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터졌다 (1)
“그걸 왜 이제야 말해!”
윤기의 방에서 터져 나온 윤기의 고함.
그러자 원희는 목을 움츠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게……, 진수가 말을 하지 말라고 해서…….”
“그래도 말을 했어야지! 나는 그것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일본만 왔다 갔다 했잖아!”
날씨가 너무나도 좋은 4월.
고1이 된 윤기와 진수, 그리고 원희는 옛날부터 약속했던 것처럼 모두가 경기고에 입학할 수 있었다.
사실, 입학 자체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고교 평준화는 70년대에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윤기가 말했던 경기고 입학을 위한 노력은 어디까지나 ‘평준화 이전 경기고에 걸맞은 능력을 갖출 것’이라는 말이었다.
물론, 예전처럼 모두 같은 반이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고는 평준화 이후에도 나름 명문의 맥을 유지했기에 윤기가 입김을 넣기에는 쟁쟁한 곳의 자제들이 있는 곳이었던데다가, 학교 측도 그만큼 프라이드가 강해서 뭐든지 좌지우지할 수는 없었으니까.
물론, 출결에 있어서 페널티를 감수하고 자유롭게 나오는 것 정도는 그럭저럭 허락을 받았지만, 애초에 그것만 해결하면 별문제가 없다는 생각에 윤기는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일본을 왔다 갔다 했던 것이다.
덕분에 윤기는 학교생활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고, 학교에 나온 날 역시 일 때문에 빠르게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아서, 그만큼 원희와 진수를 신경 쓰지 못했다.
지금까지 둘이서 잘해 왔기에 괜찮을 거라 생각한 것인데, 진수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분노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떤 새끼야?!”
“김종수라는 녀석인데, 근데 좀……, 쉽지 않을 거야.”
“왜, 뭐가 문젠데.”
눈을 시퍼렇게 뜨는 윤기를 향해 원희가 충심을 담아 말했다.
“걔 아빠가 국회의원이래…….”
“그게, 뭐!”
하지만 윤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 아무리 그래도 국회의원 아들을 건드리는 건…….”
“국회의원이 뭐! 그게 대수야? 내 친구를 괴롭히는데?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우리 집으로 와. 알았어?”
“어……? 응…….”
“그리고, 그 새끼가 어떻게 진수를 괴롭힌 거야?”
진수가 원희에게는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했기에 원희는 진수에게서 들었던 내용을 적당히 정리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애들 앞에서 진수를 거론하면서 우스갯거리로 삼았대. 진수도 처음에는 그냥 농담이라고 생각했고. 왜, 있잖아? 가끔 누구 하나 거론하면서 반 아이들 다 같이 웃는 거? 그러니까 진수도 별로 신경을 안 쓴 거지.”
“그래서.”
“그 이후에는 갑자기 자기한테 친근하게 다가오더래. 그리고는 툭툭 치기 시작했다더라고.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친구끼리 툭툭 치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가니까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힘 좀 쓰는 녀석도 집단에 낀 거지.”
“진수가 힘에서 밀리는 녀석은 아니잖아?”
“진수보다도 센 녀석이더라고. 내가 개입하자니, 내가 힘이 있는 녀석도 아니고, 진수도 개입하다 다칠 수 있으니 하지 말라고 하고……. 내가 너한테 이야기하자고 하니까, 너 바쁜데 방해하지 말자고 하더라구.”
“이런 씨…….”
뒷말을 아끼는 윤기였지만, 눈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가 지금 윤기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원희에게 똑똑히 보여지고 있었다.
“그 이후로는 그냥 사실상 반에서 완전히 휘둘리고 있어. 저번에는 도시락 꺼냈는데 도시락에 흙만 들어 있었다고도 했고……, 그만 말할까……?”
윤기의 분노가 활화산 같이 타오르자 조심스럽게 꺼낸 의견이었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얘기해!”
이윽고 원희가 길고 긴 이야기를 끝냈을 무렵.
윤기는 원희를 돌려보내고 분을 삭이느라 종일 일을 잡지 못했다.
종수인지 종놈인지 하는 새끼는 진짜로 큰일 났네.>
혀를 끌끌 차는 최덕배의 말을 끝으로, 윤기의 방에서는 아침이 될 때까지 그 어떠한 말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 * *
“유, 윤기야…….”
