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꺼벙이의 의외의 능력 (1)
“좋아, 21퍼센트를 허락받았어!”
기타무라의 외침에 이사진들은 다시 열렬히 환호했다.
자신들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프리미엄이 6퍼센트나 붙은 것이다.
“좋아, 그럼 또 닌텐도에 전화를…….”
이번에도 머리가 시원한 이사가 나서자, 기타무라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고함을 질렀다.
“야! 아까부터 왜 그렇게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거야? 21퍼센트야, 21퍼센트!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머리가 시원한 이사의 반응은 뚱할 뿐이었다.
“원래 16퍼센트의 프리미엄으로 팔아야 할 주식이 전화 몇 번으로 21퍼센트가 됐어. 이러면 당연히 계속 전화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는 다른 이사들의 태도에 기타무라는 그저 발만 동동 굴렀고, 결과적으로 프리미엄은 천정부지로 솟기 시작했다.
특히 프리미엄이 40퍼센트가 넘어서부터는 닌텐도의 실무진이 직접 장소에 찾아왔고, 60퍼센트가 되었을 때는 서종훈까지 자리에 합석해 그야말로 일종의 비공개 경매가 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닌텐도는 99.5퍼센트의 프리미엄까지 제시한 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희는 더 이상 올릴 여력이 없습니다. 포기하겠습니다.”
사실상의 항복.
그러자 이사들은 정말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종훈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100퍼센트인 저희의 승리로군요.”
미소를 짓는 서종훈의 모습을 바라보며 닌텐도의 실무진이 이를 갈았지만, 별수 없었다.
결국, 자본과 자본의 싸움은 더 큰 자본이 승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잠시 뒤, 닌텐도의 실무진들이 철수하자, 기타무라는 얼굴에 화색을 띄우며 서종훈에게 다가갔다.
자신만 프리미엄을 받는 것은 실패했지만, 25퍼센트의 독식이 100퍼센트로 바뀌었으니 오히려 기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서종훈의 반응은 생각보다 뜨뜻미지근했다.
“아, 잠시만요.”
“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계약서의 숫자가 낮아서 100퍼센트를 기준으로 재작성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며칠 정도 말미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거야 그냥, 숫자만 고치면…….”
기타무라의 말에 서종훈이 말을 끊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어렵습니다. 숫자 하나로 확 바뀌는 게 계약인데, 당연히 조심해야죠. 걱정하지 마시고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어쨌거나 이유가 있는 논변이었기에, 기타무라를 비롯한 이사들은 서종훈을 잡을 방법이 없었고, 결국 서종훈마저 떠나자 자리에는 이사들만이 남게 되었다.
“걱정 마. 며칠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잖아?”
기타무라의 호언장담에 이사들이 어느 정도 안심을 하기는 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서종훈에게서 연락이 오는 일은 없었다.
* * *
[현재 자금을 준비하느라 조금 시일이 걸리고 있습니다. 며칠만 더 기다리면 됩니다.]서종훈의 답변을 들은 기타무라는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아니,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그때로부터 벌써 2주나 지났어요. 2주가!”
[저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 생각 이상으로 프리미엄이 크게 붙어서 자금 순환에 조금 차질이 빚어졌을 뿐입니다. 조금만, 정말 며칠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아니, 도대체…….”
[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연락이 와서……. 며칠 안에 꼭 연락드리겠습니다.]끊어진 수화기를 들고 답답해하는 기타무라를 보며 머리가 시원한 이사가 외쳤다.
“그냥 닌텐도에 팔아!”
이번만큼은 기타무라도 동조했다.
“그래야겠어. 이거 완전, 사람을 호구로 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곧바로 패기롭게 닌텐도에 전화한 기타무라는 뜨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예? 안 산다구요?”
기타무라의 목소리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사들의 표정이 똥 씹은 것처럼 변했다.
“아니, 그렇게 사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까. 예? 99.5퍼센트는 너무 비싸요?”
닌텐도 실무진과 서종훈이 대결했던 프리미엄 치킨 게임.
거기서 실무진이 던졌던 프리미엄은 닌텐도 지도층 입장에서는 너무 높았던 것이었다.
애초에 실무진도 일단 지르고 나중에 조정할 생각으로 내놓은 비율이었기에, 닌텐도는 기타무라 측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자, 잠깐만요. 그럼 비율을 좀 낮춰서라도……. 80퍼센트, 80퍼센트는 어떻습니까?”
