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세컨드 파티 전쟁 (3)
[가벼운 선물이요?]“예. 김을 좀 보냈어요. 한국 김 맛있는 거 아시죠?”
[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김을 먹어 본 지 굉장히 오래되었는데,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사장님 거라고는 이야기를 안 했는데요?”
[앗……, 아아…….]“농담이에요.”
키득거리는 윤기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의 나카야마에게 전달되었고, 나카야마의 쓴웃음 소리 역시 윤기에게로 들려왔다.
[깜짝 놀랐지 않습니까. 얼마만의 한국 김인데, 듣자마자 얼마나 기대했다구요.]“기대감을 더 증폭시키셔도 좋을 거예요. 한국에서조차도 돈 주고도 못 구하는 김이니까요. 사람을 시켜서 남부 지방을 들쑤시고 다닌 후에 찾아낸 최고의 김이니까, 자부심을 가지면서 먹으라고 전해 주세요.”
[오오……!]나카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입에 침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만한 게, 일본 역시 한국처럼 김 소비량이 굉장한 수준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생산되는 김 품종은 질기기 그지없어서 한국 김이 인기였는데, 한국 김 수출이 막히면서 그 한국 김 맛을 보기 매우 힘들어진 것이다.
끽해야 한국으로 여행 갔던 사람들이 돌아올 때 사 오는 정도?
그런데 그 정도 수준의 김이 아니라, 최고 중의 최고를 골라서 보냈다고 하니, 나카야마의 기대감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기획 초안, 기대할게요.”
마지막 말을 끝으로 윤기는 전화를 끊었고, 나카야마는 뚜뚜뚜 하는 소리를 들으며 김이 왔을 때의 상황을 상상하기에 바빴다.
* * *
슬슬 뽕이 빠질 만한 보름 시점에 보내 준 최고급 김.
이것은 개발자들에게 다시금 동력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처음 받았을 때는 ‘평범하게 좋아했던’ 개발자들이었지만, 집에 가서 김을 먹어 보기 무섭게 그야말로 ‘김 중독자’가 되었고, 이내 개발부에 하사된 김은 세가 내부에서 거래가 될 정도로 히트를 쳤다.
하지만 김의 양은 한정적이고, 먹어 보고 싶은 사람은 많고.
그렇기에 제네시스 프로젝트의 지원자는 점점 늘어났고, 그에 따라 나카야마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본래 사장이 이렇게 직접 관리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나카야마가 제네시스 프로젝트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나고.
윤기는 나카야마의 요청에 따라 다시 세가를 방문했다.
[그분이 오셨다!!]개발부장의 외침에, 개발자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윤기를 향해 허리나 고개를 숙였고, 덕분에 사장실에 가는 것 자체가 애를 먹을 정도였지만, 윤기는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은 채로 모두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며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가 그야말로 대단합니다. 왜 가면을 쓰셨는지 이제 알겠네요.”
가면을 쓴 윤기의 모습은 20대 초반의 귀공자.
군대에 가지 않기 때문에 남성의 사회 진출이 빠른 일본에서는 충분히 사회 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나이였다.
“신비로움은 적절히 사용하면 좋은 약이 되는 법이죠.”
윤기는 말과 함께 기획안을 읽기 시작했다.
‘오……, 노가다 시절에 봤던 세가 제네시스랑 상당히 비슷해.’
원래대로라면 89년에 나왔어야 할 세가 제네시스. 북미에서는 ‘메가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한국에서는 ‘슈퍼 알라딘 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었지만, 윤기는 자기가 기억하는 ‘세가 제네시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왜냐하면, 윤기가 운 좋게 해 봤던 버전은 보따리 상인이 가져온 물건이었기에, 윤기는 알라딘 보이라는 이름을 몰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름 선정에 있어서 최고의 한 수가 되었고, 윤기는 보고서를 읽으며 몇 가지 수정 사항을 주문했다.
“이쪽 기획안에는 버튼이 3개로 나와 있는데, 버튼이 4개라면 어떨까요?”
“버튼이 4개요?”
