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실패를 겪어 보렴 (2)
자연스럽게 애 엄마의 시선도 텔레비전으로 향했고, 잠시 뒤, 애 엄마의 입이 열렸다.
“공부나 해.”
아주 짧은 대답.
100원, 200원 하는 거라면 모를까, 6만 원이 넘어가는 물건을 사줄 만큼 살림살이가 여유 있는 엄마가 아니었기에, 애 엄마는 공부를 핑계로 아이의 바람을 거절했다.
하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엄마를 조르기 시작했다.
“사 줘! 사 달란 말이야!”
“안 된다니까!”
마침내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아앙! 사 줘! 사 줘! 으아아아아아앙!”
그야말로 매장이 떠나가라 우는 소리에 뒤이어 들어왔던 다른 손님들이 귀를 막으며 눈을 찡그렸고, 일부 손님은 나가기까지 했다.
“사 줘! 사 달란 말이야!”
“이놈의 자식이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떼를 써!”
애 엄마는 우는 애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애는 아예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마구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퍼지는 고약한 냄새.
“얘가 진짜!!”
멜빵바지의 아랫부분을 축축하게 적신 아이의 몸을 따라 바닥에 노란색 점선이 그어지기 시작했고, 애 엄마는 결국 소리를 지르며 애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빨리 닦지 않고 뭐 해!”
점장의 고함에 직원들이 부랴부랴 바닥을 닦기 시작했지만, 이미 아이의 울음소리에 질려 떠나 버린 손님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애 엄마 역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갔다.
“이사님, 괜찮을……까요?”
점장의 말에 정태룡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닦으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괜찮을 겁니다. 방금은 어쩌다 가난한 사람들이 온 것일 테니까요.”
“하긴, 그렇겠죠? 저는 그저 이사님만 믿겠습니다.”
그룹의 맏손자라는 강력한 지위.
그렇기에 점장은 차마 정태룡에게 짜증을 내지는 못하고 아부를 하는 쪽으로 노선을 정했다.
하지만 이날, 정태룡이 본 것은 맨 처음 본 광경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아이들은 게임기를 사달라고 떼를 쓰고, 부모는 그런 아이를 때리기까지 하면서 안 된다고 하는 모습.
이 매장이 이상하다 싶어 다른, 수많은 매장을 확인했지만, 다른 곳들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없었다.
심지어 애들이 떼쓰는 소리에 다른 물품을 사러 온 손님들까지 인상을 찌푸리며 밖으로 나갔기에 결과적으로 매상에 악영향까지 준 상황.
하루 동안 대한 그룹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본 손해는 그야말로 막대한 수준이었다.
여유가 있는 부모라면 자식에게 게임기 정도는 충분히 사줄 것이라 생각했던 정태룡의 추측.
하지만 여유가 없는 집은 공부를 핑계로, 여유가 있는 집은 정말 공부를 이유로 패미컴을 전혀 사 주지 않았다.
덕분에, 이날 정태룡은 평생 겪어 보지 못한 극한의 실패를 겪게 되었다.
* * *
“태룡아.”
대한 그룹의 회장 정강필.
정강필은 새하얗게 센 머리숱이 수북한, 약간 살집이 있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동그란 무테안경을 쓰고 있는, 어찌 보면 인자해 보이는 노인의 모습.
하지만 이러한 겉모습과 달리 정강필은 그야말로 뼛속까지 경영인이었다.
아니, 애초에 냉정한 사람이 아니면 이러한 그룹의 회장이 되지 못했겠지.
그런 만큼, 정강필이 정태룡을 바라보는 시선은 절대 곱지 않았다.
“예, 할아버지.”
정태룡 역시 이러한 정강필의 태도에 침을 꿀꺽 삼키며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네가 지금까지 맡은 일을 잘해 왔기에 이번 일 역시 너를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그걸 아느냐?”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패를 정당화해 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과거에 잘했다 하더라도 현재의 실패를 회복할 수는 없다는 거다.”
“……예.”
“나는 너의 성공에 발맞춰서, 사회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2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상무 직함을 달 수 있게 해 주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너를 부사장에 빠른 취임을 시켜 줄 생각이었다.”
“할아버지…….”
“하지만, 지금 이렇게 실패한 너를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지금의 너는 상무이사의 자리도 버거워 보이는구나.”