100퍼센트에 달했던 프리미엄이 80퍼센트로 떨어지자, 이사들은 그야말로 속이 아픈 표정을 지었지만, 이 80퍼센트마저 닌텐도에는 통하지 않았다.
“60! 60퍼센트!!”
수화기를 붙들고 절규하다시피 외치는 기타무라의 모습.
하지만 이 퍼센트는 10퍼센트까지 떨어져도 그야말로 요지부동이었다.
“그냥 닌텐도에 팔지 마! 사토시라는 녀석의 연락을 기다리면 되잖아!”
한 이사의 외침에 머리가 시원한 이사가 다시 외쳤다.
“지금 그쪽이 산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닌텐도에 파는 건데, 이게 전부 기타무라 때문이야!”
기타무라는 수화기의 아랫부분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핏대를 세웠다.
“내가 16퍼센트 받게 해 준다고 할 때 거래를 했어야지! 그때는 즉각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오히려 저놈 때문에 지금 이 지경이 된 거야!”
결국, 이사들은 서로 패가 몰려 싸우기 시작했고, 기타무라마저 휘말려 수화기가 늘어진 상태로 전화는 끊겼다.
사실 닌텐도는 세컨드 파티 영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닫고, 결국 자사가 직접 개발하는 게임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얼마 전 결론을 내렸다.
그로 인해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인데, 이러한 내부정보를 이들이 알 리가 없었던 것이다.
4일 전에라도 닌텐도에 그냥 15퍼센트에 팔겠다고 하면 이득을 봤겠지만, 이들은 큰 욕심에 사로잡혀 결국 이득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그 어디에도 주식을 팔지 못하고, 그저 망연자실하게 나카야마의 강행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 * *
‘적어도 주식이 외부로 유출되는 일은 막았네.’
세가의 주식을 닌텐도로 넘기려고 한 이사들의 지분은 나카야마의 강행을 막기엔 힘들었다.
왜냐하면, 주식의 판매가 무산되자 소수지만, 나카야마를 지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사들이 있었으니까.
강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이유가 어쨌든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순항하게 된다는 이야기였기에, 윤기는 한시름 놓으며 1인용 소파에 몸을 묻었다.
“이제 조금 안심하셔도 되는 단계인 것 같네요.”
3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서종훈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라이벌 기업에 경영권을 간섭받는 일은 막아 냈으니까요.”
“혹시 그들이 우리의 제안과 관계없이 그냥 닌텐도에 15퍼센트를 받고 주식을 팔았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셨는지 여쭈어도 될까요?”
“만약 그랬으면 단기매매차익 환수 제도를 사용했을 거예요.”
“……그게 뭔가요?”
주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서종훈의 질문에 윤기가 설명을 덧붙였다.
“내부자들은 주식을 거래하고 나서 6개월 안에 차익이 발생할 경우, 그 돈을 회사에 상납해야 해요. 왜냐하면, 내부 정보를 이유로 주식을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5개월 정도 지나서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발표, 그리고 주가가 급등하면 그들의 시세 차익은 전부 세가로 환수됐을 거예요.”
“오……, 그렇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들이 닌텐도에 주식을 파는 게 도움이 되었을지도 몰랐겠군요?”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가동 중인데, 구설수에 올라서 좋을 것은 없어요.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면야 그것도 꽤 좋았겠지만,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없는 세가는 현재 가치가 없잖아요?”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군요.”
“아무튼, 프로젝트가 가장 우선이니까, 나쁘지 않은 성공이라 볼 수 있죠. 그나저나 땅들은 잘 알아보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이미 구매한 땅들도 있고요.”
현재 일본에는 재팬 코모디티를 제외하고도 윤기가 소유하고, 서종훈이 관리하는 법인이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근무하는 직원의 숫자가 매우 매우 적은 데다가, 어디까지나 땅의 매입만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쓸 일이 없을 뿐.
“자금이 부족하면 작은아버지한테 항상 연락하세요. 땅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으니까요.”
“예.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연락해서 추가 자금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좋아요. 지금처럼만 하자구요.”
“예!”
힘찬 서종훈의 대답과 함께 윤기는 좀 더 잡담을 나누다가 자리를 끝냈고, 어느새 호텔 객실에는 윤기와 최덕배, 그리고 존슨만이 남게 되었다.
“꺼벙이는요?”
아, 걔? 지금 컴퓨터에 푹 빠져 있어.>
“네?”