“버튼 3개를 나열하면 패드가 가로로 길어져야 하지만, 4개를 이렇게 두 줄로 나열하면 가로로 길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인체공학적으로 패드, 그러니까 조종기를 만들 수 있겠죠.”
“오……, 굉장히 좋은 생각 같습니다. 해당 사항에 관한 회의를 지시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최대한의 내용.
윤기는 사실 이 기억의 편린을 다시 끄집어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 의외로 공을 세운 것은 다름이 아닌 최덕배.
그리고 보니까 나 게임기 구경 많이 했었는데?>
과거, 삼우 그룹의 주변을 돌아다녔을 때, 최덕배는 그룹 핏줄들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심심하면 꽤 오랫동안 보았던 것이다.
유튜브를 매우 좋아하는 귀신답게, 게임 방송(?)을 80년대부터 본 셈.
윤기는 이러한 우연에 약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최덕배의 뛰어난 기억력에 따라 상당히 많은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정말 큰 도움이 된 것은, 윤기가 해 보지 못한 게임기에 관한 정보까지 있었다는 것.
그렇기에 윤기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현재 도입이 가능한 기능은 최대한 집어넣고 있었고, 쓸모없는 기능은 죄다 쳐 내고 있었다.
“네트워크 기능 같은 건 전혀 의미가 없고요. 더불어서 추후 업그레이드 키트를 달 생각 같은 것도 전혀 하지 마세요. 세가 제네시스는 그 자체로 완벽해야 합니다. 나중에 세가 제네시스 2는 또 그거대로 완벽해야지, 확장성을 생각하고 만들다간 그것 때문에 기본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매출에 있어서는 그런 걸 다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대신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 먹는 1등 공신이죠. 잘 생각해 보세요. 애는 확장 키트가 나오면 사 달라고 하겠죠. 하지만, 부모는 어떨까요? 사 달라고 하는 건 아이지만, 지출하는 건 부모예요. 부모들에게서 외면받는 게임기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보고서에 대한 첨삭이 이렇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나카야마는 그야말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나카야마가 생각하기에는 ‘검토 후 답변드릴게요’라는 답변이 나올 줄 알았는데, 윤기는 아예 실시간으로 보고서의 판단을 끝내 버린 것이다.
“자, 보고서는 여기까지 보도록 하죠.”
“가져가서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정보 유출이 걱정되지 않으시나요?”
“정보 유출이 목적인 사람이라면, 애초에 우리한테 이런 걸 알려 줄 이유가 없죠.”
“맞아요, 정확하네요.”
윤기가 미소를 짓자, 나카야마 역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윤기에게 보고서를 가져갈 것을 종용했다.
“가져가십시오. 보시고 혹시 놓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죠. 아, 그리고 오늘은 해야 할 말이 하나 더 있어요.”
“무엇입니까?”
“우리가 두 번째로 만났을 때, 제가 제안했던 거 기억하죠?”
“아, 기억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곤혹스러웠는데, 지금은 괜찮은 방법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요?”
“당신을 믿으니까요.”
윤기는 짐짓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조만간 제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들에 들러서 세컨드 파티에 관한 협상을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협상에 동의한 회사들의 개발자들을 불러서 ‘규격’을 만들 거구요.”
“솔직히 말해서 쉽게 해낼 만한 생각은 아닌 것 같고,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성공만 한다면 대단히 효율적인 개발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카야마의 대답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윤기가 약간 과장된 미소를 지으며 왼손 검지를 쫙 폈다.
“자, 그러면 여기서 문제. 이렇게까지 해서 제가 얻는 이득은 뭘까요?”
나카야마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그렇죠?”
윤기의 입가에 음흉함이 엷게 자리 잡기 시작하자, 나카야마는 이번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대주주로서 배당금을 받는 정도는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손해 보는 장사입니다. 회사에 소속된 상황이 아님에도 어지간한 S급 기획자를 뛰어넘는 행보를 보여 주고 있으시니까요. 아니, 기획자뿐만이 아닙니다. S급 사업자에 S급 인사 관리까지. 솔직히 말도 안 되게 밑지고 있으신 상황이죠.”
