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꺼벙이의 의외의 능력 (3)
“아, 대주주님!”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까지 숙이는 기타무라의 모습에서는 비굴한 부자의 모습이 그야말로 단적으로 나타났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데도 목소리만으로 튀어나오는 굴종의 자세.
실제로 가진 자들 중에는 이러한 태도인 자들이 정말로 많았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센 상대가 자신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존재들이니까.
[저번에 제가 기타무라 씨의 주식을 사지 못하게 된 것은 정말 아깝게 됐어요.]순간 기타무라는 속으로 쌍욕을 할 뻔했지만, 애써 참으며 목소리에선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하하……, 어쩔 수 있겠습니까. 자금 사정이 안 좋으셨다니 어쩔 수 없지요.”
[그렇지 않아도 이제 자금이 괜찮아져서 연락드렸습니다.]순간, 기타무라는 할 수만 있다면 점프를 해서 지붕을 뚫고 ‘이얏호!’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의 기분이 들었다.
자금이 준비됐다니!
그것은 바로 100퍼센트의 프리미엄으로 사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 그렇다면 프리미엄은 혹시……?”
[네, 100퍼센트로 맞춰 드려야죠.]기타무라는 정말로 점프를 했다.
물론 지붕을 뚫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나 높게 뛰었는지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을 정도였고, 덕분에 전화기가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순간적으로 통화가 끊겼다.
“으악!!!”
그야말로 절규에 찬 비명을 지른 기타무라는 황급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서종훈의 전화번호는 알아도 윤기의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게 문제였다.
‘안 돼……! 안 돼……!’
눈물까지 글썽이며 전화기 주변으로 바르르 떠는 손을 이리저리 갖다 대는 기타무라의 모습은 그야말로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지만, 천만다행으로 몇 분 뒤에 전화는 다시 걸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황급히 사과를 하는 기타무라.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윤기가 아니라 아내였다.
[여보, 갑자기 왜 사과를…….]“당신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지금 급하게 전화 올 곳 있으니까 전화하지 마!”
거칠게 수화기를 내려놓은 기타무라는 이후에도 부하와 친구의 전화를 이어받았고,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난 상태로 다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또 울리는 전화벨.
“여보세요!”
짜증을 숨기지 못한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에서 대주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제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거 같습니다. 전화도 그냥 끊으시고, 지금은 또 화까지 내시고 말이죠.]“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눈에 눈물까지 글썽이며 외치던 기타무라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한숨 소리에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지만, 이어지는 윤기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가까스로 감정을 추슬렀다.
[알겠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나저나, 거래는 하실 생각이신가요?]“네! 물론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거래를 하는 건 좋은데 몇 가지 확인을 좀 해야 할 사항들이 있어요.]“무엇입니까? 무엇이든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그야말로 힘찬 대답.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기타무라가 기대하던 말이 아니었다.
[별건 아니고, 기타무라 씨. 참의원 중 어느 분에게 지금으로부터 3년하고도 6개월 전에 200만 엔을 줬다고 누가 그러던데, 맞나요?]“예?”
순간, 기타무라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생각하고 귀를 의심했다.
[이것뿐만이 아니에요. 중의원 어느 분에게도 5년 2개월 전에 100만 엔을 주셨다는 말이 있어요.]기타무라는 자신의 행적을 서서히 떠올리기 시작했다.
윤기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누구에게 뇌물을 줬는지까지.
[그리고 이 돈을 주실 때, 관련되어 있으신 분들이 다른 이사분들과도 좀 겹치는 부분이 있더라구요.]“도, 도대체 그것을 어, 어떻게?”
해선 안 되는 말.
그렇기에 기타무라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인정하시는 거죠? 그나저나 대단하시네요. 안전한 곳에 증거까지 손수 남겨 두시다니 말이죠. 돈을 주고받는 장면까지 찍으셨고, 이건 정말 대단한데요? 만약 이 사진에 찍힌 참의원이나 중의원분들이 이 사진에 대해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기타무라가 사람을 시켜 찍어 놓은 사진들은 후에 해당 참의원이나 중의원이 자신을 버릴 때를 대비한 보험.
그런데 숨겨 놓은 그 보험들이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결과를 야기시킬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 그것들을 손에 넣은 겁니까!”
[저는 손에 넣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이런 일이 있었나 하고 말을 한 것뿐이죠.]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톤이 덤덤했기에 기타무라는 더욱 환장할 것 같았다.
