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측근의 결혼식
그야말로 물밀 듯이 들어오는 하객들의 세례.
윤기의 옆에서는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외부적으로 류근태는 와이케이 백화점이라는 권력의 중점인 곳의 사장이었다.
그렇기에 식장에는 하객들이 그야말로 꾸역꾸역 몰려들고 있었고, 어지간한 사람은 아예 류근태의 얼굴조차도 보기 힘들 정도였다.
‘진짜, 권력이 있는 사람은 축의금으로도 돈을 버는구나.’
지금 류근태에게 축의금을 내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나중에 류근태에게 축의금을 받을 수 있을까?
하객들 중에는 어떻게든 류근태와 접점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상당했기에 그들이 내는 축의금 봉투는 특히 두툼했다.
‘예전 내 주변 사람들의 결혼식은 봉투가 정말 얇디얇았는데 말이지.’
결혼식 비용은 축의금으로 커버 가능하다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보니 드디어 그 말이 이해되었다.
노가다 시절, 자신이 봤던 봉투에 만 원에서 3만 원을 채우던 동료들의 모습.
윤기는 정말 묘한 기분을 느끼며 류근태를 만나기 위해 신랑 대기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한적한데요?”
“아, 회장님을 가장 먼저 뵙고 싶어서 일부러 다른 사람은 들이지 말라고 차 경호원한테 부탁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류근태에게 배정한 차필규.
차필규가 신랑 대기실 앞에서 사람들을 차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날까지 저를 만나고 싶어요?”
“이런 날이니까 회장님을 뵙고 싶은 겁니다. 회장님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하객들 앞에서 축복받으면서 결혼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결혼이야, 몇 년 더 일찍 할 수 있었겠지만, 그냥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다가 이성원 비서실장님이 실직하는 순간, 어디 한직으로 보내져서 늙어 죽었을 겁니다.”
“에이, 능력이 있었으니 그렇게까지는 안 됐겠죠.”
실제로 원래 역사에서는 작은아버지의 비서실장이 되는 류근태.
하지만 류근태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았다.
“그만큼 출신이라는 게 차별을 받기 정말 쉬우니까요. 그런 면에서 저는 정말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금칠하시니까 부끄럽네요. 아무튼, 신혼여행은 잘 다녀오고요. 일 걱정은 하지 말구요.”
윤기의 말에 류근태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왜요?”
“제가 없는 동안 기업의 일이 진행되면 제가 혹시나 밀려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고…….”
솔직한 류근태의 말에 윤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요.”
“으윽!”
“하지만, 말이죠. 류 비서.”
윤기가 부르자, 류근태는 윤기를 바라보았다.
“회사의 일이 진행되고, 류 비서가 그 일에 좀 멀어진다고 하더라도 저의 1 비서는 류 비서예요. 남들이 류 비서보다 연봉을 좀 더 받는다고 해도 뭐가 달라질까요? 돈을 더 받을지언정, 류 비서보다 신뢰받기는 정말 쉽지 않을 거예요.”
“회장님…….”
“아마, 류 비서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 저는 세가와의 일을 진행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말고 편히 쉬세요. 저도 8월에 쉬었는데, 류 비서도 쉴 때가 있어야죠?”
“후우, 제가 좋은 남편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한테 하듯이 하나 누나한테도 하면 되지 않을까요?”
“회장님한테 하는 수준은 회장님 이외의 사람에게는 하지 않을 겁니다. 설사 아내라 하더라도요.”
“말은 고맙지만, 혹여나 그런 말 하나 누나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당연하지요. 이게 다 사회성 아니겠습니까?”
가벼운 농담에 긴장이 풀어진 듯, 경직되었던 류근태의 표정에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는 이만 나가 볼게요. 아, 그리고 이건 신혼여행에서 쓰도록 해요.”
적절한 숫자들이 적힌 수십 장의 미국 수표를 받은 류근태가 깜짝 놀랐다.
“회, 회장님……. 이미 저한테 해 주시는 게 많은데…….”