의아해하는 윤기를 향해 최덕배가 쓴웃음을 지었다.
* * *
서종훈이 기타무라를 처음 만났을 때, 당연하지만 최덕배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심심했던 최덕배는 꺼벙이를 같이 데리고 갔었는데, 꺼벙이는 기타무라의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 박혀서는 정말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강제로 끌고 오려던 최덕배의 힘으로도 역부족.
지금도 그곳에 있다고 하는 최덕배의 말에 윤기 역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니,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고 김련 아주머니가 그랬었죠.”
그렇지. 그런데 귀신이 되어서도 그렇게까지 집착할 줄은 몰랐어. 그나저나, 80년대 컴퓨터는 진짜 후지긴 후지더라. 기타무라가 쓰는 거 봤는데, 화면도 윈도우가 아니고, 어둡기는 또 얼마나 옴팡지게 어둡던지.>
여기까지 말하던 최덕배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바닥을 쳤다.
가만……, 윤기야. 그냥 내 생각이긴 한데, 꺼벙이 능력이 컴퓨터와 관계된 거 아니냐?>
의외로 그럴듯한 추론에 윤기 역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있겠네요.”
내가 꺼벙이의 시야나 청각을 제대로 끌어올 수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혹시 그 컴퓨터에 기타무라의 약점이라든가, 그런 게 들어 있는 것 아닐까?>
“으음……. 꺼벙이가 직접 컴퓨터 조작은 못 하나요?”
그러면 사기겠지. 컴퓨터에 절한다고 해서 제삿밥이 되는 것도 아니니, 나도 당연히 못 만질 테고.>
“한 번 먹어 볼래요? 도전, 불가능은 없다!”
죽을래?>
“농담이에요.”
윤기는 픽 웃다가 이내 다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컴퓨터에 비밀번호가 있나요?”
그것도 모르겠다. 그때 네 부하랑 기타무라랑 대화하는 거 보고 난 빠져나왔거든. 그런데 비밀번호가 있을 가능성도 있겠지?>
“흠. 그러면 방법은 한 가지뿐이네요.”
뭐가?>
“뭐긴 뭐예요. 일하실 시간이죠.”
환히 웃는 윤기의 표정과 달리 최덕배는 자기 스스로 덫에 걸린 사슴처럼 구슬픈 표정을 지었다.
* * *
옘병할, 내가 괜한 말을 했어.>
툴툴거리면서도 최덕배는 기타무라의 집 서재에서 기타무라를 꾸준히 기다렸다.
현재 시각은 8시.
기타무라가 자택에 돌아온 시각은 6시였지만 서재에 들어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10시쯤 서재에 들어오긴 했지만, 컴퓨터는 쓰지 않았다.
그렇게 4일.
최덕배가 지루해서 환장할 무렵에야 기타무라는 드디어 컴퓨터를 사용했고, 아니나 다를까 컴퓨터에는 비밀번호가 있었다. 그것도 두 개나.
존슨이 아니라 내가 대기해서 다행이었네.>
직접 대기하고 있었기에 기타무라가 자판을 어떻게 두드리는지 확실히 볼 수 있었고, 최덕배의 뛰어난 두뇌는 다소 길다 싶은 암호를 문제없이 외웠다.
그리고 잠시 뒤, 기타무라를 바라보던 최덕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기타무라가 컴퓨터를 끄자마자 바로 윤기를 향해 날아갔다.
그 녀석이 저지른 부정과 관련된 문서가 있던데? 잘만 하면 약점을 잡을 수 있겠어.>
“자세한 내용은 혹시 알 수 있었나요?”
아니, 안타깝게도. 그 녀석이 기입할 것만 기입하고 껐기 때문에 나도 자세히 볼 수는 없었어. 다만 뇌물이나 그런 쪽의 문서인 것은 확실해.>
“잘만 하면 세가의 주식을 더 확보할 수 있겠는데요?”
윤기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기더니 수화기를 들어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아! 회장님, 무슨 일이신가요? 저 신혼여행 끝나고 돌아왔습니다!]매우 밝은 류근태의 반가운 목소리.
윤기는 그런 류근태와 잠시 잡담을 나눈 뒤 본론을 꺼냈다.
“류 비서.”
[네, 회장님.]“임시찬 과장과 함께 일본으로 오세요. 잠입에 뛰어난 사람이 있으면 몇 명 포함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