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실패를 겪어 보렴 (4)
“저는 와이케이 백화점이 패미컴을 대한 그룹이 매입했던 가격으로 매입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심적 여유가 전혀 없던 정태룡이 생각해낼 수 있었던 첫 번째 제안.
이미 손실된 광고비나 영업 적자는 어쩔 수 없지만, 물량이라도 해결한다면 할아버지의 마음을 반 정도는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은 재산을 회사에 헌납한다면 적어도 상무이사의 자리는 지키고,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번 거래.
하지만 류근태의 반응은 당연히 시큰둥했다.
“굳이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하겠습니다만……. 염가에 판매하신다고 해도 생각을 해 봐야 할 상황인데, 매입가 그대로 매입을 하라면 그럴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상의 단호한 거절.
그렇기에 정태룡은 속으로 이를 갈며 두 번째 제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이죠?”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저를 고용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예?”
굉장히 의아한 표정을 짓는 류근태를 향해 정태룡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오늘 최윤기 군, 아니 최윤기 대주주님을 모신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저를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일하게 해 주십시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상상도 못한 소리에 류근태가 뜨악한 표정을 이었지만, 정태룡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일본에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그리고 일본에서 류근태 사장님을 조종한 것이 최윤기 대주주님이라는 사실을 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실상 저는 손바닥에서 놀았죠. 그 결과, 현재의 저는 대한 그룹에서 향후 10년 정도는 족히 실각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정태룡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윤기를 바라보며 좀 더 자세한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회장님인 할아버지가 저를 버린 이상, 저 역시 더 이상 대한 그룹에 충성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차라리 와이케이 백화점으로 가자’라고 말이죠.”
정태룡은 윤기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정말, 꿇기 싫은 무릎이었지만, 와이케이 백화점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정태룡은 정말 모든 것을 던지는 심정으로 자신의 무릎과 허리를 굽혔다.
“저는 생각보다 굉장히 유능한 녀석입니다. 저를 고용해 주신다면 제가 아는 대한 그룹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현재 제 입김이 닿는 대한 그룹 내부의 인사들도 많은 만큼, 제가 알고 있는 기존의 정보들뿐만이 아니라 신규 정보도 많겠지요. 절대 손해 보는 거래는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가족을 배신하면서까지 와이케이 백화점에 오고 싶어 한다면, 바라는 것이 도대체 뭡니까?”
기가 막힌다는 류근태의 물음에 정태룡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대한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게 힘을 실어 주십시오. 할아버지의 다음 대가 바로 제가 될 수 있도록……. 제가 원하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다른 녀석들이 대한 그룹을 이어받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어요. 설사 아버지라 할지라도…….”
와이케이 백화점으로 이적하는 순간 대한 그룹에서 파문될 것은 당연한 사실.
하지만 정태룡은 일단 와이케이 백화점에 들어간 뒤, 할아버지에게 비밀리에 연락할 생각이었다.
몇 년 안에 와이케이 백화점을 내부에서 무너뜨리겠다고.
만약 그게 성공한다면? 이번의 실패는 덮고도 넘치는 신임을 얻을 것이라 정태룡은 생각했다.
‘내가 진심으로 와이케이 백화점에 들어간 게 아니라 무너뜨리기 위해 들어간 것이라 설명하면, 할아버지 역시 나에게 발맞추어 도와주시겠지. 할아버지의 지원만 있다면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아.’
정태룡은 대한 그룹의 맏손자라는 자신의 가치를 믿으며 다시 윤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윤기의 표정에는 그저 비웃음이 가득할 뿐이었다.
“당신한테 딱 하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근거 없는 자신감’일 것 같네요.”
말을 들은 정태룡은 순간 자신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우리가 당신을 영입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우리가 왜 그래야하죠? 당신을 영입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전혀 없는데?”
“크흠!”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정태룡은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을 하며 윤기를 노려보았다.
“뭐, 다른 사람이라면 당신을 영입할지도 모르죠. 대한 그룹의 맏손자라는 사실은 충분히 메리트 있는 자격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제가 당신을 영입할 일은 절대로 없어요. 왜인 줄 알아요?”
“……?”
일그러졌지만, 의문이 가득한 정태룡의 표정에 윤기가 다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삼국지를 읽어 봤다면 알죠? 조조가 자신에게 큰 피해를 입힌 적장 장료는 용서했지만, 같은 적장인 여포는 용서하지 않은 거. 그 차이가 무엇일 것 같아요?”
윤기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것은 바로 자발성의 차이죠. 여포는 자신의 의지로 조조를 공격했지만, 장료는 여포의 명령에 따라서 조조를 공격한 거예요. 그러니까 나 역시 마찬가지죠. 대한 그룹을 용서하고 사업상 교류를 하는 일은 있어도, 당신을 영입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은 능력도 쥐뿔도 없는 주제에 열등감만 많은 쓰레기니까.”
마침내 정태룡은 10년 전의 자신과 100퍼센트, 아니 140퍼센트 일치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나 혼자 몰락하느니 적어도 너라도 같이 데려가 주마!!!’
하지만 앞에서 바로 발광을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10년 전, 이재서를 죽일 때도 폭급한 모습을 보이거나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저 우연을 가장한 살해.
정태룡은 자신의 속내를 꾹꾹 숨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제가 바쁘신 분들의 시간을 괜히 빼앗은 것 같군요. 정말 죄송했습니다. 식사는 제가 계산했으니 편히 즐기고 나오시길…….”
조용히 물러나는 정태룡의 모습.
윤기와 류근태는 좀 더 객실에 머무르다가 밖으로 나섰다.
점원에게 정태룡이 진짜로 떠났는지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뿐.