“일생에 한 번 있을 행사에 이 정도 기분은 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진짜 가 볼게요.”
“회장님…….”
고개를 깊이 숙이는 류근태를 뒤로한 채 밖으로 나온 윤기는 JSD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고, 윤기 선생.”
너스레를 떠는 JSD의 모습에 윤기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어유, 그렇게 뻣뻣하게 대할 거 없어. 그나저나, 이제 고등학교 들어간다고 어른이 다 된 것 같은데, 이참에 윤기 선생도 메릴 아가씨와 식을 올리는 게 어때? 내가 전폭적으로 밀어줄 수 있는데 말이야.”
농담과 진담이 반반 섞인 JSD의 말에 윤기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하는 게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때, 청첩장은 꼭 보내 줘야 하는 거 알지?”
“물론이죠.”
“우리 아들 녀석들도 윤기 선생처럼 멋들어진 신붓감들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어.”
이후로 잠시 잡담을 나누던 JSD는 류근태에게 인사를 하러 가 보겠다며 신랑 대기실 안으로 들어섰고, 신랑 대기실 앞에는 차필규뿐만이 아니라 JSD의 경호원들도 함께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 모습은 당연히 다른 하객들의 눈에도 들어왔고, 이는 와이케이 백화점의 권력을 주변에 뽐내는 효과를 연출할 수 있었다.
‘대한 그룹 사람들도 참석한 것 같네.’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얼굴은 기억하고 있는 대한 그룹의 인물들.
똑똑했던 정태룡이 사실상 맛이 간 상태로 집에 돌아가기까지 했지만, 대한 그룹은 절대로 와이케이에 적대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말이다.
‘이렇게 결혼식에 참석한 것을 보니, 적어도 JSD가 대한 그룹 쪽을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봐야 하겠지.’
외부적으로 대한 그룹의 정태룡이 일으킨 사건은 그 어떠한 신문에도 보도가 나가지 않았지만, 이미 재계에는 소문이 나 있었기에 신랑 대기실 근처에는 다른 그룹의 관계자들 역시 대기하고 있었다.
목적은 당연히 류근태와의 면식.
그리고 윤기는 신랑 대기실에서 나오면서 그들에게 일단 노출이 되었다.
‘이미 나에 대해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 와이케이 백화점의 제1 주주이자 실질적인 소유자.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실질적인 소유자이면서 실질적인 운영자라는 사실 역시 드러날 거야. 내가 성인이 되는 것과 정체가 드러나는 것. 어느 쪽이 더 빠르려나?’
안 들키는 게 좋지만, 슬슬 들켜도 큰 문제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는 윤기였기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적당한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윤기야!”
친근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옆에는 최철규가 앉아 있었다.
사실상 윤기의 제2 비서이자 와이케이 호텔의 사장.
최철규의 표정에 약간의 그늘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윤기는 그런 최철규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식 끝나고, 거기로 오세요.”
* * *
성대하고 화려한 류근태의 결혼식이 끝난 뒤, 윤기와 최철규는 서재에서 만남을 가졌다.
“결혼식장에 둘째 형 온 거 봤어?”
“첫째 작은아버지요?”
“응. 형수랑 조카 데리고 왔어.”
“왜 왔는지는 대충 감이 잡히네요.”
“맞아. 너한테 가려고 하는 걸 내가 막았거든.”
“잘하셨어요.”
고민도 없이 대답하는 윤기를 바라보며 최철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막기를 잘했네.”
“뭐, 다른 말씀 하실 일상의 주제는 없는 거죠?”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궁금해하지 않는 윤기를 바라보며, 최철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면 제가 말해도 되겠네요. 작은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조금 불안하시죠?”
“뭐……, 그렇긴 하지? 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짓는 최철규의 속내는 다름 아닌 파벌.
현재 류근태의 삼촌인 김정선은 와이케이 삼강의 사장 자리에 앉았고, 거기에 재팬 코모디티의 사장인 정동윤마저 장인어른으로 맞았다.