상당히 의기소침해진 진수의 모습에 윤기는 더욱 짜증이 솟구쳤다.
매우 이른 아침.
원희에게서 귀띔을 들은 진수는 굉장히 빨리 등교했고, 덕분에 진수의 반에서 셋만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창가 제일 뒷자리의 바로 앞이 진수의 자리.
가장 뒷자리는 당연히 김종수의 자리였는데, 바로 그 자리에 윤기가 앉아 진수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비록 속은 짜증이 뻗칠 대로 뻗친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진수야, 우리는 친구야. 맞지?”
“응? 으응…….”
“이런 일이 있을 때, 나를 믿고 이야기를 해 줘야지, 이야기를 안 하면 어떻게 해? 내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는 것처럼 보였어?”
“아니……, 나는 네가 바쁘니까……, 그냥…….”
“진수야!”
윤기의 나지막한 외침에, 진수가 깜짝 놀라며 윤기를 다시 바라보았다.
“내가 열심히 일하는 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야. 나중에 너희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화려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할 토대를 만드는 거라고. 그런데, 나중에 너라는 존재가 사라지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윤기야…….”
감격 섞인 목소리로 울먹이는 진수의 머리에 윤기가 갑자기 꿀밤을 먹였다.
“악!”
“앞으로 또 혼자 끙끙 앓기만 해 봐. 그때는 친구고 뭐고, 그냥 파탄 낼 거니까.”
“으응…….”
“대답 똑바로! 왜 이렇게 의기소침해졌어? 너 진수 아냐?”
“아, 아냐. 앞으로는 진짜 안 숨길게…….”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주눅.
이 주눅을 해결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윤기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결국, 셋은 다른 애들이 올 때까지 꾸준히 반에서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들이 등교를 시작했고, 같은 반이 아닌 윤기를 보면서 수군거리기는 했지만, 윤기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지는 않았다.
[야, 너희들. 오늘부터 진수랑 말하면 다 뒤진다. 자신 있으면 얘기해 보든가.]3월 중순 이루어진 김종수의 선언.
그렇기에, 진수는 같은 반 아이들과 제대로 말도 섞지 못했다.
국회의원 아버지를 두고 있는 김종수의 장난감.
이것이 진수를 보는 다른 아이들의 인식이었고, 아이들은 윤기가 아닌 진수 때문에 윤기를 힐끔힐끔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김종수가 나타났다.
“앗…….”
짧고 낮은 비명을 터뜨리는 진수의 시선에 윤기는 누가 김종수인지 대번에 알아보았지만,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야, 꼬붕! 너 오늘 우리 집 앞으로 안 왔더라? 너 때문에 대찬이가 내 가방 드느라 어깨 빠진 거 몰라? 너 오늘 좀 맞아야겠다?”
김종수의 옆에 있는 박대찬이라는 이름의 녀석.
키가 190센티가 넘는 데다가 몸무게도 100킬로가 넘는, 그야말로 거구에다 근육질이었는데, 공부와는 거리가 매우 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가 된 이상 경기고에 같이 입학하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김종수는 박대찬을 자신과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 결과 반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근데, 넌 누구냐? 왜 내 자리에 앉아 있어? 뒤질래?”
윤기는 자신을 향해 으르렁대는 김종수를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네가 내 친구 괴롭혔냐?”
“뭐야, 이 찐따한테도 친구가 있었어? 그러고 보니 다른 반에서도 비리비리한 놈이 한 번 찾아온 적이 있는데, 이렇게 생긴 친구도 있었네?”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을 짓던 김종수가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박대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찬아, 좀 만져 줘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대찬이 윤기의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근처 유도 도장을 다니는 박대찬의 실력은 국가 대표까진 아니어도 충분히 지역 대표가 될 만한 실력을 갖춘 존재였지만, 애석하게도 단 1초 만에 박대찬은 온몸이 굳어 버렸다.
“끄어어어어억…….”
길고 낮은, 그리고 구슬픈 비명.
박대찬은 자신의 사타구니를 양손으로 부여잡고는 게거품을 물며 그대로 교실 바닥에 엎어졌다.
쿵-!
턱부터 부딪힌 덕분에 그 소리는 한층 더 요란했고, 윤기는 그 소리에 맞춰 자신의 무릎을 내렸다.
