가를 감안한다면, 윤기는 미래 세가의 영업 이익을 아득히 뛰어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으음……!”
결국, 나카야마는 억지로 화를 누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진심으로 사장님을 화나게 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단지, 세가의 현재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는 있다고 판단했을 뿐이거든요.”
“끄응…….”
나카야마는 다시 신음을 흘리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다음에 할 말은 뭐냐’ 정도의 눈빛이었지만, 윤기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확정부터 짓도록 하죠. 저는 세가에 200억 엔을 투자하기를 원합니다. 그 방식은 주식의 구매죠. 물론, 주식에 프리미엄은 얹어 드릴 생각입니다. 생각이 있으십니까?”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각해 볼 여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경영자로서의 나카야마의 말에 윤기가 다시 말을 이었다.
“조건은 딱히 크지 않습니다. 와이케이 백화점이 세가의 주식을 매입할 것이고, 우리 와이케이 백화점은 세가에서 배당금을 받으면 되거든요.”
윤기는 차필규에게 손짓했고, 차필규는 여러 가지 문서를 들고 와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현재 와이케이 백화점에 대한 대략적인 상황과 제가 소속된 삼우 그룹의 현황입니다. 물론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들만 뽑아온 것이라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도 있겠습니다만, 규모를 가늠하시기엔 충분할 겁니다.”
나카야마는 경영인의 피로 불같은 성격을 억누르며 윤기가 내어놓은 서류들을 읽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제 막 출범하다시피 한 백화점의 매출이 하루 평균 1억 엔을 넘는다고? 거기에 산하 미니백화점의 매출까지 합치면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액수잖아? 거기에 이 삼우 그룹의 규모도 결코 어지간한 일본의 기업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야.’
나카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꿀꺽하는 소리가 객실에 울려 퍼졌지만, 윤기는 자신이 그걸 들었다는 티를 내지 않으며 말을 꺼냈다.
“어때요. 적어도 저의 제안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이 와닿을 정도가 되었을까요?”
나카야마는 낮은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세가는 현재 떨어지는 주식을 막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물론, 아직 발매 2개월밖에 되지 않아 주식 시장이 반 토막 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이러한 하락 추세는 분명 계속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통찰력이 뛰어난 나카야마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이를 반전시킬 외부의 호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단순히 배당금만 원하시는 겁니까?”
“나중에 주식을 팔 때도 있겠죠. 하지만, 그 주식을 팔 때, 반드시 경영 측에 우선적으로 권리를 주도록 조항을 넣어도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조건이 있으시다는 말씀이신데…….”
나카야마가 말을 흐리자 윤기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좀 더 확실하게 말씀해 주시죠. SG-1000은 성공했나요, 실패했나요?”
드디어 나카야마는 화를 내기보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했습니다. 그야말로 대실패입니다.”
“그렇다면 말이 빨라지겠군요. 제 조건은 딱 세 가지뿐이에요.”
“들어보겠습니다.”
“첫째, SG-1000에 대해 전량 리콜하고, 사업 계획을 완전히 철수할 것.”
“아니, 그건…….”
“돈도 안 되는 사업을 붙잡을 이유가 있을까요? 나카야마 사장님은 돈 버는 방법을 아는 통찰력 있는 사람이라 소문이 자자했는데, 놓을 때 놓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는지는 몰랐군요.”
윤기의 이러한 발언은 나카야마의 배경을 조사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었다.
나카야마가 세가에 스카우트되기 전 했던 일은 바로 미국 게임기의 복제 및 복제품의 판매.
원래 중고 게임기를 유통하다가 불법 복제 게임기를 유통한 것인데, 세가에서 이런 나카야마를 제재하려다가 특유의 통찰력에 제재가 아닌 영입을 한 것이다.
그런 만큼, 나카야마 역시 현재 SG-1000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동의했지만, 일단 두 번째 조건을 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두 번째 조건은 뭡니까?”
“차세대 게임기 개발에 있어서 저를 고문역으로 지정해 주시길 원합니다. 더불어서 이건 단순 고문이 아니라, 발언권이 확실히 있는, 즉 가부를 확정 지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이건 경영권에 대해 간섭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경영권에는 하등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프로젝트에만 간섭할 거니까요. 대신 가정용 게임기 콘셉트에서만큼은 제 발언이 강력한 힘을 가져야 합니다. 오락실에 들어갈 아케이드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그 점은 안심하셔도 좋을 겁니다.”
