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세컨드 파티 전쟁 (2)
“전부 말인가요? 팀장을 불러서 전달하는 게 훨씬 간결하지 않을까요?”
효율성을 제시하는 나카야마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전 인원을 불러서 해 주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시키신 대로 하겠습니다.”
나카야마는 곧바로 개발부 인력들을 회의실 한 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 * *
세가의 개발부.
물론 개발부가 하나만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가정용 게임기인 SG-1000을 개발했던 부서도 개발부고, 오락실에 들어갈 아케이드 게임기를 개발하는 부서 역시 개발부, 거기에 다른 제품들을 개발하는 부서들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오늘 모인 것은 어디까지나 SG-1000을 개발하는, 제2 개발부였다.
‘심각하구나.’
그야말로 전쟁에서 패배한 군사들의 모습.
‘하긴, 당연한 일이지.’
윤기는 이들을 딱히 탓할 생각이 없었다.
대신, 회의실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미리 마련된 단상에 서서는 축 늘어진 개발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안 자릅니다.”
유창한 일본어.
하지만 개발부 사람들은 윤기를 바라보며 굉장히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윤기는 가면을 쓰고 있었으니까.
얼굴 윗부분 절반을 가리는 금색 가면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이런 반응은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나카야마 역시 보였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이야 얼굴을 드러내도 상관없지만, 지금 진행하려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대 히트를 쳐 버리면 프로젝트의 입안자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사실, 이제는 들켜도 크게 상관은 없다 싶을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안 들키는 게 낫지’라는 지론에 따라 윤기는 금색 가면을 쓴 것이다.
“자, 전달받았을 때 들었을 거야. 대주주께서 자네들을 소집했다고. 오늘은 여기 계신 대주주님이 자네들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불러 모은 거니까, 경청하도록 해.”
나카야마의 말에 상명하복이 꽤 확실한 일본의 회사답게 개발부 사람들은 다소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아주 약간이지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패배자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전혀 아니었기에 윤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 몇 달 동안 되게 불안했죠? 기껏 만든 게임기는 전량 리콜시켰지,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지. 회사에 출근해도 뭐 하라는 말은 없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핀잔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러다가 잘리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을 겁니다. 맞죠?”
위트를 섞어 말한 윤기의 말에 개발부 사람들의 입가에는 쓴웃음이 지어졌다.
왜냐하면, 사실이었으니까.
회사에서 갑자기 일을 안 준다?
며칠은 좋지만, 이게 몇 주가 되고 몇 달이 되면 굉장히 불안해진다.
하지만 지금 윤기의 발언 덕분에, 개발부 사람들은 단순히 위력에 의한 집중을 하는 게 아니라,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고 스스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세가는 여러분을 책망할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SG-1000을 만들 때, 처음 생각했던 대로 만들었나요?”
다시 개발부 사람들의 표정에 떠오르는 우울감.
“아니죠? 위에서는 ‘세가’가 만드는 거니까 무조건 팔린다면서 중요한 프로젝트 취급도 안 해 줬고, 여러분이 쓰려는 모든 부품에 툭하면 제동을 걸었을 겁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됐죠? 패미컴보다 사양은 딸리는 데 가격이 높은 예쁜 쓰레기가 만들어졌어요. 이게 여러분 책임일까요?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나카야마 사장님의 책임도 아니죠.”
어느새 개발부 사람들의 우울감은 다시 쓴웃음으로 바뀌었고, 거기에 공감 역시 섞여 있었다.
“나카야마 사장님은 SG-1000의 프로젝트에 제대로 관여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통찰력 있으신 분께서 처음부터 관심을 가졌더라면 SG-1000은 좀 더 괜찮은 모습이 되었겠죠. 예를 들면, 숫자가 1000이 아니라 2000이 되었다든가?”
대놓고 던진 위트 있는 표현.
그러자 회의실에는 드디어 소리가 나는 웃음이 퍼졌다.