특히 정동윤이 얼마 전에 비서급으로 승격했다는 사실은 이미 류근태나 최철규 역시 알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현재 최철규가 불안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알긴 아는데…….”
“어차피 와이케이는 더 커질 거예요. 현재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해서 주변 사람을 앉히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이 있죠.”
“응?”
“제가 젊다는 거요.”
“아아…….”
최철규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감히 파벌을 만들어요? 그랬다가는 바로 목을 쳐 버릴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슬슬 다른 작은아버지나 숙모들 중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영입해 볼까 생각 중이니까, 크게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거예요.”
“생각해 둔 사람이 있어?”
“혈족 중에서는 이미 셋째 고모부가 있잖아요. 법무 비서.”
비서 중에서 가장 끗발이 떨어지고, 사실상 다른 비서와는 취급이 다르지만, 어쨌든 비서.
조청우는 고용된 이후로 지금까지, 윤기의 밑에서 아주 갈리다시피 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나마 임시찬의 부하들 중 일부를 밑에 배정해서 일하고는 있지만, 현재 와이케이와 관련된 법무 사항은 전부 조청우가 해결하는 만큼, 조청우는 일도 많이 했고, 연봉도 높았다.
“네가 조 비서 연봉 많이 줘서 조만간 이사한다고, 윤자 얼굴에 아주 웃음꽃이 피었더라고.”
“일을 많이 하면 많이 줘야죠. 그건 당연한 거예요.”
“그래도 윤자 입장에서야, 사무실 월세도 밀리던 상황이었는데 엄청 출세한 거지.”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저야 좋죠. 아무튼, 그 외에도 셋째 작은아버지나 넷째 작은아버지도 생각 중에 있어요.”
“철준이랑 철재 말이지?”
최기현의 사 남과 오 남.
최철준은 현재 삼우가 아닌 다른 그룹에서 조용히 근무하고 있었고, 최철재는 이미 군 복무를 끝마치고 다시 가수의 꿈을 꾸며 열심히 활동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이 외에도 여럿 있죠. 혈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고용할 생각은 절대로 없지만,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용할 거예요. 쓸데없는 욕심만 없다면요.”
“아아, 첫째 자형처럼 말이지?”
현재 지방에서 검사직을 하고 있는 서종오의 언급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윤기가 언제 불러 주나 오매불망 지방에서 기다리는 서종오였지만, 윤기는 그런 서종오를 절대 불러 주지 않았다.
이제는 그나마 받던 전화조차 받아 주지 않는 상황.
그렇기에 최철규는 한 가지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누나한테는 그래도 언질을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사촌은 죄가 없으니까요.”
윤기의 대답에 최철규는 윤기가 어떤 뜻을 가졌는지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촌은 죄가 없지만, 예외는 있는 거겠지?’
그 예외는 당연히 박경자의 아들인 최정기.
아마, 다른 사촌들이 다 고용되어도 정기만큼은 고용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강하게 든 최철규였다.
“아무튼, 한동안 심란했던 건 사실인데 네가 그렇게 말을 해 주니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는 그런 생각 없이, 그냥 열심히 일할게.”
“정 불안하시면 페르난데즈랑 노시는 것도 좋을 거예요. 페르난데즈도 요새 파이크랑 애런에게 하청 돌려서 심심해하거든요.”
페르난데즈가 몇 년 동안 죽자고 파이크와 애런을 교육한 이유.
그 성과가 빛을 발해, 현재 와이케이 백화점 2호점의 리모델링은 파이크와 애런이 죽어라 일하는 중이었다.
“흠, 그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긴 하네?”
현재 와이케이의 서열 4위인 페르난데즈.
그를 떠올리자, 최철규는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친해지는 건 되어도 파벌 만드는 순간……, 아시죠?”
혈족도 가차 없이 쳐 내는 걸 알기에 최철규는 곧장, 고개를 크게 몇 번이나 끄덕였다.
“당연하지!”
“좋아요. 그러면, 저는 개학 전까지 잠시 일본에 다녀올게요. 하청들을 좀 만들어 놔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