숨겨 둔 장소는 자신조차도 컴퓨터 안에 기록해 둔 문서를 확인하지 않으면 모른다.
그 오래되고 많은 일들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한단 말인가?
특히 뇌물을 바친 이유가 자신의 비리, 혹은 친인척들의 비리를 무마해 달라고 했던 것이 많았기 때문에 그 사진이 드러나는 순간 자신은 그야말로 파멸이었다.
“워, 원하는 게 뭡니까?”
[아뇨, 딱히 원하는 건 없습니다. 그저 주식 거래나 하면 되는 거죠. 방금 꺼낸 이야기는 그냥 어디까지나 궁금해서 한 것뿐입니다.]이를 빠드득 가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그대로 들렸겠지만, 기타무라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디로……, 어디로 가면 되는 겁니까.”
[아직 들려 드려야 할 것이 더 많아서요. 거래 장소에 누가 와야 할지는 알아서 판단하시리라 믿습니다.]이후로도 수화기를 통해 이어진 수많은 뇌물의 흔적들.
기타무라는 연관된 이사들 전원에게 전화를 돌려, 약속된 시각, 약속된 장소로 향했다.
* * *
“대주주는 어디 있소?”
살기등등한 기타무라의 태도에 서종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했다.
“저도 모릅니다. 저도 그냥 지시를 받고 온 거라서요. 그냥 여기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된다고 하시던데요?”
“거짓말하지 마! 여기 어디에선가 보고 있을 거잖아!”
“글쎄요.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서종훈과 이사들이 만난 곳은 요정.
결국, 기타무라는 객실의 주변을 이 잡듯이 둘러보았지만, 무언가 이상한 점은 없었다.
‘빌어먹을, 그냥 담가 버려?’
기타무라는 품속에 숨겨온 사시미칼을 생각했지만, 서종훈의 거대한 풍채를 보자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여기서 서종훈을 담근다고 하더라도 진짜 적은 서종훈이 아닌 대주주.
그런데 대주주를 담글 기회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건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 뻔했다.
왜냐하면, 이 정도로 심계가 깊은 대주주가 그 생각을 안 했을 리가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주식 거래만 끝나면 딱히 기타무라 씨를 비롯한 다른 분들에게 연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구요. 그쪽에서 무언가 반응을 하지 않는 이상은요. 저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전달은 해야 하겠죠?”
주식 거래 후에는 일절 건드리지 않겠다는 뜻.
‘확실히 대주주 입장에서는 우리의 주식을 뺀다면 우리를 괴롭힐 이유가 없기는 한데…….’
결국, 기타무라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서종훈을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뜻을 알아챈 서종훈이 계약서를 내밀었고, 내용을 확인한 기타무라는 눈이 퉁방울만큼 커졌다.
“뭐, 뭣? 80퍼센트?”
눈치 없는 일부 이사들은 프리미엄이 80퍼센트인줄 알고 얼굴에 화색이 돋았지만, 애석하게도 프리미엄이 아니었다.
“역프리미엄 20퍼센트라니……, 아니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손실을 보고 팔게 할 수가 있어요?”
현재 세가 주식을 시가의 80퍼센트에 팔라는 내용의 계약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0퍼센트의 프리미엄을 꿈꿨던 이들에게 이건 너무 가혹한 시련이었지만, 이마저도 윤기가 어쩔 수 없이 양보한 것이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주식을 싸게 매입할 경우 일본 정부 기관의 감시망에 들어갈 가능성이 컸으니까.
“그러게, 그때 20퍼센트 프리미엄 받고 파셨으면 좋지 않았습니까? 그때는 바로 계약도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기타무라 씨께서 본인만 믿으라고, 책임지고 다른 사람들은 18퍼센트 밑으로 계약하게 해 줄 테니 자신은 25퍼센트로 달라고 했었는데, 결과가 이게 뭡니까?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서종훈이 읊어 대는 사실에, 뒤에 있던 이사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25퍼센트라고? 우리는 18퍼센트? 뭐야, 그러니까 우리 몫을 줄이고 네 몫을 늘리려고 했다 이거야?”
머리가 시원한 이사의 말을 기폭제로, 이사들은 기타무라를 둘러싸고는 그야말로 오리들이 꽥꽥거리듯이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아, 아니, 그게…….”