“가정용 게임기라…….”
“컴퓨터도 제외입니다. 오로지 가정용 게임기. 이걸 캐치프레이즈로 판매하는 건 무조건 제 입김이 들어가야 합니다. 제가 제시한 금액이라면 그 정도 발언권은 충분히 가질 수 있을 텐데요? 경영권에 대한 입김을 포기하고 그 정도 권리만 갖겠다는데, 그것도 못 하겠다는 건가요?”
다소 겁박하는 어투로 윤기가 으르렁대자, 나카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끄응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윤기의 조건은 결코 과한 게 아니었으니까.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럼, 세 번째 조건은 무엇입니까?”
“이 거래는 최소 석 달 동안 비밀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효력 자체는 계약서를 작성하고 날인하는 순간 발동되겠지만,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석 달 후여야 한다는 얘기죠. 그 사이에 미리 SG-1000에 대해 판매 중지를 하든, 뭘 하든, 저는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이유라도 있습니까?”
윤기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닌텐도에 투자하려는 한국 기업이 있거든요.”
* * *
최초의 만남이 성사되고 며칠 후.
윤기와 나카야마는 다시 호텔에서 만남을 가졌다.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장이 닌텐도 본사에 수차례 방문을 했다던데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 와이케이 백화점이 닌텐도에 투자를 하려다가 실패해서 우리 쪽에 시선을 돌린 것 아닙니까?”
분명 이유와 근거가 있는 추론.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연기를 시킨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만약 제가 닌텐도의 주식을 정말로 구매하고 싶었다면 닌텐도의 사장인 야마우치와 이러한 자리를 마련했겠죠?”
“으음…….”
이것 역시 신빙성이 있는 대답이었기에 나카야마는 고민에 잠겼다.
“뭣하면, 계약서에 ‘닌텐도와의 거래가 발견되면 와이케이 백화점의 100퍼센트 책임으로 계약을 파기한다’ 같은 내용을 넣어도 좋습니다.”
그야말로 확신에 찬 윤기의 표정.
계약서에 특약을 넣어도 좋다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밀었는데 안 믿을 수도 없었기에 나카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야…….”
“다른 조건은 어떻게 됐죠?”
“제 측근들과 이야기해 본 결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한 가지 더 들어주셨으면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건 선택 사항이에요.”
윤기의 제안을 들은 나카야마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럴듯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그야말로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 * *
3개월이라는 시간은 매우 빨랐다.
윤기와 세가 사이의 비밀 협약은 조용히 이루어졌고, 그동안 세가는 내부적으로 SG-1000에 대한 프로젝트를 완전히 철회하기로 결정하며, 그 준비를 이행했다.
반면 닌텐도는 대한 그룹과 맺은 협약을 통해 5만 대라는 초도 물량을 한국으로 보냈고, 정태룡은 명목상 대한 화학의 상무이사였지만, 배후에서 해당 물량을 한국에서 판매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린 정태룡은 대한 그룹이 운영하는 가전제품 판매장들을 시찰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보름 정도 남았나? 와이케이 백화점의 데드라인이 말이야. 아직까지도 움직임이 없다니. JSD에게 사정하면 시한을 더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군.’
만약 JSD가 어물쩍 시한을 늘려 주려 한다면, 이번에는 대한 그룹뿐만이 아니라 다른 그룹들마저 동원한 압박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렇게 될 경우 와이케이가 받을 압박은 그야말로 기존과 말도 안 되는 수준.
여차하면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없는 죄도 만들어서 씌울 수가 있었다.
혹은 삼우 그룹을 압박해서 와이케이 백화점의 지분을 생판 남에게 토해내게 하거나.
그 ‘생판 남’은 분명 자신이 되겠지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상황에 정태룡의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흘렀고, 그러는 와중에 30대 중반의 애 엄마가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애를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남자애가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본 것은 화려한 게임 소리를 내며 보기만 해도 신나는 화면을 보여 주는 컬러텔레비전.
[가정용 게임기, 슈퍼 세일 행사]컬러텔레비전 위에 걸린 플래카드를 바라본 아이가 엄마의 치마를 끌어당기며 외쳤다.
“엄마! 나 저거 사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