원래는 굉장히 경직되어 있어야 할 대주주의 프레젠테이션이 분위기를 환기하는 장소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윤기는 힘 있는 목소리로 다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윤기가 손을 들자,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회의실 뒤쪽에 놓인 영사기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윤기의 등 뒤로 파란색 글자를 만들어 냈다.
[GENESIS PROJECT]가운데에 서 있던 윤기가 단상 아래로 몸을 숨기자, 떨어져 있던 글자가 합쳐졌다.
[GENESIS PROJECT]그리고 윤기가 천천히 굽혔던 무릎을 다시 펴자, 붙었던 글자는 윤기의 머리가 올라가는 만큼 서서히 올라가, 어느새 윤기의 머리 위에서 파란색 자태를 뽐내며 자리를 잡았다.
그야말로 확실한 시각적 표현을 포함한 시작.
이 광경에 개발부 사람들은 마치 넋을 잃은 듯 윤기와 글자를 바라보다가, 이내 윤기가 다시 오른손을 들자 다시 윤기를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제네시스 프로젝트.”
[[[[[[제네시스 프로젝트!!!]]]]]]개발부 사람들 모두가 동시에 마음속으로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외쳤고, 윤기는 그걸 듣기라도 한 듯이 바로 말을 이었다.
“영어로 기원, 혹은 발생이라는 뜻이죠. 그렇습니다. 우리 세가는 진정한 세가의 첫 번째 가정용 게임기를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 프로젝트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탕!
의도적으로 윤기가 단상을 내리치자, 귀를 때리는 소리와 함께 개발부 사람들이 전율에 빠졌다.
세가의 개발부에 속해 있었을 정도면 절대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윤기는 아예 작정하고 이들의 사기를 올려 주었다.
그리고 이건 결과적으로, 개발부 사람들이 윤기의 ‘금색 가면’에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신봉하는 결과를 낫게 되었다.
그야말로 뽕이 충만한 개발부 사람들의 눈빛.
“제네시스 프로젝트에서 빠질 사람은 지금 빠져 주십시오. 제네시스 프로젝트는 개발 의욕이 충만한 사람들만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나갈 사람?
있을 리가 없었다.
개발부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누가 나갈지 지켜볼지언정, 그 흔한 의자 소리마저도 나지 않았다.
탕-!
“제네시스 프로젝트의 참가자가 되고 싶습니까?”
[[[[[[예!!!]]]]]]“좋습니다!! 그러면, 내일 똑같은 시각. 이 장소로 다시 와 주십시오. 구체적인 지침을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오오!!!]]]]]]그야말로 건물이 떠나갈 법한 환호성과 함께, 개발부 사람들은 호랑이 기운을 달고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 모두가 나가고 윤기와 나카야마만이 남은 상황.
나카야마의 눈은 윤기와 함께하는 먼 미래의 자신을 통찰하고 있었다.
* * *
굳이 윤기가 하루라는 간격을 둔 이유.
그것은 바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어제 그렇게 뽕 맛을 주고 바로 실무에 들어간다?
그렇게 될 경우, 집어넣었던 뽕이 자칫하다가는 역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제네시스 프로젝트의 참가자들은 어제 받은 뽕을 각자의 방식대로 소화한 상태였고, 의기가 충만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 금색 가면을 쓴 윤기를 뽕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중이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크게 두 가지만을 원합니다.”
두 가지라는 말에, 개발자들은 뒤에 이어질 말을 관심 있는 표정으로 기다렸다.
“개발 친화! 사용 친화!”
단 여덟 글자의 말이었지만, 너무도 명료했기에 개발자들의 머리에는 어느새 향후 프로젝트의 토대가 쌓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게임기를 만들면 뭐합니까? 할 게임이 있어야죠. 망한 게임기들 특징이 뭡니까? 그것은 바로, 개발자들이 게임을 개발하기 더럽게 어려운 환경이라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세가 제네시스’는 반드시 게임을 개발하기 쉽게, 친 개발자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러분도 개발자잖아요?”