“하, 할아버지!”
“닥쳐라!”
정강필의 일갈에 정태룡은 순간 찔끔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사람들은 착각을 해. 자신이 이룬 것이 있으니 실패를 문책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야. 하지만, 그 녀석들이 모르는 것이 있어. 이룬 만큼 이미 보상을 받았다는 것을 말이야. 그런데 실패를 했다? 그러면 당연히 실패의 대가를 토해내야지. 조만간 너를 대한 화학의 상무이사에서…….”
“할아버지! 저는 실패한 게 아니에요!”
필사적인 정태룡의 외침에 정강필이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대답을 기다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할아버지께서 지금 노하신 이유는 5만 대에 달하는 패미컴을 처분할 방법이 없어서 그러신 것 아닌가요?”
“설마 재고떨이라도 할 생각이냐? 그걸로 나를 설득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죠. 저는 패미컴의 처분과 관련해서 애초에 두 가지 계획을 세워 놨습니다. 첫 번째는 대한 그룹이 판촉 활동을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것은 보란 듯이 실패했구나. 그러면 두 번째 계획은 뭐지?”
“와이케이 백화점에 떠넘기는 거죠.”
“떠넘긴다고?”
“예.”
정태룡은 일본에서 류근태가 닌텐도와 접촉한 사실을 필두로 자신이 알고 계획한 모든 사항을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외부 투자와 관련된 JSD와의 약속을 해내지 못한 와이케이 백화점에 압박을 줌과 동시에 패미컴의 물량을 떠넘긴다? 그렇게 될 경우, 이번 압박의 주체가 대한 그룹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느냐?”
“드러나도 상관이 없지요. 애초에 JSD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상 와이케이 백화점의 규모는 쪼그라들 테니까요. JSD와 기존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만약 와이케이 백화점이 외부 투자를 끝마친 상태라면?”
“와이케이 백화점의 류근태와 최철규, 그리고 최윤기를 꾸준히 감시했습니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아마 JSD에게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겁니다.”
“좋아, 확인해 보마.”
정강필은 정태룡이 보라는 듯이 앞에서 전화기의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아, 경호실장님, 접니다. 정강필. 예,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적당한 일상의 담화.
잠시 뒤, 정강필은 본론을 꺼냈다.
“그건 그렇고, 경호실장님. 다른 게 아니라 와이케이 백화점의 외국 투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네, 아, 네. 아직 소식이 없다구요? 알겠습니다.”
마무리 담화마저 끝낸 정강필은 다소 풀린 표정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아직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구나.”
“보셨지요? 이제 와이케이 백화점은 우리의 물량을 떠안아야 할 거고, 주식도 내어놓아야 할 겁니다. 제가 반드시 와이케이 백화점의 주식을 토해내게 만들겠습니다.”
그야말로 의기가 충만한 손자의 말에 정강필이 껄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자의 등을 두드렸다.
“그래, 미안하구나. 내가 잠시 네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잊었어. 다음부터는 화를 내기 전에 너의 대답부터 듣도록 하마.”
“아닙니다. 크게 밀어주신 만큼 기대도 크셨을 테니까요. 반드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좋다, 좋아. 오랜만에 같이 식사나 하지 않겠느냐?”
“좋지요.”
그야말로 훈훈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모습.
그렇게 시간은 또다시 흘러 12월 31일이 되었다.
* * *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놓은 정강필이 그야말로 정이라고는 단 1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과 함께 비서실장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이 시간부로 태룡이 녀석을 보직 해임하고, 지방 쪽으로 발령 보낼 만한 곳을 찾아봐.”
“지방 쪽이라면 혹시 계열사뿐만이 아니라 1차 밴더도 상관없겠습니까?”
“상관없어.”
“알겠습니다.”
자신의 주인이 어떤 성격인지 잘 아는 비서실장이었기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회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40분 정도 후.
수화기가 울리며 손자인 정태룡이 자신을 만나길 바란다는 연락이 정강필에게 전해졌다.
“들어오라고 해.”
다시 잠시 후.
손자인 정태룡이 숨이 턱까지 차오른 듯한 모습으로 회장실 문을 벌컥 열며 들어왔다.
“할아버지, 제가 보직 해임이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몰라서 묻는 거냐!”