기타무라가 무언가 변명을 하려 했지만, 변명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
특히 이들은 단순히 주식의 판매 문제만 걸린 게 아니라, 자신들이 저지른 비리까지 대주주가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기타무라가 꿍꿍이를 꾸몄다는 사실까지 더해지자, 지금 이 상황도 혹시 기타무라의 자작극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싸우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계약은 완료하고 싸우셨으면 좋겠는데요. 일단 서명하고, 나중에 문제를 일으킨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시면 되지 않겠어요? 뭐……, 뒷일이 상관없으시다면 전 그냥 가구요.”
적당한 타이밍에 꺼낸 서종훈의 말에 이사들은 잠시 소리치던 것을 중단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 물론, 기타무라를 포함해서.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거래만 되면 여러분들에게 저나 대주주께서 연락할 일은 없을 테니, 안심하고 할 일 하시길.”
눈까지 찡끗하는 서종훈의 태도에 이사들은 그야말로 혈압이 올랐고, 이러한 혈압은 그대로 기타무라에게 전가되었다.
[[[[[빠가야로!!]]]]]기타무라를 향한 우렁찬 일본 욕.
서종훈은 임시찬이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요정을 빠져나왔다.
* * *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은행에 다녀온 서종훈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어요. 이제 완전히 끝났네요.”
윤기는 기타무라를 위시한 나카야마 반대파의 주식 대부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이로 인해 와이케이 백화점의 여윳돈을 또 써야 했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왜냐하면, 제네시스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순간 수십 배의 이득으로 돌아올 테니까.
“그때 무섭지 않았어요?”
“아, 요정으로 거래하러 갈 때 말인가요?”
“네. 솔직히 조금은 걱정되긴 했거든요. 그럴 일이 없을 거라 판단을 내리기는 했는데,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렇지 않아도, 기타무라 녀석이 품속에 칼을 들고 온 것 같긴 하더라구요.”
“으음…….”
“그런데 별걱정은 안 됐습니다. 그 녀석 눈동자가 대놓고 자기 앞가슴으로 내려가 있었고, 손도 무언가를 쥐려고 가슴 쪽으로 가는데, 칼을 꺼낼지도 모른다는 게 너무 뻔했거든요. 제가 경호원 짬밥이 몇 년이었는데 그런 일에 당하겠습니까?”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저는 오히려, 그날 거기서 제가 나왔을 때 유혈 사태가 안 난 게 신기했습니다. 다른 이사들이 그야말로, 기타무라를 죽일 기세로 쳐다봤거든요.”
묘하게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 서종훈을 바라보며 윤기가 잠시 생각을 하다 입을 열었다.
“뭐……, 제가 처음에 판단한 것처럼 잃을 게 많아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잃을 게 있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힘들죠. 제가 주식을 그냥 공짜로 빼앗고, 다른 재산도 빼앗았다면 모를까 어디까지나 20퍼센트의 역프리미엄만 제시한 거니까요.”
“하긴, 그렇기야 하겠네요. 잃을 게 조금이라도 있으면 극단적인 선택은 하기 힘들죠. 그런데 다 뺏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건 좀 아쉽네요.”
“다 뺏는 것은 무리죠. 그랬다간 그 녀석들과 함께 그 녀석들의 인맥을 전부 상대해야 했을 테니까요. 이 정도가 딱 소화하기 좋은 정도예요.”
“아무튼, 세가는 사실상 회장님의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네요.”
지분 보유량 수십 퍼센트.
덕분에 나카야마의 ‘강행’도 이제 더는 강행이 아니게 되었다. 반대하는 이사들이 거의 다 사라졌으니까.
“한동안은 좀 여유롭겠네요.”
실제로, 제네시스 프로젝트는 순항하게 되었다. 기타무라를 위시한 반대파 이사들이 대부분 사라졌으니까.
특히 기타무라는 윤기가 이후로 신경을 쓰지 않았음에도 아주 확실히 몰락해 버렸다.
동료 이사들을 통해 정치인들에게 알려진 자료 보관의 허술함.
그로 인해, 한동안 철창 신세를 지며 재산 대부분을 잃게 되었지만, 윤기는 기타무라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당연히 이 사실을 몰랐다.
대신, 전혀 다른 곳에 신경 써야 할 사건이 터져 버렸다. 그것도 아주 더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