마지막 말에 모두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게임기를 개발해도 게임을 개발해 줄 사람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물론 이 작업은 무지막지하게 힘든 작업이겠지만, 이미 개발자들은 그것을 할 동기 부여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사용 친화! 이게 뭔지 감이 잡히시는 분?”
당연한 말이지만, 일본의 특성상 이럴 때 손을 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윤기는 오래 기다리지 않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타리 5200을 기억하시는 분?”
1982년 11월, 북미에서 출시된, 초히트작 아타리 2600의 후속 기기.
하지만, 아타리 5200은 그야말로 ‘경악할’ 수준으로 망해 버렸고, 이 아타리 5200의 실패를 필두로 북미에는 ‘아타리 쇼크’라고 하는 게임 시장 붕괴가 시작됐다.
당연히 개발자들 역시 알고 있는 아타리 5200.
윤기는 그런 아타리 5200의 전원 코드와 멀티탭을 꺼냈다.
“아……!”
개발자 중 한 명이 탄성을 터뜨리자, 나머지 개발자들도 윤기가 무슨 말을 하려고 깨달은 듯 쓴웃음과 함께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빌어먹을 방식의 어댑터는 절대로 쓰지 마세요. 아니, 어댑터는 콘센트 하나를 먹어야지 이거 하나 꽂으면 콘센트 두 개를 먹는 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북미는 더 답이 없어요. 봐요. 4구 멀티탭인데, 아타리 5200 어댑터는 3구나 채워 버린다구요.”
거대한 직사각형의 코드 일체형 어댑터.
심지어 북미는 멀티탭에 꽂을 때 반드시 한 쪽 방향으로만 꽂아야 하기 때문에, 끝부분에 어댑터를 돌려서 꽂는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개발자들의 눈에 들어온 건, 홀로 콘센트 3개를 채우고 있는 거대한 어댑터의 모습이었고, 이는 개발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인식되었다.
“그리고, 여기 보드를 보세요.”
윤기는 화이트보드를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치웠고, 그러자 윤기가 찍었던 사진이 개발자들에게 드러났다.
“보면 아시겠지만, 망한 게임기들을 보면 부품의 사용이 중구난방이에요. 생산과 A/S를 순조롭게 하려면 반드시 안정성이 검증된 부품을 써야 합니다. 성능도 중요하지만, 성능 이상으로 중요한 게 안정성입니다. 1초 동안 100%의 힘을 내는 제품보다 꾸준히 80%의 힘을 내주는 제품이 중요하고, 공급에 차질이 없는 부품이어야 해요. 이건 개발 친화와 사용 친화, 둘 다 포함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들은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 개발 친화와 사용 친화. 이해 안 가는 것이 있습니까?”
있을 리가 없었다.
“없습니다.”
개발부장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그렇다면 이 콘셉트에 맞는 게임기의 초안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오세요. 데드라인은 한 달. 완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가져오세요.”
“예!”
개발부장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윤기는 이번엔 먼저 회의실을 나섰다.
* * *
게임기 개발은 하루 이틀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윤기는 잠시 한국에 돌아와 있었고, 보름 정도가 지났을 때, 나카야마에게 현재 분위기가 어떤지 확인 전화를 걸었다.
[어유, 말도 마십시오. 자원해서 야근도 하고, 아주 난리입니다.]아직 보고서를 쓰는 단계이지만, 초기 콘셉트를 잡으려면 최소한 그것이 실현할 수 있는 건지, 이론상의 시뮬레이션이라도 필요한 법.
그렇기에 개발부 사람들은 그야말로 불철주야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문을 듣고 다른 개발부의 녀석들도 제네시스 프로젝트로 옮겨 달라고 탄원하는 상황입니다.]“그래요? 어떻게 하셨죠?”
[당연히 옮겨 줬죠.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제네시스 프로젝트에 제대로 올라타 보렵니다.]“좋은 생각이에요. 그 열의에 대한 보답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가벼운 선물’이 조만간 도착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