“역시, 제가 사장님을 잘 본 것 같네요.”
현재 나카야마는 윤기에게 굉장히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달리 생각해 본다면, 윤기가 어떠한 말을 할지 이미 감을 잡고 있다는 얘기였다.
“윤 님은 어떤 방식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익을 추구하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끈은 잡았는데, 그 끈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배를 타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제 생각대로라면 윤 님은 세가를 망하게 할 생각은 없으실 테니까요.”
“당연하죠.”
고개를 끄덕인 윤기는 마침내 이번 일의 진짜 목적을 말했다.
“공용 개발 규격. 그리고 해당 게임기에 대한 독점 게임 발매. 이것은 요약하자면 독점 부품을 공급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되죠.”
“혹시 제네시스 프로젝트에 어떤 부품들을 쓸지 이미 정하신 건가요? 그 부품들을 생산하는 회사들을 이미 장악하고 계신다거나……?”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개발자들이 이제야 1차 보고서를 올렸는데, 제가 예언자도 아니고 그건 불가능하죠.”
“그럼……?”
“게임팩이요. 게임기가 있으면 당연히 게임팩도 있어야 하겠죠? 게임기를 만들면 게임팩에 대한 규격이 자연스럽게 생길 테니, 저는 이 게임팩의 독점 생산에 대한 권한을 가지길 원해요.”
“게임팩의 독점 생산이라면…….”
“부품은 당연히 외부에서 조달할 생각이에요. 하지만 완제품은 반드시 제 입김이 닿는 회사가 생산해야 해요.”
“아,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습니다.”
게임팩에 들어가는 부품은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부품들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 부품들을 조립하고, 소프트웨어를 넣는 것은 반드시 특정 회사에서 이루어진다.
윤기는 바로 이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어떤 게임이 100만 개의 판매량을 올린다면? 거기에서 얻는 생산 로열티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퍼스트, 세컨드 파티들이 만들어 낼 게임의 숫자는? 이게 가져올 이익은 그야말로 상상도 못 하죠.”
“확실히…….”
패미컴을 기준으로 판매량 1위인 게임은 일본에서만 무려 700만 장 가까이 팔렸다.
그렇기에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중박 이상을 치고, 그 전에 생산 설비를 준비할 수만 있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였다.
꿀꺽!
나카야마의 침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윤기가 은근한 어투로 물었다.
“사장님, 저랑 함께하시죠?”
“이번 프로젝트에 한해서입니까, 아니면 미래적인 의미입니까?”
“당연히 미래적인 의미죠. 제네시스 프로젝트 게임팩의 생산은 제가 소유한 재팬 코모디티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사장님은 20퍼센트의 스톡옵션을 가지게 될 거예요. 현재의 재팬 코모디티는 비상장 회사. 그러니, 그저 탑승만 하시면 되는 거죠. 그리고, 이후에도 제가 하는 일에 사장님을 기용하겠습니다. 유능한 사람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류근태와 최철규는 와이케이 백화점에 대해 5퍼센트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반면, 나카야마는 시작부터 재팬 코모디티의 20퍼센트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류근태는 끄트머리 대기업 비서실의 비서, 최철규는 혈족인 것을 제외하면 대기업의 대리.
하지만 나카야마는 ‘세가’라는 기업의 사장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현재의 와이케이 백화점의 순익 규모를 생각하면 둘의 5퍼센트가 더 크겠지만, 어쨌든 20퍼센트라는 숫자는 결코 무시할만한 숫자가 아니었다.
“윤 님이 마련해 주신 황금색 차. 그곳에 저는 올라타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윤기는 손을 내밀었고, 나카야마는 그 손을 맞잡았다.
“이제 윤 님과 저의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펼쳐지겠군요.”
하지만 윤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탄탄대로만 펼쳐지면 기용을 안 했죠. 힘든 길이니까 사장님을 기용한 거죠.”
“앗……, 하하하…….”
머쓱하게 웃는 나카야마를 향해 윤기가 부연했다.
“닌텐도가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