애초에 정태룡을 영입할 생각이 없었던 윤기는 류근태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탔음에도 ‘생각보다 늦게’ 차량이 요정 밖으로 나가고 잠시.
차량의 옆면을 향해 큼지막한 트럭 한 대가 전력으로 달려오는 것이 운전사의 눈에 들어왔다.
* * *
“아주 훌륭하신 손자분을 두셨더군요?”
JSD의 목소리에는 노기와 함께 비꼼이 아주 가득 들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칠순 노인이 힘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모습.
평상시의 정강필에게선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재계 서열 30위 안에 드는 거대 기업의 회장도 JSD의 앞에서는 하루살이일 뿐이었다.
하물며, 분노한 JSD의 앞에서는 더 말을 해서 무얼 할까?
“말이 달라질 수 있으니, 보시죠.”
JSD가 비디오를 틀자, 적절히 편집된 하나의 영상이 나타났다.
약간 높은 건물 옥상에서 찍은 모습.
윤기와 정태룡이 만났던 요정과 주변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차에 올라타는 윤기와 류근태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요정에서 좀 떨어진 골목에서 누군가가 요정 쪽을 초조한 표정으로 바라는 게 찍혔고, 잠시 뒤 망원 렌즈를 사용한 카메라로 찍힌 정태룡의 사진이 영상에 몇 초간 나타났다가 다시 전체적인 지역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윤기와 류근태가 올라탔을 차량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트럭의 모습.
트럭은 그 차량을 완파시켰고, 그대로 도주하려 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미군들에 의해 집중 사격을 받았고, 결국 움직임이 멈추어 트럭 운전사는 포박되었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견이라도 했는지, 충돌하기 전에 차량에서 지체없이 뛰어내리는 윤기 소유 차량의 운전사.
결국, 사상자는 없었지만, 이 영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사람은 이 방 안에 없었다.
“저는 회장님의 말을 듣고 와이케이 백화점을 압박해 주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시겠죠?”
“…….”
정강필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에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아시냐고 물었습니다.”
“헉……!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죄송합니다.”
“회장님의 맏손자가 와이케이 백화점의 외부 투자를 끈덕지게 방해했다는 소식 역시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도 무슨 뜻인지 아주 잘 아시겠죠?”
“으으윽…….”
정강필은 심장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침음성을 흘렸다.
와이케이 투자에 대한 방해.
이것은 들키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정태룡은 들켰다.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수많은 군부의 존재들.
와이케이 백화점이 외화를 벌어들이도록 하는 것은 명분이 있었기에 선을 넘지 않는 행위였다.
하지만 와이케이 백화점의 활동 그 자체에 훼방을 놓는 것은 명백한 군부에 대한 배반 행위.
들키지 않았으면 그래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태룡은 교사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최악의 방법으로 자신의 배반 행위를 만천하에 드러냈고, 이는 JSD의 진노를 샀다.
지금 JSD가 꾹꾹 눌러 참아 정강필만 대면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류근태의 부탁 때문.
류근태가 나라의 국운을 이야기하며 정강필만 따로 부르는 게 일단은 좋아 보인다고 간청했기 때문에 일단은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회장님이 시키셨습니까?”
말을 듣는 순간 정강필은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이마까지 바닥에 바싹 가져다 댔다.
“절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손주가 와이케이 백화점을 방해하는 것을 관망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강필은 절대로 이런 교사 사태를 지시하거나 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 수밖에 없었다.
‘교사 사건만 일으키지 않았어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일인데……!’
정강필은 속으로 이를 빠득빠득 갈며 손자를 욕하기 시작했다.
정말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일 처리.
허락에 가까운 관망을 내린 자신이 원망스러워도 이토록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하실 겁니까?”
“지금 당장 류근태 사장님에게 사과를…….”
“말로 해서 모든 게 해결되면 세상에 전쟁이 왜 일어나겠습니까? 그리고 당신의 손자가 한 행위는 그런 단순한 행동이 아닙니다. 최윤기 군이 어떤 인물인지 아십니까?”
“예? 그거야, 삼우 그룹의 맏손자이자 와이케이 그룹의 실소유주…….”
의아한 표정과 함께 고개만 들어 올린 정강필을 향해 JSD가 쯧쯧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미군 전 대장 거스터 님의 손녀사위입니다.”
“헉!”
만약 정강필의 심장이 두 개였다면 그중 하나는 터지지 않았을까.
정강필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하며, 마치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바뀌었다.
“당신의 손자는 그런 사람을 죽이려고 한 겁니다. 류근태 사장님이 당신의 맏손자 주변에 감시자를 심어서 이번 일을 사전에 파악했기에 망정이지……. 그리고, 거스터 님은 미군, 그리고 미국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신 분. 이 사건을 토대로 외교적 압박을 가해 온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될까요? 그리고 그러한 큰 피해를 본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북괴가 새로이 잠입하게 될까요? 저는 그러한 상황을 생각할수록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청산유수처럼 읊어지는 JSD의 말에 정강필의 몸이 더더욱 떨렸다.
“제, 제발. 경호실장님, 제발 이번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 손자 녀석도 그런 사실까지 알고 일을 치른 것은 아닐 겁니다. 그저 우발적으로…….”
“우발적으로 한 일이니 용서해 달라?”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러니 제발 고정하시고 제가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려 주십시오!”
JSD의 바짓가랑이까지 붙잡으며 애원하는 정강필의 모습에서는 대한 그룹 회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자신의 생명을, 가족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필사적인 몸부림뿐.
“정말로 반성하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반성합니다. 사과하겠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JSD는 류근태의 전언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