“야.”
나지막한 윤기의 목소리.
그와 동시에 윤기는 김종수의 멱살을 잡았다.
“네가 뭔데 내 친구를 건드려?”
박대찬이 어디까지나 급소를 맞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김종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이런 비겁한 새끼……. 그래, 좋아. 특별히 말해 준다. 서민 꼬붕 하나 만드는 게 그렇게 아니꼬웠냐?”
“서민 꼬붕? 네가 뭐가 잘나서?”
“당연히 잘났지. 노력을 해서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거니까. 노력하는 자가 노력 안 하는 새끼 좀 부려 먹으면 안 돼? 그나저나, 진수 이 자식도 참 인간이 안 됐네. 자기가 해결 못 할 거 같으니까 친구 데려온 거야? 캬……, 너희 아버지 일하시는 회사에 전화 좀 해야겠다. 자식 교육 잘못시키면 어떻게 되는지 좀 알려 줘야겠어.”
마치 윤기가 없는 인물인 것처럼 구는 김종수의 안하무인 격인 태도는 그야말로 실패, 아니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자의 행동이었고, 윤기는 그런 김종수에게 고통을 알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넌 내가 누군지 모르냐?”
일종의 최후통첩.
하지만 김종수는 이죽거리기에 바빴다.
“내가 그걸 알아서 뭐 하게? 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알아야 하겠네. 너랑 네 주변 사람들 다 박살 내 버릴 거니까.”
“결정했다.”
“뭘?”
순간, 김종수는 순간 중력이 자신을 배신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갑자기 허공에 떠오른 신체.
윤기는 김종수의 명치를 향해 발가락을 세워 발차기를 날렸고, 덕분에 김종수는 급격한 호흡 곤란과 함께 그대로 교실 문을 향해 날아가 처박혔다.
“크헤에엑!”
그야말로 기괴한 비명.
하지만 윤기의 행동은 끝나지 않았다.
비록 부모님 욕을 들었을 때처럼 눈이 돌아가서 패는 것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이성적으로 사람을 패는 윤기 또한 무서웠기에, 그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세상에……, 저런 모습은 진짜 처음 봐…….”
싸늘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며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김종수를 박살 내는 윤기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고, 이 모습에 원희와 진수마저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끄아아악!”
최소 몇 달은 연필을 쥐지 못하는 인생을 살게 된 김종수가 비명을 질렀지만, 그 누구도 김종수를 돕지 않았고, 돕지 못했다.
김종수의 입김이 닿는 녀석 몇 명이 있었지만, 이미 박대찬이 당하는 모습을 보았고, 발차기 한 번으로 창가 쪽 자리에서 교실 문까지 사람을 날려 보내는 윤기에게 어떻게 대적하겠는가.
…….
숨소리 하나 나지 않는 교실에서 나는 소리는 오로지, 김종수의 신체 어딘가가 부서지는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교실 문 바깥으로 모여드는 구경꾼들.
이제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김종수가 구출된 것은 구경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나타난 학생 주임 덕분이었다.
“뭐, 뭐야! 으악! 조, 종수야!”
국회의원의 아들인 신분답게 학생 주임은 금세 김종수를 알아보았고, 윤기도 그즈음 밟던 것을 멈추었다.
“이, 이것을 어째! 야! 빨리 교무실 뛰어가서 구급차 불러!”
지목당한 선도부가 교무실을 향해 뛰었고, 이내 다른 선생님들도 몰려들며 김종수를 병원으로 보냈다.
“윤기야! 도대체,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거의 울 것 같은 학생 주임의 말에 윤기는 무표정한 얼굴로 박대찬을 가리켰다.
“쟤는 상관없나요?”
“됐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나 말해 봐!”
경중은 다르지만, 누구는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보내고 누구는 그냥 방치한다.
비록 박대찬이 쓰레기인 것은 맞지만, 전혀 모르고 보면 개 같은 처사였기에 윤기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학생 주임을 향해 말했다.
“그냥……, 김종수네 아버지한테 상황을 전달하세요. 나머지는 알아서 할 테니까요.”
말을 끝으로 윤기는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고, 학생 주임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이내 박대찬을 끝까지 방치하고는 교무실로 향했다.
어쨌든, 김종수의 아버지에게 상황을 전달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