방금까지만 해도 냉정한 표정이었지만, 손자의 얼굴을 보자 열이 뻗친 듯, 정강필은 그야말로 일갈을 던졌다.
“정말 모르겠어요. 이번 일도 잘 해결되고 있잖아요!”
정태룡이 전혀 모르는 사실. 정강필은 그 사실을 알려 주었다.
“방금 JSD와 통화를 했다! 와이케이 백화점은 일본에 있는 세가를 비롯한 컴퓨터 업계에 200억 엔이 넘는 투자를 했어!!”
“예? 그게 무슨…….”
“세가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와이케이 백화점이 닌텐도에 투자하려고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도대체 감시를 어떻게 한 거야! 혹시 닌텐도에 투자했는지 물었지만, 거기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았다고 했어!!”
자신의 책상을 주먹으로 쾅 치며 일어나는 정강필의 모습.
그 파열음이 현재 정강필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청각적으로 알려 주고 있었다.
“그, 그럴 리가……. 분명히 닌텐도에만 매달리다가 귀국을 한 것을 제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이후에 류근태와 최윤기가 귀국했고, 류근태는 가끔 일본에 출국하기는 했지만, 다른 회사에 간 적이 없었구요.”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도 발뺌할 셈이냐? 더 들어볼 필요도 없다. 너는 실패했고, 대한 그룹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어. 한동안 지방으로 내려가서 너의 잘못을 곱씹어보도록 해!”
“할아버지! 분명 오해일 겁니다!”
손자가 한 걸음 앞으로 걸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 하자, 정강필은 자리에서 일어나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정태룡의 앞에 서서 시작은 담담하게, 그리고 마지막은 고함으로 외쳤다.
“오해라니. 현실은 냉정하다. 패미컴 5만 대와 패미컴에 필요한 팩, 거기에 패미컴을 광고하는 데 쓴 비용과 각 지점의 영업 손해. 너는 50억을 훌쩍 넘는 손해를 입혔다. 너를 중국으로 보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
“할아버지!”
“밖에 아무나! 이놈을 끌어내!”
결국, 정태룡은 정강필의 경호원들에게 이끌려 회장실 밖, 아니 아예 건물 바깥으로 내던져졌다.
“놔! 놓으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
다시 건물에 진입하려고 애쓴 정태룡이었지만, 경호원들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고, 결국 숨을 헐떡이며 건물 밖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썅!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와이케이 백화점이 어딘가에 막대한 투자를 끝마친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였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어. 이대로 지방으로 갈 수는 없다고!!’
그야말로 활화산 같은 분노를 뿜어내던 정태룡의 몸에서 일순 그 기세가 완벽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지어지는 미소.
‘그래, 아직 모든 게 끝난 게 아니야. 돌파구가 있어……!’
정태룡은 집으로 돌아가 와이케이 백화점의 번호로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 * *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오시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대기업들과 연줄이 전혀 없어서 곤란하던 참이었거든요.”
류근태의 환대에 정태룡이 속으로 득의의 표정을 지으며 마주 미소를 지었다.
“반갑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찾아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연말이 다 되어서야 찾아오게 되었네요. 오늘 연말이라 백화점에 손님이 바글바글한 거 같던데, 이렇게 바쁜 시간을 내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판매야 직원들이 하는 거고 저야 한가한걸요. 커피 괜찮으십니까?”
“좋지요.”
그야말로 훈훈한 분위기.
마치 털장갑과 털목도리를 같이 낀 커플의 분위기처럼 따뜻한 풍경이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장실에서 연출되었고, 잠시 뒤 커피 두 잔이 테이블에 놓이자, 둘 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며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생각해 보면, 저도 참 출세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한 그룹의 맏손자이신 분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다니요. 하하핫!”
“어유, 제가 듣기로 JSD 소장님과 독대도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그야말로 과찬이십니다.”
정태룡은 류근태가 대한 그룹이 JSD에게 사주한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며 연신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가능성이 있겠어.’
이후로 이어진 매우 많은 덕담과 잡담.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판단한 정태룡이 오늘 이곳에 온 본론을 꺼냈다.
“듣기로는 와이케이 백화점이 게임 산업에 관심이 많다던데, 혹시 맞습니까?”
그야말로 속이 타는 정태룡의 질문.
그 질문에 류근태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뇨,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